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아닙니다.” 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며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침서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 내가 진심이면 된다.”“네가 만약 진심이면 오히려 재미없다.”“나는 도전을 좋아한다.”침서의 웃음은 사람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나가주십시오. 좀 쉬겠습니다.” 낙청연은 머리가 또 어지러워졌으며 침서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곧이어 침서는 방에서 나갔다.잠깐 후, 방문이 또 열렸다. 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휴식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저입니다.” 난희는 방문 입구에 서서 약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난희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들어오거라.”난희는 탕약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이것은 우 낭자가 부탁한 것입니다.”낙청연은 약사발을 건네받아 약에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셨다.약을 마시자, 난희는 빈 약사발을 건네받더니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가버렸다.낙청연은 약을 마시고 또 몽롱하게 잠이 들었다.어렴풋이 중간에 누군가 들어온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그렇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정신없이 잤다.낙청연은 갑자기 조열감을 느끼고 몸이 몹시 뜨거워졌다.마침 침서가 문을 열고 낙청연을 보러 들어왔다. 그는 침상 위의 낙청연을 보고 저도 몰래 깜짝 놀라고 말았다.낙청연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후끈거렸으며 계속 옷을 헤집고 있었다.침서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그런데 낙청연은 그 한 줄기의 차가움을 느끼고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반응에 침서의 두 눈에 한 줄기의 빛이 스쳤다.낙청연은 중독된 것인가?낙청연의 그 발그스름한 볼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침서는 몸을 굽혀 가까이 다가가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요, 괜찮다면, 내가 너의 독을 해독해 주마.”그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낙청연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낙
낙청연은 정신을 차리고 방안에서 걸어 나갔다.침서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한창 사람을 배치하고 있었다.낙청연이 나오자, 침서는 매우 놀라서 말했다. “왜 나왔느냐? 너의 독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 어서 방으로 돌아가거라.”하지만 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제가 바로 이 일 때문에 나왔습니다.”“난희를 데려오세요.”침서는 약간 놀라더니, 즉시 사람을 시켜 난희를 데려오게 했다.난희는 약간 긴장해하며 낙청연과 침서의 앞으로 다가왔다. “장군, 무슨 일입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짝—낙청연은 호되게 난희의 뺨을 후려갈겼다.난희는 얼굴을 감싸더니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낙청연의 날카로운 눈빛에 난희는 안절부절못했다.“난희의 방을 수색하세요! 분명 연정향(燃情香)이 있을 겁니다.”침서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난희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너의 짓이냐?”난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무릎을 털썩 꿇었다.“장군님 용서해 주십시오!”“제가 낙청연이 약을 먹고 잠든 후에,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연정향을 피웠습니다.”“저는 장군님을 위해 그랬습니다.”“장군님은 매일 낙청연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만 그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장군님께서 소원을 이루게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난희는 꿇어앉아 울며 말했다.이 결정을 한 난희도 마음이 몹시 아팠다. 하지만 난희는 장군께서 원하는 건 다 가지길 바랄 뿐이었다.“장군께서는 매번 거절당하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 밤만 되면 혼자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난희는 장군께서 그리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난희는 흐느껴 울었다.침서는 분노하며 한 발로 난희의 가슴을 걷어차, 바로 그녀를 넘어뜨렸다.“누가 너에게 그런 담을 준 것이냐? 내가 너를 정말 죽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침서는 화를 내며 바로 분사검을 뽑았다.하마터면 검으로 난희를 찔러 버릴 뻔했다.난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
낙청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난희의 방을 슬쩍 훑어보았다. 초라하지만 아주 깔끔했다.진열된 물건은 대부분 남자 것이었다. 전부 침서를 위한 물건인 것 같았다.난희는 정말 침서에게 정이 깊은 것 같았다.낙청연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해독약을 아직 나에게 주지 않았다.”난희는 그제야 다급히 해독약을 가져와 낙청연에게 건넸다.낙청연은 냄새를 맡아보더니, 바로 해독약을 복용했다.난희는 한쪽에서 몹시 긴장했다. “저…… 오늘 밤, 일은 정말 미안합니다.”“그리고 저를 위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난희를 보더니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감사는 말로 하는 게 아닌데.”난희는 잠시 멍해졌다. 낙청연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돕지 않았을 거라는 걸 난희는 알고 있었다.“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낙청연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직은 할 일이 없으니, 이 신세는 나중에 갚아라!”난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낙청연은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난희의 마음은 더욱 안심됐다.난희는 낙청연이 겉으로는 자신을 돕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복수할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낙청연은 솔직하게 그녀에게 신세를 갚으라고 했다. 그럼, 이건 낙청연이 앞으로 그녀를 필요로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럼, 난희도 낙청연이 그녀를 방해할까 봐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어두운 밤, 부진환은 성안에서 도주하며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뒤에는 장군부의 추격병이 쫓아오고 있었다.부진환은 어두운 골목에 숨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슬쩍 쳐다보았다. 뜻밖에 침서도 쫓아오고 있었다.부진환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긴 시간 동안 달리다 보니, 부진환은 약간 숨이 찼다.한 번 죽고 난 후부터, 부진환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그러나 그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낙청연을 지켜야 한다.“오늘 온 도성을 전부 뒤집어서라도 반드시 사람을 찾아내거라!” 침서는 성난 목소리로 명령했다.침서는 장군부의 모든 인력을 전부
“좋소! 그럼 계획이 성사되길 기대하겠소.”“하지만 오늘 저녁의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러면 나까지 엮이게 되니 말이오.”진익도 부진환이 침서 앞에 폭로되는 게 무서웠다.부진환이 진익의 교살에서 벗어나 아무도 모르게 도성에 들어온 건 대황자인 자신의 도움을 받은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그러면 침서는 절대 진익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심지어는 겉으로의 평화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인정하기 싫지만, 진익은 미쳐버린 침서를 감당할 수 없었다.“알겠습니다.”말을 마친 부진환은 곧바로 방을 떠났다.부진환은 오늘 밤의 결정이 후회되지 않았다.여국에 온 목적이 바로 낙청연을 위해서였기 때문이다.비록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게 지켜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게 지금 부진환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방문 밖에서 갑자기 백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기주장이 아주 강한 걸 보니, 당신은 시위 자격이 없소.”“우리같은 암위들은, 명을 받들고 일을 하면 되오.”“이렇게 함부로 행동하면, 주인님께 성가신 일만 불러올 것이오.”부진환은 덤덤하게 백서를 힐끗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옮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당신과 다르오.”백서는 살짝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며 오기 가득한 어투로 물었다.“뭐가 다르다는 것이오?”“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도 내가 당신을 구한 것이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는 것이오?”부진환은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구해달라고 한 적 없소.”“나 혼자서도 할 수 있었소.”이 말을 들은 백서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너무 오만한 것 같소.”“천궐국의 섭정왕, 이렇게 건방져도 되는 것이오?”부진환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백서는 불쾌한 듯 문을 두드렸다.“당신, 예의라곤 하나도 모르는 거 아니오?!”답이 없자 백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의자에 앉은 부진환은 그 약병을 꺼냈다.용삼 환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부진환은 아픔
바로 그 순간, 낙청연이 갑자기 눈을 떴다.낙청연이 주먹을 꽉 쥐자, 철추가 그녀의 몸속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곧바로 하령의 손목을 덥석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하령의 가슴을 퍽 쳤다.하령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그러면서 곧바로 문밖으로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뛰어올라 문 앞을 막아섰고, 하령의 앞길을 막았다.하령은 이를 꽉 깨물더니 즉시 반격하며 낙청연과 싸우기 시작했다.처음에는 하령도 자신의 힘을 통제하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그러나 낙청연의 공격이 점점 더 거세지자, 당해낼 수 없었던 하령은 결국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보이고 말았다.낙청연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하령의 주먹을 막아낸 후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결국 폭로되었구나. 그날 밤 사람은 바로 너였다는 걸!”“진정한 실력을 이렇게 오랫동안 숨기고 있었다니!”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하령의 실력이 강하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모두 그가 위장한 것이었다니.하령의 진정한 실력이라면, 철갑 근위에서 통솔자도 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랫동안 실력을 숨기며 살아오다니, 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하령의 눈에는 서늘한 빛이 돌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발각되었으니 더더욱 살려둘 수 없겠구나.”“죽어라!” 하령의 눈에는 살의가 스치더니 곧바로 주먹이 낙청연을 향해 날아왔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급히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그렇게 하령이 낙청연을 이길 것만 같았던 순간.낙청연이 갑자기 부적 한 장을 내던졌다.지붕 위에서 금빛이 비치더니 진법이 하령의 몸을 감쌌다.순간, 하령은 움직일 수 없었으며 주먹을 휘두르려고 해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널 여기까지 유인했으니, 나도 준비를 단단히 했지.”비록 지금 천명 나침반의 금진을 사용하면 몸이 더 빨리 소모되지만, 복수할 수밖에 없었다.온심동은 아직 건드릴 수 없다. 하지만 하령은, 먼저 처치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꽉 쥔 채 철추의 모든
“무슨 일이냐?”“하령의 목소리 아니냐?”온심동도 소리를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낙청연이 하령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온심동이 갑자기 방에 쳐들어왔다.“낙청연! 지금 뭐 하는 것이냐!”온심동은 분노하며 호통쳤다.낙청연의 동작은 허공에 멈췄다. 온심동을 보자, 낙청연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낙청연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온심동을 바라보며, 주먹으로 하령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척추의 극심한 통증에 하령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온심동은 숨이 탁 막혔다. 그러고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감히 자기 앞에서 하령을 죽이려 하다니!바닥에 쓰러져 피투성이가 된 하령을 보며 온심동은 화가 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낙청연! 어찌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냐?!”낙청연은 개의치 않은 듯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하령이 날 죽이려 했다. 난 그저 자신을 지켰을 뿐.”“내 방에 슬그머니 들어온 게 아니라면, 어찌 손을 댔겠느냐?”“이건 내 탓이 아니다.”화가 난 온심동은 손을 쓰려 했지만 낙청연이 경멸 섞인 미소를 지으며 정원에 모인 구경꾼들을 보라 했다.“대제사장이 날 이기지 못하면, 아주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겠구나.”낙청연은 일부러 목소리를 깔고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온심동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하령도 낙청연에게 맞아 이 모양이 됐는데, 정말 싸우게 된다면 낙청연의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구경꾼들도 가득하니, 날이 밝아 궁 전체에 소문이 퍼지면 대제사장의 위엄이 어디에 가겠는가?온심동은 이를 꽉 깨물고 사람을 불렀다.“여봐라, 하령을 데려가라!”곧이어 사람 몇몇이 올라와 하령을 데려갔다.방문을 닫자 낙청연은 힘없이 문에 기댔다.목구멍에는 피비린내가 솟아올랐다.낙청연은 가슴을 꽉 눌렀다. 그러자 입가에 피가 흘렀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쓱 닦고 천명 나침반을 거두었다.오늘 이후로, 하령의 무공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니 위협 하나를 제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하
온심동이 단호하게 떠나는 모습에 하령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하령은 주먹을 너무 꽉 쥐어 손바닥에 피가 났다.“너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데…”하령은 이를 꽉 깨물었고, 눈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실력을 숨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폐인이라고 비웃음을 당한 것은 그저 온심동 곁에서 대제사장의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걸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목숨까지 걸며 온심동을 지켜주고, 대제사장의 자리를 지켜주었지만 결국 무공이 폐했고, 온심동도 그를 버렸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말이다!하령의 눈에는 원망으로 가득했다.하령은 억울했다. 대체 왜 하느님은 자신에게만 이렇게 각박한지 알 수가 없었다!그러면서 다짐했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갖고 싶은 건,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말이다!이때, 온심동은 방을 나서며 사람을 찾아 당부했다.“하령을 잘 보살펴라.”그러고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궁을 나섰다.감히 자신의 사람을 건드리다니, 낙청연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가지고 온저녁 일월정화를 흡수해서야 얼굴이 그나마 엉망으로 보이지 않았다.다른 사람들 눈에 낙청연의 몸은 점점 회복되고 있으며, 하령에게도 중상을 입힐 수 있는 정도였다.하지만 낙청연은 자신의 몸이 점점 더 많이 닳고 있으며,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바로 다음 순간에 죽어도 놀랍지 않았다.낙청연은 아침을 먹고 우유를 찾아 다른 일을 상의하려 했다.그러나 한참이나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었다.낙청연은 불안한 마음에 방문을 열었다.방안은 텅 비어있었고, 상에 서신 하나가 놓여 있었다.낙청연은 서신의 내용을 보더니 안색이 확 바뀌었다.“우유를 구하려거든 귀도(鬼都)에 오거라.”귀도.산 사람이 들어가면 목숨을 반쯤은 잃는다는 곳이다.많은 사람들은 거의 목숨을 잃는다.귀도의 깊은 곳에는 진귀한 보물들이 널려 있지만, 귀도에 쳐들어가는 건 구사일생이었다.
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였고 낙청연은 곧바로 준비하러 갔다.밤이 깊어지고 그들은 길에 올랐다.다들 위험천만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낙청연을 선택했고 그녀를 위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자신을 위해, 그리고 노예곡의 가족, 친구들을 위해.그들 일행은 말을 채찍질해 달렸고 밤낮없이 길을 재촉했다.삼 일째가 되는 날, 그들은 귀도의 산기슭에 도착했다.사람들은 말에서 내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발 디딘 적 없는 것처럼 비밀스러워 보임과 동시에 미지의 두려움도 생겼다.낙청연은 며칠 동안 길을 재촉하다 보니 안색이 살짝 창백했다. 구십칠이 그녀를 부축해 말에서 내려오게 했다.“오늘 밤에는 산기슭에서 하룻밤 쉬고 내일 다시 산에 오르시지요. 기운을 차려야 합니다.”“알겠다.”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쉬기로 결정했고 불을 피웠다.그들은 음식을 꺼내 나눠서 먹었다.홍해가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내가 가본 적 없는 곳이 없었지. 노예영도 한 두 번 간 게 아니야.”“그런데 귀도는 아직 가본 적이 없어. 이번에 한 번 제대로 둘러봐야겠어. 결과가 어떻든 이 강호에 우리 10대 악인의 이름을 남겨야지.”사람들은 홍해의 말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나무에 기대어 앉았고 구십칠은 주전자를 건넸다.“내일 산중에서는 물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니 일단 마셔두세요. 물은 또 길어 오겠습니다.”낙청연은 흠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추억을 떠올렸다.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고맙다.”물을 길어 온 뒤 구십칠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혼자 오랫동안 계산하던데 무슨 계획을 한 것이냐?”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고 구십칠은 웃음을 터뜨렸다.“도성이든 이 강호든, 귀도 산에 관한 상세한 소문은 없습니다.”“아무리 계획하려고 해도 계획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결국에는 사람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지요.”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내가 점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