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를 당기자, 제 영감은 쓰러졌다.이를 본 제 부인은 대경실색하며, 고개를 돌려 침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죽고 나 죽고 한번 해 보자!”그러나 제 부인은 침서의 앞까지 달려가기도 전에 침서의 화살에 가슴이 뚫려 쓰러지고 말았다.침서는 활을 버리고 경멸의 눈빛으로 말했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분수를 모르는구나!”왕형은 깜짝 놀랐다. 그는 흠칫 놀랐다. “장군, 제씨 집안……”그러나 침서의 차가운 눈빛에 왕형은 겁에 질려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이때, 침서가 그 인장을 계잠에게 던져주면서 말했다. “참 잘했다. 앞으로 네가 운주영의 통령이다.”이 말이 떨어지자, 계잠은 기뻐하며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장군님, 감사합니다!”왕형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장군은 이렇게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설마 오늘 발생한 모든 일을 장군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그래서 장군은 정말 이 여인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란 말인가?장군 옆에 여인은 그렇게 많은데, 종래로 이런 적은 없었다!한창 생각 중인데, 침서는 이미 낙청연 곁으로 걸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물었다. “괜찮으냐?”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침서는 말을 하면서, 손을 들어 낙청연의 옆머리를 살짝 젖히며,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청연은 내가 아예 필요 없구나,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모르겠네?”기쁜 건, 그의 아요는 실력이 절반 이상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그렇게 강하다.슬픈 건, 이렇게 강대한 낙청연은, 별로 그가 필요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낙청연은 담담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당신은 마땅히 기뻐해야 합니다. 내가 당신의 짐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전 아직 볼 일이 남았으니, 당신은 당신 일이나 보러 가십시오.”낙청연은 말을 끝내고 주락을 데리고 제가를 떠났다.옆에 있던 왕형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다.그는 지금까지, 장군이 이런 태도로 여인을 대
이 말에 기옥은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눈물이 뺨을 적시며 말했다. “뭐라고요? 괴뢰?”낙청연이 해명했다. “이건 천궁도의 괴뢰술이다. 너의 부모님은 돌아가신 후에 괴뢰로 만들어진 거다. 그러니 생전에 그렇게 고통받지 않으셨다.”“그러나 돌아가신 후 시신은……”기옥은 듣고, 옷깃을 꽉 움켜쥐더니, 눈물을 걷잡을 수 없이 뚝뚝 흘렸다.하지만 완강하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낙청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너의 부모님 체내에 고충이 통제하고 있다. 만약 부모님을 묻어드리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너는 안 보는 게 좋아. 그러나 나는 이 일을 너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이 말을 듣고, 기옥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언니, 언니 말을 따르겠습니다.”“저는 상관하지 마시고, 할 일을 하십시오.”“저는 보지 않겠습니다.”이 말을 끝내고, 기옥은 돌아서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구십칠이 곧바로 쫓아 나갔다.이윽고 낙청연은 다른 호위들도 정원에서 내보냈다.주락 혼자 옆에 남아 도와주고 있었다.“밧줄을 풀고, 등을 위로 향하게 눌러주시오.”뒤이어 낙청연은 물 한 대야를 준비해 오고, 옆에서 불을 지폈다.주락은 이미 밧줄을 풀었고, 이미 사람을 힘껏 바닥에 눌러 놓았다.이때, 낙청연이 비수를 들고 걸어오더니, 머리 뒤쪽 갈진 틈을 찾아 바로 비수를 꽂아 넣었다.깔끔한 동작에 주락의 가슴은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그러나 분명한 건, 이 시신은 이미 다른 사람이 열어보았단 것이다.목덜미부터 머리끝까지 모두 봉합한 흔적이었다.낙청연은 봉합한 흔적에 따라 조금 열었다.곧이어 타오르는 땔감을 들었다. 온도가 높아지자, 안에 있던 고충은 차가운 곳으로 다가가더니, 대야로 들어갔다.주락은 보더니, 머리털이 곤두섰다.고충이 전부 나오자, 낙청연은 사전에 물 대야 밑에 깔았던 헝겊을 들어 갑자기 고충을 전부 감싸버렸다.물은 스르르 넘쳐흘렀다.더 이상 물이
기옥은 울며 구십칠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며 말했다. “저에게 이젠 가족이 없습니다……”구십칠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말했다. “앞으로 내가 너의 가족이다.”비록 운주 성주의 지위는 매우 높지만, 병력은 모두 운주영의 통령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죽음의 화가 닥쳐오면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다음날, 그들은 기옥의 부모를 매장했다.낙청연도 따라 배웅했다.침서가 느긋하게 걸어왔다. “아요, 밖에서 오래 지체했으니, 이젠 도성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며칠 후, 궁에서 연회가 열린다. 제사 대례를 개최한다고 하더구나.”“나와 함께 돌아가자꾸나.”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습니다.”돌아갈 때가 되었다.“이번 제사의레도 온심동이 주최합니까?”침서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다.”낙청연은 경멸하듯 웃으며 말했다. “온심동의 이러한 명망에도 감히 제사 의례를 주최합니까?”침서는 느긋하게 말했다. “온심동을 무너뜨리려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제사 일족과 황족, 심지어, 8대 가문이 다 동의해야 온심동이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그래야 네가 대제사장의 자리에 앉을 기회가 있는 것이다.”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8대 가문은 쉽습니다. 중요한 건, 제사 일족과 황족입니다.”도성 내, 그리고 도성 밖 가문의 세력과, 신분이 존귀한 사람들은 출생할 때 대부분 모두 성수를 음용한다.혹은 침서같이 신분이 비천한 사람은 자기 능력으로 높은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들도 제사 의례에서 성수를 부여받는다.그러나 황족과 제사 일족은 음용하지 않는다.왜냐면 그들은 성수를 권위 있고 귀한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황족은 교만함을 믿고, 여러 사람 위에 군림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성수가 필요 없다.그리고 제사 일족, 그들 중 최종 대제사장이 될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경쟁자들로서 성수를 음용한 건, 금지다.“이번 제사 의례를 지켜보겠다. 이번에 또 차질이
바로 뒤에 낙청연은 성으로 돌아왔다.침서는 계잠에게 이번 출발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시켰다.계잠은 낙청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번에 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낭자 덕분이오!”“나에게 감사할 필요 없소. 당신이 형세를 잘 살폈기 때문이오.”이 말을 하며 낙청연은 계잠을 훑어보더니 당부했다. “왕형을 조심하시오.”“제씨 가문이 무너졌으니, 황후는 틀림없이 운주영의 사람을 또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할 것이오. 그리고 왕형은 당신보다 더 나은 선택이오. 그때 황후는 당신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오.”계잠은 약간 놀라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낭자, 귀띔해 줘서 고맙소.”낙청연은 계잠에게 호신부 한 장을 주며 말했다. “이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시오. 사악한 물건이 몸에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있소.”“감사하오!” 계잠은 그 부적을 받아, 매우 진지하게 품속에 쑤셔서 넣었다.비록 그는 낙청연이 무슨 사람인지 모르지만, 낙청연의 일에 대해 많이 알아봤고, 귀도에서 무사히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암시장의 큰아씨가 되었으며, 미래의 성주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녀의 실력은 분명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적 또한 닥치는 대로 주는 장난감이 아닐 것이다.구십칠과 기옥이 돌아왔다.낙청연은 기옥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자, 물었다. “혹시 운주성에서 한동안 머물겠느냐? 머물 거면 구십칠을 여기서 너와 함께 있게 하겠다.”이 말을 들은 구십칠은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 “그럼, 낭자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옥이 대답했다. “저는 당신들과 함께 가겠습니다.”“당신들은 이미 저를 충분히 도와줬습니다. 더 이상 짐이 되기 싫습니다.”기옥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구십칠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 그는 낙청연을 따라가야만 한다.그녀는 자신 때문에 그를 지체하게 하기 싫었다.“알겠다. 그럼, 우리 함께 출발하자꾸나.”기옥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곧이어 일행은 바로 출발했다.그러나 석두는 임시 남
암시장에 도착한 낙청연은 곧바로 기옥에게 저택을 마련해 주었다.그리고 암시장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은전도 남겨주었다.안정된 후 구십칠은 다급히 낙청연을 불러 떠나자고 했다.정원을 나서자 낙청연은 급히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오라버니께 사람을 보내 보살펴 주라고 하겠다.”“앞으로 자주 보러오면 된다.”“당연한 말이지만 네가 이곳에 남고 싶다면 막진 않겠다.”그러나 구십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전 기옥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앞으로 그런 말도 하지 마십시오.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스러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십칠을 바라보았다.“기옥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이냐?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제부터 네 가족이라고.”“요 며칠 잘 지내지 않았느냐?”구십칠은 감정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가족은 혈육을 말하는 겁니다.”“전 쭉 기옥을 동생처럼 보살필 겁니다.”순간, 구십칠은 주먹을 꽉 쥐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지만 구십칠이 감정을 억누르며 주먹을 꽉 쥔 모습을 보니 순간 깨달았다.구십칠은 기옥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두 사람은 참 잘 맞기도 한 것 같았다. 서로의 부담이 될까 두려워하다니.정원의 벽을 사이에 두고 엿듣던 기옥은 주먹을 꽉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곧바로 구십칠이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후회합니다.”“제가 남아있어도 된다고 승낙하지 않았다면 암시장에 쭉 있지 않았을 거고, 이런 처치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저처럼 정처 없이 떠돌며 생사를 도외시하는 사람에게 감정은 사치입니다.”“그리움이 있으면, 마음도 굳게 먹지 못합니다.”말을 마친 구십칠은 확고한 걸음으로 떠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문 안쪽의 기옥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낙청연은 떠나는 구십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구십칠은 노예곡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건 구십칠과 홍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가며 바라
낙청연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은 인연이 있었지만, 그 깊이가 어떤지는 단정 짓기 어려운 것이었다.-정원에서, 기옥은 두 사람이 암시장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구십칠은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이런 생각을 하며 기옥은 정원에서 뛰쳐나와 산비탈의 꼭대기까지 달려갔다.얼마나 오래 달렸을까, 드디어 멀리 떠나는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밤의 어두운 달빛 아래에서, 그 마차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까.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모두 시도했고 노력했으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후회는 남지 않았다.기옥은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바람이 눈물을 말렸고, 멀리 떠나는 그 마차도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렇게 기옥이 돌아가려던 순간.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기옥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떤 그림자가 기옥을 덮쳤다.깜짝 놀란 기옥은 뒤로 물러섰지만 피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그 몸집은 기옥의 다리를 꾹 누르고 있었다.우림이었다!그의 끊어진 팔은 붕대로 감싸져 있었고, 한 손으로는 기옥의 다리를 꽉 잡으며 악랄한 눈빛으로 기옥을 바라보았다.“드디어 기회를 찾았구나!”“이렇게 오랫동안 산에 숨어 있다가 너를 만나다니!”“정녕 하늘이 도와준 것이로구나! 복수할 기회를 준 것이다!”기옥은 두려움에 떨며 우림을 있는 힘껏 발로 차고 속박에서 벗어난 후 일어나 도망쳤다.그러나 또다시 우림에게 잡히고 말았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몸싸움을 벌였다. 우림은 팔이 끊어지고 부상을 입어 무공이 약해졌지만 기옥보다 훨씬 강했다.결국 우림은 손바닥으로 기옥의 목덜미를 쳐 기절시키고 기옥의 손목을 잡은 채 질질 끌어갔다.-눈을 뜬 기옥은 자신이 어두운 가옥에 갇힌 걸 발견했다.달빛이 미약하게 방을 비췄고, 어둠 속의 그 모습에 기옥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 하는 것이오! 이거 놓으시오!”기옥은 있는 힘껏 발버둥쳤지만 두 손이 높은 기둥에 묶여 다리로 우림을 찰 수밖에
우림은 서서히 몸을 돌려 기옥에게 다가갔다.기옥은 그 눈빛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긴장하기 시작했다.“뭐 하는 것이오?”“가까이 오지 마시오!”우림은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기옥의 얼굴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아직 반 시진이나 남았는데 기다리기 힘들지 않으냐? 같이 재미나 좀 볼까?”말을 마친 우림은 기옥의 얼굴을 슬쩍 만졌다.“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돈만 받고 끝내면 내가 너무 억울하지.”“네가 보상 좀 해줘야겠다.”기옥은 분노하며 우림을 노려보았다.“날 건드리면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오!”우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즐기고 나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꺼다! 아주 좋을 거니까!”기옥은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며 눈물을 뚝뚝 떨궜다.-마차는 도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간이 빠듯하지 않아 일행은 속도를 붙여 길을 재촉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마차에서 두 눈을 감고 쉬고 있었지만, 구십칠은 마음을 다잡지 못해 말을 타고 밖에서 경계를 지키며 주락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바로 그때, 뒤쪽에서 말굽 소리가 들려왔다.일행은 멈추고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개를 돌리자, 암시장의 호위가 보였다.낙청연은 눈을 뜨고 문발을 거둬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무슨 일이냐?”암시장의 호위는 말을 타고 마차 옆으로 와 다급히 말했다.“큰 아씨! 기옥 낭자가 위험합니다!”“저녁에 큰 아씨께서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기옥 낭자가 실종됐습니다. 암시장에서 찾고 있었는데, 이 서신을 받았습니다.”“우림이 기옥 낭자를 잡아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급히 서신을 열어 읽어보았다.우림의 서신에는 기옥을 잡아갔다며 백만 냥 은전을 달라는 협박이 담겨 있었다.아니면 기옥을 죽여버리겠다고 말이다.호위는 급히 말을 이어갔다.“성주께서 돈을 모아 사람을 보냈습니다.”“그래도 소인을 큰 아씨께 보내 이 일을 보고드리라고 하셨습니다!”옆에 있던 구십칠은 이 말을 듣더니 안색이 확 바뀌며 급히 입
구십칠은 시뻘건 두 눈으로 급히 달려갔다.방안에서, 기옥의 옷은 거의 모두 찢겨 얼마 남지 않았으며 발에 묶였던 밧줄은 벌써 풀어졌다.기옥의 발목에는 밧줄에 묶여 생긴 핏자국으로 가득했다.우림은 손이 하나밖에 없어 기옥을 제압하지 못해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기옥의 옷은 거의 다 찢겼다.우림이 분노하던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우림은 급히 몸을 돌려 일어섰다.그러고는 바닥에 있던 검을 들어 기옥의 목에 갖다 댔다.구십칠이 달려오며 손을 쓰려던 순간, 우림의 이 행동에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묶여 있는 기옥의 옷이 거의 모두 찢긴 모습을 보자 구십칠은 순간 두 눈이 시뻘게지고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우림! 지금 그만두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구십칠은 이를 꽉 깨문 채 분노로 가득 찼다.기옥은 눈물을 글썽이며 치욕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우림은 긴장한 듯 검을 기옥의 목에 겨누었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기옥의 목이 베어 상처가 났다.우림은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돈은?!”“돈을 가져오면 풀어주겠다!”운주성의 제가가 무너졌고, 우림의 집도 없어졌으며 팔까지 잃었으니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었다.백만 냥 은전 정도는 낙청연이 충분히 꺼낼 수 있는 돈이었다.“돈은 곧 도착한다! 우선 사람을 풀어줘라!” 구십칠은 검을 꽉 잡으며 기회를 노렸다.그러나 이를 발견한 우림은 협박하며 말했다.“검부터 버려라!”구십칠은 이를 꽉 깨물었다.“검을 버려라! 아니면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다! 내가 살아서 도망칠 수 있어야 살려줄 것이다!”“아니면 죽더라도 같이 죽어야겠다!”구십칠은 기옥 목에 새어 나온 핏자국을 보며 검을 던져버렸다.우림은 발을 들어 검을 멀리 차버렸다.“좋다. 이제 돈을 받으면 사람을 풀어주겠다!”곧바로 우홍이 돈 상자와 함께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와 우림에게 보여주었다.“이건 백만 냥 은표다.”“은전을 줘도 못 들고 내려가지 않느냐.”우림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좋다! 이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