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엄내심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엄내심 손가락의 뾰족한 물건을 본 낙청연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말했다: “이것으로 진백리의 눈을 찌른 것이냐?”“이것으로 또 나까지 죽이려고?”낙청연의 눈빛이 돌연 독기를 품더니, 엄내심의 손을 잡고, 방향을 돌려 엄내심의 목을 향해 찔렀다.“아!” 엄내심은 비명을 지르더니, 목청이 찢어져라 욕설을 퍼부었다: “낙청연, 너는 이제 끝이다! 너의 온 가족도 모두 끝이다!”낙청연은 냉소하더니 말했다: “제발 나의 온 가족까지 망하게 해다오! 그럼 나는 너의 조상에게 감사하겠다!”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낙청연은 정말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설마 정말 엄내심을 죽이는 건 아니겠지?엄내심 가락지의 작은 장치는 아주 작았다. 날카롭긴 했지만, 길지 않았다. 엄내심의 목에 완전히 찔러 넣었지만, 약간의 외상을 입혔을 뿐이다.한바탕 분풀이를 하고 난 낙청영은 엄내심을 풀어주려고 했다.낙청연은 차갑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너를 때린 것이니, 잘 기억해 두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승상부에 와서 따져라!”낙청연은 말을 하더니, 또 엄내심을 잡아 끌어당겨, 한 발로 걷어차 버렸다.엄내심은 아주 세게 넘어졌다. 머리카락은 이미 완전히 헝클어졌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엄내심은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낙청연, 딱 기다려!”“그래, 딱 기다리고 있을게! 우리 온 가족도 함께 기다리고 있을게.” 낙청연은 냉소하며 흘겨보았다.엄내심은 계집종의 부축하에 비틀거리며 떠났다.진천리가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에게 읍하며 말했다: “왕비, 고맙소!”“그러나 우리 때문에 엄내심을 이토록 혼을 내줬으니, 엄내심은 결코 왕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들 때문이 아닙니다! 엄내심은 제 눈에 거슬린 지 오래됐습니다. 게다가 엄내심은 어젯밤에 벌써 저를 겨냥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밉보였습니다.”“때리면 뭐 어떻습니까? 그런 풍행으로 정말 황후가 될
엄내심은 상처를 치료하느라, 미처 고자질할 틈이 없었다.낙청연은 행궁에서 나와 멀리 바라보았다. 어두운 숲속에서 불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보아하니 누군가 곧 돌아오는 것 같았다.이때, 마침 어떤 시위가 말을 타고 돌아왔다. 낙청연은 눈에 익었다. 똑똑히 보니 섭정왕부의 시위였다.“왕야께서 돌아오신 것이냐?” 낙청연이 물었다.시위가 대답했다: “왕야는 바로 뒤쪽에 계십니다. 곧 돌아오실 겁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진천리가 방어벽을 쌓기 위해 지원금을 부탁한 일을, 부진환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엄내심은 이 일을 미끼로 진백리를 괴롭혔으니, 어쩌면 정말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엄가가 나서서 방해하면, 이 일은 아마 성사되기 힘들다.그러나 부진환은 진천리를 도와줄 수 있을것이다.그래서 부진환이 돌아오면 상의하고 싶었다.낙청연은 행궁으로 돌아갔다. 바로 방으로 들어가 부진환을 기다리려고 했다. 어차피 두 사람의 방은 붙어 있었다.한데 길에서 어떤 궁녀가 낙청연에게 서신 한 봉을 손에 쥐여주었다.낙청연이 물어볼 새도 없이, 그 궁녀는 황급히 가버렸다.낙청연은 겉봉을 뜯었다.“중요한 일이 있으니, 오늘 밤, 나의 방으로 와주었으면 좋겠구나! 태후와 섭정왕에 관한 일이다.”“부운주……”부운주가 시킨 것인가?하지만 낙청연은 바로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부운주가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는 필히 바로 자신을 찾아와 밀담할 것이다. 어찌 자신을 단독으로 그의 방으로 오라고 하겠는가?게다가 부운주는 비록 부진환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지만, 그래도 황형이라고 부른다. 섭정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생각하더니, 낙청연의 두 눈이 반짝이었다.이건 혹시 고 신의가 보낸 것인가?보아하니 고 신의가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이미 밤이 되었다. 낙청연은 방으로 돌아가 서신을 썼다.서신에 고 신의에 대한 의심, 그리고 부운주의 방에 약속을 지키러 간 사실을 써넣었으며 부진환더러 이 서신을 보면, 빨리 달려오라고 부탁했다.부
낙청연은 이미 부운주의 방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부운주가 기다리고 있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잠깐 망설이었다. 설마 자신의 생각이 틀렸나?잠시 후 부진환이 도착했는데, 고 신의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녀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진다.“왔느냐?” 부운주는 웃으며, ‘청’이라는 손짓을 했다.상위에는, 이미 풍성한 안주와 술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아, 부운주를 떠보았다: “왜 갑자기 저더러 방으로 오라고 한 것입니까?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습니까?”그 서신의 내용을 부운주가 알고 있는지 낙청연은 확인하고 싶었다.부운주는 그녀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태후와 황형에 관한 일 말이냐?”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가슴이 뜨끔했다. 설마 정말 부운주가 자신을 오라고 한 것인가? 애초부터 고 신의와 상관없는 일인가?“태후와 부진환? 자세하게 말씀해보세요?” 낙청연은 궁금해서 캐물었다.그녀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본 부운주의 표정은 무거워졌다.“태후와 황형은 물과 불처럼 서로 대립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 더냐? 태후가 너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무심결에 알게 되었다.”“설마 황형이 정말 너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냐? 봄 사냥을 와서도 낙월영과 이렇게 분명치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너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구에게서 들었습니까?”부운주는 담연하게 대답했다: “고 신의와 잡담하다 들었다.”“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좀 알고는 있었으나,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내 모비가 너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모비는 분명 너를 황형의 사람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황형은 너를 지켜주지 못한다!”부운주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생각했다. 지금 이때, 하필 고 신의가 부운주에게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낙청연은 술잔을 들고 위로했다: “5황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 통
낙청연은 부운주가 그녀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필경 부진환에게 시집오기 전, 그녀와 부운주는 동병상련의 지기였으니까.하지만 그녀는 낙청연이 아니다. 그녀는 부운주의 관심은 필요 없다. 그녀는 차라리 부운주가 자신을 위해 살고, 자신의 삶을 잘 살기를 바란다.부운주의 마음은 약간 감명받았다.그는 저도 몰래 웃으며 말했다: “알겠다.”낙청연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막 먹으려고 하는데, 또 이상한 냄새가 났다.냄새는 비록 그렇게 선명하지 않았지만, 가까이 왔을 때, 있을 듯 없을 듯한 이상한 냄새가 풍겨왔다. 낙청연은 경계하며 동작을 멈췄다.일부러 미간을 찌푸리며 떠보았다: “방금 제 술잔에 있던 술이 흘러 들어간 모양입니다. 술에서 나던 냄새가 납니다.”“엣---치!” 말을 하더니, 낙청연은 또 재채기했다.부운주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즉시 그녀 손에 든 젓가락을 뺏어가며 말했다: “그러면 먹지 말자!”“오늘 밤, 달빛이 참 좋구나! 나가서 달구경이나 하자꾸나!”말을 하더니, 급히 낙청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부운주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낙청연은 갑자기 뭔가 알 것 같았다.낙청연은 부운주를 따라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창문으로 검은 그림자가 훌쩍 뛰어 들어오더니, 천천히 방문 쪽으로 걸어가 문을 걸어버렸다.“가려고? 어림도 없다.”남자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목소리만 들어도 낙청연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바로 낙청연이 기다리고 있던 고 신의다.고 신의는 만월 비수(彎月匕)를 들고 있었다. 팔을 드는 순간, 날카로운 칼날은 차가운 빛을 번쩍이었다.그는 천천히 말했다: “5황자, 아직도 손을 대지 않고 뭐하십니까?”부운주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지더니, 즉시 낙청연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이 결코 청연을 다치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5황자께서 결심이 서질 않을 것을 알고, 도와주러 왔습니다.” 고 신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꿈도 꾸지 마시오!” 부운주는 말이
낙청연은 분노하여 이를 갈며 고 신의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순간 고 신의는 부운주를 걷어차 버리더니, 낙청연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낙청연은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머리카락 몇 가닥이 땅에 떨어졌다.고 신의는 연달아 공격했으며, 온몸은 살의로 가득했고, 동작마다 치명적이었다. 낙청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금도 태만할 수 없었다. 매번 간신히 살기등등한 비수를 피했다.고 신의의 무공은 약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낙청연의 무공도 많이 정진하였기에, 상대할 수 있었다.그러나 문제는 고 신의 손에 든 그 만월 비수였다. 날카롭기 짝이 없었고, 고 신의는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동작은 어찌나 숙련되었는지, 비수가 돌아가는 모양은 사람의 눈을 어지럽혔다. 비수가 어떻게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바뀌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오직 비수가 돌면서 수많은 날카로운 도광(刀光)이 현란하게 번뜩이는 것만 보였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위협을 느끼게 했고, 마치 수많은 칼날이 번뜩이는 전쟁터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낙청연은 더없이 조심스러웠다. 고 신의와 몇 번을 겨뤘지만, 여전히 만월 비수를 피할 수 없어, 몸에 수많은 상처를 남기고, 대량의 피를 흘렸다.하지만 고 신의의 상황도 별로 낫지 않았다. 팔 여러 곳에 자신의 비수에 의해 상처를 입었다.심지어 상처는 아주 깊었다.긴장한 고 신의는 만월 비수를 꼭 잡았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언제 낙청연의 무공이 이 경지에 이르렀지?낙청연은 예전에 아무런 무공도 할 줄 몰랐다. 설령 몸이 가벼워지고 무공을 연마했다고 해도, 별 볼 일 없어야 맞다!하지만 지금 낙청연은 자신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갖췄다!아니다!만약 만월 비수가 없었다면, 그는 낙청연에게 패배했을 것이다!이 여인은 정말 잘도 숨겼다! 그러니 태후가 여러 번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지!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다! 어떻게든 낙청연을 죽여야만 한다!낙청연도 주먹을 꼭 쥐고 손바
낙청연은 죽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고 신의도 따라 일어났다.바로 이때, 낙청연은 힘껏 고 신의를 걷어찼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고 신의는 한쪽 손을 놓았다. 낙청연은 또 고 신의의 발등을 힘껏 밟았다.그리고 단번에 만월 비수를 뺏어와, 있는 힘껏 고 신의의 목구멍을 베어버렸다.만월 비수의 날카로움과 낙청연의 힘이 합쳐져, 고 신의의 머리는 하마터면 떨어져 나갈 뻔했다.순간 선혈이 솟구쳐, 낙청연의 온 얼굴에 가득 튀었다.쓰러진 시체와 함께, 낙청연 손에 든 만월 비수도 땅에 떨어졌다. 힘이 빠진 낙청연은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앉아서, 고개를 돌려보니, 부운주가 피바다에 쓰러져 있었다.그 창백한 얼굴은, 이미 죽은 사람과 다름없었다.낙청연은 다급히 기어갔다.“부운주! 부운주!”콧숨을 확인하니, 아직 미약하게 숨이 붙어있었다.낙청연은 부운주를 돌려 눕히고, 등 뒤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만월 비수가 보통 비수와 달라 깊이 찔리지 않아, 급소는 피했다.하지만 몇 개의 큰 상처는 매우 섬뜩했다. 꿰매야 할 것 같았다.낙청연은 바로 달려 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구 없느냐? 누구 없느냐?”그러나 아무도 없었다.행궁은 너무 큰 데다, 이곳은 비교적 구석진 곳이었다. 원래 행궁에 있던 사람들은 아마 고 신의가 사전에 모두 해결했을 것이다. 때문에 이곳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누구도 모를 것이다.다른 사람을 찾아갈 겨를이 없었다!낙청연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 간단하게 부운주의 상처를 싸매 일단 지혈부터 했다.이어서 그의 팔을 잡아당겨 부운주를 업고 힘겹게 방을 나왔다.분명 남자이지만 이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낙청연은 똑같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부운주를 끌고, 한걸음, 한걸음 이곳을 나갔다.갑자기 부운주가 깨어나더니,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내려놓아라!”“너도 다쳤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이 정도 상처로 죽지 않습니다. 좀만 버티세요!”부운주는 이
”앗!” 낙월영은 온 얼굴에 피가 가득한 사람을 보더니 깜짝 놀라, 부진환의 품속으로 기어들어갔다.“왕야……”낙월영은 마치 놀란 토끼 같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한눈에 낙청연을 알아보았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더없이 초라한 낙청연의 모습을 본, 그의 안색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바로 낙월영을 밀쳐내고,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낙청연이 등에 업고 있는 부운주를 받으려고 했다.하지만 낙청연은 경계하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그를 피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더니,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낙청연의 차가운 눈빛은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공허했으며, 부진환이란 사람도 없었다.마음은 그저 끝없는 실망과 회한뿐이었다.왜 하필 부진환에게 서신을 남겼을까? 진천리에게 남겼어도 됐을걸.왜 그때 맨 처음으로 생각난 사람이 부진환이었을까?자신이 고 신의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부진환이 곧 자신을 구하러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낙월영과 화전월하 놀고 있었다.마음속 모든 기대는 이 순간 모두 사라져버렸다.낙청연은 부운주를 업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더는 부진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부운주의 등 뒤에 난 상처를 보았다.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부운주도 저렇게 심한 상처를 입었으니, 낙청연은 아마 목숨을 건 전투를 치렀을 것이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 두말없이 부운주를 받아 없고, 냉랭하게 물었다: “엄내심을 때린 후, 어디로 갔던 것이냐?”부진환은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을 뿐이다.그러나 낙청연은 자신에게 엄내심을 때린 일을 질문하는 것처럼 들렸다.“엄내심은 제가 때렸습니다. 저에게 죄를 물으려고 그러십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낙청연의 표정은 덤덤했고, 차가웠으며 아무런 온도를 느낄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이런 태도에 어안이 벙벙하여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더는 말
낙청연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음속의 분노와 불만, 그리고 씁쓸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태의는 아주 빠르게 준비한 물건을 보내왔다. 낙청연은 가위로 부운주 등 뒤의 옷을 잘랐다. 상처가 드러나자, 조심스럽게 씻어주고 닦아주었다.부진환은 한쪽에서 보고 있었다. 그녀의 세심한 동작을 보니, 눈에 거슬리기만 했다.그는 화가 나 돌아서 나가버렸다.낙청연은 깔끔하게 상처를 봉합하여 약을 바르고 싸매 주었다.태의는 옆에서 거들면서, 단숨에 해내는 그녀의 솜씨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태의보다 더 숙련됐으며, 보통이 아니었다.바로 뒤에 낙청연은 약을 짓고 달여서 직접 부운주에게 먹였다.부운주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낙청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방안에서 밤새도록 지켰다.날이 밝자, 행궁은 이미 예전대로 돌아왔다.낙청연은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부운주이 맥을 짚어보니, 여전히 언제든지 숨이 끊길 것처럼 허약했다. 그녀는 더욱 한 발짝도 떠날 수 없었다.그러나 엄내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고 신의의 사건도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엄내심이 찾아왔다.등 뒤에는 한 무리의 시위들이 따라왔다.얼굴을 다쳐서인지, 엄내심은 오늘 면사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오만한 기세는 여전히 사람을 압도했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낙청연의 모습을 보고, 엄내심의 두 눈은 반짝이더니 냉소했다: “낙청연, 드디어 너는 죽을 때가 됐구나.”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감히 네 발로 나를 찾아와, 보아하니 어제 덜 맞은 모양이구나!”엄내심은 냉소하며 말했다: “입만 살아서, 좀 있으면 무릎 꿇고 살려 달라 애원할 것이다!”“여봐라, 낙청연이 5황자를 모해했으니, 어서 잡아라!”엄내심이 명령하자, 시위들은 일제히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을 잡으려고 했다.낙청연은 안색이 바뀌었다. 5황자를 모해했다고? 전술을 바꾸어 이 죄명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