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서 쉬어라.”-“또 실패하였느냐? 또? 낙청연을 죽이는 게 왜 부진환을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냐!”엄평소는 분노하여 찻잔을 탁하고 내려놓았다.옆에서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은 정말 되는 일이 없군요. 사담도 실패, 낙청연도 실패…”“이렇게 큰 손해를 보았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걸 보니 부진환이 낙청연을 지켜주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자객을 보내도 소용없을 테지요.”이 말을 들은 엄평소는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더는 손해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태후의 명령이라 반드시 죽여야 한다.”“나도 방법이 없다.”말을 마치고 엄평소는 여인에게 다가갔다.“정아야, 빨리 낙청연을 없앨 방법은 없느냐?”“태후께 뭐라도 내놔야 할 거 아니냐.”여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답했다: “방법이야 있지요. 하지만 원기가 조금 소모될 뿐입니다.”“정아야,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 사담은 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보겠다! 네 상처를 치료해줘야 하지 않겠냐!”이 말을 들은 여인은 가볍게 웃으며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사담을 구할 때쯤이면 상처는 이미 아물 게 분명했다.그건, 이제 희망을 품지 않는다.하지만 엄평소는 떠난 후, 더 많은 사람을 송천초 쪽으로 보내 사담을 얻으려 했다!-깊은 밤이다.섭정왕부는 경비가 삼엄했다.하지만 늦은 밤이 되어서도 자객은 오지 않았다.수위는 정신을 차려 교대하며 지켰지만 늦은 밤의 졸음을 참지 못했다.방에서 지초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낙운희도 하품을 했다: “오늘은 안 오는 거 아닙니까?”“계속 실패만 했으니…”이때, 밖에서 서늘한 바람이 창문에서 불어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지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낙청연은 눈을 살짝 뜨며 말했다: “왔구나.”두 글자에 낙운희는 잠이 확 깨 정신이 번쩍 들었다.“어디 있습니까?”낙청연은 창가로 다가갔다. 서늘한 밤바람에는 이상한 향기가 섞여 있었고, 공기는 유난히도 고요했다. 너무 조용해 마치 세상 만물이 잠이
굉음과 함께 자객은 방 밖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낙청연이 정신을 차릴 때쯤, 낙운희는 곧바로 달려 나가 검으로 자객의 가슴을 찔렀다.그렇게 자객은 숨이 끊겼다.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철추의 무공은 정말 다른 사람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지난 생에는 천하를 누비는 자객이었을 게 분명했다.천매문의 자객은 낙청연이 지금까지 만난 자객 조직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조직이었다.명찰염라 같은 자객은 비할 바가 아니지만, 천매문 자객 이 다섯 글자는 낙청연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적어도 무극문의 자객보다는 뛰어났다.하지만 지금, 철추가 몸짓 몇 번으로 천매문의 자객을 처리했다!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낙청연뿐만 아니라 낙운희도 깜짝 놀라 검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낙청연을 바라보었다.“제가 죽인 겁니까? 혹시 똑똑히 보셨습니까?”“아니, 한 번 더 해보겠느냐?”낙운희는 실전으로 훈련을 하고 싶었으나, 며칠이나 기대하던 실전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다음 자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구나.”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자객은 나타나지 않았다.낙운희가 할일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손이 간지러워하자 낙청연은 훈련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해줬다.“경도에서 무관을 찾으면 언제든지 사람을 찾아 훈련할 수 있다. 명심하거라, 힘 조절을 잘해야 하고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낙운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가도 됩니까?”“그래.”낙운희는 기뻐하며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녀를 불러세웠다: “참, 송 의원이 주신 약이 남았는데 마침 네 목을 치료할 수 있구나. 가지겠느냐?”낙운희는 멈칫하더니 평온하던 눈빛은 다시 복수의 불길이 감돌았다.“제 어머니는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저는 편안하게 살 자격이 없습니다. 목소리라도 이래야 제 원한을 명심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복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낙운희가 살아있다는 걸 알아선 안 됩니다.”이 쉰 목소리로는 아무도 그
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너와 같이 입궁하도록 하마.”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몰랐다. 그녀는 류 태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궁에 있는 그분이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언제가 됐든 입궁해 마주해야 했다.게다가 이번에 그녀를 찾은 건 태후가 아니었다.하지만 떠나기 전 낙청연은 지초에게 부진환이 돌아온다면 그녀가 류 태비를 만나기 위해 입궁했다고 그에게 알리라고 했다.곧이어 낙청연은 단희 고고를 따라 입궁했다.류 태비의 처소는 비교적 고요한 곳에 있었고 침궁 안도 아주 조용했다. 궁녀도 많지 않고 정원도 고즈넉했으며 침궁 내부는 단촐하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류 태비는 단아한 옷차림에 손에 염주를 들고 있었고 온몸에서 단향목 향기가 났다.그녀를 만나 보니 아주 너그럽고 다정하며 친절해 보였다.“왕비, 왔소?”낙청연이 예를 갖췄다.“태비 마마!”“내가 지내는 이곳에는 그렇게 많은 규칙이 필요치 않소. 앉으시오.”류 태비는 허세라고는 전혀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류 태비는 태후보다 몇 살은 더 젊어 보였는데 기껏해야 서른 좀 넘는 나이인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태비의 자리에 올랐다.서른이 좀 넘는 나이에 소박한 옷차림, 염주를 손에 들고 있고 부처를 믿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자애로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을 보면 온화해 보이나 눈빛에는 몰래 날을 숨기고 있었고 매섭게 올라간 눈썹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야심을 돋보이고 있었다.“때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일렀소. 난 부처를 믿어 고기는 입에 대지 않으니 왕비도 조금 참아줘야 하겠소.”류 태비가 친절하게 웃어 보이며 말하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궁녀가 차를 올리고 방 안에 낙청연과 류 태비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류 태비가 입을 뗐다.“왕비와 우리 7황자와는 어떤 사이인가?”우리 7황자?참으로 친근해 보이는 칭호였다.류 태비는 7황자를 돌봐준 은혜가 있었지만
류태비가 무릎을 꿇자 낙청연은 기겁하면서 얼른 그녀를 부축해 세웠다.“태비 마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얼른 일어나세요!”류 태비는 그녀를 밀어내며 일어서지 않으려 했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왕비, 내가 이렇게 부탁하오! 7황자가 저 모양이니 너무 걱정돼서 그러오! 7황자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내가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음 놓고 떠나다니요? 태비 마마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숙이며 난감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난 태비이지만 후궁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소. 비록 나도 과거에는 태상황의 총애를 받는 비였으나 슬하에 자식이라고는 없으니 이 궁에서 생존하기는 어렵소. 난 부처를 믿소.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는데 매일 경서를 읊어야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소. 그런데 요즘에는 점점 더 생기가 사라지는 듯하고, 언젠가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소. 난 7황자 때문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소. 또 앞으로 7황자가 모비를 만나게 되면 고개를 들 수 없을까 걱정되오.”그 말에 낙청연은 흥미가 돋았다.그녀는 류 태비의 안색을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얼굴에 파란 기운이 덮여 있었는데 심각한 건 아니었다. 보통은 정신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거나 몸이 좋지 못할 때 보이는 현상이었다.“어떤 악몽입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괴로워 이야기를 꺼내기 싫은 듯 보였다.“그러면 제가 주위를 좀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낙청연이 물었다.“그러시오.”류 태비는 낙청연과 함께 침궁 주위를 맴돌았다.그곳에는 아주 큰 불당이 있었는데 침궁에서 가장 비싼 곳이기도 했다. 불상은 마치 금을 두른 듯 보였다.그외에도 침궁 전체가 썰렁한 것이 터는 넓고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나 안에 진열된 물건들은 아주 간소한 것들이었다.류 태비의 잠을 자는 방 안에도 불상과 향안(香案)이 있었고 방 안 내부에는 단향목 냄새가 가득했다.그 방안에서 낙청연은 아주 눈에 띄는 작은
“태비 마마, 이 불상을 복원하실 생각이십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물건은 여기서 사라지면 안 되오. 그렇지 않으면 더 일찍 죽을 것이오.”낙청연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더 일찍 죽다니?류 태비가 이렇게 무서워하다니, 태상황의 비인 그녀를 신분에서 찍어 누를 수 있는 건 태후뿐이었다!게다가 그 인형은 예전에 낙청연이 만났던 것과 아주 비슷했다.똑같은 수법인 걸 보니 아마 모두 태후의 짓인 듯했다.바로 그때, 단희 고고가 왔다.“태비 마마, 7황자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두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류 태비는 얼른 물건을 정리한 뒤 급히 낙청연에게 말했다.“이 일은 7황자에게 알리지 말아주시오. 난 7황자가 걱정하는 걸 원하지 않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뒤이어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고 7황자가 손에 특별히 챙긴 선물을 들고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태비 마마, 몸은 어떻습니까?”류 태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건강하오. 난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이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되고. 괜히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오.”부경리는 억울한 얼굴로 대답했다.“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데 자주 찾아온다니요? 오히려 자주 찾아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데 말입니다. 제가 태비 마마를 뵈러 와서 남의 일을 방해 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이러쿵저러쿵 떠든답니까?”그 말과 함께 부경리는 친절하게 류 태비의 팔을 부축했다.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섰고 류 태비는 기쁜 얼굴로 하인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했다. 그녀는 부경리와 함께 식사하고 싶은 듯했다.잠시 얘기를 나누면서 낙청연은 부경리와 류 태비가 사이가 좋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류 태비를 관심하는 것이 보였고 평소 빈둥거리는 모습은 없이 황자의 풍모가 보였다.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류 태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7황자, 온 지 한참은 됐는데 왜 형수님이랑 인사도 나누지 않는 것이오? 알고 지냈던
“셋째 형님이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태후가 그대를 죽이려 하는데 태비 마마가 그대를 궁으로 불러들였으니 어쩌면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형님께서 태비 마마를 찾아뵈려 했지만 태비 마마께서 놀라실까 봐 저더러 대신 오게 했습니다.”부경리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사실은 그였다니.“참, 예전에 7황자께서는 저에게 태비 마마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두 분은 대체 무슨 사이십니까?”낙청연이 화제를 전환했다.“그분은 제 어머니보다 많이 어리십니다. 제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태비 마마를 아주 많이 아꼈다고 합니다. 두 분은 자매와도 같은 사이셨다고 하더군요.”“제 어머니께서는 이궁의난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자가 함께 죽었는데 저희 집에서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만 남았지요. 궁의 많은 사람이 저에게 불길하다고 손가락질했고 그로 인해 후궁의 비빈 중 저를 맡아서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아무도 없었지요.”부경리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듯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그는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다급히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주위에 누군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둘러봤다.“궁에서 이궁의난을 입 밖에 내다니, 살고 싶지 않은 것입니까?”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고 부경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씩 웃었다.“제가 말한 것은 제 신세이니, 의논하지 못할 건 없습니다.”“그렇게 두려우시다면 저와 함께 궁 밖에서 한잔하시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출궁한 뒤 두 사람은 원래 부설루에 가려 했으나 가던 길에 취향거가 문을 열고 장사하자 낙청연은 부향거를 데리고 취향거로 향했다.취향거는 부진환이 사들인 곳이었고 사람들도 전부 믿음직스러운 사람들로 바꿨기에 그곳이 비교적 안전했다.음식이 나온 뒤 낙청연이 계속해 물었다.“아무도 7황자를 거두어들이려고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태비 마마께서 당신을 도우신 겁니까?”부경리는 술을 마시면서 고개
“그래서 형님의 어머니도 나쁜 분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낙청연은 부경리의 위험한 발언을 듣자 머리가 지끈거렸다.“명군이라니요, 어찌 감히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누군가 들었다면 부진환이 불충하다고 소문이 났을 것이다.“그럼 아닙니까? 적어도 지금 그 용좌에 앉아있는 분보다는 훨씬 나았을 겁니다. 셋째 형님께서 계속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면 아마 오래전에 모후의 손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났을 겁니다.”태후의 얘기가 나오자 낙청연은 오늘 류 태비의 방에서 봤던 물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부경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낙청연의 말을 듣자 부경리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고 술잔에 있던 술까지 흘러넘쳤다.“정말 해결된 겁니까?”부경리가 다급히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해결됐습니다.”부경리는 무척이나 화가 나 보였다. 그는 주먹을 단단히 쥔 채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이번에는 해결해도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요?”“태비 마마는 홀로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계시고 그 누구의 앞길도 방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태비 마마를 죽이려 하는 걸까요?”한 번 화를 낸 부경리는 다시 침착해져서 말했다.“그러면 가끔 입궁해서 태비 마마를 살펴봐 주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사실 그 불상은 발각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류 태비가 이미 그 일을 알아챘다는 걸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그녀를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부경리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술을 삼키더니 말했다.“나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제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셋째 형님께서 걱정하실 것 같군요.”“저는 장락길로 가서 사람을 찾아 함께 술을 마셔야겠습니다.”낙청연이 대답하려던 순간 장락골목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살짝 놀랐다.부경리는 그곳으로 가서 송천초를 찾으려는 것일까 아니면 저낙을 찾으려는 것일까?“장락길이요? 그곳에 신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낙청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네, 다들 그를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와 부설은 같은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닮은 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부경리가 눈치챈 건 아닐까?“어떤 점이 닮았습니까?”낙청연이 물었다.그러나 부경리의 이어진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두 가면을 쓰길 좋아하오.”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얼굴에 흉터가 있어서 가면을 쓰는 겁니다.”“그렇군.”부경리는 그녀를 데리고 부설루로 향했다. 진 어멈의 대접 아래 그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자네는 아직 모르겠군. 이 부설루의 부설 낭자는 섭정왕의 왕비이오! 아쉽게도 자네는 그녀의 춤을 볼 기회가 없군. 셋째 형님은 내가 마치 도둑놈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 경계하니 자네는 더더욱 기회가 없겠소.”부경리는 그 말과 함께 술을 마셨다.낙청연은 작게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하지는 않았다.부경리는 그녀에게 볼일이 있지 않은가? 왜 자꾸 질질 끄는지 알 수 없었다.“진짜 생각도 못 했소. 부설이 낙청연이었다니. 그녀는 이미 셋째 형님의 사람인데 말이오. 한때는 셋째 형님이 그녀와 혼인을 올리지 않으면 내가 그녀와 혼인을 올릴 것이라 마음먹었었는데 말이오. 쯧쯧, 두 부부가 얼마나 교활한지, 날 완전히 속였지 뭐요? 그래도 저 신산은 공정한 사람이오. 자, 한 잔 받으시오.”부경리는 그 말과 함께 술잔을 들었고 낙청연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전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괜찮소. 내가 마시는 걸 보기만 하시오.”부경리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젖혀 술을 단번에 들이마셨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약 부경리가 낙청연의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하지만 그의 험담은 끝나지 않았다.그는 술을 마시며 말을 이어갔고 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녀의 동의하는 듯한 모습에 부경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저 신산은 수도의 백성들에게 큰 명망을 얻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