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침은 곧바로 말했다.“아는 걸 모두 말해줬으니 제발 살려주세요. 우린 그저 침서의 심심풀이에 불과하니, 침서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릅니다.”백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심심풀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계속 있는단 말이오?”낙침은 웃으며 말했다.“적응하면 됩니다.”“그리고 누가 감히 침서 장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겠습니까?”“우린 그저 평범한 여인일 뿐이니, 반항할 힘조차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고,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가 왔다는 걸 침서도 곧 알게 될 테니, 도망치고 싶다면 우리가 도와주겠다.”“하지만 여기에 계속 있겠다면, 침서가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모른다.”“그러니 선택해 보아라.”이 여인들은 애완동물처럼 이곳에 길러져 침서의 사리사욕을 채웠다.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었다.낙요가 후원의 사람을 많이 죽였으니, 침서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이 여인들에게 화풀이할 수도 있었다.낙요는 여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하지만 낙침은 거절했다.“아니요, 여기 사람들은 절대 안 갈 겁니다.”“도망쳤다가 다시 잡혀 오면 더 큰 벌을 받을 테니까요.”“당신들이 우릴 놓아주기만 하면 됩니다.”낙요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백서와 함께 떠났다.“그렇다면 알아서 하거라.”둘은 앞쪽 정원을 떠나 다시 후원으로 향했다.막 수색을 마친 계진은 곧바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뒤에는 사람이 없습니다.”“하지만 정원의 어느 방이 기관 자물쇠로 잠겼는데, 풀 수가 없었습니다.”말을 마치자, 뒤쪽 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깜짝 놀라 앞으로 다가갔다. 봉시가 기관을 풀고 나온 것이었다.낙요는 한시름 놓은 듯 말했다.“무사히 나와서 정말 다행이오. 다친 곳은 없소?”봉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작은 외상일 뿐이니 괜찮소.”봉시가 나오자, 낙요는 돌아가 시완을 데려왔다. 이 정원은 이제 안전했다.두 사람이 다시 만나자, 모두 시름이 놓인 얼굴이었다.“시완, 며칠 잡혀 있었소? 그들의
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떠나려고 했으나,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라 다시 입을 열었다.“먼저 가시오. 계진이 찾은 방에 다른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난 조금 더 살펴보겠소.”“그렇다면 부디 조심하시오.”낙요는 곧바로 계진과 함께 그 방으로 향했고, 다른 사람들은 별원을 떠났다.방에 와보니 정말 기관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무엇이 있길래 자물쇠로 잠가둔 것일까?낙요는 기관을 풀고 방문을 열었다.방에는 모든 가구가 있었으며, 침서의 취향이 가득한 걸 보아 침서가 쓰는 방 같았다.“다른 건 없는지 살펴보자.”두 사람은 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방은 매우 컸다. 안방과 서방으로 이뤄졌으며, 벽에 책장 두 개가 놓여 있었다.낙요는 하나하나 수색하며 모든 물건을 살펴보았다.그러다 어느 구석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이상하게도 평범한 나무 상자였지만, 책장의 구석에 놓여 있었고 먼지가 쌓여 있었다.중요하지도, 눈에 띄는 물건도 아니었다.하지만 낙요는 그 상자를 열었다.방의 장식과 상자가 너무 조화롭지 않았기 때문이다.상자를 열고 안에 든 물건을 본 낙요는 순간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안에는 낙요가 예전에 쓰던 물건이 들어있었다!천궐국을 떠나기 전에 쓰던 물건들 말이다.안에는 온심동이 만들어준 향낭과 사부님이 주신 옥패,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던 장신구가 놓여 있었다.이 물건들은 낙요가 죽은 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다.침서가 거두어 간 모양이었다.낙요는 물건을 하나씩 꺼내고 추억을 떠올리며 감탄했다.그러다 가장 밑에 깔린 두꺼운 서책을 보았다.낙요는 곧바로 서책을 들고 먼지를 털어내 천천히 열어보았다.그러다 이 책은 온심동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낙요는 깜짝 놀라 첫 장을 열었다.“사저, 보고 싶습니다.”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노랗게 바랜 책장의 정연한 글자에 낙요는 가슴이 아려왔다.“오늘은 사저가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나는 아직도 사저가 살아있을 거라고 믿지만, 모
“보름이나 지났지만 사저를 찾지 못했다. 사저, 정말 저를 두고 떠난 겁니까?사부님도 떠나고, 사저도 떠나면 저 혼자 어떡하란 말입니까.”글씨에는 묵이 번진 흔적으로 가득했다.낙요는 마음이 아팠다.온심동이 정녕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해 쓴 것이라면, 한 장 한 장 가득 찬 눈물 자국은 대체 무엇일까?낙요는 천천히 펼쳐보았다. 안에는 온심동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낙요를 찾은 흔적으로 가득했다.온심동은 심지어 여국을 떠나 천궐국의 도성에 갔고, 만족에도 가보았으나 결국 성과 없이 돌아왔다.꿈에도 그리던 사저를 찾지 못하고 말이다.그러나 낙요는 더욱 충격이었다. 온심동이 자신과 그렇게 가까운 천궐국의 도성에 있었다니.여기까지 읽은 낙요는 그제야 이 필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거짓이 아닌,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여기에 기록된 천궐국의 곳은 모두 실제도 존재하는 곳이었으며, 천궐국에 가지 않았다면 지어낼 수 없는 얘기였다.그러니 온심동은 정말 오랫동안 낙요를 찾아 헤맸다.아주 오랫동안.낙요는 한 장 한 장 펼칠 때마다 가슴이 더욱 아려왔다.온심동은 무려 반년 동안 낙요를 찾아다녔다.그러나 훗날, 낙요를 찾아다닌 기록은 사라졌다.“멀쩡한 사람이 어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더는 찾아다닐 수 없다.사저, 정말 살아있다면 제발 빨리 돌아오세요.금일 조정에서 대제사장을 다시 선발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여국에는 대제사장이 없으면 민심이 뒤숭숭해진다면서 말이다.사람들은 모두 대제사장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고, 나는 절대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 없다.그 자리는 사저의 자리니까.난 대제사장이 되어 사저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아무도 사저의 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여기까지 본 낙요는 책장을 꽉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이것 때문에 대제사장이 된 것일까?낙요는 계속 읽었다.“난 실력도 사저보다 못하고, 대제사장의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도 모두 반대했지만, 그들도 결국 자신의
“며칠 전 낙청연을 보았다. 침서가 데려온 여인은 내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대제사장의 자리에 위협이 될지도 모르겠다.”“난 그 여인에게서 사저를 보았다. 사저 다음으로 난 그렇게 실력이 강한 풍수사를 만난 적은 없다. 만약 사저가 계셨다면 그녀와 친우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아쉽지만 그 낙청연이라는 자는 대제사장의 자리를 빼앗으러 온 것이니 우리의 적이 될 수밖에. 아무도 우리 사저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거기까지 본 낙요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어쩐지 엄청난 비밀이 곧 수면 위로 드러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불안감이 커져만 갔다.낙요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낙청연이 사저의 나침반을 꺼내며 자기가 바로 사저라고 말했다. 난 정말로 믿었다. 이 세상에 사저 같은 실력을 가진 사람은 절대 없을 테니까.”“하마터면 그 여인에게 속을 뻔했다. 난 침서의 별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사저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여인들을 보았다. 난 사저가 실종된 뒤 침서가 줄곧 사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사저의 움직임과 표정, 말투를 따라했다. 낙청연도 침서가 훈련시킨 것이겠지. 하지만 확실히 낙청연은 수많은 여인들 중 가장 특출난 여인이었다. 그녀가 가장 닮았다. 침서가 그녀를 데리고 도성으로 온 이유를 알았지. 아마 내 대제사장의 자리를 탐낸 것이겠지.”“사저의 나침반이 낙청연의 손에 들어갔다는 건 사저가 사고를 당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겠지. 분명 침서와 낙청연이 사저를 해쳤을 것이다. 난 낙청연을 죽일 것이다.”거기까지 본 낙요는 깜짝 놀랐다.누군가에게 목을 졸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당시 그녀는 온심동에게 자신이 낙요라고 얘기한 적 있었고 온심동도 그녀의 말을 믿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온심동은 그녀를 속여서 천기당으로 데려온 뒤 혼향으로 그녀를 죽이려 했다.그때 낙요는 예전에 천기당에서 죽었을 때가 떠올라 온심동이 자신을 죽인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온심동이 적은 내용을 보니 무너져 내릴 것
여기까지 왔는데.낙요는 책자 위 내용을 살피느라 계진이 찾은 밀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그 말을 들은 낙요는 몸을 돌려 그곳을 바라봤다.곧이어 그녀는 그곳으로 걸어가 기관을 찾았다. 그 밀실에도 기관쇄가 하나 있었다.이내 기관이 열렸다.밀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 돈 상자가 즐비한 것이 보였다. 그곳은 재물을 두는 창고였다.선반에도 엄청난 값어치의 물건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두 사람은 밀실 안을 살폈고 낙요는 이내 구석 자리에서 바구니를 하나 발견했다.안에는 병들이 아주 많이 놓여 있었고 병마다 부적이 붙어 있었다. 병 안에는 들어있는 건 전부 혼백이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병을 든 그녀는 위에 번호와 이름, 성별이 적힌 걸 보았다. 낙요가 아는 사람은 없었다.침서는 이 혼백들을 수집해서 뭘 하려던 걸까?그녀는 아래쪽을 뒤져봤고 그 아래에도 똑같이 병만 있을 뿐 다른 건 없었다.제홍.익숙한 이름이었다.그녀가 알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상자를 열자 안에서 한 사내가 나와 천천히 낙요의 앞에 나타났다.그의 용모를 본 순간 낙요는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그녀가 본 적이 있는 사내였다.사내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오랫동안 잠들어있은 듯했다.“제홍? 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그녀를 바라보는 제홍의 눈빛은 낯설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 뒤 물었다.“여긴 어디지?”낙요는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제홍은 모원원이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원원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반대하여 모원원을 저택에 가두었었다.그것은 낙요가 낙청연의 신분으로 여국에 온 뒤로 처음 처리했던 사건이었다.그 뒤에 모원원과 제홍은 그녀의 도움을 받고 도망쳐서 도성을 떠났다.그러나 며칠 뒤 낙요는 모원원의 시체를 보았다.당시에 길에서 온심동을 만나기도 했었다.모원원의 혼백을 찾았을 때, 모원원은 이미 혼향이 되어 있었다.그리고 혼향을 만든 사람의 기억을 통해 그녀는 온심동의 과거를 보았다.그래서 모원언이 온심동에게 죽임당했을 거라고 확신했다.당시
이유는 하나뿐일 것이다. 온심동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낙요는 계속해 제홍에게 물었다.“제가 묻겠습니다. 당시 침서가 모원원을 죽일 때 또 무슨 짓을 했습니까?”“내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자 그는 날 이 병 안에 가둬두었다.”“내가 얼마나 갇혀있었던 것이지?”제홍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병 안에 갇힌 뒤로 그는 강제로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고 모든 기억과 의식을 금지당했다.낙요는 주먹을 꽉 쥘 뿐,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이때 계진이 다가왔다.“대제사장님.”낙요는 우선 제홍의 병을 닫은 뒤 그 병을 옷소매 안에 넣었다.계진은 낙요를 데리고 선반 옆으로 갔다. 그곳에는 기관 상자가 하나 있었다.그것을 열어보자 안에 혼향이 잔뜩 들어있는 게 보였다.낙요는 순간 몸이 굳었다.제홍과 다른 이들의 혼백을 혼향으로 만들려던 걸까?낙요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계진, 침서와 오랫동안 같이 있었을 텐데 그가 혼향을 만들었던 일을 알고 있었느냐?”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오래전부터 혼향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6, 7년은 된 것 같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심장이 철렁했다.“모원원이라는 자를 아느냐?”계진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조금 전 대제사장이 모원원의 이름을 말했을 때 이미 기억이 났었다.“침서가 제게 모원원을 조사해 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당시 낙청연이 모씨 가문에서 액을 쫓을 때 침서가 제게 가보라고 했었습니다. 혹시 무슨 상황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라고 했습니다.”그 말을 듣자 낙요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러니 모원원의 죽음 뒤에는 확실히 침서가 있었고 또 온심동에게 누명을 씌웠다.“가자, 도성으로.”낙요는 그녀와 온심동이 원수가 된 것이 침서가 벌인 짓인지 확인할 셈이었다.낙요는 곧바로 도성으로 돌아갔다.-황궁.어서방.부진환과 진익은 강화 상황을 보고했고 부진환은 월아진을 이전하고 재건해야 하고 또 자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황제는 동의했고 부진환과 진익 두 사람을 칭찬했
부진환은 황급히 거절해다.“안 됩니다, 폐하.”“김 현령의 딸은 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전 그저 그녀를 친우로 생각하고요. 억지로 묶어놓는다면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김 현령의 부탁을 어긴 것이 되겠지요.”“김 현령의 딸은 제가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부진환은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침서가 천천히 걸어온 것이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세자와 김현령의 딸이 반드시 혼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건 세자의 개인적인 감정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세자는 김 현령 먼저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어긴다면 사람들이 세자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어쩌면 안 좋은 소문이 돌면서 폐하까지 험담을 들을지도 모릅니다.”“게다가 김 현령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습니다. 엄청난 공로를 세운 셈이지요. 그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소원마저 이루어주지 못한다면 백관들이 실망하지 않겠습니까?”“앞으로 그 누가 조정을 위해 일하겠습니까?”“이건 세자 혼자만의 일이 아니니 세자는 당연히 결정할 권리가 없습니다.”침서는 말을 마치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부진환을 보았다.부진환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황제는 침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일리 있구나.”“세자, 이 일은 사양하지 말거라. 짐이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할 것이다.”부진환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황제는 그와 김옥한을 반드시 혼인시킬 생각이었다.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어서방에서 나왔고 진익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세자, 울상 할 필요 없소. 김 현령의 딸은 온화하고 세심하며 다정하지. 세자와 혼인한다고 해도 겨우 명분일 뿐이오. 몇 년 지난 뒤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핑계를 찾아 헤어지면 되지.”부진환은 대답하지 않고 어두운 안색으로 계속해 앞으로 걸었다.진익이 계속해 말했다.“난 세자가 김 현령의 딸과 그런 약속을 했는 줄은 몰랐소. 그날 비가 크게 내려 두 마디만 듣고 떠났었소.
그러나 안으로 들어갔다가 때마침 침서에게 차를 가져다주던 고묘묘와 마주쳤다.고묘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낙요의 앞길을 막았다.“여긴 웬일이오? 누가 들어오라고 했소?”고묘묘는 곧이어 문 앞에 서 있던 호위를 향해 호통을 쳤다.“앞으로 내 명령이 없으면 이 여인을 들여보내지 말거라!”그녀는 낙요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나가시오!”낙요는 고묘묘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개의치 않고 그녀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원래도 화가 나 있던 고묘묘는 무시를 당하자 낙요의 팔을 덥석 잡으며 그녀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그러나 낙요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묘묘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밀쳤다.낙요는 고묘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당신을 찾아온 것은 아니오. 그러니 자꾸 들러붙지 마시오.”낙요의 머릿속은 온심동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오늘 제대로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고묘묘는 더욱 화가 났다. 그녀는 침서가 강화로 간 것이 낙요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고묘묘는 원래도 그 일로 원망이 가득했는데 낙요가 직접 찾아와서 기고만장하게 굴 줄은 몰랐다.“낙요, 이곳이 누구의 구역인지 모르는 것 같군!”고묘묘는 씩씩거리면서 긴 채찍을 빼내더니 낙요를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그러나 낙요가 채찍을 잡고 힘껏 고묘묘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아주 빠르게 채찍으로 고묘묘의 목을 졸랐다.그녀는 깔끔하고 민첩하게 고묘묘의 목과 두 손을 묶었다.마지막에 고묘묘의 목에 쉽게 풀 수 없는 매듭을 지었다.고묘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아무리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옆에 있던 계집종에게 호통을 쳤다.“얼른 이걸 풀지 않고 뭐 하느냐?”고묘묘는 무척 놀랐다. 그동안 안 본 사이 낙요는 또 무공이 늘었다.고묘묘는 이를 악물었다낙요는 무공도 늘었는데 자신은 그 자리에 멈춰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게 괘씸한 난희 때문이었다. 매일 그녀와 저택에서 싸워야 했으니까.낙요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