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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암시장에 도착한 낙청연은 곧바로 기옥에게 저택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암시장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은전도 남겨주었다.

안정된 후 구십칠은 다급히 낙청연을 불러 떠나자고 했다.

정원을 나서자 낙청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오라버니께 사람을 보내 보살펴 주라고 하겠다.”

“앞으로 자주 보러오면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네가 이곳에 남고 싶다면 막진 않겠다.”

그러나 구십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 기옥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

“앞으로 그런 말도 하지 마십시오.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스러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십칠을 바라보았다.

“기옥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이냐?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제부터 네 가족이라고.”

“요 며칠 잘 지내지 않았느냐?”

구십칠은 감정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가족은 혈육을 말하는 겁니다.”

“전 쭉 기옥을 동생처럼 보살필 겁니다.”

순간, 구십칠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낙청연은 깜짝 놀랐지만 구십칠이 감정을 억누르며 주먹을 꽉 쥔 모습을 보니 순간 깨달았다.

구십칠은 기옥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참 잘 맞기도 한 것 같았다. 서로의 부담이 될까 두려워하다니.

정원의 벽을 사이에 두고 엿듣던 기옥은 주먹을 꽉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

곧바로 구십칠이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후회합니다.”

“제가 남아있어도 된다고 승낙하지 않았다면 암시장에 쭉 있지 않았을 거고, 이런 처치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저처럼 정처 없이 떠돌며 생사를 도외시하는 사람에게 감정은 사치입니다.”

“그리움이 있으면, 마음도 굳게 먹지 못합니다.”

말을 마친 구십칠은 확고한 걸음으로 떠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문 안쪽의 기옥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낙청연은 떠나는 구십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구십칠은 노예곡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건 구십칠과 홍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가며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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