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시가 지나자 마당은 깜깜했다. 문을 지키고 있던 호위는 졸고 있었고 저택은 고요했다.이때 붉은색 옷에 머리를 풀어 헤친 누군가가 어둠 속을 뚫고 지나갔다.방에서 쉬려던 집사는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곧이어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문 쪽으로 향해 방문을 열었다.그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안을 쳐다봤다.바람이 불어오자 집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바람이 멈춰서야 그는 밖을 자세히 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바람이 너무 커서 나무가 흔들린 걸 잘못 본 듯했다.곧이어 그가 방문을 닫고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훅 불어와 방문을 열었다.집사는 뒷걸음질 치면서 경악했다.동시에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졌다.“날 찾고 있는 것이냐?”집사는 몸을 홱 돌려 마당에 서 있는 사람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풀썩 쓰러지더니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어두운 곳에서 부진환과 낙요가 몰래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집사는 바닥에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래도 쓰러졌다.곧이어 낙요와 부진환이 자리를 떴다.마당으로 돌아오자 이내 청홍도 돌아왔다.청홍은 머리카락을 넘기더니 겉옷을 벗으며 흥분해서 말했다.“대제사장님, 보았습니까?”“집사가 의심스럽습니다!”“그는 절 보고 아가씨라고 했습니다.”“심지어 정신을 잃었지요.”“그는 분명 아가씨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놀란 겁니다!”“대제사장님, 얼른 저희 아가씨를 구해주세요!”청홍은 너무 초조한 나머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낙청연이 그녀를 위로했다.“너무 급해하지 말거라. 저번에 네 아가씨를 봤을 때 그녀에게서 심한 화를 당할 징조를 보지 못했다. 요 며칠은 살아있을 것이다.”“내일 영감께 온연의 태어난 사주를 알게 되면 한 번 점쳐보겠다.”청홍은 그제야 눈물을 닦았다.“네, 대제사장님 말대로 하겠습니다!”청홍이 떠나자 부진환이 입을 열었다.“밤이 깊었으니 돌아가서 쉬거라.”낙요는 턱을 괬다.“잠이 오지 않습니다.”“무엇 때문이냐
그 말에 낙요는 화들짝 놀랐다.그녀는 차갑게 웃었다.“향을 피우러 갔다고요?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요.”부진환이 나직하게 말했다.“지금 간다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갑시다.”청홍도 조마조마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대제사장님, 같이 갑시다.”“그래.”그렇게 청홍은 저택의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집사가 떠난 방향을 알아냈다.세 사람은 그렇게 물으면서 집사를 뒤쫓았다.그러다가 그들은 한 상장 점포에 도착했다. 집사는 그곳에 갔을 뿐만 아니라 노잣돈을 사 갔다고 한다.낙요는 궁금한 듯 청홍에게 물었다.“상장 점포의 장궤가 집사를 아는 듯하구나.”청홍은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신 아가씨들의 일을 처리한 것이 집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점포 사람들과 아주 친합니다.”“오늘 또 물건들을 샀다고 하는데, 그가 어디로 갔을지 짐작이 갑니다.”청홍은 눈이 벌게져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증오가 보였다.그 말을 듣고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됐다. 안내하거라..”곧이어 청홍은 그들을 데리고 강가로 향했다. 그들은 쭉 앞으로 가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두막 앞 강 옆에서 누군가 노잣돈을 태우는 걸 보았다.“저기 있습니다.”세 사람은 몰래 다가간 뒤 오두막 옆에 몸을 숨겼다.집사는 강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노잣돈을 태우며 울고 있었다.“아가씨, 마음 편히 가십시오.”“앞으로 제가 매달 노잣돈을 드리겠습니다.”집사의 목소리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사실 두려움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허약하게 느껴졌다.어젯밤 매우 놀란 듯했다.청홍은 울었다.“예전에 어린 아가씨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이 강에 시체가 나타났습니다.”“집사는 어르신의 명을 받들어 자주 이 강으로 와서 제사를 지냈습니다.”“아가씨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못했고 시체가 이 강에 나타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곳에서 노잣돈을 태우다니요. 아가씨가 이미 돌아가셨다고 확신하는 게 틀림없습니다.”청홍은 슬프고 또 화가 났다.그녀의 목
낙요는 곧바로 하류로 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부진환이 무사하길 기도했다.한참을 달리자 지세가 평평해지며 물살도 그리 세지 않았다.그러자 축축하게 젖은 그가 보였다.낙요는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달려갔다.“괜찮습니까?”“손이 찹니다. 이 날씨에 강물에 빠졌으니 한기가 어마어마합니다.”낙요는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부진환의 얼굴에 맺힌 물기를 닦았다.부진환은 웃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괜찮다.”낙요는 근처에 있는 땔나무들을 보다가 그것들을 주워 불을 피웠다.“얼른 옷을 말리세요.”“참, 집사는 아직 살아있습니까?”부진환은 옷을 벗으면서 대답했다.“아직 죽지 않았다.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헤엄칠 줄 알아서 강물을 따라 도망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 헤엄칠 줄 모르더구나. 강에 뛰어든 건 죽기 위해서인 듯하다.”낙요는 불길이 더 세질 수 있도록 땔나무를 더했다.조금 전 우리가 지나쳤던 그 오두막에는 죽은 아이들의 위패가 가득했습니다. 음택은 어쩌면 집사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그가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마지막 땔나무를 넣으며 낙요는 고개를 들었고 부진환이 윗옷을 벗은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부진환은 옷의 물기를 짜내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가서 집사를 보거라. 난 괜찮다. 옷만 말리면 된다.”부진환이 몸을 돌렸지만 낙요는 그의 등 뒤에 있는 상처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골정이 남긴 흔적은 아주 무시무시했다.부진환은 등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까워진 걸 발견했다.다음 순간 따뜻한 온기를 지닌 손가락이 그의 등에 닿았다.부진환은 몸이 굳었다.“청연아...”그는 목이 멨다.낙요는 괴로움을 참으며 작게 말했다.“고생하셨습니다.”부진환은 웃었다.“괜찮다.”“전 집사를 보러 가겠습니다. 청홍이 곧 사람을 데리고 올 겁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순간, 얇은 옷이 부진환의 어깨에 걸쳐졌다.“강가라 바람이 셉니다. 고뿔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
집사는 초조한 마음에 그녀를 좇아 뒷마당의 한 우물 앞에서 류 씨를 만류했다.“부인, 안 됩니다.”다투던 와중에 우산이 떨어졌다. 류 씨는 큰 소리로 울다가 집사의 품에 안겼다.“여색을 왜 저렇게 밝히는지. 첩이나 통방이 끊이질 않고 이번에는 심지어 내 체면까지 고려하지 않고 내 사촌 동생과 혼인하려 하다니.”“난 그 천한 것과 십여 년을 싸웠다. 걔는 분명 내 모든 걸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다른 사람에게 능욕당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도 류 씨의 울음소리를 덮지는 못했다. 집사의 귓가에 분노와 절망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집사는 그런 그녀가 불쌍했다.“부인, 어르신께서 첩실을 많이 둔 건 사실이지만 부인의 지위가 변한 적은 없지 않습니까?”“어르신은 분명 아직도 부인을 아끼십니다.”“그리고 부인께서는 아드님을 생각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도련님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그 말을 듣자 류 씨는 더 슬프게 울었다.그러나 더는 죽겠다고 말하지 않았다.집사는 류 씨를 설득했다.“제가 부인을 방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그는 류 씨를 부축한 뒤 우산을 쓰고 부랴부랴 떠났다.그러나 이때의 류 씨는 자신을 품에 안고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사내를 보는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난 발목을 접질렸으니 우선 네 방으로 가서 쉬어야겠다.”집사는 깜짝 놀랐다. 비록 예의에 어긋난다는 건 알았지만 류 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방안에 불을 피운 뒤 집사는 뜨거운 물을 가져와 류 씨가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게 해주었다.그렇게 그날 밤 두 사람은 한 침상에서 자게 되었다.거기까지 본 낙요는 깜짝 놀랐다.집사와 류 씨 사이에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다.그 기억이 지나가고 또다시 류 씨를 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딸을 낳았다.류 씨는 깊은 밤 집사의 방을 찾았고 집사는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질 쳤다.“이제야 피하려고 하다니, 너무
다른 여자아이의 시체를 찾아 위장하여 강물에 빠뜨렸다.그리고 그들의 딸은 편벽한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집사는 거의 하루건너 아이를 보러 갔고 아이에게 돈을 주거나 먹을 것을 주었다.낙요는 충격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콜록콜록...”집사는 기침하면서 정신을 차렸다.눈앞에 낙요가 있는 걸 본 그는 다시 한번 겁을 먹고 강물로 뛰어들려 했다.자신이 의심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 고문받아 다른 비밀을 얘기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에 죽음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류 씨와 딸을 보호할 생각인 듯했다.낙요는 발 빠르게 그를 잡았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소?”집사의 안색이 달라졌다.“대체 뭘 어쩌고 싶은 것입니까?”“오두막 안에 있는 위패들을 보았소. 온씨 가문의 딸들은 전부 당신이 죽였겠지? 켕기는 게 있어서 위패를 놓고 그들을 기리는 것이겠지.”그 말을 들은 집사는 눈빛을 피하며 인정하지 않았다.“그 위패들은 어르신께서 분부하신 일입니다.”“대제사장님, 사람을 모함하지 마세요!”낙요는 차갑게 웃었다.“아직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당신과 류 씨는 사통하여 딸까지 낳았고 그 딸은 지금 청계가(清溪街)에서 자라고 있지.”낙요의 말이 집사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는 겁을 먹고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다.그는 낙요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것인지 몰랐다.“아직도 얘기하지 않을 생각이오?”낙요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그래, 얘기하지 않겠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딸을 잡아서 아비 대신 빚을 갚게 할 것이오!”낙요가 위협하자 집사는 겁을 먹고 황급히 외쳤다.“얘기하겠습니다!”“모든 건 제가 한 짓입니다. 그 아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제발 그 아이는 살려주세요!”집사는 통곡하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묻겠소. 온연을 잡은 것이 당신이 맞소?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소?”집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날 밤 전 아가씨를 잡아 기절시킨 뒤 그녀를 밖에 있던 마차
“그러면 부탁하겠소. 아직 하루 남았으니 반드시 온연을 찾아야 하오!”그리고 오늘 대제사장 저택과 세자 저택에서도 연회 초청장을 받았다.온 영감이 사람을 데리고 떠난 뒤 낙요와 부진환은 그 강을 따라 온연을 찾으러 갔다.한참을 걸어서야 그 농가가 보였다.강가라 바람이 아주 셌고 강가 주위에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서 그 농가는 아주 눈에 띄었다.두 사람은 마당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피비린내가 풍겨오기도 했다.문을 열자 마당에 시체 몇 구가 놓인 게 보였다.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낙요는 시체 옆에 쭈그리고 앉아 검사해 봤고 시체는 전부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한패 같았다.그러나 그들의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낙요에게 다가간 뒤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없다.”두 사람은 다른 방도 확인해 보았다.그러다가 주방 수조에서 핏자국을 보았다.부진환이 따라 들어와서 말했다.“밖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인 듯하다. 옷궤 안에도 전부 검은 옷이다.”말하면서 핏자국을 본 부진환이 물었다“온연은 찾지 못했다. 설마 정말 죽임당한 건 아니겠지?”낙요는 눈살을 찌푸렸다.“온연의 피는 아닌 듯합니다.”“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죽었으니 온연은 도망쳤을 수도 있습니다.”낙요는 말하면서 마당으로 돌아왔다.다툰 흔적을 확인해 보니 적어도 10명이 그곳에서 싸운 듯했다.이때 부진환이 마당 밖을 살피다가 외쳤다.“청연아!”낙요는 곧바로 일어나 달려갔다.부진환은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마차가 떠난 흔적이 있다. 제일 위에 남겨진 흔적을 보거라. 이다음엔 마차가 나간 적이 없는 듯하다.”“온연이 도망쳤다면 이 마차를 탔을 것이다.”두 사람은 차의 흔적을 따라 계속해 나아갔다그러다가 낙요가 옆의 풀더미에서 구슬을 꿰어 만든 술을 발견했다.그녀는 술을 들어 살펴보았고 부진환이 나
“빌어먹을!”“오늘 널 단단히 혼쭐내지 않으면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구나!”그는 말하면서 술잔을 집어던졌고 거칠게 온현의 허리띠를 잡아당겼다.온연은 초조함과 분노에 사로잡혀 호통을 쳤다.“그만! 그만하라고!”“망할 놈!”풍옥건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거칠게 온연의 겉옷을 잡아당겨 속곳을 드러나게 했다.그가 손을 뻗어 온연의 속곳을 벗기려 할 때, 온연이 입술을 깨물면서 눈물 한 방울을 떨궜다.그 순간 풍옥건은 몸이 굳으며 손을 멈췄다.“아, 난...”풍옥건은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이때 방문이 쾅 하고 열리며 낙요와 부진환이 안으로 들어왔다.그 광경을 보자 낙요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그녀는 발차기를 날려 풍옥건을 걷어찼다.풍옥건은 바닥에 쓰러지면서 가슴팍을 누르며 고통을 참았다.“감히 내 사택에 침입하는 것이오?”침상 위에 있던 온연은 깜짝 놀랐다.낙요는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풀고 옷을 입혔다.풍옥건은 도망치려다가 부진환에게 걷어차여서 바닥에 엎어졌다. 부진환은 그의 가슴팍을 짓밟았고 풍옥건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꼼짝하지 못했다.낙요는 온연의 밧줄을 풀어주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온연은 일어나 앉은 뒤 깜짝 놀란 얼굴로 부진환과 낙요를 바라보았다.“대제사장님, 여기는 어떻게 온 것입니까?”낙요가 설명했다.“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을 찾고 있소. 당신은 실종되기 전 우리와 함께 있었으니 당신의 아버지가 우리를 물고 늘어졌소.”그 말에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그녀는 일어나서 풍옥건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뺨을 힘껏 때렸다.풍옥건은 씩씩거리면서 일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부진환이 그를 밟고 있어 꼼짝하지 못했다.“온연, 너, 너! 감히 날 때려?”온연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시 한번 그의 뺨을 때렸다.“그래!”풍옥건은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는 온연을 때리지도 못하자 분통을 터뜨렸다.“차라리 날 죽여! 이 여자에게 모욕당할 바에야 죽는 게 낫지!”그는 심지어 울기 시작했다.온
두 사람은 싸우기 시작했다.낙요가 앞으로 나섰다.“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내가 확인해 보면 되지.”이때 부진환이 발을 뗐고 낙요는 부적 하나를 꺼내 붙였다.손가락으로 톡 건드리자 풍옥건의 기억이 보였다.기억을 다 본 뒤 눈을 뜬 낙요는 온연을 바라보았다.“이자는 거짓말하지 않았소. 그 여인은 사기꾼이 맞소.”풍옥건은 깜짝 놀라더니 황급히 가슴을 움켜쥐고 일어났다.“들었느냐? 정말 사기꾼이란 말이다! 온연, 얼른 나한테 사과하거라!”“아니, 사과로도 내가 겪은 상처를 덜 수는 없다.”풍옥건은 아픈 듯 가슴을 주무르면서 분통을 터뜨렸다.온연은 미간을 구겼다. 정말로 풍옥건을 오해한 것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녀는 그 사기꾼을 도와 풍옥건을 속여서 돈을 빼앗았다.온연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 교활한 여인이군. 나마저 속이다니.”곧이어 그녀는 풍옥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추 미인은 네게 손을 대지 않았다.“그때는 널 속아서 돈을 떼어먹을 생각뿐이었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추 미인을 한 번 보는 것조차 어렵다. 추 미인은 널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말하면서 온연은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 말을 들은 풍옥건은 깜짝 놀랐다.“정말 내게 손을 대지 않았단 말이냐?”“그럼.”“오해였다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마. 나도 네가 날 잡았던 일은 그냥 넘어가겠다.”온연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풍옥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그냥 넘어가 주겠다니?”“난 이번에 널 구했다. 그런데 널 잡았다고?”“내가 아니었다면 넌 죽었을 것이다!”“심지어 넌 내 뺨을 때렸지! 넌 네 은인을 이렇게 대하는 것이냐?”온연은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하지만 조금 전 너는...”“다른 사람이었다면 죽였을 것이다!”조금 전 일을 떠올린 온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풍옥건은 그 일을 떠올리고는 살짝 당황하며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그건... 그냥 겁을 주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