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후, 계진과 주락이 돌아왔다.“세자, 침서가 정말 강화를 떠났습니다. 부하들을 데리고 산길로 떠났습니다.”“그 산길은 험난하니, 빠져나가면 쉬이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두 사람 모두 매우 의아했다.그들이 미행했을 때, 침서는 화가 잔뜩 나 있었기 때문이다.누가 침서를 이토록 화나게 했는지 궁금했다.부진환도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몹시 궁금했다.침서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너무 이상하다.“침서가 돌아오는지 좀 더 지켜보시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예!”부진환은 바깥 날씨를 쳐다보았다.비록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지만,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었다.“보아하니, 강화의 홍수가 곧 끝나겠군.”그들도 곧 도성으로 돌아갈 것이다.부진환은 문득 뭔가 떠올랐다. “봉시는? 요즘 봉시를 못 본지 꽤 됐는데, 당신들은 본 적이 있소?”주락이 대답했다. “며칠 전에 거리에서 그를 본 적이 있지만, 요즘은 본 적이 없습니다.”“봉시는 원래부터 몰래 왔다 갔다 하니, 아마 별일 없을 겁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요 며칠 곧 날이 갤 것 같으니, 김 현령의 사후 뒤처리도 준비해야 할 것 같소. 아씨 혼자서 바쁠 터이니, 당신들이 많이 도와 주시오.”“물이 빠지면 바로 김 현령을 안장하자고.”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가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자, 부진환은 용삼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낙요는 살짝 놀랐다. “침서가 왔다 갔습니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서가 와서 했던 말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그리고 또 말했다. “침서가 좀 이상한 것 같구나. 널 구할 방법은 많고 많을 텐데 왜 하필 용삼을 나에게 가져다주면서 나의 목숨을 살리려는 걸까?”침서는 낙요의 약점을 알고 있다.그녀가 신경 쓰는 사람은 너무 많다.그 사람들의 목숨으로 그녀를 협박하면 낙요는 분명 감히 죽지 못할 것이다.어찌 용삼을 자기 적에게 가져다주면서 목숨을 구해주는가?낙요도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하필 당
김옥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와 아버지는 강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선산도 이곳에 없습니다.”“하지만 아버지는 강화에 정이 깊으셔서, 강화에 묻어드릴 생각입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그렇다면, 내가 마침 도와줄 수 있겠구나!”“그럼, 묘지는 내가 알아봐 주마. 김 현령에게 풍수 좋은 곳을 찾아주겠다.”김옥한은 희색을 띠며 다급히 인사를 올렸다. “그럼, 정말 다행입니다. 대제사장, 감사합니다.”홍수 때문에 아버지는 재해 백성들의 숙식을 돕느라 돈을 다 써서 집에 남은 돈은 얼마 없었기 때문에 사실 풍수사를 청해 풍수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대제사장 같은 여국에서 가장 실력이 우수한 풍수사는 더욱 엄두도 나지 않았다.며칠 후, 날이 갰다.그리고 강가의 물도 많이 빠졌고, 월아진의 물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이날 날씨가 화창했다.낙요와 부진환은 월아진으로 상황을 조사하러 갔다.낙요도 가는 길에, 김 현령의 풍수 묘지도 찾아보았다.월아진의 물은 이미 거의 다 빠졌지만, 가옥들은 이미 홍수에 파괴되어 아수라장이 되었다.두 사람은 구석구석 다 돌아보았다.낙요가 관찰한 결과 아마 3. 4일만 지나면 물은 완전히 다 빠질 것 같았다.“이곳 지세는 낮은 편이어서, 강화가 매년 홍수기만 되면 월아진은 침수된다. 그저 심각한 정도만 다를 뿐이다. 내가 보기에, 이 월아진은 다시 보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새집을 지세가 비교적 높은 곳에 짓는 게 좋겠다.”부진환은 분석하며 대책을 생각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김옥한의 말에 따르면, 월아진의 백성들은 이곳이 자기들의 뿌리라면서 떠나려고 하지 않는답니다.”“그리고 여인으로 하신에게 재물을 바치면, 재물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도 어떻게 퍼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도 그들이 월아진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들을 강과 가까운 곳에 살게 해서는
부진환은 큰비가 내리던 그날을 돌이켜 보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그날, 유노칠 일행은 금 때문에 월아진으로 돌아온 거였어.”“그러고 보니 사실이었네.”“하지만 이 금은 어디서 온 걸까?”그들은 당연히 하신이 하사했다고 믿지 않는다.낙요가 즉시 말했다. “금이 어디서 났든, 절대 월아진 촌민이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그렇지 않으면, 분명 소동이 일어날 겁니다.”“얼른 사람을 시켜 여기 금을 전부 주어야 합니다.”“월아진의 폐허가 된 집들도 전부 깨끗하게 처리해야 합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돌아가서 사람을 부르자꾸나.”두 사람은 즉시 강화현으로 돌아가, 김옥한에게 믿을 만한 부하를 찾아달라고 했다.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계진과 주락을 더해 모두 다섯 명이었다.그들은 월아진의 폐허를 치운다는 핑계로 금을 주었다.몇 사람은 오후 내내 작은 한 주머니를 주웠다.다음날, 일손을 추가해 월아진을 청소했다.다행히 구경하러 온 백성들은 없었다.밤에 낙요는 한 주머니의 금을 들고 김옥한을 찾아왔다.그리고 월아진에서 발견한 일을 김옥한에게 말해주며, 혹시 그중 상황을 알고 있는지 여쭤보았다.김옥한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약간 바뀌었고, 눈빛은 약간 거부하는 게 눈에 띄었다.“이건, 저도 처음 봅니다.”“설마 이 금들은 강에서 생긴 겁니까? 하지만 강에 어떻게 금이 있습니까?” “설마 정말 하신이 나타나신 겁니까?”낙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고. 다만 강화현의 기록부에 강에서 금을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느냐?”“내 생각엔, 월아진에 이런 전설이 있다는 건 예전에 금이 나왔다는 걸 말하는 것 같구나. 그러니 사람들이 하신이 신통력을 발휘하였다고 오해하는 거다.”김옥한은 살짝 망설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제 기억으론 그런 일은 없습니다.”“그리고 월아진에서 사적으로 산 사람을 하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일도 강화현 사람들은 몰랐습니다.”“아
3일 뒤.김 현령을 하장했다.낙요는 시간을 보고, 미리 산으로 가서 길을 터주었으며, 장송 행렬이 바로 뒤를 따랐다.김 현령의 하관식에 배웅하러 온 백성들은 아주 많았다.하지만 산길이 험난하여 의외의 사고가 생길까 봐 두려워서 백성들을 금품산(金楓山) 기슭에 가로막았다.모든 사람은 무거운 심정으로 그 산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김 현령, 가는 길 평안하시게나.”날이 밝자,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갔다.이 산은 황폐한 산이었고, 산세가 가팔랐으며, 지면에는 암석이 많아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고 집도 지을 수 없었다.게다가 이 산에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절경을 이루었다.그래서 이 산은 줄곧 황폐되어 있었고, 단풍나무가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이 산은, 금풍산이라고도 한다.시간이 되자, 김 현령을 하장했다.사람들은 묘비 앞에서 절을 한 후, 대열은 먼저 산에서 내려갔다.낙요와 부진환은 등 사람들은 향을 피운 후, 말했다. “아씨, 우리는 일단 주변을 둘러보고 오 마.”김옥한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낙요 등 사람들이 떠나자, 김옥한은 혼자 남아 김 현령과 얘기했다.하지만 그들은 그리 멀리 가지 않았다.이 황량한 산에 김옥한 혼자 남겨두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다만 산에서 걷다 보니, 낙요의 나침반이 갑자기 반응했다.낙요는 나침반을 꺼내 주위를 살펴보고, 또 고개를 들어 보았다.부진환이 걱정하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이 산속에 이상한 점이 있느냐?”낙요가 대답했다. “일전에 이 산꼭대기까지 올라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 산속에 붉은빛이 하늘을 찌르고, 영기가 모여 있습니다. 여기는 풍수의 명당일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이곳에 광맥이 있습니다.”이 말을 하며 낙요는 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곳에 다른 숨결이 느껴지는데 다른 무언가에 의해 가려졌습니다.”“이 산천의 영기를 모아놓은 소용돌이 같은
“이건 방금 딴 과일인데, 먹어 보겠소?”“목이 마르지 않소? 내가 물을 좀 가져왔소.”“부진환의 몸이 견딜 만 하오?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잠깐 쉬다 가자고.”낙요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부진환에게 말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진익이 왜 갑자기 당신을 이토록 걱정합니까?”부진환은 더욱 어리둥절했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나는 진익과 얘기도 잘 하지 않는다.”“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부진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낙요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갈 길은 아직 멀었다.낙요는 부진환의 다리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드디어 도성에 도착했다.익숙한 이곳에 도착하자, 공기에서 떠도는 맛있는 냄새가 유난히 유혹적이었다.진익은 그들과 먼저 대제사장부로 왔다.유단청 등 사람은 마차 소리를 듣고 달려 나와, 몹시 감격했다.“대제사장이 돌아왔습니다! 대제사장이 돌아왔습니다!”사람들은 대단히 기뻐했다.드디어 대제사장이 돌아왔다.김옥한도 잠시 대제사장부에 머물기로 했다.송천초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어서 빨리 저택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었다.“와, 대제사장부는 정말 기백이 넘치는구나.”송천초는 감탄하며 저택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송천초와 초경이 대제사장의 손님인 걸 아는 월규는 그들을 친절하게 대접했고, 그들 각자에게 방을 마련해 주었다.낙요는 김옥한과 얘기를 나누었다.진익은 여전히 정원에 있었고, 무슨 생각인지 전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래서 부진환은 공손하게 그를 정청으로 초대하여 차를 대접했다.먼 길을 달려왔으니, 잠깐 휴식을 청했다.진익은 당연히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정청으로 따라 들어갔다.그는 차를 마시며 물었다. “그동안 길을 재촉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왜 안색이 점점 더 좋아진 거요?”부진환은 살짝 멍해 있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대황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진익은
“난 볼일이 있으니, 김 아씨는 일단 푹 쉬어라.”낙요는 말을 마치고 급히 밖으로 나섰다.이때, 대문 밖에 궁의 하인들이 도착했다.“대황자, 세자 전하. 황상께서 무사히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상황을 알고자 소인을 보내 두 분을 궁으로 모셔 오라고 하였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은 흠칫했다.“이렇게 빨리?”진익은 잠시 쉬었다가 입궁하려고 했다.문밖을 나서자마자 이 모습을 본 낙요는 황상께서 부르신다는 것을 듣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두 분이 가시오, 난 다른 볼일이 있어서.”부진환은 의아한 듯 물었다.“안 간다고? 무슨 일이 있는 거요?”낙요가 답했다.“봉시가 나를 찾아서 그러오. 내가 직접 가볼 테니, 두 사람은 입궁하시오.”“강화의 일은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으니, 난 갈 필요가 없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혼자 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시오. 항상 조심하고.”“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시오.”부진환과 진익은 마차를 타고 궁으로 향했다.둘의 마차가 점점 멀어지자, 낙요는 즉시 명을 내렸다.“주락, 계진, 백서. 나와 함께 성 밖으로 가자!”“예!”일행은 즉시 말에 타고 성 밖으로 향했다.봉시가 남긴 서신이었다.서신에는 시완이 납치되어 봉시가 구하러 가고 있다며, 가는 길에 표기를 해둘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성 밖을 나서자 길가에 돌무더기가 보였고, 그 위에는 화살표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낙요는 곧바로 봉시가 남긴 기호를 따라 길을 떠났다.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표기가 사라지고, 일행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에 도착했다. 앞쪽에는 별원이 보였다.주위의 빈 땅에 복숭아나무, 그네, 바둑판 그리고 거문고 받침대가 있는 걸 보니 여인이 사는 곳 같았다.주위는 매우 고요했고, 일행은 말에서 내려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낙요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당신은 문을 지키시오, 우린 한 바퀴 돌아서 정원에 가보겠소.”“예.”주락은 대문을 지켰고, 나머지 사람
시완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낙요는 시완을 구석에 끌고 가 벽에 기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리치지 마시오, 나요.”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시완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얌전히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았다.“대제사장!”“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낙요가 상황을 물어보았다.시완은 급히 낙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틀 전 저는 누군가에게 이곳으로 납치되었습니다. 안에는 기관이 가득해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오늘 봉시가 밥을 주는 사람인 척하면서 저를 구하러 왔지만, 기관 때문에 함께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하여 저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먼저 내보냈습니다. 봉시는 아직 안에서 기관을 풀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곧바로 깨달았다.“얼마나 걸려야 풀 수 있는지 말해주었소?”낙요는 시간을 끌어 봉시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그러나 시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나가서 다른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하라고 했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알겠으니 먼저 나가는 게 좋겠소.”“네, 갑시다.”시완은 봉시가 걱정되었지만, 남아봤자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아 낙요와 함께 떠났다.낙요는 시완을 데리고 별원에서 나가 몰래 담벼락을 넘었다.시완은 혼자 은밀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낙요는 다시 정원으로 돌아갔다.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안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시위들은 곧장 안쪽으로 쳐들어갔다.낙요는 기관을 풀다가 난 소리인 것 같아 곧바로 검을 뽑아 들고 달려갔다.시위들이 방을 검사하려던 그때, 낙요가 검을 들고 그들을 막아섰다.시위들은 낙요를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덤벼라!”시위들이 공격해 오자, 낙요는 검을 휘두르며 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별원의 사람들은 낙요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한 무리를 처치하면 또 한 무리가 몰려왔다.낙요는 검을 들고 정원에 서서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곧바로 백서와 계진도 소리를 듣고 달려와 전투에 합류했다.세
역시 박씨 가문의 후손다운 솜씨였다.천둥진은 보통 감금에 사용된다. 상대가 일단 도망치려고 하면 암기가 발동되며, 수천 가지의 암기가 모두 쏟아져나오면 온몸에 구멍이 뚫려 있을 것이다.봉시는 지금 암기를 발동하지 않고 이 진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풀 수 있는 것이오? 도움이 필요하오?”봉시가 답했다.“괜찮소, 풀 수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오.”“대제사장, 시완을 잘 돌봐주시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다면 난 먼저 나가 있겠소.”낙요도 기관술을 어느 정도 알았지만, 봉시가 훨씬 뛰어나니 혼자 연구하는 편이 나았다.낙요는 곧바로 지하실을 떠났다.백서와 계진은 유일하게 살아있는 시위를 붙잡고 밖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앞으로 다가가 남자의 옷깃을 잡고 심문했다.“누가 시킨 것이냐?”그러나 상대는 오기에 가득 찬 얼굴로 굴하지 않았다.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살기 가득하게 말했다.“널 죽이는 건 아주 쉽다. 그러니 죽는 것보다 못하게 살게 해줄 것이다.”“그러니 잘 생각해 보아라.”상대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으나,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절대 장군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장군?설마 침서인가?낙요가 생각에 잠긴 그때, 남자는 기회를 틈타 낙요의 손을 뿌리치고 벽에 머리를 박아 자결했다.세 사람은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없는지 수색해 보아라.”이때, 백서가 입을 열었다.“조금 전 들어오면서 여인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들도 이 정원에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여인들을 잡아 와 심문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낙요는 깜짝 놀랐다. 여인이 살고 있다고?“그래. 그렇다면 계진은 남아서 다른 사람이 없는지 후원을 조사해 보아라.”“예.”백서와 낙요는 앞쪽 정원으로 향했다.정원에 가득한 여인들을 보자, 낙요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수가 훨씬 많았다.그 여인들은 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