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듣던 부진환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머리를 숙여 자기 손을 보며, 하마터면 낙청연을 죽일 뻔한 자신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도 그동안 분명히 자신을 잘 통제해왔다.그런데 오늘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이러다간, 낙청연이 정말 그의 손에 죽게 될까 봐 두렵다.낙청연은 그를 위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바쳤는데, 어떻게 그런 그녀를 그토록 다치게 할 수 있단 말인가?잠깐 서 있다가, 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몸을 돌려 떠나갔다.오늘 밤, 눈이 펑펑 내려 어깨 위에 수북이 쌓였다.부진환이 돌아갈 때, 땅 위에는 이미 흰 눈이 두껍게 쌓였다.소유는 우산을 쓰고 쫓아와, 부진환의 머리 위에 씌워주며 말했다. “왕야.”부진환은 무거운 심정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소유도 왕야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정원에 거의 다 와서, 부진환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머리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갔다.“본왕을 따라오지 말거라.”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낙월영의 정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소유는 따라가지 않았다.--부진환은 낙월영의 정원에 도착하자, 시위를 전부 철수시켰다.목소리를 듣고, 낙월영이 방안에서 달려 나왔다. 그는 얇은 옷차림에 맨발로 눈밭에 발을 들였다.“왕야께서 틀림없이 저를 보러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왕야는 절대 저를 버리지 않습니다. 맞습니까?’낙월영은 울면서 부진환을 꼭 껴안았다.그러나 낙월영은 속으로 득의양양했다. 왕야는 그녀를 위해, 하마터면 낙청연을 죽일 뻔했으니까.몇 번만 더 이렇게 하면 왕야는 반드시 낙청연을 죽일 것이다!그때 되면, 이 섭정왕부는 그녀의 세상이다!낙청연이라는 이 눈에 거슬리는 존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부진환의 눈동자는 차가웠다. 그는 낙월영을 떼어놓고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낙월영은 부진환의 눈빛을 보더니,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왕야…… 어찌 이렇게 저를 쳐다보십니까……”“왕야, 너무 춥습니다……” 낙월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가여운
”낙청연을 죽이고, 제가 왕비가 되게 해주세요.”낙월영은 울며 애원했다. 그러나 사실은 기회를 틈타 부진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아파서 죽기 싫으면, 그는 반드시 낙청연을 죽여야 한다!부진환의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었고, 파란 핏대가 솟아났으며, 두 주먹을 꼭 쥐고 눈가에 독기를 품었다.그는 내력을 모아, 온몸을 흠칫 떨었다.쇄골정 한 개가 그의 몸속에서 튀어나왔다.부진환의 등 뒤에 딱 붙어있던 낙월영은 순간 굳어버렸다.멍하니 머리를 숙이고, 가슴에 난 피 구멍을 쳐다보더니, 연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낙월영은 눈밭에 힘없이 쓰러졌다.선혈이 낙월영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입을 벌리며 부진환을 향해 손을 들었다. “왕야, 살…… 저를 살려주세요……”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쳐다보았다.그러나 이내 죽고 싶을 정도의 아픔이 뒤따랐다.부진환은 새하얀 눈 위에 선혈을 왈칵 뿜더니, 힘없이 선혈 속에 쓰러졌다.그는 주동적으로 낙월영을 죽일 수는 없지만, 쇄골정을 빌어 낙월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뒤따라 엄습해오는 극심한 통증은, 그를 감당할 수 없게 했다.소유가 조용히 달려와, 이 광경을 보고 몹시 놀랐다.그는 즉시 부진환을 등에 업고 땅바닥에 누워 구조를 요청하는 낙월영을 힐끔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낙월영은 고통스러워 가슴을 움켜쥐었다. 선혈이 흐르는 걸 느끼며, 뼛속까지 시린 엄동설한에 그녀의 체온은 천천히 내려갔다..부진환을 방으로 업고 간 소유는 사람을 시켜 송천초를 모셔 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송천초는 수도에 없었다.어쩔 수 없이 목 태의를 모셔 와, 부진환을 치료하게 했다.목 태의는 부진환의 상처를 보더니, 하마터면 몸을 돌려 가버릴 뻔했다.목 태의의 성격상, 그는 분명 이건 살릴 수 없다고 포기해라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분은 섭정왕이다!지금 태상황의 병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부운주가 국정을 대행하고 있으니, 기반이 불안정하므로 아직은 섭정왕의 보좌가 필요하다!
깜짝 놀란 낙청연은 즉시 옷을 입고 두꺼운 두봉을 걸쳤다.낙청연이 도착했을 때, 소유가 마침 사람을 시켜 시체를 들고 가고 있었다.낙청연이 앞으로 다가가, 흰 천을 젖혀보니, 낙월영의 시신이었다.낙월영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얇은 옷차림이었고 밖에 드러난 손발의 피부는 모두 동상을 입었다.밤새 눈밭에서 꽁꽁 언 모양이었다.“낙월영은 어떻게 죽은 것이냐?” 낙청연은 흰 천을 벗기고 검사하려고 했다.이때 소유가 다급히 낙청연을 말렸다. “왕비 마마, 아직 병환에 계시니, 이런 더러운 건 손에 대지 마십시오.”“낙월영은 얼어 죽었습니다. 밤새 눈밭에 누워 있었습니다.”“오늘 아침, 발견되었을 때, 이미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제가 사람을 시켜 시체를 내던지라고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소유는 사람을 데리고 계속하여 걸어갔다.낙청연은 제자리에 서서, 들고 가는 시체를 쳐다보며, 어쩐지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낙월영이 그냥 이렇게 죽었다고?혹시 부진환이 정신을 차린 후, 그녀를 다치게 한 걸 의식하고 소유에게 낙월영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건가?낙월영의 죽음이 부진환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부진환은 틀림없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거다.이런 생각을 하며, 낙청연은 부진환을 보러 가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아침 일찍 나갔다고 했다. 아마도 궁에 들어간 것 같다.그래서 낙청연도 왕부에서 나와 궁으로 갔다.집에서 나오자, 또 눈발이 날렸다.궁 안에서 걸으며 보니, 붉은 벽과 푸른 기와는 이미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고, 공기는 유난히 신선했다.부진환이 어서방에 있을 거로 생각한 낙청연은 어서방 밖에 있는 화원에 왔다.하지만 생각밖에 이곳에서 부운주를 만났다.부운주는 낙청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멍 해있더니, 미간을 잔뜩 구겼다. “너 다친 것이냐?”“어제 볼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낙청연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감기가 들었을 뿐입니다.”“섭정왕이
부운주의 마음은 씁쓸했다.만일 그때 낙청연을 속이지 않았더라면, 만일 처음부터 진심으로 대했다면, 결과는 달랐을까……--망망한 눈보라 속에서.낙월영의 시신은 난장강(亂葬崗)에 버려졌다.그 어떤 하장(下葬) 의식도 없이, 그냥 버리고 가버렸다.어둠 속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그림자가 슬금슬금 뒤를 밟아, 난장강까지 따라왔다.사람들이 모두 떠나가자, 낙정은 앞으로 달려가, 검사해 보았다. 낙월영은 이미 완전히 죽었다.낙월영 가슴의 상처를 보고 낙정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쇄골정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부진환은 정말 독하다. 쇄골정으로 사람을 죽이다니, 정말 살기 싫은 모양이다!낙월영 같은 이런 훌륭한 바둑알이 죽다니, 참으로 아쉽다.어리석은 낙월영 본인 탓도 있다.낙정은 속으로 불평하더니, 막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문득 뭔가 떠오른 듯이 고개를 돌려 낙월영의 시신을 쳐다보았다.순간 낙정의 눈가에 한 가닥의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천천히 낙월영 옆으로 걸어가 몸을 쭈그리고 앉아, 이를 악물더니, 낙월영 몸에 달려들어, 잔인하게 살 한 덩어리를 물어뜯더니, 피를 뚝뚝 흘리며 씹어 먹었다.이 광경은 더없이 섬뜩했다.누군가 이곳을 지나다가 멀리서 몸을 쭈그리고 앉아 시체를 뜯어먹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손에 든 물건마저 떨어뜨리고 달아났다.낙정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흘끔 쳐다보았다.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와 부스러기였다.낙정은 팔을 들어 얼굴을 닦고, 입안의 물건을 넘기더니, 헛구역질했다.그는 즉시 입을 가리고, 황급히 이곳을 벗어났다.--밤이 되었다.찬바람이 살을 에듯 불었다. 송천초와 진소한은 별원으로 돌아왔다.그들은 처마 밑에 불더미를 피우고,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굽기 시작했다.산토끼 두 마리였다.송천초는 약 바구니를 방안에 갖다 놓았다.“예전에, 이곳에서 낙청연을 처음 만났던 것이냐?” 진소한은 뾰족하게 깎은 막대기에 토기를 꿰면서 물었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때 우
차디찬 바람이 눈과 함께 사람의 얼굴에 그대로 덮쳐와, 살을 에는 듯 아팠다.송천초는 눈보라를 무릅쓰고 진소한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밤길은 그나마 걸을 만했다.진소한이 그 뱀 굴에서 멈추자, 송천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소한이 어떻게 이곳을 알고 있을까?송천초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따라 들어갔다. 음랭한 기운에 송천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모퉁이를 돌자, 온도는 조금 따뜻해졌다.송천초는 여기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낮에 초경에서 약을 갖다주러 이미 왔다 갔기 때문이다.지금도 송천초는 진소한이 왜 한밤중에,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입김을 내뿜는 소리를 듣고, 송천초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그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억지로 건너갔다.눈앞의 광경을 보고 송천초는 놀라서 굳어버렸다.그 큰 뱀은 큰 그물에 걸려있었고, 그물은 온통 피로 흠뻑 젖었으며, 또 알아볼 수 없는 부적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큰 뱀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비늘이 타들어 가는 찌직 소리가 들렸고 그는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소한은 과감히 칼을 뽑았다.송천초는 놀랐다.“멈추세요!” 그는 달려갔다.진소한은 몸을 흠칫 떨더니,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송천초가 보였다.그러나 지금 그는 진퇴양난이었다.“천초, 끝난 다음에 너에게 해명하마!” 진소한은 눈 딱 감고 단도로 큼 뱀을 찔렀다.날카로운 단도는 사정없이 큰 뱀의 몸을 찔렀다. 순간 울부짖음 같은 포효소리와 함께 동굴에 광풍이 휘몰아쳤다.“멈추세요! 멈추세요!” 송천초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어쩔 바를 몰라 하며 눈물을 흘렸다.그러나 송천초는 진소한이 그녀 앞에서 단도로 큰 뱀을 찌르는 걸 보고도 막지 못했다.큰 뱀은 아직도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진소한의 목적은 분명히 사담을 빼내려는 것이었다.송천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송천초는 한걸음에 달려가 진소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충격에 휩싸인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는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 그는 즉시 두 팔을 벌려 진소한을 가로막았다. 큰 뱀은 벼랑 끝에서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송천초가 그물을 밟고 있는 바람에 큰 뱀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중력에 의해 송천초도 끌려가 넘어졌다.송천초는 바로 동굴 입구의 벼랑으로 떨어져, 풍덩 물속에 빠지고 말았다.“천초!” 진소한은 몹시 놀라서, 급히 앞으로 달려갔다. 밑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한담을 보더니, 그는 이를 악물고 즉시 돌아서 동굴에서 달려 나갔다.그는 길을 돌아서 한담 쪽으로 쫓아갔다.한담에 빠진 송천초는 순식간에 살을 에는 담수에 둘러싸였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에 그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한담 속에서, 큰 뱀은 송천초를 휘감아, 신속하게 헤엄쳐 나왔다.그러나 차가운 기운에 송천초는 여전히 온몸을 벌벌 떨었다.이때, 진소한이 쫓아왔다.송천초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큰 뱀은 갑자기 송천초의 몸을 휘감아 풀숲으로 끌고 갔다.“멈춰!” 진소한은 즉시 쫓아갔다.큰 뱀은 송천초를 휘감고 줄곧 달려 깊은 산속으로 도망갔다.눈보라가 휘몰아쳐 모든 흔적은 아주 빠르게 가려졌다.진소한은 따라잡지 못했다.진소한은 몹시 애탔으며 후회됐다. 그는 송천초를 찾아 사방으로 돌아다녔다.--송천초가 멈추고 보니, 그들은 이미 아주 작은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곳은 겨우 눈보라만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어둠 속에서, 송천초는 두려운 마음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돌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하지만 짙은 피 비린 냄새는 맡을 수 있었다.그의 생명력은 지금 아주 미약하다는 것을 송천초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만일 구하지 않으면 그는 죽을 수도 있다……“제가 가서 약을 좀 찾아오겠으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세요.” 송천초는 추위를 무릅쓰고 즉시 동굴에서 달려 나갔다.송천초는 온몸이 흠뻑 젖은 추위를 참으며 눈보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약재를 찾으러 사방으로 돌아다녔다.어두웠기 때문에 송천초는 땅에 엎드려 후각으로 약재의 냄새를 맡으며
송천초는 불더미 옆으로 돌아가 앉았다. 그는 동굴 안의 온도를 이용하여 옷을 말렸지만, 그래도 감기에 걸려 머리가 어지럽고 무거웠다.동굴에 기대어 잠을 자고 싶었지만,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에 들 수 없었다. 자꾸 저도 몰래 동굴 밖을 쳐다보게 되었다.자신은 그래도 여기서 추위를 피할 수 있지만, 그 뱀은 어떻게?그는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고도,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동굴 밖으로 나가 그녀의 눈에 띄려고 하지 않는다.순간 송천초는 마음이 찡했다.그러다가 진소한을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서운했고 또한 화가 나, 무릎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동굴 밖의 풀숲에서, 그 뱀은 줄곧 조용히 동굴 안의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슬피 우는 송천초를 보고도, 감히 달려가 그녀를 위로하지 못했다.--이렇게 뜬 눈으로 날이 밝을 때까지 버텼다. 송천초는 감기에 걸려 기침했다.동굴 안의 불더미도 이미 꺼졌다.송천초는 돌벽에 기대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지만, 추워서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초경은 보더니, 송천초가 열이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서 나가려고 했다.“쓰쓰쓰—"송천초는 어렴풋이 깨어나 동굴 입구의 그 뱀을 보았다.송천초는 그가 자신을 데리고 하산하려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일어나 따라갔다.송천초는 뒤에서 그를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갔다.그 뱀은 시종 그녀와 먼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너무 멀리 떨어지면 그는 잠깐 멈춰 그녀를 기다렸다.드디어 산 아래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그 뱀은 멈추더니 말했다. “그 사람이 찾아왔다.”송천초는 놀랐다. 그녀는 그가 진소한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거의 도착했으니, 더 데려다주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장소를 찾아 잘 숨어 있으세요. 제가 방법을 생각하여 또 약재를 갖다 드리겠습니다.”초경은 망설이지 않고 즉시 옆에 있는 풀숲으로 기어들어 가 사라졌다.송천초는 제 자리에서 잠깐 기다렸다. 과연 진소한이 왔다.그의 몸은 흠뻑 젖어있었다. 보아하니 밤새 그녀
송천초는 분노하며 몸을 돌려 산 아래로 달려갔다.그러나 비탈길을 내려갈 때, 부주의로 발바닥이 미끄러져 바로 산에서 굴러떨어졌다.진소한은 놀라서 즉시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고 했다.그러나 송천초가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송천초는 이렇게 산언덕에서 굴러 내려왔다.진소한이 따라잡았을 때, 송천초도 멈췄다.“천초, 괜찮으냐?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내 등에 업히거라!” 진소한은 송천초를 업으려고 했다.그러나 송천초는 그를 밀쳐내더니, 옆에 있는 막대기를 잡고 일어나 절뚝거리며 숲 밖으로 걸어갔다.“천초,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돌아가서 상처를 싸매 주마.” 진소한은 다급히 말했다.송천초는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따라오지 마십시오.”말을 마치고, 송천초는 막대기를 잡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진소한은 걱정되어, 가는 길 내내 그녀를 따라가며, 해석하려고 했다.“천초, 내가 처음 너에게 접근했을 때는 확실히 사담 때문이었다.”“그때, 아버지가 병에 걸렸는데, 의원이 말하길 사담으로 고칠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너에게 사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그러나 나는 너에게 나쁜 마음을 가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너를 이용할 생각은 더욱 없었다.”“그 사람들은 확실히 우리 가족의 목숨으로 나를 강요했어,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과 타협하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어, 너와 함께 지냈던 모든 순간은 다 진심이었다!”“이번에 제월산장에 불이 났을 때, 나는 그 사람들이 정말 너와 내가 아끼는 모든 것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너와 우리 가족들을 위해 나는 사담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었다!”“천초,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다.”송천초는 콧등이 시큰해졌다. 화도 났고 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사람들이 제월산장을 해치려고 한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고 또한 그 사람들이 일찍이 당신을 협박했는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