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안으로 들어갔다가 때마침 침서에게 차를 가져다주던 고묘묘와 마주쳤다.고묘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낙요의 앞길을 막았다.“여긴 웬일이오? 누가 들어오라고 했소?”고묘묘는 곧이어 문 앞에 서 있던 호위를 향해 호통을 쳤다.“앞으로 내 명령이 없으면 이 여인을 들여보내지 말거라!”그녀는 낙요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나가시오!”낙요는 고묘묘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개의치 않고 그녀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원래도 화가 나 있던 고묘묘는 무시를 당하자 낙요의 팔을 덥석 잡으며 그녀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그러나 낙요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묘묘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밀쳤다.낙요는 고묘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당신을 찾아온 것은 아니오. 그러니 자꾸 들러붙지 마시오.”낙요의 머릿속은 온심동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오늘 제대로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고묘묘는 더욱 화가 났다. 그녀는 침서가 강화로 간 것이 낙요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고묘묘는 원래도 그 일로 원망이 가득했는데 낙요가 직접 찾아와서 기고만장하게 굴 줄은 몰랐다.“낙요, 이곳이 누구의 구역인지 모르는 것 같군!”고묘묘는 씩씩거리면서 긴 채찍을 빼내더니 낙요를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그러나 낙요가 채찍을 잡고 힘껏 고묘묘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아주 빠르게 채찍으로 고묘묘의 목을 졸랐다.그녀는 깔끔하고 민첩하게 고묘묘의 목과 두 손을 묶었다.마지막에 고묘묘의 목에 쉽게 풀 수 없는 매듭을 지었다.고묘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아무리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옆에 있던 계집종에게 호통을 쳤다.“얼른 이걸 풀지 않고 뭐 하느냐?”고묘묘는 무척 놀랐다. 그동안 안 본 사이 낙요는 또 무공이 늘었다.고묘묘는 이를 악물었다낙요는 무공도 늘었는데 자신은 그 자리에 멈춰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게 괘씸한 난희 때문이었다. 매일 그녀와 저택에서 싸워야 했으니까.낙요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이름에 침서가 손에 힘을 주어 찻잔을 산산조각 냈다.정신을 차린 그는 부서진 조각들을 털어냈다. 손바닥이 조각에 긁혀 피가 나는데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침서는 천천히 일어난 뒤 낙요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왜 온심동을 묻는 것이냐?”“너도 알다시피 온심동은 죽었다.낙요는 침서의 반응을 보고 그가 켕기는 게 있음을 깨달았다.낙요는 화를 내며 장검을 빼들고 그것으로 침서를 가리켰다.“온심동의 책자를 보았습니다. 날 죽인 사람은 온심동이 아니었습니다.”“침서, 당신이 날 속였습니다!”침서는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구기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낙요야...”낙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들고 있던 장검으로 침서의 목을 겨누었다.“당신이 한 짓이 아닙니까?”침서는 낙요의 반응에 사실을 얘기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낙요야, 우선 검을 내려놓거라. 내가 천천히 설명하겠다.”“이 일은 네가 상상하는 것과 다르다.”낙요는 무척 화가 난 건지 두 눈이 벌게져서 핏발이 섰다.“그러면 얘기해 보시지요!”분노하며 고함을 지르자 목소리가 갈라졌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낙요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그 장면에 침서는 깜짝 놀랐다. 그는 안색이 급변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낙요야, 왜 그러는 것이냐? 낙요야!”그는 손을 뻗어 낙요의 뺨을 두드렸다.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낙요가 눈을 번쩍 떴다.동시에 그녀는 검을 움켜쥐고 침서의 머리를 내리쳤다.침서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낙요는 곧바로 일어나서 나침반을 들고 침서의 옆에 무릎 꿇고 앉았다.그녀는 침서가 사실을 얘기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기에 자신이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비록 사람의 기억을 본다고 해도 상대방의 가장 인상 깊은 기억만 보인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그녀가 본 기억은 그녀가 보고 싶었던 기억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러나 낙요는 포기하지 않았다.눈을 감자 낙요의 눈앞에 침서의 기억이 떠
하령은 그녀에게 후회할 거라고 했다.그리고 낙요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그 뒤로 낙요는 침서의 기억 속에서 온심동에 관한 기억을 보았고 모든 것은 그녀의 추측과 똑같았다.낙요와 온심동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두 사람이 적이 된 건 모두 침서 때문이었다.침서는 그들을 서로 대립되는 입장으로 만들어 서로를 죽이게 만들었다.큰 충격을 받은 낙요는 더 이상 기억을 찾아보 수가 없었다.처음에는 머리만 아팠는데 이제는 가슴까지 아팠다.그러다 결국 피를 왈칵 내뿜었다.낙요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녀는 분노에 가득 차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이때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낙요는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분사검을 들어 바닥에 누운 침서를 찌르려 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고묘묘가 안색이 돌변하며 매섭게 호통을 쳤다.“그만!’낙요의 장검이 침서를 찌를 뻔했을 때, 정신을 차린 침서가 재빨리 몸을 비켰다.침서는 격렬하게 기침하면서 피를 토했다.그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낙요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금방 알게 되었다.머릿속의 기억들이 혼란스러워져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낙요가 다시금 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고묘묘가 제때 들이닥쳐 낙요를 말렸다.“미쳤군! 아무리 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도, 조정의 중요한 관리를 죽이려하는 것은 큰 죄오!”“죽고 싶은가 보군!”고묘묘는 무척 화가 나서 곧바로 낙요와 싸우기 시작했다.이때 낙요는 두 눈이 벌게져 있었고 핏발이 선 눈동자에서는 아주 강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고묘묘는 이미 낙요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분사검이 고묘묘의 팔을 찔렀고 낙요는 고묘묘를 걷어찼다.고묘묘는 벽에 부딪혀 바닥에 쓰러진 뒤 피를 토했다.이때 침서가 일어섰다.낙요는 살기 가득해서 기세등등하게 그를 공격했고 침서는 곧바로 손을 들어서 막았다.두 사람은 방 안에서 격렬히 싸웠고 이때 침서는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대응했다.“낙요
낙요는 반드시 침서를 죽여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한번 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고묘묘는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서둘러 외쳤다.“여봐라! 여봐라!”드디어 호위들이 달려들어 낙요를 막아섰다.낙요는 그들에게 밀려 마당으로 나가게 되었다.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낙요는 두눈이 벌게져서 상대방을 공격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침서뿐이었고 그를 향해 끈질기게 달려들었다.침서는 그들과 떨어진 곳에 서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는 낙요를 바라보았다. 그는 낙요가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그는 마음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낙요에게서 그런 눈빛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그녀의 검에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옆에 있던 고묘묘는 아주 화가 난 상태였다. 낙요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고묘묘가 분노에 가득 차서 외쳤다.“다들 왜 이리 쓸모가 없는 것이냐? 저자를 막거라!”그렇게 장군 저택의 모든 호위들이 동원되었다.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낙요를 에워쌌다.낙요는 눈앞의 인산인해 때문에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침서 또한 그녀의 시야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낙요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그리고 바닥에는 온통 피와 시체뿐이었다.고묘묘는 그녀의 힘이 거의 소진된 것 같자 곧바로 낙요를 향해 채찍을 휘둘러 이 틈을 타서 그녀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긴 채찍의 기습과 함께 매서운 소리가 들려왔다. 낙요는 반응이 조금 느려서 팔뚝을 맞았고 피가 흘렀다.“죽어라!”고묘묘는 채찍을 손에 꽉 쥐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수를 들고 낙요의 목을 찌르려 했다.비수가 낙요의 목을 관통하기 직전, 침서는 안색이 돌변하며 곧바로 달려갔다.그는 급한 마음에 분사검을 들고 고묘묘를 찔렀다.고묘묘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녀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복부를 찔렸다.그 순간 낙요는 고묘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장검을 들고 침서를 찔렀다.침서는 피하려 했지만 결국
낙요는 결국 상대가 되지 않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침서도 구해졌다.낙요는 공격을 멈추었다. 더는 쫓아갈 힘이 없었다.저택의 호위들은 경계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낙요는 넋이 나간 얼굴로 장군 저택에서 나왔다.그녀는 검을 들고, 피범벅을 한 채로 대제사장 저택으로 돌아왔다.낙요는 머릿속이 텅 비었다.그러나 대제사장 저택 문밖에, 궁의 대오가 멈춰 서 있었다.대문으로 들어서자 공공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오늘 세자와 세자와 김 현령의 딸 김옥한의 혼인을 명한다. 한 달 내로 혼인해야 할 것이다.”사람들은 마당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이내 온몸에 피 칠갑을 한 낙요가 그들의 시선에 들어왔다.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부진환도 안색이 달라져서 그에게 달려갔다.“대제사장님!”낙요는 넋이 나간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물었다.“혼인을 명한다고?”사람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낙요에게 달려가서 그녀를 에워쌌다.황제의 명령을 읊던 공공은 비록 불만이 있었지만 뭐라 하기는 어려웠다. 황제도 대제사장의 체면을 고려해야 했으니 말이다.곧이어 그는 다급히 성지를 김옥한의 손에 넣었다.“김옥한 낭자, 세자 전하와의 혼인을 축하드립니다.”김옥한은 다급히 거절하려 했다.“공공, 이 일은...”공공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황급히 말했다.“전 달리 볼 일이 있어서 지금 당장 궁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대제사장에게로 달려가서 인사를 하고 예를 갖춘 뒤 빠르게 자리를 떴다.대제사장은 그를 막지 않았다. 대제사장 저택에서 나온 공공은 이마 위 땀을 닦았다.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대제사장의 모습은 섬뜩했다.세자는 매일 대제사장 저택에 있었기에 다들 두 사람의 사이가 남다르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오늘 오기 전에 그는 대제사장이 저택에 없다는 걸 알아보고 다급히 온 것이었다.그는 대제사장이 화를 내며 자신을 죽여버릴까 겁이 났다.“왜 그러느냐?”부
“그는 제 손으로 직접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제 가족을 죽이게 했습니다.”낙요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떨어졌다.부진환은 책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그러니까 당시 널 죽인 건 온심동이 아니란 말이냐?”낙요는 주먹을 쥐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증오로 가득 찼다.“침서입니다!”“제 몸이 그에게 있었습니다.”“온심동은 끝까지 제 시체가 어디 있는지 말하지 못했습니다. 온심동도 몰랐으니 말입니다.”부진환도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침서는 너무도 많은 사람을 죽였다. 반드시 없애야 한다.”“하지만 그를 죽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계획해야 하는 일이다.”“오늘 네가 장군 저택에 쳐들어가 그를 죽이려고 했으니, 그 일이 소문 난다면 폐하께서는 화를 낼 것이다.”“우선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며칠 기다리거라. 궁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면 아파서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다고 하거라. 그렇다면 그들도 감히 쳐들어오진 못할 것이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평정심을 되찾고 사색했다.“제가 오늘 벌인 짓은 너무 충동적이었습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결연히 말했다.“아니다. 네가 이렇게 소동을 벌인 덕에 진실을 알게 되지 않았느냐?”“온심동은 죽었지만 그녀의 죽음이 헛되이 하게 할 수는 없지.”그 말에 낙요는 살짝 놀랐다.“뭘 하실 생각입니까?”그녀의 걱정하는 모습에 부진환은 웃음을 터뜨렸다.“별거 아니다. 그저 네가 벌을 받지 않게 할 방법이 떠올랐을 뿐이다.”“하지만 일이 그 정도까지 커지지 않는다면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폐하께서 혼인을 명했다는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그 일은 이미 김옥한과 얘기 되어있지 않습니까? 폐하는 왜 끼어든 겁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물었다.“진익이 그 일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 침서가 와서 내가 김 현령과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묘묘는 당연히 사심이 있었다. 낙요가 기고만장한 이유는 대제사장이라는 신분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대제사장이라는 신분이 없다면 고묘묘는 낙요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생각이었다.“뭐라고? 낙요가 왜 그랬단 말이냐?”황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낙요가 침서의 집에서 잠깐 지냈었기에 둘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낙요는 왜 갑자기 침서를 죽이려고 한 걸까?“이 일은 짐이 잘 알아봐야겠다.”황제는 서둘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묘묘가 곧바로 말했다.“부황, 오늘 낙요가 한 짓은 도성의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낙요는 검을 들고 피 칠갑을 한 채 장군 저택을 나섰습니다.”“침서는 지금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어찌 됐든 우선 낙요부터 잡아서 죄를 물어야 합니다!”“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그대로 놔둔다면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겠습니까?”그 말을 들은 황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일이 이렇게 크게 번졌다니.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내렸다.“그렇다면 우선 낙요를 데려와 상황을 물어야겠다.”“침서가 다 나은 뒤 다시 처벌을 내리겠다.”고묘묘는 그제야 만족했다.“부황, 현명하십니다!”그렇게 고묘묘는 직접 대제사장 저택을 찾았다.그녀도 낙요에게 상처를 입었으니 낙요를 붙잡으면 그녀에게 죄를 묻지는 못하더라도 죽는 것보다도 더 괴롭게 만들어줄 생가이었다.고묘묘는 낙요를 괴롭혀 자신의 분풀이를 할 생각이었다.같은 시각, 낙요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상처까지 다 치료했다. 다행히도 상처가 심각하지 않았다.장군 저택에서 체력을 다 쓴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누워서 쉬었다.그리고 부진환은 정청에 앉아있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사람이 보이기도 전에 고묘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낙요! 당장 나오시오!”“대제사장이라고 해서 제멋대로 다른 이의 집안에 쳐들어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오? 살고 싶지 않은가 보오!”“여봐라, 대제사장 저택을 에워
그러나 그들이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 부진환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부진환은 천천히 정청으로 걸어가서 싸늘한 시선으로 고묘묘를 직시했다.“공주가 옛일을 들먹이는 건 날 짓밟기 위해서겠지. 여태까지 잘 참아왔는데 내가 겨우 당신의 말 몇 마디에 넘어갈 것 같소?”“오늘 아무도 낙요를 데려갈 수 없소.”“공주에게 그럴 실력이 있다면 직접 대제사장 저택을 쓸어보시오.”부진환은 냉담한 어투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서 경멸이 느껴졌다.“좋소. 난 오늘 부황의 명령을 받고 온 것이오. 대제사장 저택을 쓸어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여봐라!”고묘묘가 곧바로 손을 쓰려고 하자 저택에서 무공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곧바로 고묘묘와 싸우기 시작했다.이때 밖에는 많은 백성이 구경하고 있었다.그들은 욕지거리를 했다.“침서도 참 너무하지!”“저번에 강화에 수재가 있었을 때 대제사장이 먼저 도착해서 예방해서 죽은 사람과 손실이 크지 않은 것이었지. 대제사장은 자신의 수명을 대가로 백성들을 보호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다니!”“침서는 악한 짓거리를 너무 많이 했어. 죽어야 하는 건 침서지!”사람들 사이에서 목청이 큰 사람들이 백성을 설득해 대제사장 저택으로 쳐들어가 가게 했다.호위들은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전부 백성들이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큰일이었다.그들은 백성을 다치게 할까 봐 그저 최대한 말리려고 했다.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고묘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서 호통을 쳤다.“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가? 다들 비키시오!”“그렇지 않으면 공무 집행을 방해한 죄로 감옥에 보내겠소!”고묘묘는 밖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줄은 몰랐다.구경하던 사람들은 더욱더 백성을 부추겼고 침서를 때려죽여야 한다며 난동을 부렸다.고묘묘의 말은 전혀 소용없었고 오히려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그들은 아예 호위들을 지나쳐 달려들었다.고묘묘는 그 상황을 보고 곧바로 채찍으로 그들을 제압하려 했다.그렇게 몇 명이 다쳤다.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