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에 기옥은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눈물이 뺨을 적시며 말했다. “뭐라고요? 괴뢰?”낙청연이 해명했다. “이건 천궁도의 괴뢰술이다. 너의 부모님은 돌아가신 후에 괴뢰로 만들어진 거다. 그러니 생전에 그렇게 고통받지 않으셨다.”“그러나 돌아가신 후 시신은……”기옥은 듣고, 옷깃을 꽉 움켜쥐더니, 눈물을 걷잡을 수 없이 뚝뚝 흘렸다.하지만 완강하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낙청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너의 부모님 체내에 고충이 통제하고 있다. 만약 부모님을 묻어드리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너는 안 보는 게 좋아. 그러나 나는 이 일을 너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이 말을 듣고, 기옥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언니, 언니 말을 따르겠습니다.”“저는 상관하지 마시고, 할 일을 하십시오.”“저는 보지 않겠습니다.”이 말을 끝내고, 기옥은 돌아서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구십칠이 곧바로 쫓아 나갔다.이윽고 낙청연은 다른 호위들도 정원에서 내보냈다.주락 혼자 옆에 남아 도와주고 있었다.“밧줄을 풀고, 등을 위로 향하게 눌러주시오.”뒤이어 낙청연은 물 한 대야를 준비해 오고, 옆에서 불을 지폈다.주락은 이미 밧줄을 풀었고, 이미 사람을 힘껏 바닥에 눌러 놓았다.이때, 낙청연이 비수를 들고 걸어오더니, 머리 뒤쪽 갈진 틈을 찾아 바로 비수를 꽂아 넣었다.깔끔한 동작에 주락의 가슴은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그러나 분명한 건, 이 시신은 이미 다른 사람이 열어보았단 것이다.목덜미부터 머리끝까지 모두 봉합한 흔적이었다.낙청연은 봉합한 흔적에 따라 조금 열었다.곧이어 타오르는 땔감을 들었다. 온도가 높아지자, 안에 있던 고충은 차가운 곳으로 다가가더니, 대야로 들어갔다.주락은 보더니, 머리털이 곤두섰다.고충이 전부 나오자, 낙청연은 사전에 물 대야 밑에 깔았던 헝겊을 들어 갑자기 고충을 전부 감싸버렸다.물은 스르르 넘쳐흘렀다.더 이상 물이
기옥은 울며 구십칠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며 말했다. “저에게 이젠 가족이 없습니다……”구십칠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말했다. “앞으로 내가 너의 가족이다.”비록 운주 성주의 지위는 매우 높지만, 병력은 모두 운주영의 통령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죽음의 화가 닥쳐오면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다음날, 그들은 기옥의 부모를 매장했다.낙청연도 따라 배웅했다.침서가 느긋하게 걸어왔다. “아요, 밖에서 오래 지체했으니, 이젠 도성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며칠 후, 궁에서 연회가 열린다. 제사 대례를 개최한다고 하더구나.”“나와 함께 돌아가자꾸나.”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습니다.”돌아갈 때가 되었다.“이번 제사의레도 온심동이 주최합니까?”침서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다.”낙청연은 경멸하듯 웃으며 말했다. “온심동의 이러한 명망에도 감히 제사 의례를 주최합니까?”침서는 느긋하게 말했다. “온심동을 무너뜨리려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제사 일족과 황족, 심지어, 8대 가문이 다 동의해야 온심동이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그래야 네가 대제사장의 자리에 앉을 기회가 있는 것이다.”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8대 가문은 쉽습니다. 중요한 건, 제사 일족과 황족입니다.”도성 내, 그리고 도성 밖 가문의 세력과, 신분이 존귀한 사람들은 출생할 때 대부분 모두 성수를 음용한다.혹은 침서같이 신분이 비천한 사람은 자기 능력으로 높은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들도 제사 의례에서 성수를 부여받는다.그러나 황족과 제사 일족은 음용하지 않는다.왜냐면 그들은 성수를 권위 있고 귀한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황족은 교만함을 믿고, 여러 사람 위에 군림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성수가 필요 없다.그리고 제사 일족, 그들 중 최종 대제사장이 될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경쟁자들로서 성수를 음용한 건, 금지다.“이번 제사 의례를 지켜보겠다. 이번에 또 차질이
바로 뒤에 낙청연은 성으로 돌아왔다.침서는 계잠에게 이번 출발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시켰다.계잠은 낙청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번에 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낭자 덕분이오!”“나에게 감사할 필요 없소. 당신이 형세를 잘 살폈기 때문이오.”이 말을 하며 낙청연은 계잠을 훑어보더니 당부했다. “왕형을 조심하시오.”“제씨 가문이 무너졌으니, 황후는 틀림없이 운주영의 사람을 또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할 것이오. 그리고 왕형은 당신보다 더 나은 선택이오. 그때 황후는 당신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오.”계잠은 약간 놀라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낭자, 귀띔해 줘서 고맙소.”낙청연은 계잠에게 호신부 한 장을 주며 말했다. “이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시오. 사악한 물건이 몸에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있소.”“감사하오!” 계잠은 그 부적을 받아, 매우 진지하게 품속에 쑤셔서 넣었다.비록 그는 낙청연이 무슨 사람인지 모르지만, 낙청연의 일에 대해 많이 알아봤고, 귀도에서 무사히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암시장의 큰아씨가 되었으며, 미래의 성주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녀의 실력은 분명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적 또한 닥치는 대로 주는 장난감이 아닐 것이다.구십칠과 기옥이 돌아왔다.낙청연은 기옥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자, 물었다. “혹시 운주성에서 한동안 머물겠느냐? 머물 거면 구십칠을 여기서 너와 함께 있게 하겠다.”이 말을 들은 구십칠은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 “그럼, 낭자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옥이 대답했다. “저는 당신들과 함께 가겠습니다.”“당신들은 이미 저를 충분히 도와줬습니다. 더 이상 짐이 되기 싫습니다.”기옥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구십칠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 그는 낙청연을 따라가야만 한다.그녀는 자신 때문에 그를 지체하게 하기 싫었다.“알겠다. 그럼, 우리 함께 출발하자꾸나.”기옥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곧이어 일행은 바로 출발했다.그러나 석두는 임시 남
암시장에 도착한 낙청연은 곧바로 기옥에게 저택을 마련해 주었다.그리고 암시장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은전도 남겨주었다.안정된 후 구십칠은 다급히 낙청연을 불러 떠나자고 했다.정원을 나서자 낙청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오라버니께 사람을 보내 보살펴 주라고 하겠다.”“앞으로 자주 보러오면 된다.”“당연한 말이지만 네가 이곳에 남고 싶다면 막진 않겠다.”그러나 구십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전 기옥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앞으로 그런 말도 하지 마십시오.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스러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십칠을 바라보았다.“기옥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이냐?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제부터 네 가족이라고.”“요 며칠 잘 지내지 않았느냐?”구십칠은 감정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가족은 혈육을 말하는 겁니다.”“전 쭉 기옥을 동생처럼 보살필 겁니다.”순간, 구십칠은 주먹을 꽉 쥐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지만 구십칠이 감정을 억누르며 주먹을 꽉 쥔 모습을 보니 순간 깨달았다.구십칠은 기옥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두 사람은 참 잘 맞기도 한 것 같았다. 서로의 부담이 될까 두려워하다니.정원의 벽을 사이에 두고 엿듣던 기옥은 주먹을 꽉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곧바로 구십칠이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후회합니다.”“제가 남아있어도 된다고 승낙하지 않았다면 암시장에 쭉 있지 않았을 거고, 이런 처치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저처럼 정처 없이 떠돌며 생사를 도외시하는 사람에게 감정은 사치입니다.”“그리움이 있으면, 마음도 굳게 먹지 못합니다.”말을 마친 구십칠은 확고한 걸음으로 떠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문 안쪽의 기옥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낙청연은 떠나는 구십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구십칠은 노예곡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건 구십칠과 홍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가며 바라
낙청연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은 인연이 있었지만, 그 깊이가 어떤지는 단정 짓기 어려운 것이었다.-정원에서, 기옥은 두 사람이 암시장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구십칠은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이런 생각을 하며 기옥은 정원에서 뛰쳐나와 산비탈의 꼭대기까지 달려갔다.얼마나 오래 달렸을까, 드디어 멀리 떠나는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밤의 어두운 달빛 아래에서, 그 마차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까.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모두 시도했고 노력했으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후회는 남지 않았다.기옥은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바람이 눈물을 말렸고, 멀리 떠나는 그 마차도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렇게 기옥이 돌아가려던 순간.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기옥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떤 그림자가 기옥을 덮쳤다.깜짝 놀란 기옥은 뒤로 물러섰지만 피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그 몸집은 기옥의 다리를 꾹 누르고 있었다.우림이었다!그의 끊어진 팔은 붕대로 감싸져 있었고, 한 손으로는 기옥의 다리를 꽉 잡으며 악랄한 눈빛으로 기옥을 바라보았다.“드디어 기회를 찾았구나!”“이렇게 오랫동안 산에 숨어 있다가 너를 만나다니!”“정녕 하늘이 도와준 것이로구나! 복수할 기회를 준 것이다!”기옥은 두려움에 떨며 우림을 있는 힘껏 발로 차고 속박에서 벗어난 후 일어나 도망쳤다.그러나 또다시 우림에게 잡히고 말았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몸싸움을 벌였다. 우림은 팔이 끊어지고 부상을 입어 무공이 약해졌지만 기옥보다 훨씬 강했다.결국 우림은 손바닥으로 기옥의 목덜미를 쳐 기절시키고 기옥의 손목을 잡은 채 질질 끌어갔다.-눈을 뜬 기옥은 자신이 어두운 가옥에 갇힌 걸 발견했다.달빛이 미약하게 방을 비췄고, 어둠 속의 그 모습에 기옥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 하는 것이오! 이거 놓으시오!”기옥은 있는 힘껏 발버둥쳤지만 두 손이 높은 기둥에 묶여 다리로 우림을 찰 수밖에
우림은 서서히 몸을 돌려 기옥에게 다가갔다.기옥은 그 눈빛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긴장하기 시작했다.“뭐 하는 것이오?”“가까이 오지 마시오!”우림은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기옥의 얼굴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아직 반 시진이나 남았는데 기다리기 힘들지 않으냐? 같이 재미나 좀 볼까?”말을 마친 우림은 기옥의 얼굴을 슬쩍 만졌다.“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돈만 받고 끝내면 내가 너무 억울하지.”“네가 보상 좀 해줘야겠다.”기옥은 분노하며 우림을 노려보았다.“날 건드리면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오!”우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즐기고 나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꺼다! 아주 좋을 거니까!”기옥은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며 눈물을 뚝뚝 떨궜다.-마차는 도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간이 빠듯하지 않아 일행은 속도를 붙여 길을 재촉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마차에서 두 눈을 감고 쉬고 있었지만, 구십칠은 마음을 다잡지 못해 말을 타고 밖에서 경계를 지키며 주락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바로 그때, 뒤쪽에서 말굽 소리가 들려왔다.일행은 멈추고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개를 돌리자, 암시장의 호위가 보였다.낙청연은 눈을 뜨고 문발을 거둬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무슨 일이냐?”암시장의 호위는 말을 타고 마차 옆으로 와 다급히 말했다.“큰 아씨! 기옥 낭자가 위험합니다!”“저녁에 큰 아씨께서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기옥 낭자가 실종됐습니다. 암시장에서 찾고 있었는데, 이 서신을 받았습니다.”“우림이 기옥 낭자를 잡아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급히 서신을 열어 읽어보았다.우림의 서신에는 기옥을 잡아갔다며 백만 냥 은전을 달라는 협박이 담겨 있었다.아니면 기옥을 죽여버리겠다고 말이다.호위는 급히 말을 이어갔다.“성주께서 돈을 모아 사람을 보냈습니다.”“그래도 소인을 큰 아씨께 보내 이 일을 보고드리라고 하셨습니다!”옆에 있던 구십칠은 이 말을 듣더니 안색이 확 바뀌며 급히 입
구십칠은 시뻘건 두 눈으로 급히 달려갔다.방안에서, 기옥의 옷은 거의 모두 찢겨 얼마 남지 않았으며 발에 묶였던 밧줄은 벌써 풀어졌다.기옥의 발목에는 밧줄에 묶여 생긴 핏자국으로 가득했다.우림은 손이 하나밖에 없어 기옥을 제압하지 못해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기옥의 옷은 거의 다 찢겼다.우림이 분노하던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우림은 급히 몸을 돌려 일어섰다.그러고는 바닥에 있던 검을 들어 기옥의 목에 갖다 댔다.구십칠이 달려오며 손을 쓰려던 순간, 우림의 이 행동에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묶여 있는 기옥의 옷이 거의 모두 찢긴 모습을 보자 구십칠은 순간 두 눈이 시뻘게지고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우림! 지금 그만두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구십칠은 이를 꽉 깨문 채 분노로 가득 찼다.기옥은 눈물을 글썽이며 치욕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우림은 긴장한 듯 검을 기옥의 목에 겨누었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기옥의 목이 베어 상처가 났다.우림은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돈은?!”“돈을 가져오면 풀어주겠다!”운주성의 제가가 무너졌고, 우림의 집도 없어졌으며 팔까지 잃었으니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었다.백만 냥 은전 정도는 낙청연이 충분히 꺼낼 수 있는 돈이었다.“돈은 곧 도착한다! 우선 사람을 풀어줘라!” 구십칠은 검을 꽉 잡으며 기회를 노렸다.그러나 이를 발견한 우림은 협박하며 말했다.“검부터 버려라!”구십칠은 이를 꽉 깨물었다.“검을 버려라! 아니면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다! 내가 살아서 도망칠 수 있어야 살려줄 것이다!”“아니면 죽더라도 같이 죽어야겠다!”구십칠은 기옥 목에 새어 나온 핏자국을 보며 검을 던져버렸다.우림은 발을 들어 검을 멀리 차버렸다.“좋다. 이제 돈을 받으면 사람을 풀어주겠다!”곧바로 우홍이 돈 상자와 함께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와 우림에게 보여주었다.“이건 백만 냥 은표다.”“은전을 줘도 못 들고 내려가지 않느냐.”우림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좋다! 이제 모
구십칠은 방안에 쳐들어가 기옥을 묶은 밧줄을 풀어주었다.그러고는 급히 겉옷을 벗어 기옥에게 걸쳐주고 부축하며 불 난 집에서 도망쳤다.순간, 기옥은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오라버니…”구십칠은 가슴 아파하며 기옥을 바라보았다. 그는 멀리 도망친 우림을 보며 마음속에 분노가 타올랐다.구십칠은 우홍이 남겨둔 화살을 들고 기옥을 안은 채 경공으로 따라갔다.그러고는 곧바로 화살을 들고 기옥의 손을 잡아 우림이 있는 방향으로 쐈다.화살은 공기를 가르며 우림을 향해 날아갔다.앞쪽에 있던 우림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기옥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기옥은 구십칠의 분노가 느껴졌고, 함께 화살을 쏘는 순간의 매서운 기세도 느껴졌다.구십칠의 도움으로 기옥이 직접 복수를 한 셈이기도 했다.“기다리거라.”말을 마친 구십칠은 기옥을 놓아주고 곧바로 달려가 검으로 우림을 찔렀다.그러고는 돈 상자를 들고 기옥의 옆으로 돌아왔다.기옥은 옷을 꽉 여미며 구십칠을 바라보았다. 순간, 구십칠이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돈 상자를 가져온 구십칠은 다정하게 기옥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산하자꾸나.”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우홍 일행은 산 중턱에서 기다리며 무사히 돌아온 두 사람을 발견하자 곧바로 철수했다.구십칠은 기옥을 품에 앉은 채 말에 타 대오와 함께 암시장으로 돌아갔다.길에서 구십칠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림이 죽었으니 널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기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돌아가신 거 아니었습니까? 어찌 이렇게 빨리 저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구십칠은 멈칫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기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라버니도 저를 걱정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렇게 빨리 구하러 오신 거 아닙니까?”구십칠은 기옥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그러나 기옥의 이런 감정에 응답해 줄 수 없었다.한참을 침묵하다 구십칠은 입을 열었다.“넌 운주 성주의 천금 소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