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진환이 돌아오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황상께서 돌아가셨다!이 소식을 들은 낙청연은 아연실색하며 입을 열었다.“뭐라고 했소? 그게 사실이오?”부경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백관들이 궁으로 모여 국상 의식을 상의하고 있다고 하오!”“형수, 황상께서 정녕…… 전까지도 멀쩡하지 않았소!”황상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니, 낙청연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쿨럭쿨럭…… 궁으로, 같이 궁으로 가봐야겠소!”그러나 낙청연과 부경리가 도착했을 때쯤, 모든 건 늦었고 황상은 이미 종묘에 입관되어 있었다.낙청연은 관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황상께서 왜 갑자기 병으로 돌아가신 거냐, 내가 관을 열고 검증을 해야겠다!”이 말을 들은 주위의 궁녀들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아니 되옵니다, 왕비! 이건 황상에 대한 불경입니다!”“관을 여신다면, 소인 모두 목숨을 잃을 겁니다!”부경리도 관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낙청연은 이를 꽉 깨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책임을 묻는다면, 나 혼자 감당하겠다!”“7황자, 도와주시오!”부경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낙청연과 힘을 합쳐 관을 열려고 했다.궁녀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바로 그때, 뒤에서 급박한 발소리와 함께 호통이 들려왔다.“그만하거라!”“이 자리에서 관을 열다니, 목숨을 부지하기 싫은 것이냐!”부운주가 위엄있게 호통쳤다.그러자 시위들이 곧바로 다가와 낙청연과 부경리를 떼놓으려 했다.낙청연은 분노하며 시위들을 뿌리치고 차갑게 부운주 앞으로 걸어갔다.“황상의 병세는 안정적이었습니다. 대체 어찌 갑자기 병으로 돌아가신단 말입니까?!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는 확인하셨습니까?”“누군가가 해친 거라면 어쩌실 겁니까?”낙청연 지금의 눈빛은, 명확히 부운주를 의심하는 것이었다.부운주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황상은 병으로 돌아가신 거다. 내가 직접 확인했고, 어떤 외상도 없었다. 목 태의도 와서 아무런
곧바로 부진환이 눈보라를 헤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두봉은 차가운 바람에서 펄럭이고 있었으며, 그 기세가 매우 맹렬했다.“황형, 여기가 어떤 곳인지 잘 알거라 믿소. 그러니 부황께서 이 자리에 계시더라도, 절대 관을 열게 하지 못할 것이오.”“이건 황상에 대한 불경일 뿐만 아니라, 선조에 대한 불경이오!”“황형은 섭정왕으로서 나보다 이 규칙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오.”부운주는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그 관을 보며 복잡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본왕이 얘기했다. 너를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으면,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증거를 남기지 않았기를 빌어야 할 거다.”말을 마친 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부경리도 부운주를 흘겨보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나섰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낙청연은 또 기침하기 시작했다.부진환은 급히 발걸음을 멈추고 두봉의 모자를 씌워주며 낙청연을 품에 안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부경한, 정말 죽은 겁니까?” 낙청연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었다.하지만 그 침묵이 대답해주고 있었다.낙청연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습니다.”“이번 일은 엄내심과도 연관이 있을 겁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저를 찾아와 같이 일을 도모하자면서 협박했습니다.”“부경한을 없애고 부운주를 자연스레 황위에 오르게 하려던 거였습니다.”“쿨럭쿨럭쿨럭……”겨울밤, 낙청연의 안색이 유난히 창백했다.부진환은 안타까워 낙청연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넌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이 일은 본왕에게 맡기고 편히 왕부에서 몸조리를 하도록 하거라.”왕부에 도착하자 부경리가 앞으로 다가왔다.하지만 부진환은 그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이번 일은 복잡하니 엮이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조정의 일은 관여하지 말거라. 부운주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면 널 건드리지 않을 거다.”부경리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셋째 형이 수고해야겠소.”“
“왕비 마마, 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은 속으로 놀라더니 긴장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맥을 짚었다.임신이다.기뻐 마땅한 일이지만 어쩐지 낙청연은 불안감에 휩싸였다.왜 하필 지금 이때일까?중상을 입은 그녀는 너무 허약해진 나머지 천명 나침반을 쓸 수도 없었다.“왕비 마마?”낙청연은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니다. 넌 이만 나가보거라.”“쉬면 나을 것이다.”낙청연은 피를 닦은 뒤 침상에 누웠다.지초는 간단히 정리한 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필요하다면 절 불러주세요.”지초는 걱정을 한가득 안고 방에서 나섰다.침상에 누운 낙청연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이는 좋지 않은 시기에 갑자기 찾아왔다.그리고 이 소식을 부진환에게 알려야 할지도 고민이었다.부경한이 죽었으니 부운주가 황위에 앉을 것이고 부운주가 황제가 된 뒤에 무슨 일을 할지는 낙청연도 알 수 없었다.천명 나침반으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모든 것은 운명인 듯했다.부진환은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혹시나 그가 딴 데 정신이 팔릴까 봐 일단은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의 지금 몸 상태로는 얌전히 저택에서 요양해야 했다.다음 날 아침, 낙청연은 직접 약방으로 가서 약초를 가져와 몸조리했다.아이가 생겼으니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게 해야 했다.그리고 일이 끝난다면 부진환에게도 좋은 소식을 알릴 생각이었다.돌아가서 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방 안에서 쉬었다. 밖으로 나갔다가는 찬 바람때문에 고뿔에 걸릴 수도 있었다.아이가 없을 때는 죽지만 않는다면 괜찮았지만 이제 아이가 생겼으니 모든 일에 조심해야 했다.그래서 감히 외출도 하지 못해 지초에게 대신 소식을 알아봐달라고 했다.며칠 동안 부진환은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날 밤, 낙청연은 일찍 잠이 들었고 밖에서는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낙청연은 이불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때문에 자꾸만 마음
“침서! 이거 놓으세요! 절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낙청연은 악을 쓰고 발버둥 쳤다.침서는 한 팔로 그녀를 끌어안은 채 경공으로 지붕 위를 날아다녔고 이내 경도를 벗어났다.바람과 눈 때문에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옷차림이 얇은 낙청연은 매섭게 부는 찬 바람 때문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렇게 찬 바람을 얼마나 맞았을까, 경도 밖 산속 오두막에 도착한 뒤 침서가 낙청연을 내려놓자 낙청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낙청연은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몸을 웅크린 채로 정신을 잃었다.침서는 그 모습을 보고 안색이 달라지더니 곧장 그녀를 안아 방 안의 침상 위에 눕힌 뒤 이불을 덮어줬다.그는 다급히 방 안에 불을 지폈고 방 안의 온도는 이내 올라가기 시작했다.침서는 침상 맡에 서서 낙청연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이마가 불덩이 같았다.침서의 안색이 달라졌다.“언제 이렇게 허약해진 것이냐? 고작 찬 바람 좀 맞았다고 이렇게 정신을 잃다니.”그는 심각한 얼굴로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다.-밤이었다.바람은 매섭게 몰아쳤고 금군은 어서방을 단단히 에워싸고 있었다.부진환은 창의(氅衣)를 걸치고 왔다.어서방에는 많은 신하가 있었는데 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매우 놀랐다.“섭정왕, 지금 뭐 하려는 것이오?”부진환은 매서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노려보았다.“부운주는 황위를 빼앗기 위해 황제를 죽였으니 죽여 마땅하오!”“여봐라!”호위들이 어서방으로 뛰어 들어와 부운주를 잡으려 했다.주위에 있던 대신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부진환, 그건 아니 되오! 5황자는 대신 조정의 정무를 관리하는데 그를 잡으면 천궐국은 어찌하오!”부진환은 날카로운 눈매로 그를 바라보았다.“천궐국 황자가 부운주만 있는 것이 아니오!”“황위를 위해 수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황위를 빼앗기 위해 황제를 죽였으니 본왕은 그를 처벌할 권리가 있소!”“감히 막는 자가 있다면 함께 죽일 것이오!”그 말에 대신들은 겁을 먹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누군가
왜 낙정마저 그를 통제할 수 있는 걸까?대체 왜!낙정이 차갑게 말했다.“섭정왕, 당신에게 부운주가 황위에 오르는 것을 막을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 약효를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부운주를 놓아주세요!”부진환은 명령에 반항하려 했지만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다.이렇게 하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진환은 결국 반항을 포기하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어서방에서 나갔다.“여봐라!”“왕야!”“부운주를 놓아주거라.”이내 부운주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뒷짐을 진 채로 여유롭게 걸어오더니 부진환의 입가에 묻은 피를 보고 덤덤히 말했다.“형님, 오늘 사악한 술법에 당하기라도 한 것입니까?”“혹시 낙청연이 사악한 술법으로 형님을 미혹한 겁니까?”부운주의 차가운 목소리에 부진환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놀란 표정으로 부운주를 바라보았다.“뭐 하려는 것이냐!”부운주는 매서운 눈빛으로 느긋하게 말했다.“형님... 낙청연에게 수세를 써주세요.”“그러면 오늘 일은 오해라고 할 겁니다.”“그렇지 않으면 낙청연의 탓이라고 할 겁니다. 사악한 술법이라고 한다면 낙청연은 죽을죄를 뒤집어쓰게 될 겁니다!”부진환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부운주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 눈동자에 살기가 충만했다.하지만 부운주는 태연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형님, 잘 생각해보세요.”“형님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형님을 동의하게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부운주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낙정을 보았다.부진환은 이를 악물었다. 이마의 핏줄이 불거짐과 동시에 더없이 괴로웠다.-날이 밝기도 전에 창문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찬 바람 때문에 낙청연은 잠에서 깼다.주위의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불안을 느낀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와 방에서 나가려 했다.밖에서는 살을 엘 듯한 찬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맨발로 처마 밑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뼈가 시릴 정도였다.낙청연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밖에서는 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낙청연은 저도
낙청연은 피하지 않았다.침서와 가까워지자 낙청연은 그의 허리춤에 있는 비수를 뽑아 들었고 그것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찌르려 했다.하지만 침서가 칼날을 잡는 바람에 비수는 끝부분만 살짝 들어갔다.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피가 낙청연의 흰옷 위로 뚝뚝 떨어졌다.낙청연은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침서는 그녀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은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침서는 피범벅이 된 손으로 낙청연의 턱을 쥐었고 새빨간 피로 그녀의 입술에 빨간색을 칠했다.낙청연은 그의 가슴께를 걷어찼지만 침서는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그는 곧바로 낙청연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감히 제게 손을 댄다면 당신을 갈가리 찢어버릴 겁니다!”낙청연은 노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눈이 벌게져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침서의 눈동자에는 오히려 흥분이 감돌았다.“아주 기대되는구나!”그는 몸을 기울였다.낙청연은 그의 손에서 벗어난 뒤 또 한 번 따귀를 때리려 했지만 침서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침서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이를 가진 것이냐?”그의 눈빛은 마치 배신당한 사람의 것 같았다. 곧이어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그는 낙청연의 손목을 부서뜨릴 듯이 꽉 쥐고 있다가 낙청연을 끌어 올렸고 그녀를 눈밭으로 밀쳤다.그의 차가운 눈빛에서 무자비함이 보였다.낙청연은 너무 추워서 몸을 덜덜 떨며 산 아래로 도망치려 했다.그녀는 맨발로 숲속을 달렸는데 한기 때문에 점차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뼛속을 파고드는 냉기에 낙청연은 배를 감싸 안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침서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눈밭에서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는 낙청연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시체 같았다.얼마나 나약하고 불쌍한가?그러나 침서는 마음속 화를 도저히 가라앉힐 수 없었다.그는 낙청연의 곁으로 걸어가 여유롭게 자리에 앉았다. 그는
약을 마셨음에도 낙청연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몸을 떨면서 기침해댔다.“콜록콜록...”침서는 미간을 좁힌 채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몸이 왜 이렇게 약해진 것이냐?”“예전보다 훨씬 못하구나.”낙청연은 몸을 떨었다.“약을... 콜록콜록...”침서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져봤다. 약을 마셨는데도 여전히 몸이 불덩이 같았다. 심하게 허약한 모습을 보니 산속에서 캔 일반 약초로는 부족한 듯싶었다.“침서... 침서...”그녀는 살려 달라는 듯이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의식을 잃었다.낙청연의 부름에 침서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간 뒤 방문을 닫고 약초를 캐러 갔다.한참 동안 약재를 찾은 뒤에야 그것을 들고 와서 약을 달였다.어느새 밤이 깊어졌다.낙청연은 머리까지 이불 안에 넣고 계속 기침했다.침서는 약을 달여 그녀에게 먹었고 방 안에서 그녀의 곁을 지키며 불을 더 세게 지폈다.침서는 더워서 땀이 날 정도였지만 침상 위의 낙청연은 여전히 추워했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떨렸다.낙청연은 비몽사몽 또 말했다.“침서... 춥습니다. 약을 주세요...”침서는 미간을 잔뜩 구겼다. 그녀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결국 그는 방을 나섰고 어두운 밤 약재를 사러 산에서 내려갔다.한참 지난 뒤에도 침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낙청연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앉은 뒤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킨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신발도 없어서 맨발로 눈을 밟고 달렸다. 마치 칼날 위를 달리듯 뼈가 콕콕 쑤셨다.그렇게 낙청연은 달리고 또 달려 산에서 내려왔다.하지만 이대로 경도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럴 힘도 없었다.그래서 산 아래 한 마을에 멈춰 섰는데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객잔의 장궤가 그녀를 가련히 여겨 그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게 해줬고 두꺼운 옷도 건네줬다.“고맙소. 내일 사람을 시켜 돈을 내겠소.”낙청연은 옷을 받은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
긴박한 순간, 성문 안에서 갑자기 기마행렬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 순간, 발이 바람에 날리는 바람에 침서는 마차 안에 앉아있는 낙청연을 보았고 낙청연도 침서를 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침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바로 그때, 익숙한 사람이 낙청연의 시야에 들어왔다.“소서!”소서는 말을 타고 앉아 성 밖까지 뒤져 왕비를 찾으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는 낙청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왕비 마마!”소서는 곧바로 말에서 내렸다.“왕비 마마! 괜찮으십니까?”낙청연은 곧바로 마차 안에서 나와 침서를 가리켰다.“저자를 잡거라!”침서는 입꼬리를 끌어당기더니 이내 몸을 날려 도망쳤다.“낙요야, 넌 도망칠 수 없다.”침서의 웃음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자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소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그를 뒤쫓게 했기에 침서가 그녀를 낙요라고 부르는 걸 듣지 못했다.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왕비 마마, 어디로 가신 겁니까? 초조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왕야께서도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으셨고 왕비 마마도 갑자기 사라지셔서...”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뭐라고? 왕야께서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왕야는 어디 계시냐?”소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궁에 계십니다.”“궁은 지금 어떤 상황이냐?”낙청연은 성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찬 바람 때문에 또다시 기침이 시작됐다.“궁 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저희는 누군가 부르지 않으면 입궁할 수 없습니다. 7황자께 부탁했는데 7황자께서도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그래도 왕비 마마께서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다행입니다.”두 사람 모두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왕비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초조한 얼굴로 말을 타고 섭정왕부로 돌아왔다.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뒤 입궁할 생각이었다.지초는 계속 울다가 낙청연이 돌아온 걸 확인하고서야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울지 말고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