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우유는 자신이 틀림없이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그런데 낙정의 장검이 떨어지는 그 순간, 갑자기 철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낙정의 손에 든 장검은 돌멩이에 튕겨졌다.그 위력은 어찌나 컸던지, 낙정의 손아귀가 마비될 정도로 진동했고, 하마터면 검까지 떨굴 뻔했다.낙정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낙요가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우유도 눈을 뜨고, 낙요를 보고 매우 놀랐다.“대제사장, 여기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낙정은 억지로 침착한척했다.낙요는 우유를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우유를 풀어주어라.”낙정은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사람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이 사람은 심보가 바르지 않고, 또한 저를 해치려고 했는데, 이런 사람을 왜 살리려고 합니까?”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낙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저 우유일 뿐이다.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풀어주거라.”“앞으로 내가 곁에 두겠다. 그럼, 다시는 너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낙정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 우유는 예전에 낙청연과 친하게 지냈는데, 오늘도 낙청연 때문에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사나운 개도 먹여주는 사람은 안다고 했습니다. 얘는 짐승만도 못합니다. 그러니 그녀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죽여서 후환을 미리 제거해야 합니다.”“이게 다 대제사장을 위해서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약간 언짢은 표정을 드러내며,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낙요의 어투는 차가워졌으며, 다소 위압감을 지녔다. “나는 지금 대제사장 신분으로 너와 말하는 것이다!”“내가 지금 너와 의논하는 것처럼 보이느냐?”날카로운 이 한마디에, 낙정은 온몸을 흠칫 떨었다.삽시에 한기가 가슴에 솟구쳤다.낙요의 눈빛을 보며, 낙정의 마음은 다소 두려움이 생겨났다.낙요는 왜 우유를 구하려고 하는 것일까?우유의 생사를 그녀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는다.하지만 우유
“찾아왔으니, 다행입니다.” 낙정은 맞장구를 쳤다.낙요는 냉랭하게 말했다. “앞으로 우유는 내 사람이다. 내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물론 너도 포함이다.”낙요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경고했다.낙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의 감정은 결코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동문입니다.”낙요는 차갑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동문이면 어떠하냐? 친형제도 반목하는데.”이 말을 하더니, 낙요는 우유를 불렀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곧이어 낙요는 우유를 데리고 떠났다.낙정은 두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더없이 분노했다.돌아가는 길에, 우유는 재난 뒤에 살아남은 느낌이 들었다. “대제사장, 감사합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낙정이 중상을 입은 틈을 타서, 그녀를 죽이려던 생각은 좋았어. 하지만 바로 손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너와 낙정의 실력은 현저하게 차이가 있고, 게다가 낙정은 매우 영리하거든.”“낙정은 절대 자신을 쉽게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예전에도 그렇게 함께 오랫동안 지내왔는데, 왜 이 점도 생각 못 했느냐?”우유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제가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고,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습니다.”“대제사장께서 저를 믿어 주실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필경 그녀와 낙요는 친분도 별로 없었고, 오히려 낙요와 낙정은 동문이었다. 이치대로라면 그녀보다 훨씬 더 가깝고, 낙정을 더 믿어야 맞다.낙요는 앞으로 걸어가며, 담담하게 말했다. “넌 낙정의 상대가 아니지만, 친구의 복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낙정을 죽이러 갔어. 너는 정이 있고 의리 있는 사람이야.”“낙정보다 훨씬 믿음직하다.”우유는 약간 감동했다.낙요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니, 그제야 그녀가 출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대제사장, 여기는 출궁하는 방향이 아닙니까?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장서각.”우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묵묵히 낙요의
혼렬술(魂裂術).특수한 내공심법에 비술을 결합하여, 상대방을 죽인 후, 신속하게 상대방의 혼백을 부숴버리는 것이다.취혼부로 혼백을 소환하면, 혼백은 재가 되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하지만, 이런 비술은 십여 년 전에 이미 실전됐다.마지막으로 이 술법을 기록한 사람은 고와운(高臥雲)이라는 풍수사인데,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다.낙요도 고와운에 관한 일을 찾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만일 고와운과 서소청이 관계가 있다면, 그럼, 서씨 집안 사람들은 뭔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돌아가서 서소난에게 물어봐야겠다!이제 수혼 술법만 알아내면 되는데, 기록이 있을지 모르겠다.계속 찾으려고 하는데 우유가 걸어들어왔다.“대제사장.”“온 저녁 책을 찾으시는 것 같던데, 아직도 못 찾으셨습니까?”낙요가 대답했다. “아니, 아마 여기에는 없는 것 같구나.”“혹시 대제사장께서 찾으시는 책이 어떤 것인지 여쭤볼 수 있습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낙요는 고서를 들춰보며 말했다. “혹시 짐승의 혼을 사람의 몸에 넣는 것을 보았느냐?”우유는 듣고 몹시 놀라 하더니, 곧이어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건 정말 금시초문입니다.”“이런 사술은, 아마 천궁도에만 있을 겁니다.”낙요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아하니, 확실히 천궁도에 밖에 없는 것 같구나.”“그만 가자꾸나.”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우유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다만, 제가 방금 봤던 책 중에, 금술이 적혀 있었습니다.”“사람의 혼백을 다른 사람의 몸에 바꿔 넣는 것이었습니다.”“이 수혼을 사람의 몸에 바꿔 넣는 것 또한, 이곡동공의 묘미가 있지 않을까요?”낙요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갑자기 눈동자를 반짝이며, 중얼거렸다.“환혼술……”우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맞습니다. 바로 그거였습니다.”“그 술법으로 수혼을 사람의 몸에 바꿔 넣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람의 혼을 바꾸는 것도 실패할 확률이 매우 크다.
이 말을 하며, 서소청은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더니, 간절히 애원했다. “황후마마,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이대로 가다가는, 저는 틀림없이 죽을 겁니다!”“역씨 집안도 망했습니다”“모든 일은 낙요가 다 조사해 낼 것입니다!”“그녀의 수단으로……”서소청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어투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황후의 눈빛은 약간 차가웠고, 저도 몰래 손바닥을 불끈 움켜쥐었다.“거추장스러운 낙청연이 죽고, 또 거추장스러운 낙요가 오다니!”“낙씨들은 왜 다들 이렇게 미움을 사는 것이냐!”황후는 사색에 잠기더니, 눈 속에 살기가 점점 더 강렬해졌다.그녀는 즉시 냉랭하게 명령했다. “죽고 싶다니, 그럼 죽여줘야지.”“이리 와 보거라.”서소청은 다급히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황후는 나직한 목소리로 한바탕 분부했다.서소청은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황후는 분부가 끝난 후, 냉랭하게 말했다. “어서 돌아가거라.”“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하지만 서소청은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더니,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황후마마, 그녀를 좀 만나게 해주시면 안 됩니까? 저는 이미 몇 달이나 그녀를 보지 못했습니다.”황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 궁녀를 불렀다. “향응(香凝)을 만나게 해주거라.”“황후마마, 감사합니다.”--낙요와 우유 두 사람은 궁 밖에서 잠깐 기다리니, 서소청이 나왔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출궁하지 않았고, 궁녀는 그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낙요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그들은 황후의 침전 뒤편에 위치한 화원으로 갔다. 마당에서 한 궁녀가 마침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서소청이 걸어 들어갔다. 그 궁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향응아.”궁녀가 몸을 돌리더니, 의아해하며 웃었다. “서 부인, 오랜만입니다.”서소청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몇 달 만에 너를 보러 왔구나. 그동안 잘 지냈느냐?”“날씨가 추운데, 충분히 덧옷을 입었느냐?”“여기 일은 수
낙요는 생각하더니, 일어나서 서소난을 찾으러 갔다.이 일을 서소난에게 알려 줬을 때, 서소난의 표정은 몹시 놀라웠다. “서소청에게 이미 딸이 있었소?”“어떻게 그럴 수가!”“콜록, 콜록, 콜록……”서소난은 급한 나머지,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낙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아이가 확실히 역소천의 딸이 아니오?”서소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역소천은 그때만 해도 그렇게 나를 미워하지 않았소. 그리고 그는 법도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니, 절대 서소청과 딸을 낳았을 리가 없소.”서소난은 이 말을 끝내고, 또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의 일에 신경을 써서 뭐 한단 말이오?”“그들의 일은, 이제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소.”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또 물었다. “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오.”“혹시 고와운을 알고 있소?”이 이름을 듣던, 서소난은 약간 놀라 하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사람은 예전에 나의 아버지 군영의 군사였소.”“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었소.”“하지만 침서가 장군이 되어, 천군을 통솔한 후에, 그는 바로 떠났소.”“그는 예전에 아버지께서 가장 믿었던 사람이기도 하오.”“지금은 아마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오.”“대제사장께서 갑자기 그를 물어보는 이유가, 혹시 그의 도움이 필요하오?”낙요는 약간 놀랐다. 고와운이 정말 서씨 집안과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낙요가 대답했다. “고와운은 혼령술을 할 줄 알고 있었소. 이 술법은 바로 사람의 혼백을 부숴버릴 수 있소. 혹시 고와운이 이 술법을 서소청에게 전수하지 않았을까?”이 말을 들은 서소난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곧이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표정은 점점 더 쭈그러들었다. “서소청이 혼령술을 할 줄 안다고……”“고와운이 서소청에게 가르쳐준 적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소. 나는 부친 주변 사람들과 왕래가 잦지 않았소.”“하지만 대제사장의 말씀을 듣고 보니, 서소청과 고와운이 확실히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잘된 일이구나!”황제는 즉시 또 명령을 내렸다. “진익, 너는 철갑 금위 천 명을 거느리고 대제사장과 함께 노예곡으로 가서, 대제사장의 분부를 따르도록 하여라!”진익이 앞으로 다가왔다. “아신 명을 받들겠습니다!”낙요는 몸을 돌려 대전에서 걸어 나가며 말했다. “돌아가서 준비를 마치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출궁 후, 낙요는 즉시 계진에게 준비를 맡겼다.반 시진도 안 돼서, 낙요는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성 밖에서 진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침서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아요, 노예곡으로 가는 것이냐?”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렇게 빨리 소식을 들었습니까?”침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요, 노예곡은 장난이 아니다!”“특히 폭동이 일어난 구체적인 이유도 모르는 상황에서 네가 가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단 말이다.”“노예곡 사람들은 제사 일족을 가장 증오하고, 특히 너, 이 대제사장을 가장 증오한다!”왜냐면 제사 일족이 노예곡을 만들었고, 노예곡 사람들은 제사 일족에 길들이고, 그들에게 죽고 싶을 만큼 괴롭힘을 당해 어쩔 수 없이 복종한 뒤, 노예곡으로 보내지고, 평생 노예로 살기 때문이다.노예곡의 모든 사람은 대제사장을 증오한다.낙요는 담담하게 말했다. “가봐야 폭동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을 거 아닙니까?”“노예곡은 오랫동안 아무 탈 없이 조용했습니다. 종래로 폭동 같은 건 일어났던 적이 없습니다. 하필 이때, 폭동이 일어난 이유가 있을 겁니다.”“이유가 무엇이든지, 저는 반드시 직접 가서 알아보겠습니다.”설령 그중에 함정과 음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반드시 갈 것이다.침서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함께 가겠다.”“아닙니다.”“저 혼자 충분합니다.”“폐하의 명령 없이 제멋대로 간다면, 뒷소리가 또 많이 나올 것입니다.”침서는 듣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는 험담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아요가 신경
방문을 밀고 들어가자, 방 안에 있던 구십칠과 주락은 살짝 놀랐다.부진환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구십칠, 나와 함께 노예곡에 다녀와야겠소.”구십칠은 멍해 있더니, 놀라서 물었다. “노예곡? 노예곡에는 웬일로?”“노예곡에 지금 폭동이 일어나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소리는 들었소.”“이건 황제의 걱정거리가 아니요?”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낙요가 이미 노예곡으로 출발했소.”이 말을 하며, 부진환은 망설이더니, 또 말했다. “지난번에 당신들에게 말해주지 못했소.”“사실, 낙요는 낙청연일 가능성이 매우 크오.”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그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뭐라고?”“정말이오?”“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낙요는 몇 년 전에 여국의 대제사장이었소. 낙요는 낙요고, 낙청연은 낙청연이오. 어떻게 같은 사람일 수가 있겠소?”구십칠은 애써 냉정을 유지했으며, 선뜻 믿지 못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일을 가지고 당신들을 속이지 않소.”“예전에 청연이 직접 나에게 말했소. 그녀의 진짜 이름은 낙요라고 했소.”“청연이 천궐국에 있었던 그 몇 년 동안, 여국에는 낙요가 없었소.”“청연이 죽은 후, 낙요가 돌아왔소.”“이런 우연을, 나는 한번 믿고 싶소!”이 말을 듣고, 구십칠과 주락은 서로 마주 보았다.주락은 생각하더니, 걱정했다. “노예곡 사람들은 대제사장을 가장 증오한단 말이오. 그럼, 폭동이 일어나면, 그들은 대제사장을 제일 먼저 죽이려고 할 것이오.”“구십칠, 믿는 편이 안 믿는 편보다 낫소.”만약 정말 낙청연이라면, 그들은 절대 그녀를 또 죽게 둘 수 없다.만약 정말 또 죽는다면, 그녀는 이번에 완전히 죽을 것이다.구십칠은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함께 노예곡으로 가겠소.”그는 그곳 상황에 대해 비교적 익숙하기 때문에,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적어도 낙요의 목숨은
“하지만 나는 믿소. 진심으로 대한다면, 언젠가는 그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예전의 벙어리는 낙청연의 신임을 얻었다.지금의 부진환도 마찬가지로 낙요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그럼, 이번에 우리에게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소.” 주락의 어투는 무거웠다.--밤이 되었다.날은 약간 차가웠지만, 대오는 아직도 마을이 있는 곳까지 가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숲 옆에 멈춰, 휴식을 취해야 했다.뭇사람은 불을 피워, 몸을 덥혔다.낙요는 마차 안에 누워있었다. 찬바람이 틈새로 솔솔 불어 들어와, 그녀의 손발은 추워서, 감각이 없었다.“대제사장, 내려와 앉으시오.”진익이 마차 밖에서 불렀다.낙요가 문발을 젖히고 힐끔 쳐다보더니, 마차에서 걸어 내려와 불더미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진익은 그녀 곁에 앉아, 먹을 것을 건넸다.“대제사장, 우리와 함께 길을 재촉하느라 힘드지 않았소? 아쉽게도 이곳은 황량하고 인가가 없어서, 대제사장께서 우리와 함께 추위에 떨게 됐소.”낙요는 그가 건넨 음식을 받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노예곡의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소?”진익은 유감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대제사장께서 알고 있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요.”“내 소식이 대제사장보다 더 영통하진 않소.”낙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익은 또 바짝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대제사장은 우유라는 사람을 위해 낙정을 때렸다고 들었소.”“보아하니, 대제사장도 자신의 세력이 필요한가보구먼!”낙요는 침묵을 지키며, 손을 뻗어 불을 쬐었다.“대제사장이 괜찮다면, 나와 협력하겠소?”“대제사장이 원하는 건, 내가 다 줄 수 있소.”“물론, 대제사장이 하고 싶은 일도 내가 온 힘을 다해 도와주겠소.”낙청연이 죽었으니, 진익은 간절히 다른 맹우를 찾으려고 했다.낙요가 가장 좋은 선택이다.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와 협력하고 싶소?”“당신은 감히 황후와 맞설 수 있겠소?”“감히 고묘묘에게 반격할 수 있겠소?”낙요는 입꼬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