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깜짝 놀랐다.왜 그자가 생각나는 것일까.며칠 동안 발을 담가 줬을 뿐인데 왜 갑자기 부진환이 생각나는 것일까.멀리서 부진환 일행은 산비탈에 숨어 있었다.아래의 대오도 보이고 그 마차도 볼 수 있었다.거리가 가까워 세 사람은 불도 지피지 못한 채 이 밤의 추위를 겨우 바람만 막을 수 있는 곳에서 피했다.부진환은 계속 산비탈 아래를 바라보았다.그 마차를 보며 안에 탄 사람은 잠이 들었을까 생각했다.날이 이렇게나 찬데, 계진 그 무심한 자식이 난로나 준비했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마차 안은 많이 추울텐데.생각하면 할수록 부진환은 잠에 들 수 없었다.구십칠은 눈을 떠 부진환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그만 보시오. 내일 길을 떠나야 하는데 일찍 쉬는 게 좋을 것이오.”“진익의 그 많은 근위가 보호하고 있으니 무사할 것이오.”생각에 잠겨 있던 부진환은 결국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잠깐 어디 좀 다녀오겠소.”“어디 가는 것이오?”부진환은 말없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주락은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됐소, 보내주시오.”“마음은 처음부터 저 밑의 마차에 있었소.”다시 돌아와 보니 영지의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부진환은 다른 길로 돌아가 살며시 마차에 다가갔다.마차의 사람이 뒤척이며 푹 자지 못하는 소리를 듣자, 부진환은 문발을 살짝 열어 손을 뻗고 무언가를 놓아두었다.그러고는 복잡한 눈빛으로 담요를 덮은 낙요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이때, 밖에서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누구냐!”부진환은 깜짝 놀라 곧바로 도망쳤다.그러나 영지의 시위가 발견한 사람은 부진환이 아니었다.낙요도 깜짝 놀라 눈을 떠 몸을 일으켰다.“무슨 일이냐?”계진은 달려가 살펴보더니 곧바로 돌아와 보고했다.“대제사장, 침서 장군께서 오셨습니다.”“알겠다.”낙요는 시선을 거두었으나, 갑자기 발 옆에 놓인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들어보니 따뜻한 기운이 밀려왔다.손난로였다.이 깊은 산속에서 누가 이런 것을 가져다 놓았을
밤이 되자 대오는 멈추고 불을 피웠다.낙요도 마차에서 내려 불에 몸을 녹였다.한참 있다 마차에 돌아가 보니 또 손난로 하나가 놓여있었다.낙요는 깜짝 놀라 문발을 열어 근처의 산비탈 위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부진환은 고개를 거두어들였다.한참이 지나서야 부진환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 마차를 바라보았다.낙요는 난로를 안고 마차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예전에는 이렇게 여린 여인이 아니었다. 겨울밤에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자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조금만 추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늘 추위를 견뎌왔지만, 따뜻함을 알아버렸으니 늘 겪었던 추위도 지금은 유난히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깊은 밤.장군부에서.침서가 떠나고 난희는 텅 빈 부의 정원을 걸어 다녔다.낙요가 돌아오고 나서부터 장군은 난희를 가까이 두지 않았다.이번에는 노예영에 갔으니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걷다 보니 난희는 내원에 들어와 장군의 부에 도착했다.지키는 시위도 없으니 매우 고요했다.난희는 계단에 앉아 걱정이 가득했다.고요한 공기 속에서,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난희는 그 소리를 들은 순간 털이 쭈뼛 섰고,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이 울음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난희는 그 소리를 찾아다니다 정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장군의 정원에서 말이다.난희는 망설이다 결국 문을 열었다.“흑흑흑… 제 몸을 돌려주시오… 제 몸을…”여인의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고, 바람이 불어오자 난희는 소름이 돋았다.장군의 방에는 밀실이 있었고, 장군은 폐관할 때마다 밀실에 들어가 있었다.하지만 장군은 부에 다른 여자를 둘 리가 없었다.낙요도 돌아왔으니 안에 다른 여자가 있을 리는 없었다.이 생각을 한 난희는 등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장군에 관한 일을 너무 적게 알고 있으니, 장군을 더 알고 싶었다!여기까지 생각한 난희는 용기를 내 장군의 방문을 열었다.
난희가 숨 막히는 고통에 빠져있던 그때, 그 힘은 그제야 난희의 몸에서 빠져나왔다.난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자 하얀 그림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건 제 몸이 아닙니다.”“이건 제 몸이 아닙니다…”“제 몸은 어디에 있습니까? 침서! 제 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그 하얀 그림자는 비틀거리며 정원 문을 나섰고, 곧바로 난희의 시선에서 사라졌다.난희는 황급히 몸을 돌려 일어섰다.그러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어떻게 하지? 큰 사달을 일으킨 게 아닌가?난희는 긴장한 얼굴로 뒤를 보고 황급히 밀실의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정원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난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난희는 급한 걸음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다행히도 그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정녕 장군의 밀실에 갇혀 있었던 것일까?이 일을 장군께 알려야 할까?난희는 망설였다.장군은 노예곡에 갔고, 그곳은 황무지이니 서신도 받지 못할 것이다.그렇다면 오늘 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난희는 마음을 가다듬고 급히 방으로 돌아갔다.-길을 떠난 지 며칠이 지났을까.5일 후, 일행은 그제야 노예곡 밖의 주둔 영지에 도착했다.석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일행을 맞이했다.“대제사장을 뵙습니다! 대황자를 뵙습니다!”낙요는 마차에서 내려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석 장군이오? 이곳에 온 목적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석칠(石七)은 말에서 내려 공손하게 답했다.“익 장군이 서신을 보내서 상황은 알고 있습니다.”“지금 노예곡의 상황은 매우 긴박합니다. 대제사장이 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낙요는 앞으로 걸으며 상황을 물었다.“지금은 대체 어떤 상황이오?”“대제사장, 대황자. 이쪽으로 오십시오.”석칠은 그들을 데리고 높은 산비탈 길에 올라섰다. 마침 노예곡의 전경이 보이는 곳이었다.그러나 내려다보니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매우 고요했다.“노예곡은 지금 그들에
“대체 어떤 이유로 갑자기 함께 폭동을 일으킨 것이오?”석칠은 고개를 저었다.“이유는 없습니다.”“이 노예곡에는 노예들뿐입니다. 그들의 생각을 신경 쓰는 자는 없으니…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징조도 없었습니다.”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징조가 없었을 리는 없소.”“당신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오.”“그리고 노예가 되기 전에 얼마나 대단했더라도, 당신 같은 정예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오.”“말해 보시오,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이오?”’석칠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그러고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그들이… 우리의 무기 창고를 털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라 석칠을 바라보았다.“이리 큰일을 물어보지 않았으면 알리지도 않을 속셈이었소?”“정말 간이 부었구먼!”석칠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진익은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멍청한 놈들! 무기 창고를 노예들에게 털리다니 말이 되오?”석칠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입을 열었다.“저희도 몰랐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노예곡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그렇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항의 뜻이 생겼다는 것이오. 당신들이 방어를 소홀히 해 갑자기 폭동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래된 계획일 것이오.”석칠이 물었다.“그렇다면 대제사장,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일단 영지로 가서 지도를 봐야 할 것 같소.”영지에 돌아가자 석칠은 지도를 꺼냈다. 지도를 살펴본 낙요는 무기 창고는 물론, 식량 창고까지 모두 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석칠은 낙요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급히 설명했다.“애초에 이 무기 창고와 식량 창고는 모두 노예곡에 지어졌습니다.”“우리의 병사들도 노예곡에 있었습니다.”“그러나 몇 년 사이에 노예곡에 들어오는 노예가 점점 많아졌고, 아이도 많이 태어났습니다.”“인구가 늘어나니 노예곡 안에서도 구역 분쟁이 생겨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하여 우리의 군대는 노예곡에서 나와 이 위에 가
진익은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노예곡을 대체 어떻게 지킨 것이오? 어찌 곳곳에 구멍이란 말이오?!”석칠은 여전히 겁먹어 답을 하지 못했다.낙요는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몇 년간 조용했던 노예곡에 이렇게 큰 폭동이 일어난 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오.”“이 사람들은 강제로 진압해도 안 되고, 멋대로 죽여서도 안 되오.”“우선 이유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오.”말을 마친 낙요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의 지형은 험난하니 방어를 약화해 돌격할 기회를 주시오.”“그렇게 몇 명을 잡아 상황을 물어보시오.”석칠은 급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역시 현명하십니다!”“소인 지금 당장 그리하겠습니다!”곧바로 석칠은 막사를 나섰다.진익은 궁금한 듯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이번에 대제사장은 승산이 얼마나 되오?”“어찌 그렇게 묻는 것이오?”진익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강제로 진압도, 멋대로 죽이지도 못하고 너무 많이 죽어도 안 되오.”“그들이 자유를 원하는 것이라면… 우린 줄 수 없으니 이 전쟁은 정녕 끝날 수 있는 것이오?”“이번에 부황께서 해결하지 못하면 여기에 쭉 있으라고 했소.”“이 고된 곳에서 몇 달은 있고 싶지 않소.”“대제사장께서 신경을 써주셔야 우리도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오.”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진익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것은 황상께서 당신께 내린 명이오.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오?”“내가 돌아가려고 한다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을 것이오.”말을 마친 낙요는 몸을 돌려 떠났다.진익은 급히 낙요를 따라가며 말했다.“대제사장,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오…”말을 마치자 진익은 앞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침서와 마주쳤다.진익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침서는 경고하는 눈빛으로 진익을 보며 앞으로 다가와 낙요에게 망토를 덮어주었다.“아요, 바람이 차구나. 눈이 내릴 것 같으니 따뜻하게 입어야겠다.”낙요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침서의 차림새를 바라보았다.“
석칠은 한편으로 사죄하면서 말했다.“대제사장님, 황자님. 정말 죄송합니다.”“지금 저희가 먹을 수 있는 건 찐빵뿐입니다.”“대제사장님의 분부대로 수비대를 움직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미끼를 문다면 저희의 군량과 마초를 빨리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진익은 어쩔 수 없이 찐빵을 먹기 시작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찐빵으로 배를 채웠다.“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기거든 나를 제때 부르시오.”“알겠습니다!”막사로 돌아왔을 때 날이 완전히 저물어 막사에서는 촛불을 밝혔다.낙요는 자리에 눕자마자 막사 밖에 검은 형체가 언뜻언뜻 보이는 걸 보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전 매우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습니다. 이만 돌아가세요.”침서는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막사 안을 바라보았다.“그러면 편히 쉬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날 바로 부르거라.”침서는 곧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발소리에 낙요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낯선 환경 때문에 불안한 탓일지도 몰랐다.항상 깊게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눈을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깨어나다 보니 더 피곤했다.낙요는 일어나 앉아서 이마를 주물렀고 강제로라도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노예곡 상황이 어떤지 지금은 알 방도가 없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낙요는 지금 정력을 비축해 두려고 했다.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다시 누웠다.그러다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이내 누군가 들어왔다.낙요는 가만히 있다가 그자가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자 몸을 홱 뒤집으며 상대의 목을 졸랐다.“누구냐!”그러나 상대는 반항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다만 대야 속 물이 찰랑거릴 뿐이었다.낙요는 화들짝 놀랐다.“부진환? 왜 여기 있는 것이오?”그는 그곳 사병의 옷을 입고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있었다.낙요가 놓아주자 부진환은 대야를 내려놓고 말했다.“길이 험하고 날이 추워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을 것 같은데 발을 담그시렵니까?”“제가
낙요는 실눈을 떴다. 확실히 그랬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부진환을 바라봤다.“당신은 날 따라 이곳까지 와서 뭘 하려는 건지 대답하지 않았소.”“내 발을 씻어주려고 온 건 아닐 테고.”부진환은 웃었다.“대제사장님께서는 총명하시니 제가 줄곧 대제사장님의 뒤를 따른 사실은 알고 있으셨겠지요.”그 말에 낙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총명하다라? 당신은 오는 길 내내 내게 난로를 보냈는데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알 수 있었을 것이오.”“정말 날 칭찬하는 것이 맞소?”낙요의 보기 드문 미소에 부진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전 대제사장님보다 하루 먼저 막사에 도착했고 그들의 진영에 섞여 들어갔습니다.”“그들은 제가 몰래 들어간 사실조차 모릅니다.”“그렇다는 건 이 주둔지에 새로 온 사람, 눈에 익지 않은 사람이 저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지요.”“그들이 묵인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어쩌면 대제사장님을 겨냥하여 보낸 자들일지도 모릅니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의아해했다.부진환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대제사장님, 제게 친우가 한 명 있는데 대제사장님께서도 아실 겁니다. 구십칠이라는 자입니다.”“대제사장님은 그가 예전에 뭘 하던 자인지 이미 조사를 마쳤겠지요. 그도 노예곡에서 있었던 자입니다.”“어쩌면 그가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대제사장님께서 절 한 번 믿어주시겠습니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뭔가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부진환은 이미 많은 실마리를 얻었고 유능한 조력자까지 찾았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봤다.“난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오.”“난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돕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오. 정이 있거나 의리 때문이 아니라면 뭔가를 바라서겠지.”“당신은 나보다 앞서 며칠 동안 바삐 움직였고 나 또한 그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난 당신이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소.”“내게 솔직히 얘기해준다면 당신들과 협력하는 걸 고려해 보겠소.”그녀는
“하지만 난 침서가 당신을 죽이게 놔두지도, 당신이 침서를 죽이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오.”“알겠소?”부진환은 속이 쓰렸다. 그는 낙요의 마음속에서 본인과 침서가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께서는 기억을 일부 잃으셨습니다. 만약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확 구기면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됐소.”“물이 식었군.”그녀가 기억을 떠올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얘기해준 기억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었다.부진환은 낙요의 발을 닦아서 침상 위에 놓아주었다.“그러면 편히 쉬십시오.”’부진환은 대야를 들고 막사를 나갔다.다시 고요함을 되찾자 낙요는 이불 안에 누워 따뜻한 발의 느낌을 즐겼다.그 따뜻함은 온몸으로 퍼졌고 이내 잠기운이 몰려왔다.오늘은 참으로 이상했다.낙요는 꿈을 꾸었다.그녀는 꿈에서 의자에 묶여 매를 맞고 있었다.그녀의 눈앞에는 화려한 차림의 사내가 서 있었는데 몸통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아파서 의자를 힘껏 쥐고 죽어라 이를 악물었다.사내의 목소리는 흐릿했지만 엄숙하게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낙요는 무척이나 억울했다.꿈은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밖에서 애타는 소리가 들렸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 사람을 잡았습니다!”낙요는 화들짝 깨어나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신발을 신었다.옷을 입은 뒤 막사를 나가보니 차가운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고 그 때문에 뺨이 매우 추웠다.손을 들어 만져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낙요는 당황했다.조금 전 꿈 때문일까?왜 이렇게 슬프고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꿈속의 사내는 누구일까?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옷차림을 보니 침서는 아닌 듯했다. 그는 절대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았다.그곳에 거의 다 왔다.낙요는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눈물을 닦았다.도착해 보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전부 오늘 밤에 잡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