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부진환이 눈보라를 헤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두봉은 차가운 바람에서 펄럭이고 있었으며, 그 기세가 매우 맹렬했다.“황형, 여기가 어떤 곳인지 잘 알거라 믿소. 그러니 부황께서 이 자리에 계시더라도, 절대 관을 열게 하지 못할 것이오.”“이건 황상에 대한 불경일 뿐만 아니라, 선조에 대한 불경이오!”“황형은 섭정왕으로서 나보다 이 규칙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오.”부운주는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그 관을 보며 복잡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본왕이 얘기했다. 너를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으면,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증거를 남기지 않았기를 빌어야 할 거다.”말을 마친 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부경리도 부운주를 흘겨보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나섰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낙청연은 또 기침하기 시작했다.부진환은 급히 발걸음을 멈추고 두봉의 모자를 씌워주며 낙청연을 품에 안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부경한, 정말 죽은 겁니까?” 낙청연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었다.하지만 그 침묵이 대답해주고 있었다.낙청연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습니다.”“이번 일은 엄내심과도 연관이 있을 겁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저를 찾아와 같이 일을 도모하자면서 협박했습니다.”“부경한을 없애고 부운주를 자연스레 황위에 오르게 하려던 거였습니다.”“쿨럭쿨럭쿨럭……”겨울밤, 낙청연의 안색이 유난히 창백했다.부진환은 안타까워 낙청연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넌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이 일은 본왕에게 맡기고 편히 왕부에서 몸조리를 하도록 하거라.”왕부에 도착하자 부경리가 앞으로 다가왔다.하지만 부진환은 그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이번 일은 복잡하니 엮이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조정의 일은 관여하지 말거라. 부운주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면 널 건드리지 않을 거다.”부경리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셋째 형이 수고해야겠소.”“
“왕비 마마, 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은 속으로 놀라더니 긴장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맥을 짚었다.임신이다.기뻐 마땅한 일이지만 어쩐지 낙청연은 불안감에 휩싸였다.왜 하필 지금 이때일까?중상을 입은 그녀는 너무 허약해진 나머지 천명 나침반을 쓸 수도 없었다.“왕비 마마?”낙청연은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니다. 넌 이만 나가보거라.”“쉬면 나을 것이다.”낙청연은 피를 닦은 뒤 침상에 누웠다.지초는 간단히 정리한 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필요하다면 절 불러주세요.”지초는 걱정을 한가득 안고 방에서 나섰다.침상에 누운 낙청연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이는 좋지 않은 시기에 갑자기 찾아왔다.그리고 이 소식을 부진환에게 알려야 할지도 고민이었다.부경한이 죽었으니 부운주가 황위에 앉을 것이고 부운주가 황제가 된 뒤에 무슨 일을 할지는 낙청연도 알 수 없었다.천명 나침반으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모든 것은 운명인 듯했다.부진환은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혹시나 그가 딴 데 정신이 팔릴까 봐 일단은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의 지금 몸 상태로는 얌전히 저택에서 요양해야 했다.다음 날 아침, 낙청연은 직접 약방으로 가서 약초를 가져와 몸조리했다.아이가 생겼으니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게 해야 했다.그리고 일이 끝난다면 부진환에게도 좋은 소식을 알릴 생각이었다.돌아가서 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방 안에서 쉬었다. 밖으로 나갔다가는 찬 바람때문에 고뿔에 걸릴 수도 있었다.아이가 없을 때는 죽지만 않는다면 괜찮았지만 이제 아이가 생겼으니 모든 일에 조심해야 했다.그래서 감히 외출도 하지 못해 지초에게 대신 소식을 알아봐달라고 했다.며칠 동안 부진환은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날 밤, 낙청연은 일찍 잠이 들었고 밖에서는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낙청연은 이불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때문에 자꾸만 마음
“침서! 이거 놓으세요! 절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낙청연은 악을 쓰고 발버둥 쳤다.침서는 한 팔로 그녀를 끌어안은 채 경공으로 지붕 위를 날아다녔고 이내 경도를 벗어났다.바람과 눈 때문에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옷차림이 얇은 낙청연은 매섭게 부는 찬 바람 때문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렇게 찬 바람을 얼마나 맞았을까, 경도 밖 산속 오두막에 도착한 뒤 침서가 낙청연을 내려놓자 낙청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낙청연은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몸을 웅크린 채로 정신을 잃었다.침서는 그 모습을 보고 안색이 달라지더니 곧장 그녀를 안아 방 안의 침상 위에 눕힌 뒤 이불을 덮어줬다.그는 다급히 방 안에 불을 지폈고 방 안의 온도는 이내 올라가기 시작했다.침서는 침상 맡에 서서 낙청연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이마가 불덩이 같았다.침서의 안색이 달라졌다.“언제 이렇게 허약해진 것이냐? 고작 찬 바람 좀 맞았다고 이렇게 정신을 잃다니.”그는 심각한 얼굴로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다.-밤이었다.바람은 매섭게 몰아쳤고 금군은 어서방을 단단히 에워싸고 있었다.부진환은 창의(氅衣)를 걸치고 왔다.어서방에는 많은 신하가 있었는데 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매우 놀랐다.“섭정왕, 지금 뭐 하려는 것이오?”부진환은 매서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노려보았다.“부운주는 황위를 빼앗기 위해 황제를 죽였으니 죽여 마땅하오!”“여봐라!”호위들이 어서방으로 뛰어 들어와 부운주를 잡으려 했다.주위에 있던 대신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부진환, 그건 아니 되오! 5황자는 대신 조정의 정무를 관리하는데 그를 잡으면 천궐국은 어찌하오!”부진환은 날카로운 눈매로 그를 바라보았다.“천궐국 황자가 부운주만 있는 것이 아니오!”“황위를 위해 수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황위를 빼앗기 위해 황제를 죽였으니 본왕은 그를 처벌할 권리가 있소!”“감히 막는 자가 있다면 함께 죽일 것이오!”그 말에 대신들은 겁을 먹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누군가
왜 낙정마저 그를 통제할 수 있는 걸까?대체 왜!낙정이 차갑게 말했다.“섭정왕, 당신에게 부운주가 황위에 오르는 것을 막을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 약효를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부운주를 놓아주세요!”부진환은 명령에 반항하려 했지만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다.이렇게 하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진환은 결국 반항을 포기하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어서방에서 나갔다.“여봐라!”“왕야!”“부운주를 놓아주거라.”이내 부운주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뒷짐을 진 채로 여유롭게 걸어오더니 부진환의 입가에 묻은 피를 보고 덤덤히 말했다.“형님, 오늘 사악한 술법에 당하기라도 한 것입니까?”“혹시 낙청연이 사악한 술법으로 형님을 미혹한 겁니까?”부운주의 차가운 목소리에 부진환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놀란 표정으로 부운주를 바라보았다.“뭐 하려는 것이냐!”부운주는 매서운 눈빛으로 느긋하게 말했다.“형님... 낙청연에게 수세를 써주세요.”“그러면 오늘 일은 오해라고 할 겁니다.”“그렇지 않으면 낙청연의 탓이라고 할 겁니다. 사악한 술법이라고 한다면 낙청연은 죽을죄를 뒤집어쓰게 될 겁니다!”부진환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부운주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 눈동자에 살기가 충만했다.하지만 부운주는 태연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형님, 잘 생각해보세요.”“형님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형님을 동의하게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부운주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낙정을 보았다.부진환은 이를 악물었다. 이마의 핏줄이 불거짐과 동시에 더없이 괴로웠다.-날이 밝기도 전에 창문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찬 바람 때문에 낙청연은 잠에서 깼다.주위의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불안을 느낀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와 방에서 나가려 했다.밖에서는 살을 엘 듯한 찬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맨발로 처마 밑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뼈가 시릴 정도였다.낙청연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밖에서는 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낙청연은 저도
낙청연은 피하지 않았다.침서와 가까워지자 낙청연은 그의 허리춤에 있는 비수를 뽑아 들었고 그것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찌르려 했다.하지만 침서가 칼날을 잡는 바람에 비수는 끝부분만 살짝 들어갔다.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피가 낙청연의 흰옷 위로 뚝뚝 떨어졌다.낙청연은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침서는 그녀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은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침서는 피범벅이 된 손으로 낙청연의 턱을 쥐었고 새빨간 피로 그녀의 입술에 빨간색을 칠했다.낙청연은 그의 가슴께를 걷어찼지만 침서는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그는 곧바로 낙청연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감히 제게 손을 댄다면 당신을 갈가리 찢어버릴 겁니다!”낙청연은 노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눈이 벌게져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침서의 눈동자에는 오히려 흥분이 감돌았다.“아주 기대되는구나!”그는 몸을 기울였다.낙청연은 그의 손에서 벗어난 뒤 또 한 번 따귀를 때리려 했지만 침서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침서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이를 가진 것이냐?”그의 눈빛은 마치 배신당한 사람의 것 같았다. 곧이어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그는 낙청연의 손목을 부서뜨릴 듯이 꽉 쥐고 있다가 낙청연을 끌어 올렸고 그녀를 눈밭으로 밀쳤다.그의 차가운 눈빛에서 무자비함이 보였다.낙청연은 너무 추워서 몸을 덜덜 떨며 산 아래로 도망치려 했다.그녀는 맨발로 숲속을 달렸는데 한기 때문에 점차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뼛속을 파고드는 냉기에 낙청연은 배를 감싸 안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침서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눈밭에서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는 낙청연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시체 같았다.얼마나 나약하고 불쌍한가?그러나 침서는 마음속 화를 도저히 가라앉힐 수 없었다.그는 낙청연의 곁으로 걸어가 여유롭게 자리에 앉았다. 그는
약을 마셨음에도 낙청연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몸을 떨면서 기침해댔다.“콜록콜록...”침서는 미간을 좁힌 채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몸이 왜 이렇게 약해진 것이냐?”“예전보다 훨씬 못하구나.”낙청연은 몸을 떨었다.“약을... 콜록콜록...”침서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져봤다. 약을 마셨는데도 여전히 몸이 불덩이 같았다. 심하게 허약한 모습을 보니 산속에서 캔 일반 약초로는 부족한 듯싶었다.“침서... 침서...”그녀는 살려 달라는 듯이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의식을 잃었다.낙청연의 부름에 침서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간 뒤 방문을 닫고 약초를 캐러 갔다.한참 동안 약재를 찾은 뒤에야 그것을 들고 와서 약을 달였다.어느새 밤이 깊어졌다.낙청연은 머리까지 이불 안에 넣고 계속 기침했다.침서는 약을 달여 그녀에게 먹었고 방 안에서 그녀의 곁을 지키며 불을 더 세게 지폈다.침서는 더워서 땀이 날 정도였지만 침상 위의 낙청연은 여전히 추워했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떨렸다.낙청연은 비몽사몽 또 말했다.“침서... 춥습니다. 약을 주세요...”침서는 미간을 잔뜩 구겼다. 그녀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결국 그는 방을 나섰고 어두운 밤 약재를 사러 산에서 내려갔다.한참 지난 뒤에도 침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낙청연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앉은 뒤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킨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신발도 없어서 맨발로 눈을 밟고 달렸다. 마치 칼날 위를 달리듯 뼈가 콕콕 쑤셨다.그렇게 낙청연은 달리고 또 달려 산에서 내려왔다.하지만 이대로 경도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럴 힘도 없었다.그래서 산 아래 한 마을에 멈춰 섰는데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객잔의 장궤가 그녀를 가련히 여겨 그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게 해줬고 두꺼운 옷도 건네줬다.“고맙소. 내일 사람을 시켜 돈을 내겠소.”낙청연은 옷을 받은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
긴박한 순간, 성문 안에서 갑자기 기마행렬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 순간, 발이 바람에 날리는 바람에 침서는 마차 안에 앉아있는 낙청연을 보았고 낙청연도 침서를 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침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바로 그때, 익숙한 사람이 낙청연의 시야에 들어왔다.“소서!”소서는 말을 타고 앉아 성 밖까지 뒤져 왕비를 찾으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는 낙청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왕비 마마!”소서는 곧바로 말에서 내렸다.“왕비 마마! 괜찮으십니까?”낙청연은 곧바로 마차 안에서 나와 침서를 가리켰다.“저자를 잡거라!”침서는 입꼬리를 끌어당기더니 이내 몸을 날려 도망쳤다.“낙요야, 넌 도망칠 수 없다.”침서의 웃음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자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소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그를 뒤쫓게 했기에 침서가 그녀를 낙요라고 부르는 걸 듣지 못했다.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왕비 마마, 어디로 가신 겁니까? 초조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왕야께서도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으셨고 왕비 마마도 갑자기 사라지셔서...”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뭐라고? 왕야께서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왕야는 어디 계시냐?”소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궁에 계십니다.”“궁은 지금 어떤 상황이냐?”낙청연은 성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찬 바람 때문에 또다시 기침이 시작됐다.“궁 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저희는 누군가 부르지 않으면 입궁할 수 없습니다. 7황자께 부탁했는데 7황자께서도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그래도 왕비 마마께서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다행입니다.”두 사람 모두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왕비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초조한 얼굴로 말을 타고 섭정왕부로 돌아왔다.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뒤 입궁할 생각이었다.지초는 계속 울다가 낙청연이 돌아온 걸 확인하고서야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울지 말고
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위에는 수세라고 똑똑히 적혀 있었다.낙청연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잠시 사고가 정지됐다.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려 부진환을 따라잡았다.“왜입니까?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계획이 실패했습니까?”“왜 갑자기 수세를 쓴 겁니까?”낙청연은 지금 당장 설명이 필요했다.하지만 부진환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 본왕은 지금 너와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 널 보고 싶지도 않고!”“물건을 정리한 뒤 나가거라! 내가 손을 쓰게 하지 말고!”부진환은 차갑게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겼다.낙청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대체 왜?낙청연은 받아들일 수 없어 부진환의 서방까지 쫓아갔지만 그가 안에서 문을 잠가버렸고 낙청연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지 않았다.“왕야! 제대로 설명하십시오! 왜 갑자기 저에게 수세를 주는 겁니까?”“함께 난관을 극복할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그런데 왜 절 밀어내는 겁니까?”“제대로 설명해 보십시오!”안에서 부진환의 노여움 섞인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네가 본왕을 속이지 않았느냐? 그것으로 부족하냐?”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제가 뭘 속였다는 겁니까? 제대로 말씀하십시오!”부진환은 의자에 앉아 가슴을 움켜쥐며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를 참았다.“꺼지거라! 본왕은 널 보고 싶지 않다!”낙청연은 당황스러웠고 또 답답했다.그녀는 분개하며 떠났고 곧바로 입궁했다.부운주는 몇 명의 대신들과 일을 의논하고 있었고 낙청연은 태감에게 가로막혀 어서방 밖에 서 있었다.“왕비 마마, 5황자께서는 중요한 일을 의논하고 계십니다. 지금 당장 뵙기는 어려우니 잠시 뒤에 오시지요.”낙청연은 떠나려 하지 않고 계속 밖에서 기다렸다.찬 바람 때문에 낙청연은 또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콜록콜록...”그녀는 안색이 창백하고 얼굴이 초췌했다.어서방에 있던 부운주는 밖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 때문에 결국 사람들을 물렸다.뒤이어 그는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