낙청연은 곧바로 물었다: “이 향고는 범가의 부인 낙랑랑이 조제한 것입니까?”이 익숙한 향기는, 확실히 낙랑랑이 그녀에게 준 향낭의 향기와 똑같았다!하지만 점원은 잠깐 멍해 잇더니 다급히 말했다: “범가 부인은 맞습니다만, 낙랑랑이 아니라 진훤의입니다.”“진훤의가 직접 조제한 것입니다.”낙청연은 굳어버렸다.이건 분명 낙랑랑 향낭 냄새다!이 향은 이토록 독특한테 맡기만 해도 낙랑랑을 연상시키고, 그녀의 기질에 딱 맞다. 이건 절대로 흔한 향이 아니다.진훤의가 어떻게 이와 똑같은 향을 조제해 낼 수 있는가?설마 진훤희가 낙랑랑의 조제법을 훔친 것인가?이를 생각하자, 낙청연의 마음속 분노는 다시 활활 타올랐다.천금 소저 한 분이 옆에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범 부인께서 새로 조제한 향고를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으니, 나에게도 하나 주세요.”“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점원은 곧바로 가서 새것 하나 가져왔다.그 소저는 열어서 냄새를 맡더니, 웃으며 말했다: “범 부인은 어쩜 향을 조제하는 솜씨마저 이렇게 훌륭합니까! 정말 손색이 없는 재녀입니다!”“부도를 지키지 않는 여인과 평기평좌(平起平坐)하다니, 참으로 억울하겠습니다. 범산화는 언제 낙랑랑을 쫓아낸 답니까?”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요? 낙랑랑은 태부부의 천금 소저입니다. 범산화에게 넘치는 사람입니다! 진훤의는 무슨 자격으로 낙랑랑과 평기평좌합니까?”예로부터 벼슬은 상인보다 지위가 한 단계 높았다. 게다가 낙 태부의 덕성과 명망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황상조차 그를 스승이라고 존칭했다.가문, 품행, 재능과 교양만 보더라도, 진훤의는 낙랑랑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이 말을 듣던, 맞은편 상금문(常錦雯)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피식거렸다: “태부부 천금? 태부부는 온 가문이 멸문당했는데, 태부부는 무슨?”이 말을 하더니, 싫다는 듯이 낙청연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어디서 나타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리석은 계집이야, 어떻게 낙랑랑을
”풍도 상회의 권세가 계양에서 이토록 하늘을 찌르는구먼!”상금문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또 뭐 하는 잡놈이냐?”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어리둥절했다. 놈?이 상금문은 못 하는 욕이 없구나!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살짝 웃더니, 팔짱을 끼고 상금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용기 있으면, 욕 한 번 더 해보거라. 이분이 누구인지 아느냐?화가 난 상금문은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녀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어디서 허세야! 어디서 온 놈인데, 감히 우리 풍도 상회를 도발하느냐!”“범가의 이 점포는 값어치가 만금이다! 만약 배상하지 못하면, 관부로 압송하여, 중형으로 다루라고 할 것이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 여인이 당신을 잡놈이라고 욕합니다.”“오!” 부진환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낙청연은 어리둥절했다. 부진환이 아무런 행동이 없자, 낙청연은 물었다: “지금 당신은 응당 영패를 꺼내어, 저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무릎을 꿇게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부진환은 무심코 대답했다: “가져오지 않았다.”낙청연은 순간 멍해졌다.상금문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더니, 자신을 일부러 놀리는 것 같아서, 더욱 화를 내더니 명령했다: “관부로 끌고 가라!”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즉각 낙청연을 움켜잡았다.낙청연이 반격하려다가, 꼼짝하지 않고 항복하는 부진환을 보더니, 그녀도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잡혀갔다. 상금문은 직접 그들을 관부로 압송해, 조 현령(曹縣令)에게 맡겼다.그리고 해석했다: “조 대인, 이 두 사람은 악의적으로 소란을 피워, 범가의 지분 점포를 박살 냈으며, 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조 대인, 반드시 이 사람들을 엄하게 징벌해주십시오!”조 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바로 뒤에 상금문은 조 대인을 옆으로 끌고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낙청연은 멀리서 쳐다보며 실눈을 뜨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이 계양 현
부진환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눈썹을 추켜세우며 그녀를 보았다.“날 위해 붙잡힌 것이냐?”“그렇지 않으면요? 반격하지 않으시길래 왕야를 따라서 들어온 겁니다. 왕야께서는 이곳에 들어와 현령이 어떤 사람인지 시험해보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낙청연은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갑자기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낙청연의 호흡이 느껴지자 부진환은 심장이 빨리 뛰었다.그는 시선을 옮기며 작게 ‘응’이라고 대답했다.공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그는 저도 모르게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낙청연이 그를 따라 몸을 움직이면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전 왕야 때문에 붙잡혀 들어와 배를 곪고 있습니다. 저에게 어떻게 보상해 주시겠습니까?”고개를 돌린 부진환은 낙청연의 게걸스러운 눈빛에 귓볼이 화끈 달아올라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너... 뭘 원하느냐?”부진환의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그는 또 한 번 옆으로 몰래 몸을 움직였고, 낙청연은 그를 계속 따라가며 가까이 붙었다.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낙청연은 느긋하게 말했다.“사실 제가 원하는 건...”“풍도 상회입니다!”쏴-부진환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이 들었다.“풍도 상회?”부진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풍도 상회를 원한다는 말이냐?”낙청연은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조용히 말했다.“이번 일은 제가 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풍도 상회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풍도 상회의 사람들을 제거해버린다면 상회를 남겨도 소용이 없을 테니 저한테 주시지요?”“성의가 충분하다면 다음번에도 제가 돕겠습니다.”“어떻습니까?”낙청연이 돈과 권력을 거부할 리가 없었다. 풍도 상회는 이미 커다란 세력을 이루었고 부진환은 기껏해야 그중 중요한 인물들을 몇 명 처리해버릴 것이다. 이 커다란 세력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면 굳이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낙청연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낙청연은 곧바로 두 상자를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향고였다!“이걸 챙기셨습니까?”낙청연은 놀라우면서도 기뻤다.부진환은 그녀가 즐거워하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덤덤히 대꾸했다.“보이길래 가져왔다.”“그리고 연지도 가져왔지.”“아무거나 골라서 가져온 것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려도 된다.”낙청연은 연지함을 열어서 발라 보았고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돌려 그 모습을 보았다.낙청연은 손등 위에 연지를 발라 보더니 곧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색은 괜찮군요.”“그러면 챙기도록 하겠습니다.”낙청연은 배고픔을 완화하기 위해 벽에 기대어 잠을 자려고 했고 잠이 들어 부진환의 어깨에 기대게 됐다.그러나 결국 깊은 밤 허기를 참지 못하고 잠에서 깬 뒤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부진환은 깜짝 놀랐다. 배를 만지면서 괴로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니 너무 배고파서 그런다는 걸 깨달았다.부진환은 곧장 몸을 일으켜 옥 앞에 서서 소리를 질렀다.“여봐라!”곧 옥졸 하나가 도착했다.“무슨 일이시오?”부진환은 그가 닭 다리 하나를 손에 들고 먹는 모습을 보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먹을 것을 좀 가져오거라!”옥졸은 그 말에 깜짝 놀라더니 부진환을 쓱 훑어봤다.“먹을 것을 원하시오? 그렇다면 돈부터 배상하시오!”“지금 당장 그렇게 많은 돈이 없다면 매신계에 서명해도 되오!”옥졸은 품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매신계를 꺼내더니 곧장 붓을 가지러 가서 부진환에게 서명하라고 했다.매신계에 적힌 내용을 본 부진환은 안색이 흐려졌다.“나한테 매신계에 서명하라고? 너희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옥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서명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어쩔 수 없소. 대인께서 여기에 서명해야 먹을 것을 줄 수 있다고 분부했으니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굶긴다고 했소!”그 매신계의 낙관은 풍도 상회였다. 금상문이 조 대인을 매수한 것이 명백했다.“가서 사람을 찾아오거라. 그에게 돈이 있다.”부진환이 차가
낙청연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만져 보았다. 냄새 맡은 그녀는 참지 못하고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낙청연은 다급히 고기를 입 안에 잔뜩 쑤셔 넣었다.부진환은 옥 문을 등지고 있어 외부인의 시선을 가렸다.“내가 막고 있을 테니 천천히 먹거라.”배고픔이 사라지고 어째서인지 마음속도 따뜻해졌다.낙청연은 반쯤 먹고 난 뒤 나머지 반을 부진환에게 남겨주었다.“왕야도 좀 드세요. 소서가 저희를 당장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빌어먹을 조 대인도 저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며칠 더 굶어야 할지도 모릅니다.”“난 배고프지 않다.”낙청연은 강제로 부진환을 벽 쪽으로 끌고 와서 앉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가렸다.“배고프지 않아도 드셔야 합니다.”부진환은 그녀를 보더니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조금 먹었다.-날이 밝을 때쯤 조 대인이 왔다.그는 옥 문 밖에서 두 사람을 훑어봤다.“참으로 고집이 세군. 그럴 필요가 있을까?”“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매신계에 서명하거라. 그러면 당장 풀어주겠다. 그리고 풍도 상회에 좋은 자리를 마련해줄 것이다. 여생은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다!”그 말에 낙청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문 옆에 섰다.“풍도 상회가 조 대인까지 매수하다니 참으로 대단하군. 그런데 조 대인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소?”조 대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너희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계양 땅에서는 모두 본관의 말을 들어야 하거든!”“죽고 싶지 않다면 계약에 서명하는 것이 좋을 거다. 그리고 상 소저에게 사과한다면 너희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상 소저는 고작 뺨 한 대의 복수를 하겠다고 그들이 매신계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그녀의 노비가 된다면 아마 죽도록 괴롭힐 것이다.점포를 박살 냈으니 돈을 갚을 수도 있었다. 이치대로라면 그들의 신분을 묻고 집이 어디에 있는지, 돈을 갚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야 했다.하지만 조 대인은 상
암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조 대인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당신들...”조 대인은 그들이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옆에서 차갑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거라.”고개를 돌린 조 대인은 부진환이 옷소매를 펄럭이는 걸 보았다.소서 등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고 조 대인은 겁을 먹고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섭? 섭정왕?”목소리마저 떨렸다.고개를 든 조 대인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위엄 넘치는 사내를 보았다. 그는 심장이 떨렸다. 섭정왕? 그가 섭정왕이라니?옥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제가 안목이 없어 섭정왕께서 오신 걸 몰랐습니다. 많은 불경을 저질렀는데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시옵소서!”조 대인은 곧바로 무릎 꿇고 사죄했다. 너무 무서워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였다.“이제야 무서운가 보오? 그런데 조금 전에는 우리가 누구든 간에 계양에 오면 모두 당신 말을 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심지어 나와 왕야께 형벌을 가할 것이라 했지! 얼른 우리를 데리고 형구방으로 가야지 않소?”그 말에 소서는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화가 난 얼굴로 검을 빼 들어 조 대인에게 겨눴다.“감히 왕야께 형벌을 가한다고?”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이 목에 닿자 조 대인은 목덜미가 서늘했다. 그는 다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눈뜬장님이라 섭정왕이신 걸 몰랐습니다! 알고 있었다면 목숨이 백 개라도 감히 이렇게 섭정왕을 대하지는 못했을 겁니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섭정왕은 그렇게 대하면 안 되지만 다른 자였으면 사사로운 정 때문에 법을 어기고, 매신계에 서명하도록 강요해도 된다는 말이오?”“그 상 소저가 당신한테 얼마를 주었길래 그녀를 위해 사사로이 복수를 하는 것이오? 율법을 어기고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다니!”조 대인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감히 머리도 들지 못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벌하여 주시옵소서, 왕
상금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들먹거리며 옥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조 대인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조 대인, 이게 뭐 하는 것입니까?”고개를 돌려 보니 옥 안에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저 둘이 무엇 때문에...”상금문은 불만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다음 순간, 조 대인이 그녀를 끌어당겨 바닥에 무릎 꿇게 했다.“얼른 섭정왕과 왕비 마마에게 사죄하시오!”더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되었다. 그는 이미 그녀 때문에 된통 당했다.상금문은 조 대인에게 끌려서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됐다. 조 대인의 말을 들은 순간 상금문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그는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섭정왕? 왕... 왕비 마마?”상금문은 긴장했다. 그들의 기세에 완전히 짓눌려 겁을 먹은 듯했다.“얼른 ! 얼른 왕야와 왕비 마마에게 사죄하시오! 어떻게 사람을 제멋대로 잡을 수 있소?”조 대인의 어투에는 질책이 가득했다. 상금문이 섭정왕을 잡아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달이 났을 리가 없었다.상금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저 두 사람이 섭정왕과 왕비라니?그렇다면 그녀는 큰 사고를 친 것이 아닌가?하지만 섭정왕과 왕비가 왜 갑자기 계양에 온 것일까?상금문은 다급히 사과했다.“전에 있었던 일은 전부 오해입니다. 왕야와 왕비 마마이신 줄 몰랐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옵소서.”낙청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옥 문 옆으로 가서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전에 낙랑랑에게 뭐라고 했느냐?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상금문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말한다면 입을 찢어버리겠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왕비는 어쩌면 이 기회를 틈타 그녀의 입을 찢어버리는 것으로 그녀를 벌할지도 몰랐다.상금문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를 악물고 자기 뺨을 때렸다.“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죄를 저질렀으니 왕비 마마께 사죄드리겠습니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때리려거든 세게 때리거라. 전혀 아파
조 대인의 반응을 본 낙청연은 그가 낙랑랑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계양에 범씨 가문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모함당해 명성이 바닥에 떨어진 낙랑랑은 무척이나 억울했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낙청연은 화가 나서 경고했다.“낙 태부께서는 돌아가셨지만 태부부가 있고 나 낙청연이 있소. 감히 낙랑랑을 모함하다니, 그런 자는 볼 때마다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줄 것이오!”그 말에 조 대인은 다급히 대꾸했다.“왕비 마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상금문도 고개를 숙이며 다시는 낙랑랑을 모함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상금문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낙랑랑을 위해 온 것이지 풍도 상회를 상대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니 다행이었다.낙청연과 부진환은 관청을 떠났고 떠나기 전 부진환은 조 대인에게 당부했다.“본왕이 계양에 온 일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본왕을 만난 적 없다고 생각하거라.”조 대인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왕야. 알고 있습니다!”곧이어 그들은 관청을 떠나 객잔으로 돌아왔다.세수를 마친 뒤 음식을 좀 먹었다.야심한 시각, 방 안에는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었고 낙청연과 부진환은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비록 오늘 조 대인에게 왕야의 행방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으나 아마 지금쯤 풍도 상회 전체가 왕야가 온 사실을 알게 됐을 겁니다.”부진환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여유롭게 말했다.“상관없다. 본왕이 조사한 밀고가 노출되지 않았으니 그들은 본왕이 뭘 하러 계양에 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게다가 낙랑랑을 보러 온 것이라고 둘러댔으니 괜히 긁어 부스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했다.“전 내일 범씨 가문에 가서 랑랑 언니를 만날 것입니다.”“오늘 밤 금방 돌아왔는데 풍도 상회의 사람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일 밤 실종된 장사꾼의 집에 조사하러 가보시죠.”다른 의견이 없었던 부진환이 대답했다.“그래.”-다음 날 아침 일찍 부진환은 낙청연과 함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