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빠르단 말이오?”부소는 믿기 어려웠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세웠고 부소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깃발 하나를 건넸다.주변 사람들도 잇달아 문제를 해결했고 깃발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몇몇은 다쳤는데 상처가 심각하지는 않았다.낙청연은 강여를 살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반응이 빠르고 움직임이 민첩하여 아주 빨리 문제를 해결해 다치지는 않았다.오히려 강여를 농락했던 사내가 거만함 때문에 속임수에 걸려들었고 한참을 쉬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낙청연과 강여가 무사하자 그는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다.그러고는 다른 사람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낙청연은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강여가 다가와 말했다.“언니, 앞으로 더 위험해질 것 같습니다.”말하면서 강여는 뒤에 있는 사내들을 조심하라고 낙청연에게 눈치를 줬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길 내내 낙청연 일행 세 명은 앞에서 걸었고 가는 길에 악귀들을 많이 만났다.강여는 나이가 어리지만 항상 물러서지 않고 앞에 나섰다. 눈빛을 보면 그녀가 못 할 일은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낙청연은 강여를 보며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낙청연은 가는 길에 강여를 지도했고 강여는 아주 빨리 배웠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기술들을 알게 되어 강여는 무척 기뻐 보였다.조금 안전한 곳에 도착해 쉬게 되자 강여가 말했다.“언니가 이렇게 많은 걸 가르쳐주셨는데 전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제가 언니를 스승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부디 언니가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강여의 확고한 눈빛을 본 낙청연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하지만 넌 대제사장의 자리를 다투러 온 것이 아니냐? 왜 경쟁상대인 나를 스승으로 모시려는 것이냐?”강여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아닙니다! 전 대제사장의 자리를 다투려고 온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온 것입니다.”“이번에 대단한 강자들이 온다는 얘기를 들어 뭔가를 배울 수
그 뒤로 그들은 연속으로 깃발 다섯 개를 얻었다.이때가 되니 깃발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대여섯 명이 되었다.하지만 이상한 건 그들이 다투거나 빼앗으려 하지 않았단 점이다.대오는 시종일관 평화로웠다.날이 밝을 무렵, 그들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어 안전한 곳을 찾아 휴식했다.맨 처음 싸움을 말리던 마른 사내가 낙청연을 향해 걸어왔다.“낭자, 우리 의논 좀 할 수 있겠소?”낙청연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말하시오.”마른 사내는 웃으며 말했다.“당신도 현재 상황을 보았겠지. 뒤로 갈수록 평화를 유지할 수는 없으니 분명 피 터지게 싸우게 될 것이오.”“우리 먼저 동맹을 맺는 건 어떻소?”“솔직히 얘기해서 난 대제사장 자리가 크게 탐나지 않소. 그것보다 살아서 이곳을 나가는 게 더욱 중요하오.”“낙 낭자의 명성은 이미 들은 바가 있소. 그래서 난 이 대제사장의 자리가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오.”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무슨 뜻이오?”마른 사내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난 낭자가 이기게 도와줄 것이오. 낭자가 정말 대제사장이 된다면 내게 좋은 자리를 줄 수 있겠소?”“날 제사 일족으로 받아주는 것도 좋소.”외부 사람들에게 제사 일족이 되는 건 큰일이었다.그렇기에 거짓말이 아닐지도 몰랐다.“난 이미 여럿을 설득했소. 대제사장 자리보다 목숨이 더 귀하니 말이오.”“만약 낙 낭자가 원한다면 우리는 낙 낭자가 이번 시합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낙 낭자는 잊지 말고 밖에 나간 뒤 우리를 좀 신경 써주면 되오.”낙청연은 웃었다.“그건 당연히 문제없소.”마른 사내는 그 말을 듣고 흥분했다.“승낙한 것이오? 그러면 약속한 것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마른 사내는 부랴부랴 달려가 다른 사람들과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의논했다.겉으로는 동맹이 맺어진 듯했다.사람들은 그 근처에서 물과 음식을 찾았고 휴식할 때 각자 부적을 준비했다.산에서는 부적을 많이 소모해야 했다.오후가 되자
다음 순간, 맞은편에 있던 마른 사내와 다른 사람들이 밧줄을 잡고 낙청연을 끌어당겼다.같은 시각,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였고 곧바로 누군가 부적을 날려 보냈다.그러나 그 바람에 아래에 있던 시체 냄새가 맹렬한 기운과 함께 폭발했다.순식간에 무수한 손들이 어둠 속에서 뻗어졌다.그런데 바로 그때 마른 사내 등 사람들이 일부러 공격을 받은 척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밧줄을 놓았다.낙청연은 시체 구덩이 위로 날아올랐고 바다에 착지하기도 전에 몸이 급속도로 하강했다.부소는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급변했다.강여는 깜짝 놀라서 큰 소리로 외쳤다.“스승님!”바로 그때,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다.멀지 않은 곳에서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유독 섬뜩해 보였다.마른 사내 등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황급히 일어나 도망쳤다.그들은 남은 사람들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았다.이 길은 이미 반쯤 지나와서 더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깃발이 점점 줄어드니 말이다.밧줄을 죽어라 잡고 있던 낙청연은 마른 사내 등 사람들이 도망친 뒤 밧줄이 미끄러져 마침 큰 바위에 걸렸다.낙청연은 밧줄을 단단히 잡고 흔들거리며 반대편으로 향하려 했다.그러나 시체 구덩이 아래 수없이 많은 손들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고 낙청연의 발목을 잡았다.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이 확 가까워졌다.부소는 안색이 달라지며 손을 쓰려고 했는데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시체 구덩이를 향해 으르렁거렸다.부소는 그녀가 낙청연을 공격하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시체 구덩이가 조용해졌다.낙청연의 발목을 잡고 있던 손도 풀렸다.낙청연은 밧줄의 반동을 이용해 재빨리 지면으로 올라갔다.부소는 낙청연이 올라오자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붉은 옷을 입고 있던 여인이 사라졌다.강여도 주위를 둘러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그 형체가 사라졌습니다. 아마 우리를 도와준 게 아닐까요?”낙청연은 바닥에 있던 밧줄을
이제 낙청연이 대오에 있지 않으니 그 악귀들은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시체를 몇 구 더 보게 됐는데, 죽은 모습이 제각각이면서 모두 참혹했다.찢긴 부적이 가득하고 지면이 불에 탄 흔적도 있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부소와 강여는 경계심을 높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더 불안할 정도였다.앞에서 드디어 인기척이 들려왔다.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사람의 목소리였다.그들이 마른 사내 일행을 따라잡은 것이었다.그들도 인기척을 듣고 바짝 긴장했다.그러나 낙청연 3인을 보게 되자 그들은 삽시에 안색이 달라졌다.그들이 죽지 않았다니!마른 사내는 반응이 빨랐다. 그는 다급히 달려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낙 낭자, 살아있었소?”“정말 다행이오! 난 또...”낙청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힐끗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일이오? 아까 봤었는데 그 짧은 사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이오?”마른 사내는 다급히 낙청연을 이끌고 구석으로 숨었다.“낙 낭자, 낭자는 운이 정말 좋소. 우리는 조금 전 청면료아를 만났소. 청면료아는 이 취혼산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악귀요!”“낭자는 우리와 함께 가는 게 좋겠소. 우리는 사람이 많아서 낭자를 보호할 수 있소.”낙청연은 냉소했다. 그들의 보호를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강여를 괴롭혔던 건장한 사내가 거절하며 말했다.“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쓸모도 없는 여인을 보호해야 한다니.”“보호하려면 당신들끼리 보호하시오.”말을 마친 뒤 사내는 일어나서 계속해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도 그를 뒤따랐다.마른 사내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소. 우리는 당신들의 발목을 잡지 않겠소.”마른 사내가 뭐라 더 말하려는데 숲속에서 연기가 퍼졌고 누군가 놀란 듯 소리쳤다.“또 왔소. 청면료아가 또 왔소!”사람들은 도망치는데 박차를 가했다.마른 사내는 겁을 먹고 긴장
강여도 그것을 보았다.“깃발이 있습니다. 언덕 위에 깃발이 꽂혀 있습니다.”부소는 다급히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빨리!”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 바닥에 꽂혀 있는 깃발 중 하나도 뽑힌 게 없었다.깃발들은 기관 때문에 잠겨있었고 기관 위에는 부적이 붙어 있었다.그 뒤에는 대량의 활과 화살이 놓여 있었고 화살마다 부적이 붙어있었다.누군가 잠시 고민하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화살에 피가 묻어야 깃발에 붙은 부적을 뜯을 수 있소.”그 광경을 본 순간 낙청연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역시나 강여를 괴롭혔던 사내가 재빨리 화살을 들고 낙청연을 겨눴다.“이 물건들을 여기에 놓은 걸 보면 뜻은 분명하오. 우리더러 서로를 죽고 죽이라는 뜻이겠지.”“이것이 우리를 위해 준비된 유일한 무기요.”“현재 저 여인이 깃발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니 우선 저 여인부터 해치우자고!”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화살을 들어 낙청연을 겨누었다.부소는 곧바로 손을 뻗어 낙청연과 강여를 몸 뒤로 감췄다.그런데 낙청연이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내 뒤에 서시오.”부소는 당황했다.이런 순간에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이 아닌가?”그러나 낙청연의 차가운 표정과 서늘하면서도 결연한 눈빛을 보는 순간,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부소는 순순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바로 그때, 맞은편에 있던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화살을 쏘시오!”모든 이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자 낙청연 일행을 향해 화살들이 수없이 쏟아졌다.그런데 바로 그때, 낙청연이 부적을 몇 장 던졌고 부적은 상공의 네 개 방향으로 날아올랐다.낙청연은 중간에 부적을 하나 그렸고, 낙청연이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자 보이지 않는 힘이 퍼져나갔다.“혼산의 악귀여, 내 명령에 따르거라!”차가우면서도 우렁찬 목소리에 살기가 등등했다.그 순간, 음산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낙청연 일행을 향한 화살들이 허공에 멈췄다.곧이어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낙청연의 등 뒤,
“그러면 대제사장보다 더욱 강한 것이 아닙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난 저자들과 거래를 했다. 그래서 저들이 내 말을 따르는 것이다.”그 말에 강여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옆에 있던 부소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다.“당신도 날 죽이고 싶었다면 이젠 기회가 없게 됐소.”부소는 살짝 놀라더니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마음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녀는 처음부터 부소가 평범하지 않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알았다.그런데 그녀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니?“그러면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오?”“단지 구경하려고 목숨을 걸고 이 판에 뛰어들었다는 말은 믿지 않을 것이오.”부소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낙 낭자는 진작에 날 의심했나 보오.”“오는 길 내내 내가 손을 쓰길 바라고 있던 것은 아니오?”“그러면 낙 낭자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망한 것은 아니오?”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실망했소.”“여기에 온 이유가 대체 무엇이오?”낙청연은 답이 너무 궁금했다.“당신을 위해서요.”뜬금없는 얘기에 낙청연은 당황했다.그녀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나를 위해서라고?”부소는 사뭇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구체적인 연유는 이곳에서 나간 뒤 얘기해주겠소.”“나도 잘 고민해 봐야겠소. 어떻게 설명해야 낭자가 받아들일지 말이오.”낙청연은 웃었다.“가지.”세 사람은 계속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하늘에서 천둥이 쳤고 낙청연은 걸음을 우뚝 멈췄다.고개를 들어 보니 어두컴컴한 밤하늘에서 은은한 금빛이 보였다.천둥소리와 함께 그 금빛이 보일 듯 말 듯 했다.부소 또한 고개를 들어 보았다.“금뢰(金雷)?”“정말 금뢰라는 게 있다니.”강여는 궁금한 듯 물었다.“금뢰가 무엇입니까?”부소가 설명했다.“우리 여국인은 예로부터 풍수사가 많아 풍수와 점을 치는 것에 능통했다. 점을 봐서 천기를 너무 많이 누설하면 하
앞으로 걸어가다가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강여를 힐끗 바라봤고 부소에게 말했다.“이제 곧 취혼산에서 나갈 텐데 우리는 곧장 청봉산으로 가서 하산하면 되오.”부소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지형에 정말 익숙한가 보오.”낙청연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조금 전 몇 명이 도망쳐서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오.”“부소, 날 도와줄 수 있겠소?”부소는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말하시오.”“만약 위험해진다면 우선 강여부터 지키시오.”“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부소는 살짝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았다. 뭔가를 느낀 건지 그는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왜 그러시오? 내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오?”“내가 두 사람 다 지키지 못할 것 같소?”낙청연은 웃었다.“당신이 둘 다 돌보려면 힘들까 봐 그러오.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이 지켜줄 필요가 없소.”“당신은 그저 강여만 보호하면 되오. 강여는 나의 첫 제자이니 말이오.”부소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어쩌다가 부탁을 했는데 그리하겠소. 걱정하지 마시오.”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제사 일족. 낙청연의 방 안.침서는 연탑에 누워 다리를 꼬고 창밖을 바라봤다.갑자기 밤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리며 곧이어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금빛이 번쩍였다.그는 안색이 달라지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금뢰?”“금뢰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다니.”침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액운이 찾아오려는가 보구나.”침서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는데 눈동자에 광기가 가득했고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그는 창문을 훌쩍 뛰어넘어 취혼산으로 향했다.-낙청연 일행은 취혼산을 떠나 청봉산으로 향했는데 주위 기운은 정상적이었다.겉으로 보기에는 안전해진 것 같았으나 낙청연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그들은 하산을 준비했다.낙청연은 모든 깃발을 얻었다.그러나 하산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에 거대한 철창 하나가 등장했다.그 철창은 사면팔방에서 십여 개의 쇠사슬로
부진환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날 구해서 뭐 하느냐?”“난 어차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착각하지 마세요. 전 당신을 구하려는 게 아닙니다.”낙청연은 철창 주위를 둘러보았다. 쇠사슬은 두꺼운 편이 아니라 쉽게 끊어질 것 같았다.하지만 쇠사슬이 끊어진다면 철창이 아래로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안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된다.그러니 철창을 열어 안에 있는 사람을 꺼내야 했다.잠깐 관찰한 뒤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철창 위로 올라가서 철창문 옆을 밟았다. 다행히 낙청연은 무거운 편이 아니라 철창이 약간 기울어진 게 다였다.철창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낙청연은 머리에서 작은 비녀를 뽑아 자물쇠를 열었다.철창문이 열리자 낙청연은 안으로 한 걸음 내디뎠고 그 순간 어두운 곳 나뭇가지 끝에서 차가운 화살이 날아왔다.금빛을 띤 화살촉이 낙청연의 등에 꽂혔다.낙청연이 이때 화살을 피한다면 그 화살은 부진환의 가슴을 꿰뚫게 된다.“조심하시오!”부소는 긴장하며 크게 소리 질렀다.부진환은 동공이 좁혀지며 쉰 목소리로 초조하게 말했다.“피하거라!”그러나 낙청연은 미처 피할 새가 없었다. 그 금빛 화살은 위력이 대단했다.그 순간에는 몸을 살짝 비틀어 치명적인 위치를 피하는 것이 다였다.금빛 화살이 낙청연의 어깨에 꽂혔다.위력이 얼마나 센지 낙청연은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부진환은 경악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 그 순간 팔을 뻗어 낙청연을 부축하고 싶었지만 쇠사슬이 당겨지는 소리만 들릴 뿐 꼼짝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낙청연이 화살에 맞아 비틀거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부진환을 잡은 채로 피를 토했다.낙청연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그녀는 부진환의 손목에 감긴 가는 쇠사슬을 보았지만 그것을 자를 만한 날카로운 무기를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았다.“잘 됐군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