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진환은 그녀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백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매우 언짢았다. “설마 대제사장에게…다른 마음을 품은 것이오?”그녀는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모두 안중에 두고 있었다.대제사장 집에 사는 그녀가 어찌 그간 일어난 일들을 모를 수 있겠는가?부진환은 매일 밤 대제사장의 발을 정성껏 씻겨주었다.또한, 그의 모든 신경은 대제사장에게 가 있었다.처음에는 그저 부진환이 대제사장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아부하는 것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녀는 더욱 의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그들의 관계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였다.또한, 현재 부진환의 침묵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참다 못한 백서는 부진환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버럭 화를 냈다.“정신 좀 차리시오!”“그녀의 직분은 바로 대제사장이오. 그대가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말이오!”“물론, 이전에 그대는 천궐국의 섭정왕이었지만, 이곳에서 그대는 그저 죄수에 불과하오.”“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말이오!”백서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부진환은 백서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그대와는 무관하오.”백서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녀는 진심으로 부진환을 걱정해서 한 충고였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대답뿐이었다.“나는 이미 충분히 말했소.”“결정은 그대가 알아서 하시오!”백서는 괜히 화가 나서 발걸음을 돌렸다.이때 그녀의 앞에 익숙한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그림자의 주인을 알아차린 부진환 그만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그 그림자의 주인은 다름 아닌 낙정이었다.낙정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직 얘기할 것이 좀 남지 않았소?”부진환은 곧바로 낙정의 손목을 꽉 잡은 뒤 옆 골목으로 향했다.“대제사장 집에서 잘 지내는 것 같구려.” 낙정은 피식 웃었다.부진환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대체 무슨 일이오?”낙정이 대답하였
“왜 아직도 밖에 있소?”“내가 내일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 불전연을 가져오게 하겠소. 그 약을 복용하면, 자네는 머지 않아 나을 수 있을 것이오.”“그리고…부상이 낫기 전에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으니, 행동을 조심하는 게 좋겠소.”부진환은 그녀의 말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였다.오히려 그는 낙요의 관심에 기뻐할 뿐이었다.“대제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대제사장님도 오늘 하루 종일 피곤하셨죠? 얼른 물을 좀 끓여오겠습니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부진환의 말에 낙요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생각하면, 심장이 조이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을 숨기며, 애써 괜찮은 척을 하였다. “오늘 마침 목욕을 하고 싶었는데…잘됐소. 평소보다 물을 더 준비하시오.”“물을 끓일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차가운 물로 준비해주시오.”부진환은 낙요의 말에 크게 당황하였다. “찬물이요? 이 날씨에 찬물로 씻으시면, 감기에 걸릴 것입니다.”“그리고, 원래 몸도 차가우신 분이…”그녀는 원래도 손발이 자주 차가웠다. 그렇기에 그는 매일 밤 그녀를 위해 물을 끓여 주었다.“몸이 차가우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따뜻한 물로 씻는 게 좋겠습니다…”그러나, 낙요는 단호하게 부진환의 호의를 거절하였다. “오늘은 찬물로 준비해주시오.”“피곤하니, 어서 가서 준비하시오.”부진환은 그녀의 건강이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낙요는 방 안에 어두커니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괜찮아…낙요…”얼마 지나지 않아, 부진환은 그녀를 위해 물을 가지고 왔다.낙요는 병풍을 치고, 조심스럽게 옷고름을 풀었다.목욕통에 발을 디디자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감쌌다. 부진환은 병풍 밖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제사장님, 혹시라도 힘드시다면…”그러나, 낙요는 여전히 차갑게 그를 대하였다. “어서 나가시오.”그녀는 이를 악물고 목욕통 안에 들어갔다.차가운 추위는 칼처럼 그녀의 몸에 파고들었다.
낙요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도망칠 구멍이 없어야 잡을 수 있지요.”진익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대제사장의 말이 맞소.”낙요는 노예영에 도착한 후, 밀린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였다.진익은 일의 진전을 위해 추가적으로 많은 인원들을 노예영으로 보냈다.동시에 낙요는 잠잘 틈도 없이 새로 들어온 인원들을 정리하였다.그렇게 그녀는 며칠동안 침서에도 가지 못하고, 노예영에서 묵었다.부진환은 매일 밤 돌아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백서는 그런 부진환의 모습을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말을 듣지 않소?”“이건 일부로 그대를 피하는 게 틀림없소.”“계속 이런 식이면, 서로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소…”하지만, 부진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렇게 백서는 멀리서 그런 부진환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해가 지고, 한밤이 되서야 부진환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대제사장님이 없으니, 집이 너무나도 허전합니다…’-이 시각 낙요는 씻을 준비를 하였다.그날 밤 냉수 목욕을 한 뒤, 낙요는 한동안 뜨거운 물은 손에도 대지 않았다.찬 물로 목욕을 할 때마다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차츰차츰 희미해지기 시작하였다.그녀는 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한동안 목욕할 때에는 찬 물만 사용하였다.그렇게 며칠 간 밤을 샌 결과, 드디어 그녀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이제 남은 일은 바로 기관배치였다.이번 건설을 위해 그들은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였고, 진익과 침서는 각각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그들은 끝까지 조금의 긴장도 풀지 않았다.“이제 며칠만 지나면 상원절 등불 축제가 열리는데,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소?”낙요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아직 밀린 일들도 많아, 당분간은 일에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침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래도 그동안 고생했으니, 등불은 꼭 키시오.”“가만보면, 자네는 매사에 너무 열심히야.”“아니
그는 아쉬워하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낙요는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 붉은 옷을 골라 입었다.모처럼 가는 축제이기에 그녀는 한껏 치장을 하였다.이때, 낙요에게 줄 차를 내려온 월규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대제사장님, 오늘 대체 누굴 만나시길래 이렇게 한껏 꾸미셨어요?”낙요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시오!”월규은 살짝 웃으며 낙요의 머리장식을 살펴보았다. “이 옷에는 금비녀가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낙요가 대답하였다. “좋아, 그럼 머리장식은 이걸로 해야겠군!”말이 무섭게 그녀는 곧바로 금비녀를 머리에 꽂았다.부진환은 창문 밖에 앉아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낙요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이라…’‘정말 부럽군…’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밤이 되고, 도성 안은 아름다운 등불로 반짝거렸다.낙요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문을 나섰다.약속한 장소로 가는 도중 그녀는 아름다운 풍경에 완벽히 매료되고 말았다.“아가씨, 등불 하나 사세요. 이 등불은 오늘 밤 아가씨께 좋은 인연을 가져다 줄 거예요!”“하나 주시오.”낙요는 등불을 가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거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더욱 북적거렸고, 아름다운 등불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또한, 짝을 이룬 남녀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며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잠시 회상하였다.하지만, 이내 곧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쓴 웃음을 지었다.‘정신 차려…’멀지 않은 곳에서 부진환은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도련님, 등불 하나 사세요. 이 등불은 오늘 밤 도련님께 좋은 인연을 가져다 줄 거예요!” “하나 주세요.”부진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등불을 구매하였다.마치 그녀와 같이 거니는 듯이…부진환은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와 같은 꽃등을 바라보았다.그 시각, 침서는 낙요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게를 통째로 빌렸다. 가게 안은 형형색색의 꽃등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침서
낙요는 도성을 벗어나면서까지 범인을 쫓았다.도성을 벗어나자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갑자기 사족보행을 하기 시작하였다!그것은 인간의 속도가 아니었다.하지만, 낙요는 계속해서 그 뒤를 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숲이 펼쳐졌다.그녀는 그제서야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살피기 시작하였다.‘이번 범행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사람의 소행인 것인가?’그녀는 서둘러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살펴보았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눈 앞에는 가시덤불로 뒤덮인 산비탈이 펼쳐졌다.어떠한 종적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나침반의 바늘은 계속 앞을 향했다.낙요는 어쩔 수없이 바늘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가시덤불을 누비며, 그녀의 몸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가시덤불 숲을 지나자 그녀의 눈 앞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주위는 온통 찰흙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져 있었고, 어둠 속에서는 무수한 눈이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했다.낙요는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펴보았다.그녀는 풀숲에서 미세한 움직임들을 느낄 수 있었다.바로 그 순간, 앞에서 분노 섞인 고함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한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녀는 갑작스러운 습격에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곧이어 사방에서 그녀를 향해 수많은 맹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맹수들의 수는 얼핏 보아도 열 댓은 대보였다.그렇게 십여 마리의 늑대는 낙요를 순식간에 포위하고 말았다.원래 오늘 밤 그녀는 침서와의 약속이 예정되어 있었다.그렇기에 그녀는 어떠한 무기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맨손으로 싸울 수밖에…’몇 초 뒤,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맹수들은 동시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평소 매우 민첩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녀도 인간이다.동시에 십여 마리의 맹수를 감당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법. 그녀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민첩함으
‘몸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는다니…’‘이런 짐승은 대체 누가 만든거지?’낙요는 서둘러 나침반을 꺼내 상대방의 기억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방금 전에 보았던 장면만 계속해서 보일 뿐이었다.다른 짐승들의 기억들도 살펴보았지만, 별 다를 게 없었다.낙요는 그 짐승들의 혼을 모두 꺼내 담았다.이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이 곳은 어떻게 온 거지? 설마 나를 미행한거요?”“몰래 따라온 거군…’낙요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만 돌아가보는 게 좋겠소. 날 따라오시오.”뒤이어 두 사람은 서둘러 이 곳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도성으로 돌아왔을 때 낙요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부진환은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제사장님, 바로 집으로 가시는 거죠?”낙요가 대답하였다.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먼저 돌아가시오.”부진환이 말했다. “하지만…대제사장님, 지금 저희 옷에서 짐승의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우선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현재 그녀와 부진환은 방금 전 전투로 인해 옷이 피로 가득 물들고 말았다.피로 가득한 옷을 입고 약속에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법. 우선 그녀는 부진환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그러는 게 좋겠군.”부진환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렇게 그는 낙요의 발걸음에 맞춰 집으로 향했다.그들은 행여나 백성들이 보고 놀랄까봐, 비교적 한적한 거리를 선택하였다.오늘은 도성 내에서 가장 화려한 등불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그래서인지 골목마다 화려한 불꽃 소리가 울려퍼졌다.“아름답군…”두 사람은 거리를 걷다 말고, 하늘에 수놓아진 불꽃을 바라보았다.낙요는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정말 아름답소…”밤하늘의 수많은 불꽃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유난히 평온해지는 듯하였다.옆에 있던 부진환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찬란한 불꽃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그는 오늘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
그 시각, 침서는 가게 2층에 앉아 여전히 오지 않는 낙요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았다.‘왜 아직도 오지 않는거요?’‘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닌데…’그는 부러운 표정으로 창 밖에 거리를 오고가는 남녀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매정하게도 낙요는 불꽃 축제가 끝나갈 무렵에도 나타나지 않았다.‘아아..그대는 오늘 오지 않겠군…나와의 약속을 잊은거요?’ 낙요는 슬픈 표정으로 끝나가는 불꽃 놀이를 쳐다보았다.하지만, 낙요는 침서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부진환은 묵묵히 낙요의 뒤를 따랐다.집에 돌아오자 마자, 낙요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하지만, 때는 이미 자정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다.낙요가 다시 밖에 나왔을 때엔 이미 많은 노점들이 문을 닫은 후였다.‘이미…가셨겠지? 아니야…그래도 가보자.’낙요는 서둘러 약속한 가게로 향했다.그녀가 발걸음을 향할수록 거리는 더욱 한산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하지만, 침서와 약속한 가게는 여전히 화려한 등불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그녀가 가게에 이르자, 침서는 급격하게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하였다.낙요도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침서가 남아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가게에 들어서자, 침서가 활짝 웃으며 낙요를 맞이하였다.“정말 안 오는 줄 알았소.”낙요가 대답하였다. “저도 이미 가신 줄 알았어요…”낙요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었다.“무슨 사정이라도 있었던 거요?” 침서가 물었다.그는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주모, 어서 음식을 내어주게!”“죄송해요...사정이 있어서…”그녀는 오늘 밤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침서에게 설명하였다.“도성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설마 그대를 노리고 벌인 짓은 아니겠지?”침서는 곧바로 이 사건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방금 그대는 맹수들을 너무나도 쉽게 처리했다고 하였소.”“그대가 약속에 가는 것을 막으려고
낙요는 다시 한번 밤하늘을 바라봤다. 큰 범위의 불꽃이 도성 전체를 휘감을 듯했다.도성 안의 백성들은 인기척을 듣고 하나둘 집에서 나오거나 창문을 열었다.분위기는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낙요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낙요가 기뻐하자 침서 또한 즐거웠다.그는 뒷짐을 지고 하늘을 가득 메울 듯한 불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앞으로도 너와 함께 이렇게 매년을 보내고 싶구나."몇 년이나 지난 지금, 침서는 텅 비었던 마음속이 그제야 꽉 차오르는 것 같았다.할 수만 있다면 그는 모든 걸 버리고 낙요와 함께 도원을 찾아 세상과 동떨어진 채로 살고 싶었다.주루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조용한 골목길 안, 부진환은 벽에 기댄 채로 조용히 주루 위 그녀를 바라봤다.낙요는 결국 약속을 지켰다.두 사람의 미소는 칼이 되어 그의 가슴을 후벼팠고 부진환은 괴로웠다.낙요가 행복하다면, 잘 지낸다면 그는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다.그러나 침서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불꽃놀이는 밤새 이어졌다.도성 또한 밤새 왁자지껄했다. 심지어 황궁 안의 사람들 역시 밤새 불꽃놀이를 보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을 터뜨렸다.동시에 그들은 밤새 불꽃놀이를 한 사람의 재력에 감탄했다.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도성에는 미인의 미소를 얻기 위해 억만금을 들인 자의 이야기가 퍼져나갔다.다들 그 미인을 부러워했다.그러나 아무도 누가 누구를 위해서 불꽃놀이를 한 건지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설이 돌았다.하지만 정말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때 거리에는 이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른 아침, 낙요는 사람을 시켜 숲속의 시체를 비밀리에 관청으로 옮겼다.그녀는 관청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조사하길 바랐다.낙요는 그가 어디 사람인지, 대체 누가 그를 이 꼴로 만든 건지 알아볼 생각이었다.관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청객이 먼저 찾아왔다.여단청이 보고를 올렸다."대제사장님, 응선해 영감께서 오셨습니다."낙요는 살짝 놀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