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옥 안, 자객은 도망쳤고 낙청연은 결국 그를 막지 못했다.그녀는 자객을 따라 암옥 밖으로 나와 화원까지 쫓아갔으나 후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저택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왕부 안에는 현재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쫓아갈 여력이 없었다.같은 시각, 소유가 사람들을 데리고 전원에 도착했고 자객이 암옥에 쳐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곧장 사람들을 데리고 암옥으로 향했다.그렇게 옥 안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는데 옥 안에 갇혀 있던 천매문의 자객은 이미 피를 토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죽은 상태였다.소유의 안색이 삽시에 돌변했다.왕야가 가장 걱정하던 것이 왕부에 사건이 터지는 것이었고 그래서 소유더러 빨리 돌아가 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 한발 늦었다.“감히 누가 섭정왕부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냐?”소유는 미간을 팍 구기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그는 곧 왕부의 암위에게 물었다.“오늘 왕부에 이상한 일은 없었느냐?”암위는 고개를 젓더니 주저하다가 말했다.“유일하게 이상한 점이라면 왕비 마마께서 직접 옥에 오셔서 자객을 심문했다는 것뿐입니다.”그 말에 소유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께서 옥에서 심문하셨다는 말이냐? 왕비 마마께서 무슨 권리로 옥에 들어온 것이냐?”암위가 대답했다.“왕비 마마께서 왕야의 명을 받으셨다고 했습니다.”소유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왕비 마마는 어디에 있느냐?”...자객을 살릴 수 있을지 옥으로 돌아가 볼 셈이었던 낙청연은 후원을 나서자마자 호위들에게 둘러싸였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곧이어 그녀는 호위들에게 둘러싸여서 옥으로 돌아와 소유를 만나게 됐다.소유는 때마침 옥문을 열어 자객의 시체를 확인해볼 셈이었고 낙청연은 재빨리 그를 말렸다.“옥 안에는 특수한 냄새가 있는데 독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들어가지 말거라.”소유는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왕비 마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곳에 와서 천매문의 자객을 심문한 것입니까?”
“이 자객은 독에 당한 것이 맞다. 난 그를 치료할 수 없다. 기껏해야 2, 3일 정도 더 버틸 것이다. 증인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시간이 없으니 상세한 과정은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구나. 오늘 온 그 자객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그의 무공은 천매문과 무극문과 달랐다. 어쩌면 예사 인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난 이만 입궁하러 가야겠다.”그에게 설명을 마친 뒤 낙청연은 걸음을 옮겨 암옥 밖으로 나갔다.소유는 증언이 적힌 두꺼운 종이를 보더니 안색이 달라졌다.왕비가 천매문 자객의 입에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어내다니!그런데 조금 전 그는 그녀를 의심했었다.정신을 차려보니 낙청연은 이미 저만치 멀어진 뒤였다.소유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미안함 때문에 곧장 그녀의 뒤를 쫓았다.그녀가 이렇게 왕야를 돕는 걸 보면 절대 엄씨 일가와 한패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태후가 그녀를 만나려 한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조당.부진환은 부만쟁 부자를 붙잡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고 신하들은 그에 반격하고 있었다.“황당하군요! 벽해각이 소멸한 이유를 찾기 위해 조정의 중요한 대신을 붙잡아 옥에 가두다니요! 벽해각의 일에 관한 증거는 있습니까? 없겠지요!”“제가 보기에 왕야께서는 그 여인을 위해 법을 왜곡한 것 같습니다!”“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청루 여인이 섭정왕비라는 말이 있더군요!”그 말에 조정 대신들은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청루 여인? 섭정왕비?”“황당무계한 소리군요! 섭정왕비가 어찌 청루에 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황족의 더없는 치욕이군요!”그 일이 밝혀지자 조당의 풍향이 달라졌다. 모든 사람의 이목은 부씨 부자에서 섭정왕비에게로 옮겨졌다.부진환은 듣기 거북한 소리를 들으며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고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그냥 본왕의 치욕이라 말씀하시지.”그 대인은 시선을 피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부진환은 냉소를 흘렸다.“본왕은 치욕이라 느끼지 않소. 오히려 이런 왕비가 있어 자랑스러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태후는 자신이 불러온 사람이 섭정왕비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일 또한 알고 있는 듯했다.낙청연은 더는 숨기지 않았다.“네!”태후는 뜻 모를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섭정왕비의 신분과 지위를 자각하고 있느냐?”“부진환은 황실의 자손이고 너는 황실에 시집왔다. 너의 모든 언행과 행동은 황가의 체면을 대표한다. 그런데 청루에 가서 무희 노릇을 하다니?”“이 일이 소문 난다면 천궐국 황실의 체면이 너 때문에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태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적막이 가득한 전각 안에 가득 찬 위엄있는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낙청연은 고개를 숙인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 있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태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다는 것이냐?”“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무슨 죄를 물어야 할까?”태후의 어조는 매서웠다.낙청연은 속으로 변명을 생각했고 태후가 그녀의 죄를 물으려 할 때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전 제가 황실의 체면에 먹칠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섭정왕과 혼인을 올린 지도 꽤 됐는데 그의 마음속에는 낙월영 한 사람뿐입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저라는 사람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엄 태후는 섭정왕을 철천지원수라고 생각한다. 낙청연은 자신이 오늘 수희궁을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고 이런 변명을 한다면 태후가 그녀를 봐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대신 시집온 뒤 목숨을 걸고 부진환을 도와 태후의 분노를 사긴 했지만 그것은 그녀가 여전히 부진환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청루에 가서 춤을 춘 것이 사랑한 만큼 증오해서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태후는 흡족해할 것이었
낙청연이 약병을 받아 들자 태후는 눈썹을 까딱였다.“앉거라.”“금서야, 어선방에서 오늘 설탕물을 만들었다지. 한 그릇 가져와 청연에게 주거라.”“네.”태후가 갑자기 친근하게 부르자 낙청연은 불편했다.금서는 설탕물을 가져왔고 낙청연은 그것을 조금 맛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태후 마마, 전 돌아가서 방법을 생각해 볼 터니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태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태감 한 명이 다급히 달려왔다. 낙청연이 슬쩍 보니 태감이 태후 마마의 귀에 대고 뭐라고 얘기했고 태후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낙청연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그녀가 대문 앞에 섰을 때 등 뒤에서 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연아.”그녀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낙청연은 움찔했다.“너에게 당부할 일이 하나 더 있으니 이리 와보거라.”그 말에 낙청연은 소매 안에 넣어둔 약병을 꾹 쥐었다.금서가 그녀에게 다가갔다.긴장되는 분위기였다.낙청연은 아픈 얼굴로 배를 감싸며 말했다.“태후 마마, 제가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중요하지 않은 일이면...”금서가 미소 띤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잠깐만 참으시지요. 아주 빠를 겁니다.”그의 말에 낙청연은 음산한 기운을 느꼈다.금서는 그녀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그녀를 끌고 왔다.태후는 조금 전보다 안색이 훨씬 어두워져 있었고 표정이 잔뜩 굳어있어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내가 너에게 준 약병은 어디 있느냐?”낙청연은 소매 안에서 약병을 꺼내 건넸고 금서가 그것을 받았다.태후는 날 선 눈매로 낙청연을 훑어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낙청연, 내가 널 얕봤구나.”“일부러 약한 척 남을 속이려 들다니, 하지만 내 앞에서 그런 수작을 부리면 반드시 죽게 되는 법이다!”낙청연은 몸을 움찔 떨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태후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그녀는 모르는 척을 고수했다.“태후
부진환은 대전에서 나왔고 소유가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진환은 바로 분부했다.“이 위에 적힌 증언대로 조사해보거라. 모든 증거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전 입궁하기 전에 소서에게 움직이라고 전했습니다.”부진환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가 물었다.“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많은 내용을 심문할 수 있었던 것이냐?”바로 그때, 엄 태사가 옆을 지나쳤다. 입을 열려던 소유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그는 부진환을 데리고 사람이 없는 구석 쪽으로 향했고 그제야 다급히 입을 열었다.“왕야, 이 증언들은 왕비께서 심문하여 얻은 것입니다!”“제가 입궁하기 전 태후 마마께서 왕비 마마를 부르셨습니다. 수희궁의 금서가 왕비 마마를 모셔갔지요!”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뭐라고?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것이냐?”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수희궁의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부진환이 가장 빠른 속도로 수희궁에 도착해 안에 쳐들어가려고 할 때 그는 때마침 금서가 그녀에게 약을 들이붓는 모습을 보았다.“멈추거라!”부진환이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약은 이미 전부 낙청연의 입 안에 들어간 상태였고 금서는 빈 약병을 바닥에 떨구었다.맑은소리는 커다란 충격이 되어 부진환의 마음속에 내려앉았다.낙청연은 풀려났고 무력하게 바닥에 쓰러졌다.바로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힘 있는 팔이 그녀를 안았다.쓰러지는 순간, 낙청연은 부진환의 초조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는 태후를 향해 포효했다.“무엇을 먹인 겁니까?”금서는 무감한 얼굴로 덤덤히 대꾸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왕야께 시집간 지 꽤 됐는데 줄곧 아이 소식이 없었지요. 그래서 태후 마마께서 특별히 이 약을 준비하셨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하루빨리 황실의 자손을 나을 수 있게 말입니다.”태후는 태연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과연 그 약이 보약일까?하지만 이렇게 태연한 걸 보면 독이 검출될
부진환은 미간을 구긴 채로 소유를 바라보았고 소유는 급히 의원을 내보냈다. 곧이어 그가 말했다.“의원 몇 분을 더 찾아보겠습니다.”소유는 또 의원 여럿을 데려왔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체내에 독이 있긴 하지만 치명적인 독은 아닌 것 같았고 상처가 아주 심각해 약을 써야 했다. 그들은 침상에서 보름 정도 정양한 뒤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으며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래서 그날 의원이 처방한 약을 제외하고 계집종들은 여러 가지 보약을 가져왔고 물을 길어와 그녀의 몸을 닦아줬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고 싶었으나 방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왕비가 응당 받아야 하는 대우가 아닌가?배불리 먹고 편히 쉬면서 낙청연은 온종일 잠을 잤다.밤이 깊어지고 부진환이 왔다.그는 어딘가에서 아주 좋은 외상 약을 가져와 지초에게 건넸다.“약을 바꾸거라.”지초는 잠깐 당황하다가 난처한 듯 말했다.“왕야, 저는 약을 바를 줄 모릅니다.”부진환은 놀란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약을 바를 줄 모른다니? 그녀에게 약을 발라준 적이 없는 것이냐?”지초는 고개를 저었다.“평소 다치시면 왕비 마마께서 직접 바르십니다. 전 손이 야무지지 못해서 적당량을 덜어내지 못해 왕비 마마를 아프게 할까 걱정됩니다.”부진환은 그 말에 심경이 복잡했다.“가보거라.”지초는 고개를 숙였다.“네.”방을 나설 때 지초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방문이 닫혔다.부진환은 침상맡에 앉아 곤히 잠든 낙청연의 모습을 보았다가 손에 든 약병을 보았다.뒤이어 그는 손을 내밀어 낙청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시원한 것이 좋구나.낙청연은 더욱더 깊은 잠에 빠졌다.부진환이 다시 그녀에게 옷을 입혔을 때 낙청연이 잠에서 깼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을 때 부진환은 멈칫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고 어색함이 방안을 가득 찼다.부진환은 곧바로 손을 거두어들이더니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네가 알아낸 실마리들이
“잠깐만요!”부진환은 멈칫하더니 자신을 붙잡은 낙청연의 손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급히 손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천매문의 자객은 죽이지 마십시오.”그 말에 부진환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엇 때문이냐? 2, 3일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네. 그저 자연히 죽을 때까지 놔두십시오. 목을 베지는 마세요.”부진환은 이유를 몰랐지만 굳이 묻지 않고 대답했다.“그래.”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잠시 뒤 지초가 돌아왔다.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고 낙청연은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뭘 웃는 것이냐?”지초는 침상 맡에 엎드려 말했다.“기뻐서 그럽니다. 왕비 마마께서 이번에 다치시니 왕야가 아주 걱정하시더군요!”“게다가 본인의 침실을 요양하시라고 내주지 않았습니까?”“심지어 왕야는 오늘 왕비 마마께 약을 발라 드렸습니다. 혹시나 왕비 마마를 아프게 할까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입니다.”낙청연의 눈동자에 깊은 빛이 맴돌았다. 그녀는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다.“아마 내가 이번에 크게 도움이 되서 그러는가 보지.”지초는 무척 신나있었고 낙청연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뭘 그리 기뻐하는 것이냐? 내가 무엇을 삼켰는지 안다면 기뻐할 수 없을 텐데.”“무엇을 드신 겁니까?”지초가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니다. 장난이었다. 넌 이만 가서 쉬거라.”“그럼 편히 쉬십시오.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지초는 방에서 나왔으나 떠나지는 않고 정원에서 보초를 섰다.-다음 날 아침, 지초가 약을 가져왔고 낙청연은 약을 마신 뒤 등 어멈을 찾았다.“가서 송천초가 어디로 간 것인지 알아보거라. 알아낼 수 있다면 사람을 시켜서 찾아보거라.”사군이 있으니 송천초의 목숨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소식이 없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이어 이틀 동안 낙청연은 침상에 누워 요양했고 가끔 책을 봤다.그리고 그날, 원망에 찬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그걸 신경 쓰십니까? 괜찮으십니까? 무슨 독에 당한 겁니까? 의원에게 보이기는 했습니까? 해독약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던가요?”낙운희는 아주 초조한 얼굴이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날 이렇게 걱정하다니, 별일이 다 있구나.”낙운희는 자리에 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죽으면 날 대신해 복수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럽니다.”“어휴, 제 질문에 대답하세요.”낙청연은 씩 웃어 보이더니 대답했다.“너랑 이렇게 가볍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당분간은 죽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느냐?”“오늘 너와 긴히 할 얘기가 있다.”낙청연은 지초에게 눈빛을 보냈고 지초는 방에서 나가 방문을 닫고 밖에서 보초를 섰다.“무슨 일이길래 이리 조심스러운 겁니까?”낙운희는 진지한 얼굴로 자연스레 그녀와 더욱 가까이 앉았다.“내가 저번에 너에게 무공을 가르칠 선생을 찾아주겠다고 했었지. 이미 찾았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다.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낙청연은 직접적으로 말했고 낙운희는 깜짝 놀랐다.“무슨 뜻입니까? 사람이 아니라니요?”“사람이 아니면 무슨 물건입니까?”바로 그때 철추가 급히 반박했다.“전 물건이 아닙니다!”낙청연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철추는 그다지 총명한 것 같지는 않았다.낙청영은 낙운희의 의문에 찬 눈빛을 바라보며 손을 움직였다.“그러니까, 이런 것이다.”낙운희의 미간이 더욱더 좁혀졌다.“무슨...”낙운희는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진심이십니까?”“당연하지!”낙청연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이 사람은 자객이다. 무공이 뛰어나긴 하지만 사내지. 혹시나 신경 쓰인다면 너에게 강요하지는 않겠다.”낙청연은 말하면서 고민했다.“그리고 이건 아마 무공을 배우는 가장 빠르고 효과가 좋은 방법일 것이다.”그 말에 낙운희는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다급히 물었다.“어떤 방법입니까?”낙청연은 그녀에게 설명했다.당시 린부설이 그녀의 몸에 빙의해서 춤을 췄을 때, 낙청연은 춤에 관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