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이유로 갑자기 함께 폭동을 일으킨 것이오?”석칠은 고개를 저었다.“이유는 없습니다.”“이 노예곡에는 노예들뿐입니다. 그들의 생각을 신경 쓰는 자는 없으니…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징조도 없었습니다.”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징조가 없었을 리는 없소.”“당신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오.”“그리고 노예가 되기 전에 얼마나 대단했더라도, 당신 같은 정예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오.”“말해 보시오,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이오?”’석칠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그러고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그들이… 우리의 무기 창고를 털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라 석칠을 바라보았다.“이리 큰일을 물어보지 않았으면 알리지도 않을 속셈이었소?”“정말 간이 부었구먼!”석칠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진익은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멍청한 놈들! 무기 창고를 노예들에게 털리다니 말이 되오?”석칠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입을 열었다.“저희도 몰랐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노예곡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그렇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항의 뜻이 생겼다는 것이오. 당신들이 방어를 소홀히 해 갑자기 폭동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래된 계획일 것이오.”석칠이 물었다.“그렇다면 대제사장,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일단 영지로 가서 지도를 봐야 할 것 같소.”영지에 돌아가자 석칠은 지도를 꺼냈다. 지도를 살펴본 낙요는 무기 창고는 물론, 식량 창고까지 모두 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석칠은 낙요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급히 설명했다.“애초에 이 무기 창고와 식량 창고는 모두 노예곡에 지어졌습니다.”“우리의 병사들도 노예곡에 있었습니다.”“그러나 몇 년 사이에 노예곡에 들어오는 노예가 점점 많아졌고, 아이도 많이 태어났습니다.”“인구가 늘어나니 노예곡 안에서도 구역 분쟁이 생겨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하여 우리의 군대는 노예곡에서 나와 이 위에 가
진익은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노예곡을 대체 어떻게 지킨 것이오? 어찌 곳곳에 구멍이란 말이오?!”석칠은 여전히 겁먹어 답을 하지 못했다.낙요는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몇 년간 조용했던 노예곡에 이렇게 큰 폭동이 일어난 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오.”“이 사람들은 강제로 진압해도 안 되고, 멋대로 죽여서도 안 되오.”“우선 이유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오.”말을 마친 낙요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의 지형은 험난하니 방어를 약화해 돌격할 기회를 주시오.”“그렇게 몇 명을 잡아 상황을 물어보시오.”석칠은 급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역시 현명하십니다!”“소인 지금 당장 그리하겠습니다!”곧바로 석칠은 막사를 나섰다.진익은 궁금한 듯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이번에 대제사장은 승산이 얼마나 되오?”“어찌 그렇게 묻는 것이오?”진익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강제로 진압도, 멋대로 죽이지도 못하고 너무 많이 죽어도 안 되오.”“그들이 자유를 원하는 것이라면… 우린 줄 수 없으니 이 전쟁은 정녕 끝날 수 있는 것이오?”“이번에 부황께서 해결하지 못하면 여기에 쭉 있으라고 했소.”“이 고된 곳에서 몇 달은 있고 싶지 않소.”“대제사장께서 신경을 써주셔야 우리도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오.”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진익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것은 황상께서 당신께 내린 명이오.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오?”“내가 돌아가려고 한다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을 것이오.”말을 마친 낙요는 몸을 돌려 떠났다.진익은 급히 낙요를 따라가며 말했다.“대제사장,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오…”말을 마치자 진익은 앞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침서와 마주쳤다.진익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침서는 경고하는 눈빛으로 진익을 보며 앞으로 다가와 낙요에게 망토를 덮어주었다.“아요, 바람이 차구나. 눈이 내릴 것 같으니 따뜻하게 입어야겠다.”낙요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침서의 차림새를 바라보았다.“
석칠은 한편으로 사죄하면서 말했다.“대제사장님, 황자님. 정말 죄송합니다.”“지금 저희가 먹을 수 있는 건 찐빵뿐입니다.”“대제사장님의 분부대로 수비대를 움직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미끼를 문다면 저희의 군량과 마초를 빨리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진익은 어쩔 수 없이 찐빵을 먹기 시작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찐빵으로 배를 채웠다.“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기거든 나를 제때 부르시오.”“알겠습니다!”막사로 돌아왔을 때 날이 완전히 저물어 막사에서는 촛불을 밝혔다.낙요는 자리에 눕자마자 막사 밖에 검은 형체가 언뜻언뜻 보이는 걸 보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전 매우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습니다. 이만 돌아가세요.”침서는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막사 안을 바라보았다.“그러면 편히 쉬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날 바로 부르거라.”침서는 곧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발소리에 낙요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낯선 환경 때문에 불안한 탓일지도 몰랐다.항상 깊게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눈을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깨어나다 보니 더 피곤했다.낙요는 일어나 앉아서 이마를 주물렀고 강제로라도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노예곡 상황이 어떤지 지금은 알 방도가 없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낙요는 지금 정력을 비축해 두려고 했다.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다시 누웠다.그러다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이내 누군가 들어왔다.낙요는 가만히 있다가 그자가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자 몸을 홱 뒤집으며 상대의 목을 졸랐다.“누구냐!”그러나 상대는 반항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다만 대야 속 물이 찰랑거릴 뿐이었다.낙요는 화들짝 놀랐다.“부진환? 왜 여기 있는 것이오?”그는 그곳 사병의 옷을 입고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있었다.낙요가 놓아주자 부진환은 대야를 내려놓고 말했다.“길이 험하고 날이 추워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을 것 같은데 발을 담그시렵니까?”“제가
낙요는 실눈을 떴다. 확실히 그랬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부진환을 바라봤다.“당신은 날 따라 이곳까지 와서 뭘 하려는 건지 대답하지 않았소.”“내 발을 씻어주려고 온 건 아닐 테고.”부진환은 웃었다.“대제사장님께서는 총명하시니 제가 줄곧 대제사장님의 뒤를 따른 사실은 알고 있으셨겠지요.”그 말에 낙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총명하다라? 당신은 오는 길 내내 내게 난로를 보냈는데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알 수 있었을 것이오.”“정말 날 칭찬하는 것이 맞소?”낙요의 보기 드문 미소에 부진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전 대제사장님보다 하루 먼저 막사에 도착했고 그들의 진영에 섞여 들어갔습니다.”“그들은 제가 몰래 들어간 사실조차 모릅니다.”“그렇다는 건 이 주둔지에 새로 온 사람, 눈에 익지 않은 사람이 저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지요.”“그들이 묵인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어쩌면 대제사장님을 겨냥하여 보낸 자들일지도 모릅니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의아해했다.부진환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대제사장님, 제게 친우가 한 명 있는데 대제사장님께서도 아실 겁니다. 구십칠이라는 자입니다.”“대제사장님은 그가 예전에 뭘 하던 자인지 이미 조사를 마쳤겠지요. 그도 노예곡에서 있었던 자입니다.”“어쩌면 그가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대제사장님께서 절 한 번 믿어주시겠습니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뭔가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부진환은 이미 많은 실마리를 얻었고 유능한 조력자까지 찾았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봤다.“난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오.”“난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돕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오. 정이 있거나 의리 때문이 아니라면 뭔가를 바라서겠지.”“당신은 나보다 앞서 며칠 동안 바삐 움직였고 나 또한 그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난 당신이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소.”“내게 솔직히 얘기해준다면 당신들과 협력하는 걸 고려해 보겠소.”그녀는
“하지만 난 침서가 당신을 죽이게 놔두지도, 당신이 침서를 죽이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오.”“알겠소?”부진환은 속이 쓰렸다. 그는 낙요의 마음속에서 본인과 침서가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께서는 기억을 일부 잃으셨습니다. 만약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확 구기면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됐소.”“물이 식었군.”그녀가 기억을 떠올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얘기해준 기억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었다.부진환은 낙요의 발을 닦아서 침상 위에 놓아주었다.“그러면 편히 쉬십시오.”’부진환은 대야를 들고 막사를 나갔다.다시 고요함을 되찾자 낙요는 이불 안에 누워 따뜻한 발의 느낌을 즐겼다.그 따뜻함은 온몸으로 퍼졌고 이내 잠기운이 몰려왔다.오늘은 참으로 이상했다.낙요는 꿈을 꾸었다.그녀는 꿈에서 의자에 묶여 매를 맞고 있었다.그녀의 눈앞에는 화려한 차림의 사내가 서 있었는데 몸통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아파서 의자를 힘껏 쥐고 죽어라 이를 악물었다.사내의 목소리는 흐릿했지만 엄숙하게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낙요는 무척이나 억울했다.꿈은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밖에서 애타는 소리가 들렸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 사람을 잡았습니다!”낙요는 화들짝 깨어나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신발을 신었다.옷을 입은 뒤 막사를 나가보니 차가운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고 그 때문에 뺨이 매우 추웠다.손을 들어 만져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낙요는 당황했다.조금 전 꿈 때문일까?왜 이렇게 슬프고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꿈속의 사내는 누구일까?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옷차림을 보니 침서는 아닌 듯했다. 그는 절대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았다.그곳에 거의 다 왔다.낙요는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눈물을 닦았다.도착해 보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전부 오늘 밤에 잡은 것이라고
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줄 생각이오?”낙요는 눈썹을 튕겼다.“그렇다.”“솔직히 대답한다면 금혼부를 풀어주고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주겠다.”그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겠소. 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얘기하겠소.”“하지만 난 딱 한 명의 금혼부만 먼저 풀어줄 것이다.”곧이어 낙요는 그들의 경악으로 물든 시선 속에서 그중 한 명의 금혼부를 풀었다.“정말 없어졌소! 없어졌소!”그들은 매우 감격했다.낙요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말하거라. 너희의 역모는 누가 계획한 것이냐?”한 사람이 대답했다.“봉시(逢時)요.”“봉시라고?”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모두 봉시의 말을 듣소. 그가 말하기를,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했소.”“그러면 얼마나 오래 계획한 것이지?”낙요의 질문에 그자는 고개를 저었다.“구체적인 건 우리도 모르오. 하지만 우리는 10일 전에야 이 일을 알게 되었소.”“다 참여하라고 하길래 우리 모두 참여했소.”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구겼다.10일이라니, 너무 짧았다.이렇게 큰 규모의 역모를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 안에 계획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단번에 성공하여 무기고와 군량, 곳간을 빼앗았다.“그 봉시라는 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상대방이 대답했다.“노예곡의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모순 또한 많아졌소. 대부분 봉시가 나서서 조율했지. 그래서 다들 그의 말을 그나마 믿는 편이오.”“하지만 그는 평소에 아주 조용한 편이라 우리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오.”낙요는 계속해 많은 걸 물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특히 봉시라는 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호소력이 뛰어났고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을 설득해 그와 함께 역모에 가담하게 했다.게다가 이렇게 큰 규모의 역모를 계획했다.“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게 다요. 약속은 지켜야 하오.”
낙요는 입꼬리를 당겼다.석칠이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대제사장님, 어떻습니까?”“그들이 투항하겠다고 했습니까?”낙요가 분부했다.“노예곡 북쪽의 병사들을 물리시오. 난 오후에 봉시와 담판을 할 것이오.”그 말에 석칠의 안색이 달라졌다.“북쪽의 병사들을 철수하면 위험하지 않습니까?”“이 노예곡은 거대한 원형입니다. 저희가 있는 이곳부터 북쪽의 산길까지 길이 아주 험합니다. 만약 북쪽에서 일이 터진다면 우리 쪽 사람들이 바로 지원할 수 없습니다.”“그들을 후퇴하라고 한 뒤에 조금 먼 곳에 매복해 있는 건 어떻습니까?”낙요는 정색하며 대답했다.“산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로만 지키면 되오. 너무 가까이 매복하지는 마시오. 봉시가 눈치챌 수도 있으니 말이오.”석칠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요는 석칠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철갑 금위군이 산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로를 지키게 하라고 진익에게 전달했다.진익이 물었다.“그 봉시라는 자가 본인의 자유를 원한다면 몰라도, 노예곡 모든 이들의 자유를 요구한다면 그걸 들어줄 수는 없지 않겠소?”“이 노예곡에 온 자들은 전부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오. 어렵사리 잡은 그들을 놓아주는 건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오!”낙요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아무나 내보내 줄 수는 없지요.”“근 몇 년간 노예곡에 억울하게 잡힌 자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우선 노예곡의 상황을 안정시킨 뒤 하나씩 해결해야지요.”진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괜찮을 것 같소.”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웬일로 백성들을 고려합니까?”“내가 그래도 명색의 여국 황자이고 미래의 황제인데 당연히 주도면밀하게 고려해야지. 대제사장, 사람을 너무 얕보지는 마시오.”진익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오시가 지난 뒤 낙요는 북쪽의 벼랑으로 향했다.그곳에 평탄한 공터는 많지 않았고 점점 더 벼랑에 가까워졌다.낙요는 일찍 그곳에 도착해 기다렸다.그곳의 아래쪽 골짜기 안에 누군가 전망탑
봉시는 생각한 뒤 말했다.“첫 번째는 받아들일 수 있소.”“두 번째, 시완은 보름 전 저자들이 데려간 뒤 돌아오지 않았소!”봉시는 손을 들어 석칠 등 사람들을 가리켰다.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넘실거렸다.낙요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석칠을 보았다.“사람은?”석칠은 화를 냈다.“무슨 시완 말이오? 난 모르오!”“우리가 언제 사람을 잡아갔다고 그러오?”봉시는 그 말을 듣고 화를 냈다.“보름 전 점심에 당신들이 그녀를 잡아갔소!”“그녀는 살아있소, 아니면 죽었소?”“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당신들의 주둔지를 완전히 밀어버리겠소!”봉시의 말과 그의 화가 난 모습을 보니 이번 역모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완이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석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시완은?”석칠은 다급히 설명했다.“대제사장님, 저희는 정말로 시완이라고 불리는 자를 잡은 적이 없습니다.”봉시는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 자기 멋대로 굴며 노예곡 사람들을 괴롭히고 예쁘장한 여인을 보면 잡아가서 능욕하지! 그 때문에 노예곡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자기 얼굴을 망가뜨린다!”“심지어 막 태어난 여자아이도, 부모가 얼굴을 망가뜨리지! 평생 못생긴 얼굴로 살게 말이다!”“짐승만도 못한 것들!”“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아갔으니 누가 시완인지 기억하지 못하겠지!”“오늘 그녀를 보지 못한다면 담판할 생각은 하지 마시오!”봉시는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다. 벌게진 두 눈은 살기로 가득했고 그곳을 평지로 만들어 버릴 거라는 화 또한 느껴졌다.봉시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기세등등하게 장검을 들었다.낙요는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석칠을 바라봤다.“저 일이 사실이란 말이오?”“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시완은 어떻게 되었소?”낙요는 화가 난 어조로 말했고 석칠은 난색을 보이며 변명했다.“대제사장님, 저자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저희는 정말 사람을 잡은 적이 없습니다!”“전 정말 시완이라는 자를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