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갑자기 몹시 공포스럽게 변했고 대량의 핏발이 창백한 얼굴에 돋더니, 핏줄이 터졌다.그녀의 얼굴이 찌그러지더니 흉악스럽게 변했다.낙청연은 다급히 부적 한 장을 날려 우단봉을 벽에 고정했다.그녀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통제력을 잃고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네가 생각나지 않으면, 내가 도와주마.”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냈다. 진법이 날아가 우단봉을 가두었다.그녀가 천천히 눈을 감자, 눈앞에 옛날 귀도의 기백이 넘치는 풍경이 펼쳐졌다.성주의 대혼 날이다.그때 절벽 사이의 이 건축물은 기백이 넘쳤고 위엄이 돋보였다. 전혀 음산한 기운이 없었다.철교의 양측에도 건축물이 있었고 거리는 매우 넓었으며, 곳곳에 초롱을 달고 오색 천으로 장식했으며, 붉은 비단이 휘날렸다.꽃가마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메고 갔으며, 말 위에 탄 남자는 바로 우경성이었다.꽃가마에 탄 여인은 새빨간 입술에 하얀 이를 가지고 있었고, 눈동자는 맑고 아름다웠으며, 눈매는 약간 날카롭고 영기가 넘쳤지만, 소녀의 수줍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오늘의 혼례에 대해 몹시 기뻐했다.그러나 동방화촉의 첫날밤, 그녀를 기다리는 건, 신랑이 그녀의 붉은 면사포를 젖히는 것이 아니라 장검에 가슴이 뚫리는 것이었다.붉은 면사포가 떨어지는 그 순간, 그녀는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의 가슴에 찔린 그 장검을 잡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왜입니까?” 눈물이 흘러내렸다.하지만 우경성의 눈빛은 날카롭고, 독기를 품었으며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너를 참아주는 건 이미 나의 한계에 달했다. 동방화촉의 첫날밤에 나는 나에게 악몽을 남기고 싶지 않다.”이 말을 끝내고, 우경성은 우단봉의 입안에 알약 한 알을 쑤셔서 넣더니, 곧 또 부적 한 장을 우단봉의 이마에 붙였다.낙청연은 그 부적을 보고 약간 놀랐다.정혼부(定魂符).사람이 죽기 전에 혼백을 몸에 가둬두면, 죽은 후 혼백이 몸을 떠나지 않는다.우경성은 뭘 하려는 걸까?다음 순간, 잔혹한 장면에 낙청연의 가슴은
낙청연은 우단봉을 바라보며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우단봉은 점차 평정을 되찾았고, 흉측한 얼굴도 차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눈에 선 핏발도 점점 사라졌다.낙청연은 그녀를 풀어주었다.우단봉의 날카로운 눈빛은 온통 증오로 가득했고, 두 눈은 낙청연을 주시했다.“우경성은 이미 죽었다. 나는 그가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길 바란다!”낙청연은 약간 놀라서 말했다. “죽었다고? 어떻게 죽은 거냐?”우단봉이 말했다. “어젯밤 그 남자의 몸 안에 우경성이 있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했다.곧바로 우경성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 또다시 복맹의 몸에서 봤던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확실히 우경성이었다!하지만 나이는 열 몇 살은 차이 나는 것 같았다.그가 몇 십년을 더 살았으니, 날로 얻어먹은 셈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문제없다.”“그런데 우경성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느냐?”우단봉이 대답했다. “그건 모른다.”“나도 며칠 전에 네가 나를 풀어줘서 나온 거다. 나도 그가 이미 죽어서 나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걸 방금 알게 되었다.”“직접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우단봉의 어투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낙청연은 상황을 파악한 후 물었다. “혹시 귀도산의 지도를 가지고 있느냐?”“우경성은 너의 시신을 팔방진에 묻어 두었다. 그러니 귀도산의 지도가 있어야 팔방진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지도는 없지만, 그려 줄 수 있다. 이 산의 돌덩이 하나까지 어디에 있는지 나는 다 알고 있다.”이 말을 하며 우단봉이 손을 펼치자, 종이가 하늘에 날아올라 갔다.우단봉은 붓에 먹을 묻혀서 지도를 그렸다.전체 귀도산의 지도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낙청연은 우단봉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상세한 곳까지 그녀는 모두 분명하게 그려냈다.그녀는 귀도성을 건설하기 위해, 확실히 산 전체의 지형을 철저하게 파악했다.심지어 뱀 굴이 있는 위치까지 그녀에게 그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우단봉은 멈칫하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모르겠다……”“나는 영원히 이 산에 갇히게 되어, 몇 십 년이 지나도록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왔다 간 적이 있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어쩌면 그들은 나를 불효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벌써 족보에서 나의 이름을 지웠을 수도 있겠구나……”필경 그때 그녀는 가문을 배신하고 혼자 이곳에 왔으니까!“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들은 아마 나를 잊었을 거야……”우단봉의 어투는 슬픔에 젖어 있었다.죽은 후의 이 몇십 년 동안, 그녀에겐 끝없는 증오 외에 남은 건 아마 가족에 대한 그리움 뿐일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저도 몰래 동정심이 생겼다. “만약 이 일이 해결되면, 너를 데리고 하산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정말? 나를 데리고 하산할 수 있어?” 우단봉은 믿을 수가 없었다.우경성이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수단을 썼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이미 버린 지 오래됐다.“장담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낙청연은 이 팔방진의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그녀의 혼백을 온전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래.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곧이어, 우단봉은 지도를 완성했다.꼬박 종이 네 장이었다.이어 놓으면 온전한 지도였다.낙청연은 지도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 땅바닥에 놓고 곧바로 나침반을 꺼냈다.팔방진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날이 밝기 전에, 팔방진을 찾았다. 모두 여섯 개의 진안이었고, 우단봉의 여섯 개 잔해가 놓여 있었다.일일이 위치를 표시한 후, 여섯 개 위치는 거리가 비교적 먼 것으로 나타났다.거의 산 전체를 넘어가야 했다.만일 우향이 이미 움직였다면, 그들은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우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낙청연은 지도와 지도상의 위치를 전부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즉시 벙어리 등 사람을 깨웠다.“무슨 일이요?”그들은 몹시 경계했다.낙청연이 말했다. “짐을 챙겨라. 지금 바로 출
다행히 낙청연은 비수를 꽉 잡고 있었다.그리고 뒤에서 따라오던 벙어리는 낙청연의 팔을 덥석 잡고 그녀를 부축했다.낙청연은 다시 똑바로 섰다. 정말 위험천만했다.사람들은 모두 긴장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장한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까 봐 두려웠다.절벽위를 걷는 그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느렸다.그리고 앞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언제 안전하게 도착할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앞에서 걷던 홍해가 발걸음을 멈췄다.낙청연도 어쩔 수 없이 멈췄다. 너무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발밑에 돌덩이가 두 사람의 체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발밑의 돌덩이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들은 모두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왜 그러냐?” 낙청연이 물었다.전방에서 갑자기 음살기를 지닌 바람이 한바탕 불어왔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렸다.전방의 위험한 기운에 낙청연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 조금 움직였다. 그녀의 눈앞에 소름 끼치는 장면이 펼쳐졌다.전방의 절벽위에 복맹이 마치 거미처럼 엎드려 있었다.마침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그의 사지에는 모두 쇠 발톱이 있었다. 그때 봤던 우향의 몸과 같았다.보아하니 복맹은 이미 우향을 만난 모양이다.분위기는 무거웠고 몹시 긴장했다.그들은 절벽위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복맹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해골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곧이어 눈가에 살기가 스치더니, 갑자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밧줄!” 낙청연은 소리치며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앞으로 다가가 홍해 등에 지닌 밧줄을 가져갔다.홍해는 복맹의 공격에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고 막았다.이건 절벽에서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낙청연은 다급히 밧줄을 내던져 홍해의 허리를 휘감고 죽을힘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겼다.“조심하거라.”절벽에 엎드린 복맹도 한 손으로 홍해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예리한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이럴 때, 겨루는 건 힘이다.몇 번 공격을 거쳐 복맹은 홍해에
낙청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쳐다보았다.그 공포스러운 얼굴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복맹이든 아니면 복맹 몸 안의 우경성이든 모두 낙청연을 노리고 있었다.그들의 목표는 늘 낙청연이었다!복맹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달려들었다.그러나 이때, 홍해가 허리에 감았던 밧줄을 잘라버리고 몸을 날려 그를 덮쳤다.홍해가 돌벽을 벗어난 그 순간, 낙청연은 대경실색했다.곧이어 홍해가 복맹을 붙잡고, 두 사람이 함께 벼랑에서 떨어졌다.행동이 민첩한 낙청연은 다시금 밧줄로 홍해를 휘감았다. 하지만 그녀는 잡아당길 힘이 없었다.낙청연은 밧줄을 손목에 한 바퀴 휘감았다.그녀의 손목은 밧줄에 조여 하얗게 되었다.손바닥이 해어졌다.벙어리는 낙청연이 끌려가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잡아당겼다.홍해는 필사적으로 복맹을 끌어안았다. 복맹은 홍해의 어깨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선혈이 마구 튀었고, 살점 한 덩이가 벼랑으로 떨어졌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버텨라!”홍해는 극심한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온 힘을 다해 복맹을 제지했다.“놓으세요! 당신들은 잡아당기지 못합니다! 저에게 끌려갈 겁니다!”구십칠도 도와주려고 긴장해하며 몸을 움직였다.하지만 돌벽이 너무 가파르고 그들에게는 그 어떤 잡아당길 것 하나 없었다.손에는 비수를 잡고 힘을 아래로 쓸 수는 있었지만, 가로로 바깥으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수가 뽑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구십칠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홍해를 끌어당겼다.홍해는 평온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떨어지면, 저의 혼백을 가져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산에 남아도 괜찮습니다.”“그러니 절벽 아래까지 내려와서 저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당신들은 꼭 살아서 나가십시오!”이 말을 끝내고 홍해는 바로 비수를 휘둘러 밧줄을 끊어버렸다.또 한 발로 돌벽을 힘껏 디디고, 필사적으로 복맹을 끌어안고 날아갔다.빠른 속도로 벼랑에서 떨어졌다.낙청연의 손이 갑자기 풀
구십칠은 잠시 멍해 있더니 말했다. “절벽을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세 사람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출발하여 산 아래로 내려갔다.한 시진쯤 걸어서 낙청연은 그들을 데리고 절벽 아래에 도착했다. 이곳 양쪽은 가파른 절벽이었고 아래쪽은 얕은 개울이었다.세 사람은 시냇물을 밟고 앞으로 걸어갔다.이곳은 몹시 추웠다. 그들의 손은 꽁꽁 얼어서 감각을 잃었다.길은 넓었다가 좁아졌다 했으며, 빛은 흐렸다 밝아졌다 반복했다.한참을 걸으니, 전방에 드디어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홍해의 시신이었다.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시신은 이미 온전하지 않았다……낙청연의 마음은 무거웠다. 취혼부를 붙이고 홍해의 혼백을 병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구십칠과 벙어리는 이미 이 근처에서 한참 찾았다.돌아온 후 세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나 한 듯 마음이 무거웠다.“복맹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복맹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이는 낙청연이 예상했던 바이다. 필경 지금 복맹 몸 안에 그 사람은 우경성이다.하지만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이 복맹의 몸도 이미 많이 다쳤을 것 같다.“모두 조심하시오.”“곧 도착할 것이오.”세 사람은 줄곧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어떤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그 음산한 기운은 이곳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동굴 입구에 서서, 칠흑 같은 동굴 안을 쳐다보니, 한기가 용솟음쳤다.“도착했소.”낙청연은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동굴 안은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렸고, 매우 조용했다.길고 긴 통로를 지나자, 앞은 확 트였다.낙청연은 화절자를 들고 벽면 위에 놓여있는 등잔에 불을 붙였다.이곳의 등잔에 연이어 불을 붙이자, 동굴 안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동굴 사면의 벽면에 모두 석상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석상 아래는 쇠사슬이 길게 뻗어 있었고 중앙에 매달려 있는 그 관을 묶고 있었다.관에는 혈부가 가득 붙어있었다.낙청연이 그 관을 에워싸고 돌면서 관찰해보
그 안의 그것도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매우 컸으며 결국 관은 쾅 하고 터지고 말았다.남자 시체 한 구가 벌떡 일어나 복맹의 목을 졸랐다.귀신도 사람도 아닌 그것들이 싸우기 시작했다.낙청연의 관찰에 의하면 그 남자 시체도 매우 맹렬했고, 그것도 흉물이었다.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며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마침 이 남자 시체가 복맹을 잡고 있는 틈을 타,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 슬그머니 이 동굴을 관찰하였다.이곳은 확실히 진안의 하나였다.우단봉의 시신은 틀림없이 이곳에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동굴은 한눈에 보일 만큼 크기밖에 되지 않았고, 더 이상 깊은 곳으로 갈 수도 없었다.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한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동자가 반짝이었다.땅 아래!다시 관 아래를 보니, 확실히 거대한 원반이 있었다. 이 원반은 움직일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낙청연은 기관을 찾아보았다. 결국 그의 눈빛은 벽면의 석상에 고정되었다.“나를 엄호하거라!”낙청연은 밧줄을 꺼내 허리에 묶고, 다른 한쪽을 벙어리와 구십칠에게 주었다.곧이어 그녀는 경공으로 가장 가까운 석상 위에 날아가 석상의 눈을 찌르자, 찰칵하는 기계음이 들렸다.과연 이곳이었다!낙청연은 또 옆에 있는 석상으로 날아가 다시 기관을 건드렸다.석상이 하나 남았을 때, 위치는 바로 복맹과 그 남자 시체의 바로 위쪽이었다.낙청연은 위험을 무릅쓰고 날아가 기관을 눌렀다. 그런데 그 소리는 복맹의 주의 끌고 말았다. 복맹은 울부짖더니, 바로 그녀를 덮쳤다.위기일발의 위험한 순간, 구십칠과 벙어리가 마침 힘껏 밧줄을 잡아당겨 낙청연을 끌어왔다. 낙청연은 다행히 그 매서운 쇠 발톱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동시에 기관이 열렸다.매달려 있는 관 아래에 문이 열렸다.낙청연은 다급히 그들을 불러 함께 그 문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바로 기관을 닫았다.발이 땅에 닿는 순간,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벽면 위에 있는 횃불을 붙이자. 그리 크지 않는 이 공간을 훤히 밝혔다.땅바
세 사람은 재빨리 앞으로 도망쳤다.곧이어, 우향과 동운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이곳으로 달려왔다.그러나 일행들이 동굴로 달려 들어갔을 때, 그 물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동운수의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노하여 소리쳤다. “어서 쫓아라!”“귀도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그리고 지금, 이 시각 낙청연은 지도를 손에 쥐고 확실히 귀도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심지어 동운수와 그들보다 귀도의 길 하나하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우단봉이 그려준 지도는 아주 상세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동운수와 그들은 귀도에 쏟아부은 심혈은 당연히 우단봉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이해 정도도 우단봉에 미치지 못한다.낙청연은 지도 대로, 바로 벼랑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도망가면 그들이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낙청연은 달리면서 돌벽을 관찰했다.과연, 그녀는 동굴 입구를 발견했다.비록 좀 높았지만, 올라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았기에, 오를 수 있었다.“여기서 올라가자!”이를 본 벙어리가 맨 처음으로 돌벽에 올라갔다. 그는 순조롭게 위에 있는 동굴 입구에 올라가 밧줄을 던졌다.구십칠은 경계하며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어서 올라가십시오.”낙청연은 밧줄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동굴 입구까지 올라갔다.그리고 이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쫓아왔다.구십칠은 급히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구십칠이 올라온 후 바로 밧줄을 거두자마자 시선에 일행의 그림자가 들어왔다.세 사람은 땅에 엎드려 머리를 움츠리고 숨었다.아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그 사람들은 그들의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낙청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사람은? 이렇게 오래 쫓았는데 왜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냐?”우향의 목소리였다.“계속 쫓아가거라! 어차피 그들이 도망갈 수 있는 길은 이 길밖에 없으니까!”동운수는 숨을 헐떡이었다. 하지만 어투는 여전히 화가 가득했다.그리하여 발걸음 소리가 또 들리더니, 그들은 계속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