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옥 안, 자객은 도망쳤고 낙청연은 결국 그를 막지 못했다.그녀는 자객을 따라 암옥 밖으로 나와 화원까지 쫓아갔으나 후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저택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왕부 안에는 현재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쫓아갈 여력이 없었다.같은 시각, 소유가 사람들을 데리고 전원에 도착했고 자객이 암옥에 쳐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곧장 사람들을 데리고 암옥으로 향했다.그렇게 옥 안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는데 옥 안에 갇혀 있던 천매문의 자객은 이미 피를 토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죽은 상태였다.소유의 안색이 삽시에 돌변했다.왕야가 가장 걱정하던 것이 왕부에 사건이 터지는 것이었고 그래서 소유더러 빨리 돌아가 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 한발 늦었다.“감히 누가 섭정왕부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냐?”소유는 미간을 팍 구기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그는 곧 왕부의 암위에게 물었다.“오늘 왕부에 이상한 일은 없었느냐?”암위는 고개를 젓더니 주저하다가 말했다.“유일하게 이상한 점이라면 왕비 마마께서 직접 옥에 오셔서 자객을 심문했다는 것뿐입니다.”그 말에 소유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께서 옥에서 심문하셨다는 말이냐? 왕비 마마께서 무슨 권리로 옥에 들어온 것이냐?”암위가 대답했다.“왕비 마마께서 왕야의 명을 받으셨다고 했습니다.”소유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왕비 마마는 어디에 있느냐?”...자객을 살릴 수 있을지 옥으로 돌아가 볼 셈이었던 낙청연은 후원을 나서자마자 호위들에게 둘러싸였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곧이어 그녀는 호위들에게 둘러싸여서 옥으로 돌아와 소유를 만나게 됐다.소유는 때마침 옥문을 열어 자객의 시체를 확인해볼 셈이었고 낙청연은 재빨리 그를 말렸다.“옥 안에는 특수한 냄새가 있는데 독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들어가지 말거라.”소유는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왕비 마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곳에 와서 천매문의 자객을 심문한 것입니까?”
“이 자객은 독에 당한 것이 맞다. 난 그를 치료할 수 없다. 기껏해야 2, 3일 정도 더 버틸 것이다. 증인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시간이 없으니 상세한 과정은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구나. 오늘 온 그 자객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그의 무공은 천매문과 무극문과 달랐다. 어쩌면 예사 인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난 이만 입궁하러 가야겠다.”그에게 설명을 마친 뒤 낙청연은 걸음을 옮겨 암옥 밖으로 나갔다.소유는 증언이 적힌 두꺼운 종이를 보더니 안색이 달라졌다.왕비가 천매문 자객의 입에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어내다니!그런데 조금 전 그는 그녀를 의심했었다.정신을 차려보니 낙청연은 이미 저만치 멀어진 뒤였다.소유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미안함 때문에 곧장 그녀의 뒤를 쫓았다.그녀가 이렇게 왕야를 돕는 걸 보면 절대 엄씨 일가와 한패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태후가 그녀를 만나려 한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조당.부진환은 부만쟁 부자를 붙잡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고 신하들은 그에 반격하고 있었다.“황당하군요! 벽해각이 소멸한 이유를 찾기 위해 조정의 중요한 대신을 붙잡아 옥에 가두다니요! 벽해각의 일에 관한 증거는 있습니까? 없겠지요!”“제가 보기에 왕야께서는 그 여인을 위해 법을 왜곡한 것 같습니다!”“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청루 여인이 섭정왕비라는 말이 있더군요!”그 말에 조정 대신들은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청루 여인? 섭정왕비?”“황당무계한 소리군요! 섭정왕비가 어찌 청루에 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황족의 더없는 치욕이군요!”그 일이 밝혀지자 조당의 풍향이 달라졌다. 모든 사람의 이목은 부씨 부자에서 섭정왕비에게로 옮겨졌다.부진환은 듣기 거북한 소리를 들으며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고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그냥 본왕의 치욕이라 말씀하시지.”그 대인은 시선을 피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부진환은 냉소를 흘렸다.“본왕은 치욕이라 느끼지 않소. 오히려 이런 왕비가 있어 자랑스러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태후는 자신이 불러온 사람이 섭정왕비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일 또한 알고 있는 듯했다.낙청연은 더는 숨기지 않았다.“네!”태후는 뜻 모를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섭정왕비의 신분과 지위를 자각하고 있느냐?”“부진환은 황실의 자손이고 너는 황실에 시집왔다. 너의 모든 언행과 행동은 황가의 체면을 대표한다. 그런데 청루에 가서 무희 노릇을 하다니?”“이 일이 소문 난다면 천궐국 황실의 체면이 너 때문에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태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적막이 가득한 전각 안에 가득 찬 위엄있는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낙청연은 고개를 숙인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 있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태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다는 것이냐?”“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무슨 죄를 물어야 할까?”태후의 어조는 매서웠다.낙청연은 속으로 변명을 생각했고 태후가 그녀의 죄를 물으려 할 때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전 제가 황실의 체면에 먹칠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섭정왕과 혼인을 올린 지도 꽤 됐는데 그의 마음속에는 낙월영 한 사람뿐입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저라는 사람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엄 태후는 섭정왕을 철천지원수라고 생각한다. 낙청연은 자신이 오늘 수희궁을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고 이런 변명을 한다면 태후가 그녀를 봐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대신 시집온 뒤 목숨을 걸고 부진환을 도와 태후의 분노를 사긴 했지만 그것은 그녀가 여전히 부진환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청루에 가서 춤을 춘 것이 사랑한 만큼 증오해서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태후는 흡족해할 것이었
낙청연이 약병을 받아 들자 태후는 눈썹을 까딱였다.“앉거라.”“금서야, 어선방에서 오늘 설탕물을 만들었다지. 한 그릇 가져와 청연에게 주거라.”“네.”태후가 갑자기 친근하게 부르자 낙청연은 불편했다.금서는 설탕물을 가져왔고 낙청연은 그것을 조금 맛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태후 마마, 전 돌아가서 방법을 생각해 볼 터니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태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태감 한 명이 다급히 달려왔다. 낙청연이 슬쩍 보니 태감이 태후 마마의 귀에 대고 뭐라고 얘기했고 태후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낙청연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그녀가 대문 앞에 섰을 때 등 뒤에서 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연아.”그녀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낙청연은 움찔했다.“너에게 당부할 일이 하나 더 있으니 이리 와보거라.”그 말에 낙청연은 소매 안에 넣어둔 약병을 꾹 쥐었다.금서가 그녀에게 다가갔다.긴장되는 분위기였다.낙청연은 아픈 얼굴로 배를 감싸며 말했다.“태후 마마, 제가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중요하지 않은 일이면...”금서가 미소 띤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잠깐만 참으시지요. 아주 빠를 겁니다.”그의 말에 낙청연은 음산한 기운을 느꼈다.금서는 그녀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그녀를 끌고 왔다.태후는 조금 전보다 안색이 훨씬 어두워져 있었고 표정이 잔뜩 굳어있어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내가 너에게 준 약병은 어디 있느냐?”낙청연은 소매 안에서 약병을 꺼내 건넸고 금서가 그것을 받았다.태후는 날 선 눈매로 낙청연을 훑어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낙청연, 내가 널 얕봤구나.”“일부러 약한 척 남을 속이려 들다니, 하지만 내 앞에서 그런 수작을 부리면 반드시 죽게 되는 법이다!”낙청연은 몸을 움찔 떨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태후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그녀는 모르는 척을 고수했다.“태후
부진환은 대전에서 나왔고 소유가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진환은 바로 분부했다.“이 위에 적힌 증언대로 조사해보거라. 모든 증거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전 입궁하기 전에 소서에게 움직이라고 전했습니다.”부진환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가 물었다.“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많은 내용을 심문할 수 있었던 것이냐?”바로 그때, 엄 태사가 옆을 지나쳤다. 입을 열려던 소유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그는 부진환을 데리고 사람이 없는 구석 쪽으로 향했고 그제야 다급히 입을 열었다.“왕야, 이 증언들은 왕비께서 심문하여 얻은 것입니다!”“제가 입궁하기 전 태후 마마께서 왕비 마마를 부르셨습니다. 수희궁의 금서가 왕비 마마를 모셔갔지요!”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뭐라고?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것이냐?”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수희궁의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부진환이 가장 빠른 속도로 수희궁에 도착해 안에 쳐들어가려고 할 때 그는 때마침 금서가 그녀에게 약을 들이붓는 모습을 보았다.“멈추거라!”부진환이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약은 이미 전부 낙청연의 입 안에 들어간 상태였고 금서는 빈 약병을 바닥에 떨구었다.맑은소리는 커다란 충격이 되어 부진환의 마음속에 내려앉았다.낙청연은 풀려났고 무력하게 바닥에 쓰러졌다.바로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힘 있는 팔이 그녀를 안았다.쓰러지는 순간, 낙청연은 부진환의 초조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는 태후를 향해 포효했다.“무엇을 먹인 겁니까?”금서는 무감한 얼굴로 덤덤히 대꾸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왕야께 시집간 지 꽤 됐는데 줄곧 아이 소식이 없었지요. 그래서 태후 마마께서 특별히 이 약을 준비하셨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하루빨리 황실의 자손을 나을 수 있게 말입니다.”태후는 태연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과연 그 약이 보약일까?하지만 이렇게 태연한 걸 보면 독이 검출될
부진환은 미간을 구긴 채로 소유를 바라보았고 소유는 급히 의원을 내보냈다. 곧이어 그가 말했다.“의원 몇 분을 더 찾아보겠습니다.”소유는 또 의원 여럿을 데려왔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체내에 독이 있긴 하지만 치명적인 독은 아닌 것 같았고 상처가 아주 심각해 약을 써야 했다. 그들은 침상에서 보름 정도 정양한 뒤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으며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래서 그날 의원이 처방한 약을 제외하고 계집종들은 여러 가지 보약을 가져왔고 물을 길어와 그녀의 몸을 닦아줬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고 싶었으나 방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왕비가 응당 받아야 하는 대우가 아닌가?배불리 먹고 편히 쉬면서 낙청연은 온종일 잠을 잤다.밤이 깊어지고 부진환이 왔다.그는 어딘가에서 아주 좋은 외상 약을 가져와 지초에게 건넸다.“약을 바꾸거라.”지초는 잠깐 당황하다가 난처한 듯 말했다.“왕야, 저는 약을 바를 줄 모릅니다.”부진환은 놀란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약을 바를 줄 모른다니? 그녀에게 약을 발라준 적이 없는 것이냐?”지초는 고개를 저었다.“평소 다치시면 왕비 마마께서 직접 바르십니다. 전 손이 야무지지 못해서 적당량을 덜어내지 못해 왕비 마마를 아프게 할까 걱정됩니다.”부진환은 그 말에 심경이 복잡했다.“가보거라.”지초는 고개를 숙였다.“네.”방을 나설 때 지초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방문이 닫혔다.부진환은 침상맡에 앉아 곤히 잠든 낙청연의 모습을 보았다가 손에 든 약병을 보았다.뒤이어 그는 손을 내밀어 낙청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시원한 것이 좋구나.낙청연은 더욱더 깊은 잠에 빠졌다.부진환이 다시 그녀에게 옷을 입혔을 때 낙청연이 잠에서 깼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을 때 부진환은 멈칫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고 어색함이 방안을 가득 찼다.부진환은 곧바로 손을 거두어들이더니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네가 알아낸 실마리들이
“잠깐만요!”부진환은 멈칫하더니 자신을 붙잡은 낙청연의 손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급히 손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천매문의 자객은 죽이지 마십시오.”그 말에 부진환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엇 때문이냐? 2, 3일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네. 그저 자연히 죽을 때까지 놔두십시오. 목을 베지는 마세요.”부진환은 이유를 몰랐지만 굳이 묻지 않고 대답했다.“그래.”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잠시 뒤 지초가 돌아왔다.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고 낙청연은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뭘 웃는 것이냐?”지초는 침상 맡에 엎드려 말했다.“기뻐서 그럽니다. 왕비 마마께서 이번에 다치시니 왕야가 아주 걱정하시더군요!”“게다가 본인의 침실을 요양하시라고 내주지 않았습니까?”“심지어 왕야는 오늘 왕비 마마께 약을 발라 드렸습니다. 혹시나 왕비 마마를 아프게 할까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입니다.”낙청연의 눈동자에 깊은 빛이 맴돌았다. 그녀는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다.“아마 내가 이번에 크게 도움이 되서 그러는가 보지.”지초는 무척 신나있었고 낙청연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뭘 그리 기뻐하는 것이냐? 내가 무엇을 삼켰는지 안다면 기뻐할 수 없을 텐데.”“무엇을 드신 겁니까?”지초가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니다. 장난이었다. 넌 이만 가서 쉬거라.”“그럼 편히 쉬십시오.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지초는 방에서 나왔으나 떠나지는 않고 정원에서 보초를 섰다.-다음 날 아침, 지초가 약을 가져왔고 낙청연은 약을 마신 뒤 등 어멈을 찾았다.“가서 송천초가 어디로 간 것인지 알아보거라. 알아낼 수 있다면 사람을 시켜서 찾아보거라.”사군이 있으니 송천초의 목숨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소식이 없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이어 이틀 동안 낙청연은 침상에 누워 요양했고 가끔 책을 봤다.그리고 그날, 원망에 찬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그걸 신경 쓰십니까? 괜찮으십니까? 무슨 독에 당한 겁니까? 의원에게 보이기는 했습니까? 해독약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던가요?”낙운희는 아주 초조한 얼굴이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날 이렇게 걱정하다니, 별일이 다 있구나.”낙운희는 자리에 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죽으면 날 대신해 복수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럽니다.”“어휴, 제 질문에 대답하세요.”낙청연은 씩 웃어 보이더니 대답했다.“너랑 이렇게 가볍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당분간은 죽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느냐?”“오늘 너와 긴히 할 얘기가 있다.”낙청연은 지초에게 눈빛을 보냈고 지초는 방에서 나가 방문을 닫고 밖에서 보초를 섰다.“무슨 일이길래 이리 조심스러운 겁니까?”낙운희는 진지한 얼굴로 자연스레 그녀와 더욱 가까이 앉았다.“내가 저번에 너에게 무공을 가르칠 선생을 찾아주겠다고 했었지. 이미 찾았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다.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낙청연은 직접적으로 말했고 낙운희는 깜짝 놀랐다.“무슨 뜻입니까? 사람이 아니라니요?”“사람이 아니면 무슨 물건입니까?”바로 그때 철추가 급히 반박했다.“전 물건이 아닙니다!”낙청연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철추는 그다지 총명한 것 같지는 않았다.낙청영은 낙운희의 의문에 찬 눈빛을 바라보며 손을 움직였다.“그러니까, 이런 것이다.”낙운희의 미간이 더욱더 좁혀졌다.“무슨...”낙운희는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진심이십니까?”“당연하지!”낙청연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이 사람은 자객이다. 무공이 뛰어나긴 하지만 사내지. 혹시나 신경 쓰인다면 너에게 강요하지는 않겠다.”낙청연은 말하면서 고민했다.“그리고 이건 아마 무공을 배우는 가장 빠르고 효과가 좋은 방법일 것이다.”그 말에 낙운희는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다급히 물었다.“어떤 방법입니까?”낙청연은 그녀에게 설명했다.당시 린부설이 그녀의 몸에 빙의해서 춤을 췄을 때, 낙청연은 춤에 관심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