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고약을 만들어 발라 가려움증을 완화했다.갑자기 정원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낙청연은 깜짝 놀라 옷을 바로 입었다.지초는 문을 열더니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왕야!”이 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문을 등지고 앉은 사이 무거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술 냄새가 풍겨들어왔다.“상처는 좀 나았느냐?” 등 뒤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그 말투에 관심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지금 제 상처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왕야께서 시비만 걸지 않으시면 자연스레 낫습니다.”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답했다.부진환은 이마를 찌푸렸다.항상 말에 뼈가 있는 걸 알면서 왜 또 찾으러 온 건지!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오해였고, 낙해평을 치료하라고 협박까지 했으니 말에 뼈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이렇게 생각한 부진환은 더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그리고는 침착한 어투로 말했다: “고 신의를 불러 맥을 짚어봐 주겠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일어서서 그를 쳐다보며 날카로운 어투로 답했다: “왕야께서는 절 죽이려고 작정하셨습니까?”순간 부진환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낙청연, 꼭 이래야만 하겠느냐?”부진환은 이런 일 앞에서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 예전이라면 오해하면 그만이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낙해평은 승상이니 아직은 죽으면 안 된다.부진환은 승상의 세력이 필요했다. 낙청연을 협박해 낙해평을 구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그는 종래로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가슴이 꽉 막힌 것 처럼 답답해 미안함을 표하러 왔는데, 낙청연은 정녕 이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인가?낙청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고 신의가 언제 한번 저를 완전하게 치료해준 적이 있습니까? 고 신의를 부르면 제 명을 단축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왕야의 뜻이 아니었다면 일부러 저를 해하려는 게
“이게 무엇이냐?”송천초는 하인을 시켜 정원으로 들여오게 하며 입을 열었다: “조심히 다루세요, 부딪히지 마시고요.”그리고는 문을 재보다 안 들어갈 걸 발견하고 하인들에게 분부했다: “문을 뜯어주세요.”낙청연은 깜짝 놀라 말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것이냐?”송천초는 낙청연을 위로하듯 어깨를 두드리며 기다려 보라고 했다.그렇게 송천초는 방문을 뜯고 나무통을 방으로 들인 후 다시 하인들을 시켜 문을 달았다.낙청연의 방에는 거대한 나무통이 자리 잡았다.“이게 뭐 하는 것이냐? 목욕? 이렇게 큰 통으로?” 사람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입을 열었다.송천초는 지초를 문밖에서 지키게 한 다음 낙청연을 끌고 와 말했다: “약욕하는 것입니다."“날이 이렇게나 더운데 살이 빠져야 할 거 아닙니까. 이렇게 두껍게 입고 있다가 날이 더 더워지면 어떡하려고요?”“마침 왕야께서 병을 치료해주라고 하니 이 기회를 빌려 천천히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면 되지 않습니까?”“그리고 걱정 마십시오. 최고의 약재들만 쓰니 몸에 아주 좋을 겁니다!”낙청연은 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나도 어떤 방법을 써야 자연스럽게 살이 빠질지 고민했다. 의심을 사지 않을 방법이라, 약욕이 확실히 좋은 방법이구나.”“근데 약재는 충분하냐?”약욕은 최소 반달을 해야 하니 약재가 많이 든다.“걱정 마십시오. 집에 서신을 보내 약재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그날부터 낙청연은 약욕을 시작했다.송천초가 쓰는 약재들은 모두 최고급이라 약욕을 하기에는 사치였다.하지만 약욕을 하니 효과도 탁월했다. 혼탁한 기운이 배출되니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고 힘도 세진 것 같았다.약욕을 하고 낙청연은 정원에서 무술을 연마하고 물통을 들어 팔 힘을 단련했다. 약욕을 한 다음 무공을 연마하니 훨씬 효과가 좋았다.송천초가 섭정왕부에 한동안 머무르니 낙청연도 매일 부에서 약욕을 하고 무술을 연마했다.부진환은 한 번도 와보지 않았지만 사적으로 몰래 송천초에게 물었다.“낙청연의 몸은 어
복도 끝으로 가보니 탁상 위에 나무 상자가 가득했다.아주 가지런하게 말이다.부경리는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앉아 멀리서 다가오는 낙청연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부설 낭자, 오셨군요.”“이건 제가 부설 낭자를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말을 마치자 상자가 한 번에 모두 열렸다.눈부신 금빛이 상자를 뚫고 나왔다.너무 눈부셔서 주위의 사람들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다 금이었다!주위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때, 부경리가 입을 열었다: “이건 제가 부설 낭자를 위해 만든 만 개의 금 장신구입니다.”“부설 낭자가 어떤 걸 좋아하는 몰라 다 만들어봤습니다. 만 개이니 하나 정도는 마음에 드는 게 있을 겁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만 개의 금 장신구!대단한 씀씀이다!좋게 말하면 씀씀이가 큰 것이고, 솔직히 말하면 그저 집안을 말아먹는 자식인 것이다.낙청연은 정말 궁금했다. 부경리의 외조부는 대체 유산을 얼마나 남겼기에 이렇게 씀씀이가 큰 것인지 말이다.“칠 공자, 너무 귀중한 선물을 주셔서 차마 받을 수가 없습니다.” 낙청연은 정말 받기 두려웠다.그러나 부경리는 다리를 내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두 손을 등지고 말했다: “부설 낭자,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 그럼 다음엔 다른 걸로 선물하겠습니다!”“금이든 은이든, 부설 낭자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말입니다!”부경리의 말에 루에 있던 낭자들은 모두 부러워서 어쩔 바를 몰랐다.그러나 낙청연은 정말 뭐든 가져올까 봐 두려웠다.“칠 공자,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부경리는 웃으며 답했다: “그럼 낭자, 제 체면을 봐서라도 받아주십시오.”낙청연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상자를 보며 물었다: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시는데, 정녕 다른 조건은 없는 것인지요?”부경리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부설 낭자, 영리하십니다!”“까다로운 조건은 아닙니다. 그저 부설 낭자께서 좋아해 줬으면 하는 것이지요. 혹시 낭자, 저와 제 친구들을 위해 독무를
낙청연은 깜짝 놀라 말을 타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골목을 지나려 했지만, 길 앞에 잡동사니로 가득해 마차는 지날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할 수 없이 마차에서 내려 빠른 속도로 골목길에 들어갔다.여자는 옷이 풀어져 있었으며, 주위에 있던 남자 몇 명은 낙청연을 보더니 곧바로 멈췄다.“그래, 왔구나.” 남자는 콧방귀를 끼더니 몸을 일으켰다.그렇게 도움을 청하던 여자는 일어서서 돈을 받더니 곧바로 떠났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함정이었다!“누구 사람이냐?” 낙청연은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말을 마치자 앞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부설 낭자. 오랜만입니다.”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번에 몰래 방에 들어와 몹쓸 짓을 하려던 류 대인 아닌가!“류 대인, 한낮에 뭐 하시는 겁니까? 왕법을 뭐로 여기시는 건지요?”류 대인은 손을 등지고 천천히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부설 낭자께서 독무를 춰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소매에서 작은 비단함을 꺼내더니 낙청연에게 건넸다.“칠 황자 만큼은 아니지만 제 마음이니 받아주십시오! 부설 낭자께서 독무를 춰 줬으면 하는데, 거절하진 않겠지요?”류 대인은 진지하게 말했으나 음흉한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 정말 역겨웠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비단함을 내던지고 답했다: “거절한다면요?”류 대인은 표정이 굳더니 다시 손을 등지고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 “부설 낭자, 그러진 못할 것 같은데요.”“선택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류 대인은 말을 마치고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주위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몰려오며 낙청연을 잡으려 했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고 연마한 무공이 늘었는지 확인하려 했다.낙청연은 주먹을 세게 쳤다. 그렇게 바람이 일고 재빠른 몸짓으로 적의 공격을 피해 가며 가벼운 몸짓으로 한 명 한 명 처리했다. 낙청연은 하얀 옷을 흩날리며 매끄러운 몸짓을 자랑했다.힘은 확실히 강해졌다. 하지만 한
“부설 낭자는 7공자의 벗이자 내 벗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류 대인, 존중이라는 것도 좀 배우시지요.”부진환은 간단하게 한마다를 했지만 그 눈빛은 날카로우면서 살기가 가득했다.순간 류 대인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류 대인은 이를 꽉 물고 분노했다. 거의 다 왔는데!뒤에서 어떤 사내가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류 대인, 성공하셨습니까? 주인님이 와보라 하셔서 와봤습니다."“갑자기 섭정왕이 나타나 다 망쳤다!”“네 주인에게 전해라. 섭정왕과 칠 황자의 미움을 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일을 하는데, 사람은 물론 돈도 다섯 배로 늘려달라고!”류 대인은 부설의 아름다운 몸짓을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죄를 짓더라도 부설을 손에 넣고 말 것이다!사내는 웃으며 답했다: “주인님께서 열 배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저 류 대인께서 물러서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류 대인은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걱정 마라, 반드시 부설을 손에 넣을 테니!”낙청연은 경공으로 도망치고 다시 마차를 구해 몰래 객잔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부에 돌아갔다.부진환은 골목을 떠나 부설루로 향했으나 부설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약 냄새를 생각하던 부진환은 진 어멈에게 물었다: “혹시 부설 낭자, 어디 다쳤는가?”진 어멈은 깜짝 놀라 답했다: “다치다니요? 아닐 겁니다!”“부설 낭자는 너무 신비로워 저희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직접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그러니 왕야의 질문에는 답해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부설루의 사람들도 부설 낭자의 행적을, 심지어는 거처도 모르니 말이다.부설 낭자라, 너무 신비로운 게 아닌가?명성과 부를 원했다면 종일 부설루에 있을 것이다.그러나 부설 낭자는 한가할 때만 부설루에 들르는 것 같았다.유일한 가능성은, 부설 낭자에게 다른 신분이 있다는 것이다.-깊은 밤.방 안의 병풍 뒤에는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
낙청연은 곧바로 옷걸이에 있는 옷을 잡아 걸쳤다.위엄있는 그림자가 병풍 앞으로 다가오자 낙청연은 재빨리 가면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낙청연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고 얇은 옷이 물에 젖은 채 몸에 딱 붙어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부진환의 깊은 눈빛에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정신을 차라고 가면을 쓴 다음 외투를 걸치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낙청연의 손목을 잡고 힘을 줘 그녀를 끌어왔다.뒤로 물러선 낙청연은 넘어질 뻔하여 부진환 품속에 부딪혔다.“넌, 누구냐?” 부진환은 잠긴 목소리로 놀라움을 억누르며 물었다.약 냄새, 오늘 부설 낭자 몸에서 맡은 냄새랑 똑같았다!낙청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부진환의 발을 밟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몸짓이 민첩해 곧바로 낙청연을 제압하고 팔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뻗어 낙청연의 가면을 벗기려 했다.순간, 낙청연은 긴장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건들지 마십시오!”“낙청연! 정말 너였구나!’ 부진환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찌푸린 미간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낙청연은 바짝 긴장한 채 애써 부진환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제가 맞으면, 뭘 어쩌실 겁니까? 이거 놓으십시오!” 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답했다.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늘한 눈빛으로 분노에 가득 차 낙청연의 턱을 잡았다.“낙청연! 아주 대단하구나!”“정녕 네가 정원에 틀어박혀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신분을 바꿔 밖을 돌아다녔던 거냐?”“왜? 섭정왕비 노릇이 그리도 하기 싫어 청루에서 춤을 추며 미약한 존재감을 찾았냐?”부진환은 부설루에서 춤추던 그 모습, 그리고 모든 남자들이 낙청연의 춤을 넋 놓고 바라본 것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낙청연의 턱은 조금씩 아파왔다. 부진환의 힘이 지금 얼마나 화났는지 말해주고 있었다.이미 발
낙청연은 지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처럼 비천한 여인은 왕야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내쫓지 않는 것입니까?”“너!”부진환은 진노했고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섭정왕비, 얼마나 존귀한 신분인가?그런데 섭정왕비가 청루 같은 곳을 드나들면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며 스스로 신분을 낮췄다.그녀는 자신이 청루에서 춤을 추는 것을 들킨다면 아주 엄중한 죄가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린부설에게서 어머니의 실마리를 알아내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부진환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왕야, 난처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절 내쫓으시고 낙월영과 혼인을 올리신다면 왕야의 장인어른은 여전히 낙해평이지요. 그러니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낙청연의 평온한 어조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한기가 느껴졌다.“어차피 저는 계속 춤을 출 것입니다. 왕야께서 이 사실을 알리신다면 본인 체면도 고려하셔야겠지요.”그녀는 더없이 차분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며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부진환 역시 그 점을 알아차렸고 더욱더 분노했다.날 위협하다니?낙청연은 이것을 빌미로 그녀의 비밀을 지키라고 부진환을 위협하고 있었다.“낙청연, 너 참 대단하구나!”부진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억세게 잡으면서 고개 숙여 그녀를 보며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들한테 춤을 선보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럼 널 류 대인의 저택으로 보내주마. 거기서 마음껏 추거라!”차가운 말과 함께 부진환은 그녀의 손목을 힘껏 뿌리치고는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자리를 떴다.류 대인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녀를 류 대인에게 보내겠다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낙청연은 자신이 그의 악랄함을 얕봤음을 인정했다.잠시 뒤 송천초가 다급히 뛰어나왔다.“무슨 일입니까? 조금 전 왕야가 마당에서 나오는 것
낙청연은 냉소를 흘리며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바라봤다.“왕야께서는 제가 스스로 타락의 길을 걷는다고 하셨는데, 정작 섭정왕인 왕야께서는 자기 왕비를 다른 사내에게 바치려고 하는군요.”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몸을 돌렸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차 한 잔의 시간을 줄 테니 씻고 나오거라.”정원을 나선 뒤 부진환은 전원에 도착했고 소유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왕야, 준비는 마쳤습니다.”부진환은 다소 차가운 눈빛으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저택에 들어가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네!”소유는 대답한 뒤 미간을 구긴 채로 주저하며 물었다.“하지만 왕비 마마더러 시간을 끌게 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그러니까 빨리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50명의 암위를 몰래 배치해서 대기하게 하거라.”“네!”방 안에서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었다.그 옷 또한 운예각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붉은색 바탕에 붉은색 모란꽃이 수놓아져 부귀하고 화려해 보이며 무척 아름다웠다.낙청연은 얇은 망토를 두르고 나서 금빛의 나비 날개 모양의 가면을 썼다. 그리고 그 위로 얼굴을 가릴 얇은 면사를 두르니 실로 이어진 작은 구슬들이 맑은 소리를 냈다. 아주 날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동경 속 자기 모습을 보는 낙청연의 눈빛은 한없이 싸늘했다.그녀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고 부진환도 때마침 처소 밖에 도착했다.마당 문을 열자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서서히 걸어 나오며 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자태를 한 여인이 시야에 들어오자 부진환의 눈동자에 순간 빛이 감돌았다.눈앞의 여인은 사람들에게 돼지라고 놀림당하던 낙청연이 아닌 듯했다.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부진환은 얇은 면사와 가면 아래 있는 그녀의 얼굴이 더더욱 궁금해졌다.부진환은 순간 넋을 잃었지만 낙청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부진환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뒤 그녀의 뒤를 따랐다.낙청연의 옷은 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