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영이 또 움직이다니, 엄내심이 또 나타난 건 아닐까?“낙월영은? 저택을 나섰느냐?”저택을 나섰다면 가장 좋았다. 엄내심을 잡고 내친김에 낙월영까지 처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그런데 지초가 말했다.“아니요. 주방에 가서 계집종의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뭘 할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분부했다.“지초야, 마당의 계집종들을 전부 물리거라.”지초가 대답했다.“네.”곧이어 지초가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떠났다.낙청연은 의서를 내려놓고 침상에 누운 뒤 이불을 덮었다.“콜록콜록...”날이 하루하루 추워지면서 낙청연은 그만 고뿔에 걸려버렸다.그녀는 잠깐 누워 눈을 감았다.서서히 밤이 깊어지고 날이 어두워졌다. 낙청연은 잠깐 졸았다.비몽사몽하고 있는데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에게 다가갔다.곧이어 향로가 열렸고 그자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발걸음은 그곳에 멈추었다. 낙청연은 등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걸 느꼈다.낙월영은 낙청연이 누워있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엄내심은 낙청연에게 약을 먹이고 섭정왕부에서 도망치라고 했다.그런데 그냥 떠나기는 싫었다.자신이야말로 원래 섭정왕부의 여주인이니 말이다.지금 그녀는 집도 없기에 섭정왕부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갈 데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낙청연을 죽여 복수할 생각이었다.그래서 떠날 수 없었다.이번에 낙청연은 서릉에서 돌아온 뒤 심한 상처를 입었다.이것은 낙청연을 죽일 좋은 기회였다!낙월영은 그 자리에 서서 향로 안의 향이 타는 걸 기다렸고 낙청연은 줄곧 움직이지 않았다.낙청연이 이미 기절했을 거로 생각한 낙월영은 비수를 꺼내 들었다.낙월영이 왜 아직도 손을 쓰지 않는지 낙청연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눈을 뜨고 돌아서서 낙월영을 발로 걷어찼다.낙월영은 바닥에 세게 부딪쳤고 크게 놀랐다.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추운 밤, 밖에서는 눈송이가
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달라졌다.낙월영이 도망쳤다고?그는 빠르게 낙청연의 처소로 향했다.낙월영의 숨이 끊기지 않았는데 계집종이 마당으로 달려와 보고했다.“왕비 마마, 왕야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지금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낙청연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그를 막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천을 건네받고 힘껏 잡아당겼다. 부진환이 오기 전에 그녀를 죽일 셈이었다.낙월영이 또 부진환에게 일러바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낙월영은 부진환이 돌아왔다는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은 사람처럼 미친 듯이 발버둥 쳤고 낙청연을 주먹과 발길질로 때리면서 그녀를 막으려 했다.결국 늦어버렸다.부진환이 마당 안으로 들어왔고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낙청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녀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쳤다.낙청연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왕비 마마!”지초는 대경실색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흰 천이 풀리자 낙월영은 바닥에 꿇어앉은 채로 부진환의 다리를 잡았다.“왕야... 왕비 마마가 절 죽이려 했습니다! 절 죽이려 했다고요!”“얼른 왕비 마마를 죽이세요! 빨리 죽이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죽을 겁니다!”부진환은 눈에 핏발이 섰는지 눈동자가 빨갛게 되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그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별안간 낙청연의 목을 졸랐다.지초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왕야, 뭐 하시는 겁니까? 왕야! 이건 왕비 마마입니다! 왕비 마마란 말입니다!”낙청연은 부진환에게 들어 올려졌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부진환의 손가락을 떼려 안간힘을 썼다.“부진환...”그 순간 부진환은 살짝 움찔했고 잠깐이지만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낙월영의 울부짖는 소리와 명령을 이길 수는 없었다.“죽이세요! 왕야! 죽이세요!”부진환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살기로 가득 찼다.강렬한 반발심 때문에 부진환은 다시 한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잠시 몸부림치다가 낙청연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낙청연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힌
밖에서 듣던 부진환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머리를 숙여 자기 손을 보며, 하마터면 낙청연을 죽일 뻔한 자신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도 그동안 분명히 자신을 잘 통제해왔다.그런데 오늘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이러다간, 낙청연이 정말 그의 손에 죽게 될까 봐 두렵다.낙청연은 그를 위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바쳤는데, 어떻게 그런 그녀를 그토록 다치게 할 수 있단 말인가?잠깐 서 있다가, 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몸을 돌려 떠나갔다.오늘 밤, 눈이 펑펑 내려 어깨 위에 수북이 쌓였다.부진환이 돌아갈 때, 땅 위에는 이미 흰 눈이 두껍게 쌓였다.소유는 우산을 쓰고 쫓아와, 부진환의 머리 위에 씌워주며 말했다. “왕야.”부진환은 무거운 심정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소유도 왕야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정원에 거의 다 와서, 부진환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머리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갔다.“본왕을 따라오지 말거라.”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낙월영의 정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소유는 따라가지 않았다.--부진환은 낙월영의 정원에 도착하자, 시위를 전부 철수시켰다.목소리를 듣고, 낙월영이 방안에서 달려 나왔다. 그는 얇은 옷차림에 맨발로 눈밭에 발을 들였다.“왕야께서 틀림없이 저를 보러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왕야는 절대 저를 버리지 않습니다. 맞습니까?’낙월영은 울면서 부진환을 꼭 껴안았다.그러나 낙월영은 속으로 득의양양했다. 왕야는 그녀를 위해, 하마터면 낙청연을 죽일 뻔했으니까.몇 번만 더 이렇게 하면 왕야는 반드시 낙청연을 죽일 것이다!그때 되면, 이 섭정왕부는 그녀의 세상이다!낙청연이라는 이 눈에 거슬리는 존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부진환의 눈동자는 차가웠다. 그는 낙월영을 떼어놓고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낙월영은 부진환의 눈빛을 보더니,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왕야…… 어찌 이렇게 저를 쳐다보십니까……”“왕야, 너무 춥습니다……” 낙월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가여운
”낙청연을 죽이고, 제가 왕비가 되게 해주세요.”낙월영은 울며 애원했다. 그러나 사실은 기회를 틈타 부진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아파서 죽기 싫으면, 그는 반드시 낙청연을 죽여야 한다!부진환의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었고, 파란 핏대가 솟아났으며, 두 주먹을 꼭 쥐고 눈가에 독기를 품었다.그는 내력을 모아, 온몸을 흠칫 떨었다.쇄골정 한 개가 그의 몸속에서 튀어나왔다.부진환의 등 뒤에 딱 붙어있던 낙월영은 순간 굳어버렸다.멍하니 머리를 숙이고, 가슴에 난 피 구멍을 쳐다보더니, 연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낙월영은 눈밭에 힘없이 쓰러졌다.선혈이 낙월영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입을 벌리며 부진환을 향해 손을 들었다. “왕야, 살…… 저를 살려주세요……”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쳐다보았다.그러나 이내 죽고 싶을 정도의 아픔이 뒤따랐다.부진환은 새하얀 눈 위에 선혈을 왈칵 뿜더니, 힘없이 선혈 속에 쓰러졌다.그는 주동적으로 낙월영을 죽일 수는 없지만, 쇄골정을 빌어 낙월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뒤따라 엄습해오는 극심한 통증은, 그를 감당할 수 없게 했다.소유가 조용히 달려와, 이 광경을 보고 몹시 놀랐다.그는 즉시 부진환을 등에 업고 땅바닥에 누워 구조를 요청하는 낙월영을 힐끔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낙월영은 고통스러워 가슴을 움켜쥐었다. 선혈이 흐르는 걸 느끼며, 뼛속까지 시린 엄동설한에 그녀의 체온은 천천히 내려갔다..부진환을 방으로 업고 간 소유는 사람을 시켜 송천초를 모셔 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송천초는 수도에 없었다.어쩔 수 없이 목 태의를 모셔 와, 부진환을 치료하게 했다.목 태의는 부진환의 상처를 보더니, 하마터면 몸을 돌려 가버릴 뻔했다.목 태의의 성격상, 그는 분명 이건 살릴 수 없다고 포기해라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분은 섭정왕이다!지금 태상황의 병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부운주가 국정을 대행하고 있으니, 기반이 불안정하므로 아직은 섭정왕의 보좌가 필요하다!
깜짝 놀란 낙청연은 즉시 옷을 입고 두꺼운 두봉을 걸쳤다.낙청연이 도착했을 때, 소유가 마침 사람을 시켜 시체를 들고 가고 있었다.낙청연이 앞으로 다가가, 흰 천을 젖혀보니, 낙월영의 시신이었다.낙월영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얇은 옷차림이었고 밖에 드러난 손발의 피부는 모두 동상을 입었다.밤새 눈밭에서 꽁꽁 언 모양이었다.“낙월영은 어떻게 죽은 것이냐?” 낙청연은 흰 천을 벗기고 검사하려고 했다.이때 소유가 다급히 낙청연을 말렸다. “왕비 마마, 아직 병환에 계시니, 이런 더러운 건 손에 대지 마십시오.”“낙월영은 얼어 죽었습니다. 밤새 눈밭에 누워 있었습니다.”“오늘 아침, 발견되었을 때, 이미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제가 사람을 시켜 시체를 내던지라고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소유는 사람을 데리고 계속하여 걸어갔다.낙청연은 제자리에 서서, 들고 가는 시체를 쳐다보며, 어쩐지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낙월영이 그냥 이렇게 죽었다고?혹시 부진환이 정신을 차린 후, 그녀를 다치게 한 걸 의식하고 소유에게 낙월영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건가?낙월영의 죽음이 부진환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부진환은 틀림없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거다.이런 생각을 하며, 낙청연은 부진환을 보러 가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아침 일찍 나갔다고 했다. 아마도 궁에 들어간 것 같다.그래서 낙청연도 왕부에서 나와 궁으로 갔다.집에서 나오자, 또 눈발이 날렸다.궁 안에서 걸으며 보니, 붉은 벽과 푸른 기와는 이미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고, 공기는 유난히 신선했다.부진환이 어서방에 있을 거로 생각한 낙청연은 어서방 밖에 있는 화원에 왔다.하지만 생각밖에 이곳에서 부운주를 만났다.부운주는 낙청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멍 해있더니, 미간을 잔뜩 구겼다. “너 다친 것이냐?”“어제 볼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낙청연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감기가 들었을 뿐입니다.”“섭정왕이
부운주의 마음은 씁쓸했다.만일 그때 낙청연을 속이지 않았더라면, 만일 처음부터 진심으로 대했다면, 결과는 달랐을까……--망망한 눈보라 속에서.낙월영의 시신은 난장강(亂葬崗)에 버려졌다.그 어떤 하장(下葬) 의식도 없이, 그냥 버리고 가버렸다.어둠 속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그림자가 슬금슬금 뒤를 밟아, 난장강까지 따라왔다.사람들이 모두 떠나가자, 낙정은 앞으로 달려가, 검사해 보았다. 낙월영은 이미 완전히 죽었다.낙월영 가슴의 상처를 보고 낙정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쇄골정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부진환은 정말 독하다. 쇄골정으로 사람을 죽이다니, 정말 살기 싫은 모양이다!낙월영 같은 이런 훌륭한 바둑알이 죽다니, 참으로 아쉽다.어리석은 낙월영 본인 탓도 있다.낙정은 속으로 불평하더니, 막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문득 뭔가 떠오른 듯이 고개를 돌려 낙월영의 시신을 쳐다보았다.순간 낙정의 눈가에 한 가닥의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천천히 낙월영 옆으로 걸어가 몸을 쭈그리고 앉아, 이를 악물더니, 낙월영 몸에 달려들어, 잔인하게 살 한 덩어리를 물어뜯더니, 피를 뚝뚝 흘리며 씹어 먹었다.이 광경은 더없이 섬뜩했다.누군가 이곳을 지나다가 멀리서 몸을 쭈그리고 앉아 시체를 뜯어먹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손에 든 물건마저 떨어뜨리고 달아났다.낙정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흘끔 쳐다보았다.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와 부스러기였다.낙정은 팔을 들어 얼굴을 닦고, 입안의 물건을 넘기더니, 헛구역질했다.그는 즉시 입을 가리고, 황급히 이곳을 벗어났다.--밤이 되었다.찬바람이 살을 에듯 불었다. 송천초와 진소한은 별원으로 돌아왔다.그들은 처마 밑에 불더미를 피우고,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굽기 시작했다.산토끼 두 마리였다.송천초는 약 바구니를 방안에 갖다 놓았다.“예전에, 이곳에서 낙청연을 처음 만났던 것이냐?” 진소한은 뾰족하게 깎은 막대기에 토기를 꿰면서 물었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때 우
차디찬 바람이 눈과 함께 사람의 얼굴에 그대로 덮쳐와, 살을 에는 듯 아팠다.송천초는 눈보라를 무릅쓰고 진소한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밤길은 그나마 걸을 만했다.진소한이 그 뱀 굴에서 멈추자, 송천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소한이 어떻게 이곳을 알고 있을까?송천초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따라 들어갔다. 음랭한 기운에 송천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모퉁이를 돌자, 온도는 조금 따뜻해졌다.송천초는 여기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낮에 초경에서 약을 갖다주러 이미 왔다 갔기 때문이다.지금도 송천초는 진소한이 왜 한밤중에,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입김을 내뿜는 소리를 듣고, 송천초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그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억지로 건너갔다.눈앞의 광경을 보고 송천초는 놀라서 굳어버렸다.그 큰 뱀은 큰 그물에 걸려있었고, 그물은 온통 피로 흠뻑 젖었으며, 또 알아볼 수 없는 부적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큰 뱀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비늘이 타들어 가는 찌직 소리가 들렸고 그는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소한은 과감히 칼을 뽑았다.송천초는 놀랐다.“멈추세요!” 그는 달려갔다.진소한은 몸을 흠칫 떨더니,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송천초가 보였다.그러나 지금 그는 진퇴양난이었다.“천초, 끝난 다음에 너에게 해명하마!” 진소한은 눈 딱 감고 단도로 큼 뱀을 찔렀다.날카로운 단도는 사정없이 큰 뱀의 몸을 찔렀다. 순간 울부짖음 같은 포효소리와 함께 동굴에 광풍이 휘몰아쳤다.“멈추세요! 멈추세요!” 송천초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어쩔 바를 몰라 하며 눈물을 흘렸다.그러나 송천초는 진소한이 그녀 앞에서 단도로 큰 뱀을 찌르는 걸 보고도 막지 못했다.큰 뱀은 아직도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진소한의 목적은 분명히 사담을 빼내려는 것이었다.송천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송천초는 한걸음에 달려가 진소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충격에 휩싸인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는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 그는 즉시 두 팔을 벌려 진소한을 가로막았다. 큰 뱀은 벼랑 끝에서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송천초가 그물을 밟고 있는 바람에 큰 뱀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중력에 의해 송천초도 끌려가 넘어졌다.송천초는 바로 동굴 입구의 벼랑으로 떨어져, 풍덩 물속에 빠지고 말았다.“천초!” 진소한은 몹시 놀라서, 급히 앞으로 달려갔다. 밑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한담을 보더니, 그는 이를 악물고 즉시 돌아서 동굴에서 달려 나갔다.그는 길을 돌아서 한담 쪽으로 쫓아갔다.한담에 빠진 송천초는 순식간에 살을 에는 담수에 둘러싸였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에 그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한담 속에서, 큰 뱀은 송천초를 휘감아, 신속하게 헤엄쳐 나왔다.그러나 차가운 기운에 송천초는 여전히 온몸을 벌벌 떨었다.이때, 진소한이 쫓아왔다.송천초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큰 뱀은 갑자기 송천초의 몸을 휘감아 풀숲으로 끌고 갔다.“멈춰!” 진소한은 즉시 쫓아갔다.큰 뱀은 송천초를 휘감고 줄곧 달려 깊은 산속으로 도망갔다.눈보라가 휘몰아쳐 모든 흔적은 아주 빠르게 가려졌다.진소한은 따라잡지 못했다.진소한은 몹시 애탔으며 후회됐다. 그는 송천초를 찾아 사방으로 돌아다녔다.--송천초가 멈추고 보니, 그들은 이미 아주 작은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곳은 겨우 눈보라만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어둠 속에서, 송천초는 두려운 마음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돌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하지만 짙은 피 비린 냄새는 맡을 수 있었다.그의 생명력은 지금 아주 미약하다는 것을 송천초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만일 구하지 않으면 그는 죽을 수도 있다……“제가 가서 약을 좀 찾아오겠으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세요.” 송천초는 추위를 무릅쓰고 즉시 동굴에서 달려 나갔다.송천초는 온몸이 흠뻑 젖은 추위를 참으며 눈보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약재를 찾으러 사방으로 돌아다녔다.어두웠기 때문에 송천초는 땅에 엎드려 후각으로 약재의 냄새를 맡으며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