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이 동의하자 부진환은 곧장 말했다.“그럼 가서 준비하거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것이다. 낙랑랑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계양으로 향할 것이다.”낙청연은 넋이 나갔다.부진환은 분명 미리 모든 것을 계획한 게 틀림없었다!낙청연은 분통이 터져서 차가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쏘아보더니 문을 박차고 나갔다.부진환은 당황스러웠다. 그는 낙청연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건지 알지 못했다.-낙청연은 너무 화가 나서 밤새 잘 자지 못했다. 분명 함정인 걸 알면서도 그곳에 발을 들이다니.분명 낙랑랑을 아껴서 그런 것인데 부진환은 미리 그것을 파악해 그녀가 계양으로 향할 것이라 확신하고 계획까지 전부 다 짜놓았다. 그는 낙랑랑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계양으로 향할 셈이었다.밖의 사람들은 부진환이 낙청연과 함께 낙랑랑을 보러 가 범산화를 혼쭐내주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사실은 그 점을 이용해 몰래 풍도 상회에서 유출된 몇천만 냥의 은냥을 조사하러 가는 것이다.이렇게 주도면밀한 걸 보면 섭정왕이라는 자리가 무척 잘 어울리긴 했다.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는 점이 그랬다.그러나 낙청연은 항상 이용당하는 느낌이 싫었다.그날 밤, 낙청연은 잘 자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소유가 그녀를 찾아왔다.“왕비 마마, 소유가 운예각의 새로 나온 봄옷을 가져왔습니다. 출발 준비를 위해 제가 환의와 세수를 도와드리겠습니다.”지초는 무척 기쁜 얼굴로 침상 옆에 다가왔다.낙청연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지초가 들고 온 옷을 보았다. 청색 바탕 위에 큰 모란꽃이 수 놓여 있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수 놓여 있는 모란꽃은 엄청나게 아름다웠고 옷감도 가벼우며 햇볕을 비추니 반짝거렸다.역시나 운예각다웠다.그러나 낙청연은 다시 침상에 누워 몸을 돌리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작 옷 한 벌로 날 매수할 생각인가? 그럴 바엔 차라리 운예각을 선물로 주지?”지초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허리를 숙이며 낙청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왕비 마마!
낙청연은 마차를 타고 객잔 입구에 멈추어 선 뒤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객잔 안에서는 일꾼들이 탁자와 의자를 닦고 있었고 장궤는 계산대 뒤에서 주판을 탁탁 튕기고 있었다.“손님, 요기하시렵니까 아니면 하룻밤 묵으시렵니까?”장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낙청연은 객잔 안을 살피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렇게 외딴곳에 객잔이 있을 줄은 몰랐소.”그곳은 음기가 가득해 어떻게 봐도 이상했다.장궤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낙청연을 보더니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낭자, 길을 잘못 들었군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길을 잘못 들다니? 내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아는 것이오?”장궤는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양인(陽人)은 저승길을 가지 않습니다. 낭자가 어디로 향하든 길을 잘못 든 건 사실입니다.”“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세요. 2리 정도 걸은 뒤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라며 눈썹을 까딱였다.“저승길?”객잔 밖에서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장궤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낙청연은 어쩐지 등골이 오싹했다.여기가 저승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수상한 곳인 건 확실했다.낙청연은 얼른 계양으로 향하고 싶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떠났다.“알려줘서 고맙소!”그녀는 몸을 돌려 객잔을 나선 뒤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길은 다시 캄캄해졌고 오직 미약한 달빛 한줄기만이 보였다.장궤의 말에 따라 2리 정도 가니 갈림길이 나타났고 낙청연은 그중 한 길을 선택했다.그곳 또한 무성한 숲이었지만 조금 전보다 시야가 환했다.다시 돌아온 듯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마차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마차 한 대가 그녀가 갔던 길로 향하고 있었다.낙청연은 그 마차를 불러 세우고 싶었으나 마차가 워낙 빨리 달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사라졌다.또 누군가 길을 잘못 들어선 듯했다.낙청연은 굳이 더 신경 쓰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그 사람도 낙청연처럼 다시 나올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낙청연은 계속해 마차를 타고 길에 올랐다.
부진환!그리고 옆에서 그 점원은 밧줄을 잡고 죽을힘을 다해 당기고 있었다. 부진환을 높이 매달아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낙청연을 보더니 점원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낙청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돌연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순식간에 목을 그어버렸다.단칼에 목숨을 잃은 점원은 쓰러졌고, 목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애초부터 저승길, 저승 객잔 같은 건 없었다. 이건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다!밧줄을 풀었더니, 부진환이 땅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목을 조르며 발버둥 쳤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응신 해독환(凝神解毒丸)을 강제로 부진환의 입에 넣었다.“일어나보세요!”낙청연은 강제로 부진환의 손을 떼어내고, 힘껏 그의 뺨을 쳤다.잠깐 후, 부진환은 깨어나서, 낙청연을 보더니 멍해 있더니 말했다: “이건……”“당신 혼자입니까?” 낙청연이 물었다.부진환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벌떡 일어나 말했다: “소소도 함께 왔다.”낙청연은 즉시 방에서 뛰쳐나가 옆방 문을 걷어찼다. 과연 소소가 있었다.마침 누군가 밧줄로 소소의 목을 졸라매고 있었다.기묘한 건, 그 밧줄은 책상 모서리에 감겨있고, 밧줄 입구가 매우 넓었다. 소소는 그저 밧줄을 잡고 위로 던지기만 하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소소는 죽을힘을 당해 목에 감겨있는 밧줄을 잡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낙청연은 즉시 그 점원을 죽이고, 밧줄을 끊어, 소소를 구해냈다. 그리고 소소에게 응신 해독환을 먹였다.소소도 아주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소소를 일으켜 세웠을 때, 밖에서 이미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이 방에서 뛰쳐나가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진환을 포위 공격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만월 비수를 잡고, 몸을 날려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 곁에서 싸우기 시작했다.부진환은 아직도 조금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두 눈은 벌겋고 핏발이 섰지만, 여전히 검을 들고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빠르고 맹렬하게
”얼마나 위험하냐!”소소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왕야께서 왕비가 이미 출발하신 것을 알고, 혹여라도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릴까 봐 저만 데리고 급히 쫓아왔습니다.”“다른 사람들은 뒤에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의 가슴은 뜨끔했다. 그런 거였어!낙청연은 부진환이 먼저 출발한 줄 알았다. 그들은 그녀의 앞쪽에 있다고 생각했었다.마침내 다른 갈림길에 들어섰다. 낙청연은 천 조각을 찢어, 나무에 묶어 놓았다: “뒤에 사람들에게 다른 길로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다!”소소는 의아해서 물었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입니까? 그 객잔은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 “이 숲속에 구환부(驅幻符)가 있는데, 이는 숲속의 장기와 함께 봉인되었다. 그쪽 갈림길과 끝에 있는 객잔은 모두 이 장기 속에 있다.”“당신들은 장독에 중독되어, 환각이 생겼어. 사실 그 객잔은 보통 객잔이었고 사람도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귀신 농간을 부려 사람을 현혹했고 거기에 장독의 환각까지 더하여 당신들을 불가사의하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다행히 그녀는 쓸데없는 참견을 하기 좋아해서, 되돌아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이번에 부진환은 정말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렇군요! 만약 다른 사람들도 들어가면 어떡합니까? “소소는 긴장해서 물었다.낙청연이 해석했다: “당신들 들어가기 전에, 나는 금방 그 안에서 나왔다. 이건 부진환을 상대로 파 놓은 함정이다. 그 사람들은 보통사람은 해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들에게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주의를 줄 뿐이다.”밀림으로 뒤덮인 지역을 지나자, 마침내 광선이 들어왔다.주위도 더는 위험하지 않았다. 계곡을 지날 때, 낙청연은 마차에서 내려 물을 떴다.소소가 옆에서 경계했다.낙청연은 부진환에게 해독환을 먹이고, 그의 팔에 난 상처를 검사하였다. 상처는 깊지 않았으나, 이 독은 맹독이였다.낙청연은 즉시 부진환의 상처의 독혈을 짜냈다. 이곳의 독은 비교적 깊었기 때문에 심폐까지 퍼질 수 있었다. 최대한 부진환의
부진환은 극심한 통증 때문에 서서히 깨어났다. 그는 흐리멍덩한 채로 눈을 뜨더니, 낙청연을 쳐다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뭐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부진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힘껏 상처의 독혈을 빨아들였다.한 모금 한 모금씩 빨아서, 다시 한 모금 한 모금씩 뱉어냈다.낙청연의 입술은 점차 검은색으로 변했다.극심한 통증 때문에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낙청연을 밀쳐내려고 했다: “너 지금 제정신이냐?”낙청연은 벌써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났다. 하지만 억지로 몸을 지탱하여 부진환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에게 빚지고 싶지 않습니다.”순간 부진환의 마음은 씁쓸했다. 낙청연은 그렇게 자신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고 한다.낙청연은 상처에 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더는 아무것도 빨려 나오지 않자, 부진환의 팔을 내려놓았다.낙청연은 입가에 묻은 독혈을 닦고 일어나 나가려고 했지만, 머리가 빙빙 돌아가더니 눈 앞이 캄캄해지며 쓰러지고 말았다.부진환은 깜짝 놀랐다. 그는 억지로 일어나, 독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아무런 감각이 없는 오른손을 이끌고, 힘겹게 낙청연을 끌어 안았다.“소소! 소소!”“왕야! 소소는 즉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깨어난 왕야를 보더니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왕야, 깨어나셨습니까!”“어서 의원을 모셔 오너라, 어서!”“예!”소소는 아주 빠르게 의원을 모셔 왔다.의원은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 하며 말했다: “이 독은 몹시 독합니다! 다행히 이 낭자가 공자의 독소를 빨아들이기 전에 해독탕을 마셨기 때문에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았습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에 누워있는 사람은 시체였을 것입니다!”“이건 목숨으로 목숨을 바꾸는 행위입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의 가슴은 쥐여 짜는 듯이 아팠다.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살릴 수 있소? 의원!”의원은 약상자를 열며 말했다: “일단 독을 없애 보겠습니다. 이 낭자는 공자보다 심한 편이 아니므로 공자에게 해독한 약 처방을 더하면 목숨을
어쩐지 그들의 마차가 그녀 뒤에 있었다.낙청연은 넋을 잃고 손에 든 물건을 쳐다보며 저도 모르게 물었다: “운예각은 경도에서 지위가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샀습니까?”이 경도에 권세가 있고 지위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궁 안의 마마들마저 가끔 거금과 인맥을 동원하여 옷 한 벌을 뺏기도 한다.왜냐면 운예각은 오직 일품만 만들고, 절대 같은 옷은 두 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유일무이, 혹은 옹용화귀(雍容華貴), 또는 신선 같다, 이 세 마디 간판만 값어치가 천금은 된다.이 점포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그들은 자신의 지위와 기개가 있기 때문에 쉽게 팔지 않는다.부진환은 어떻게 산다고 말하더니, 바로 살 수 있었을까?부진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본왕이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너도 포함하여……”담담한 이 세 마디 말에 낙청연은 오히려 흠칫 놀랐다.낙청연은 놀란 표정으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잘못들은 건가?“뭐라고 하셨습니까?” 낙청연은 의아해서 그를 쳐다보았다.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왕야, 그들이 도착했습니다.”“들어오거라.” 부진환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방문이 열리더니 지초가 급히 달려왔다. “왕비!”소소도 함께 들어오더니 말했다: “왕야, 몸에 상처가 있으니, 충분히 휴양해야 계양으로 갈 수 있습니다. 먼저 휴식하러 가십시오. 여기는 지초가 왕비를 돌보면 됩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지초는 왕비의 이 모습을 보더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왕비, 뭐 드시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도 오느라 고생이 많았으니, 바닥에 자리를 깔고 쉬거라. 밤새 쉬지 않고 나를 지킬 필요 없다.”지초는 낙청연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왕비 먼저 쉬십시오!”낙청연은 돌아누워, 손에 든 그 운예각의 영패를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이것도 수단인가? 아니면 성의인가?낙청연의 마음은 몹
범산화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그냥 정신을 가다듬더니, 웃으며 부진환을 맞이했다: “왕야, 미리 예기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오셨습니까!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우선 앉아서 차 한 잔 드시지요!”부진환은 서두르지 않고, 범산화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범산화는 낙청연을 보는 체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정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곧장 내원으로 들어가, 낙랑랑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길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화려한 차림새의 여인이 길을 막았다. 그녀는 낙청연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훑어보며 말했다: “누구인데, 함부로 나의 범가에 난입한 것이오?”낙청연도 눈앞의 이 여인을 훑어보았다. 최상급의 비단을 걸치고, 손목에 옥팔찌를 끼고 있었으며, 비녀는 전부 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한눈에 봐도 부티가 철철 넘쳤다.“당신은 범산화의 첩이오?” 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냉랭한 어투로 물었다.이 말을 들은, 진훤의(陳萱宜)의 안색은 삽시에 새하얗게 질리더니,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인데, 감히 범가에서 불손한 말을 하는 것이오? 여봐라! 쫓아내라!”계집종들이 에워싸더니, 낙청연을 쫓아내려고 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매섭게 그들을 뿌리쳤다.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에게 별 볼일이 없소, 나는 범 부인, 낙랑랑을 찾으러 왔소.”이 말을 들은 진훤의는 잠깐 멍해 있더니, 곧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낭자, 당신은 낙랑랑의 벗이오?”“낙랑랑을 범 부인이라고 부르다니, 내가 범 부인이라는 것을 온 계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소!”“만약 손님으로 오신 거라면 반갑게 맞이하겠지만, 나에게 시비 걸려고 온 것이라면, 나도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여봐라!”진훤의는 부인 허세를 부렸다. 곧이어 하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낙청연을 겹겹이 에워쌌다.하지만 낙청연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으며, 서늘한 눈빛으로 진훤의를 쳐다보며 말했다: “첩인 주제에, 범 부인을 자칭할 자격이 있소?”진훤의는 생김새만 봐도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눈썹은 쑥
”괜찮습니다.” 진훤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진훤의는 환난 표정으로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천박한 계집은 어디서 튀어나온 겁니까! 깨끗하게 처리해주세요!”범산화는 어두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섭정왕의 노비면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도 되오?”“내 처는 지금 임신 중이요. 혹시 유산이라도 되면, 나는 결코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범산화가 진훤의를 이토록 지켜주는 모습을 보고, 낙청연은 범산화가 그 당시 낙랑랑에 대한 세심한 사랑과, 굳게 맹세했던 약속이 떠올랐다.“허, 남자란.”“내가 그때 당신의 약속을 믿지 말았어야 했소.”진훤의는 이 말을 듣더니, 더욱 분노했다. 매섭게 범산화를 퍽 치더니 말했다: “말만 하지 말고 어서 사람을 처리하세요! 제가 뺨따귀를 맞았다고요. 당신은 남자가 맞습니까!”진훤의 다그치는 소리에 범산화는 어쩔 수 없이 명령했다: “여봐라, 이 여인을 잡아라!”곧이어 차갑게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일단 당신을 처리하고, 섭정왕에게 양해를 구하겠소!’하인들은 즉각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을 붙잡았다.낙청연이 움직이기도 전에,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은 본왕의 왕비를 어떻게 할 셈인가?”“왕비를 처리하고, 당신 온 가족의 목숨을 가지고 본왕에게 사죄할 것인가? 그거로는 부족한데.”이 말을 들은, 범산화는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놀란 표정으로 낙청연을 보더니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왕비란 말이오?”“왕비가 아주 못생겼다고 하지 않았소?”눈앞의 이 선녀처럼 아리따운 여인은 못생김과 거리가 멀었다.진훤의도 멍해졌다. 그녀는 품위 있고 위풍당당한 남자가 걸어오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왕야? 설마…… 섭정왕입니까?”범산화는 고개를 끄떡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방금 했던 말을 급히 후회했다.지금은 또 염치 불고하고 사죄해야 한다.“왕야, 방금 제가 왕비인 줄 모르고, 무례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부진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