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는 낙청연 손에 든 그 책자를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탁성은 애가의 충복이다. 절대로 그 어떤 죄증도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다.”“애가를 속이려고? 아직은 좀 미숙하다.”낙청연은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성백천은 당신 아들입니다. 이건 사실 아닙니까? 그리고 이 책자의 내용을 결합하면 충분히 당신에게 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정말 낙월영을 풀어주지 않을 겁니까?”태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절대 풀어주지 않는다!”그 순간, 낙청연은 태후 눈빛에 서린 살기를 보았다.설마 성백천을 죽여 증거를 소멸하려는 건가?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했다.역시, 탁성 삼촌은 태후에게 속아, 모든 가치를 철저하게 이용당했다.태후는 그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러니 그와 낳은 아들의 목숨은 더더욱 신경 쓰지 않는다.“좋습니다. 성백천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럼, 부운주는요?”“둘 중의 하나는 신경 쓰겠지요?”“태후 마마, 급히 저에게 답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천천히 잘 생각해보십시오.”말을 마치고, 낙청연은 화가 난 채로 돌아서 가버렸다.낙청연이 방에서 나가자, 태후는 저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낙청연은 그곳에서 나와 바로 성백천과 헤어졌다.낙청연의 이번 행동은 태후를 시험해보기 위한 거였다. 만약 성공하면 태후는 낙월영을 풀어줄수도 있으니까.하지만 설사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는 이 일을 폭로할 생각이 없었다.그는 탁성 삼촌과 약속했다.절대 성백천의 신분을 폭로하지 않는다고.궁에서 나가기도 전에, 생각밖에 엄내심을 만났다.엄내심을 보고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엄내심은 또 그녀를 향해 달려온 것 같았다.“협상이 실패한 거야?” 엄내심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낙청연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이 일로 일부러 궁에 들를 필요까지 있느냐?”“당연히 와야지. 나는 네가 못하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너에게 증명하고 싶거든.”“나는 네가 부진환을 연모하는 걸 다 알고 있다. 너
낙청연은 왕부로 돌아왔다.부진환을 다시 찾아가 상의하려고 했지만, 부진환은 일 보러 나가고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영고의 용도를 다시 연구할 생각이었다. 부진환의 병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낙월영을 구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이때, 소유가 찾아왔다“왕비 마마.”“무슨 일이냐?”“왕비께서 조사하라고 한 일을 모두 끝냈습니다. 이건 그날 밤 당직자들의 진술입니다. 저는 이미 일일이 조사해보았습니다. 내부 첩자는 없었습니다.”낙청연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부 첩자가 없다고?낙청연은 소유가 건넨 문서를 보더니 말했다. “그래 알겠다. 내가 좀 더 보마.”“예!”낙청연은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모든 사람의 진술을 훑어보았다.진술에 의해, 낙청연은 머릿속으로 그날 밤 왕부의 방어 상황을 그려냈다.낙청연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봐도, 시종 왕부에 분명 첩자가 있다고 생각되었다.그렇지 않으면 수비 몰래 왕부에 침입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번 상황은, 그전에 발생했던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누구도 자객이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자객이 도망가는 모습은 모두 보았다.다만 따라잡지 못하고, 또 그를 놓쳤다.왕부의 사람이 아니라면, 또 누구겠는가?그러나 소유가 애써 오랫동안 조사했지만, 첩자는 없다고 한다!낙청연은 순간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그는 저도 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문서를 내려놓고, 방에서 나갔다.정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는 부운주를 만났다.“청연.”낙청연은 잠깐 멍해 있다가 말했다. “5황자, 무슨 일입니까?”부운주는 난처한 기색을 띠며, 한참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황형이 갑자기 또 나를 잡으려고 하던데, 혹시 태후가 또 무슨 일을 벌인 거냐?”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는 부운주와 함께 화원의 정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낙월영이 지금 태후의 손에 있습니다. 태후는 낙월영으로 부진환을 협박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그래서 황형은 나와
그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방안으로 쳐들어갔다.방안의 여인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소리를 내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더니, 일장으로 기절시켰다.그리고 즉시 방안에서 뛰쳐나와, 도망가려고 했다.그러나 그가 달려나가자마자, 앞쪽에서 누군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낙청연은 주먹을 불끈 쥐고, 눈앞의 이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왜 송천초를 잡은 겁니까?”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그녀의 두봉을 벗겨보았다. 그제야 그가 잡은 사람은 낙월영이 아니라 송천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놀란 표정을 보고 낙청연의 마음은 순간 한기가 서렸다.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일장으로 송천초의 등을 쳐, 그녀를 낙청연 쪽으로 밀쳐냈다.낙청연은 즉시 앞으로 달려가 송천초를 받았다.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그 기회를 틈타 도망가려고 했으나 그는 도망갈 수가 없었다.낙운희와 무영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즉시 나타나 그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세 사람은 즉시 싸우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송천초를 내려놓고, 그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의 무공 수법을 조용히 지켜보았다.전에 그녀가 쫓았던 그 자객이 확실했다.하마터면 부경리까지 죽일 뻔한 그 자객이었다.낙청연은 줄곧 이 모든 것은 모두 고 신의의 짓인 줄 알았다. 하여 고 신의가 죽은 뒤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그 자객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양쪽에서 협공하자, 그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일장에 의해 심하게 땅에 내동댕이쳐졌다.다시 일어나 도망가려고 할 때, 낙청연 손에 든 만월비가 그의 목을 겨누었다.낙청연은 그의 면사를 확 벗겨냈다.낙청연은 만월비를 손에 꽉 쥐고 힘을 주었다. 그는 몹시 분노했다. “역시 당신이었군요!”“5황자!”부운주는 차마 낙청연의 눈을 보지 못하고, 막 해명하려고 했지만, 입에서 선혈이 쏟아졌다.낙청연은 무영에게 분부했다
낙청연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날카로운 만월비로 그를 겨누었다.“제가 섭정왕부에 시집오기 전부터 당신은 저를 이용했습니까? 그렇습니까?”“그리고 제가 섭정왕부에 시집온 뒤, 여러 번 저에게 접근하여 저를 데리고 떠나려 한 것도, 모두 당신이 계획한 겁니까? 일부러 부진환이 우리 사이에 사적인 감정이 있다고 오해하게 한 겁니까?”“부운주, 저는 당신을 진정한 벗으로 생각했단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를 역겨워하고, 싫어할 때, 당신이 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당신은 어둠속에 갇힌 저에게 유일한 한 줄기의 빛이었습니다.”“하지만 이 빛이 이렇게 더러운 줄은 몰랐습니다.”낙청연의 마음은 괴로웠다.자신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낙청연을 위해서 마음이 아팠다.유일하게 잘해줬던 사람이 그녀에게 접근한 이유가 바로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니!부운주는 이 말들을 들으니, 바늘에 찔린 듯 마음이 아팠다.“청연, 비록 예전에 너를 속였지만, 그래도 나는 너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다. 황형이 너에게 준 상처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설마 나를 용서할 수 없단 말이냐?”“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다시는……”부운주는 애원했다. 그는 낙청연 용서의 눈길을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그런 눈빛은 결코 없었다.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적을 보듯이 그를 노려보았다.낙청연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아직도 그 미련한 바보이고, 그 뚱뚱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며 역겨워하는 낙청연이라면요?”“당신의 마음은 과연 바뀌었을까요?”“지금은 제가 당신을 도와 왕위를 뺏을 수 있는 쓸모 있는 사람이니, 저에게 용서를 구하는 거 아닙니까?”부운주의 마음은 몹시 아팠다. 그는 자신이 낙청연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도 몹시 후회했다.부운주는 또 입을 열려고 했다. “청연……”낙청연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말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부운주는 약간
다만 여전히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한번 쳐다보았다.부운주가 협조할까?낙청연은 즉시 소유에게 분부했다 “소문을 퍼뜨려라. 섭정왕이 암살당하여, 생명이 위태롭다고. 그리고 즉시 목 장원과 성 태의를 모셔 오너라.”소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부운주도 즉시 데려가 옥에 가두었다.낙청연이 말했다. “당신은 일단 좀 누워있으세요. 제가 바로 궁에 들어가 태후를 만나겠습니다.”“별일 없으면, 오늘 밤 바로 낙월영을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말을 마치고 낙청연은 돌아서 가려고 했다.그때 부진환이 덥석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부디 조심하거라.”“낙월영은 중요하지 않다. 너 자신부터 잘 지켜야 한다.”“본왕이 소소더러 황제를 찾아가게 할 터이니, 반드시 안전하게 돌아와야 한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십시오. 저는 멍청하지 않습니다.”부진환은 그제야 낙청연의 손을 놓았다.낙청연과 소소는 함께 궁으로 들어갔다. 소소는 황제를 찾아가 섭정왕이 암살당한 일을 보고하고 낙청연은 바로 수희궁으로 찾아갔다.이 일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반드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수희궁.낙청연은 한참을 기다려서야 태후를 만날 수 있었다. 태후는 자다가 일어나 단장하고 나온 것 같았다.“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늦은 시간에 애가를 만나려고 하는 거냐? 설마 너의 목숨으로 섭정왕과 낙월영을 이루게 도와줄 거냐?”낙청연은 냉소하더니 말했다.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낙청연은 바로 그 서신을 꺼내 태후 앞에 던졌다.“오늘 밤, 5황자가 부진환을 암살하여 지금 부진환은 중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롭습니다.”“5황자는 현장에서 바로 잡혔습니다. 그리고 그의 거처에서 이 서신들을 찾아냈습니다.”“이건 그중 한 봉입니다.”“그 위에 글씨는 태후의 필적이 맞습니까? 태후께서 5황자에게 시킨 겁니까?”“보아하니 엄씨 집안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처한 모양입니다. 설마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까?”낙청연은 차분하고 느긋
곧이어, 시위들이 낙청연을 잡았다.태후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오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낙청연, 너는 너 자신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애가가 원하는 건 바로 네 목숨이다. 네가 직접 찾아왔으니, 내가 어찌 너를 놓아주겠느냐?”“네가 애가를 행자(行刺) 하려다 애가의 시위에게 그 자리에서 주살(誅殺) 당했다. 그리고 애가는 조용히 낙월영을 풀어줄 거다. 그럼, 부진환은 당연히 이 일을 그냥 넘어갈 거다.”“네가 정말 애가를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아무것도 아닌 주제에!”바로 이때, 밖에서 궁인이 총총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태후 마마, 황상께서 오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태후는 안색이 확 바뀌더니, 곧 말했다. “일단 낙청연을 가두거라.”곧이어 낙청연은 모퉁이에 있는 그 벽 쪽으로 밀쳐졌다.기계가 열리자, 벽면에 문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낙청연은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문이 다시 닫히자, 주위는 완전히 어둠에 빠져들었다.낙청연의 두 눈은 아직 어둠에 적응되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바닥 곳곳에서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듣기만 해도 머리털이 곤두섰다.갑자기, 낙청연의 발목이 조여왔다.창백한 손이 낙청연의 발목을 잡았다.힘은 몹시 강했다.“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낙월영의 살려 달라는 허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몸을 쭈그리고 낙월영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많은 벌레까지 손에 잡혔다.놀란 낙청연은 낙월영의 손을 힘껏 뿌리치더니, 곧바로 약 가루 한 병을 꺼내 주위에 뿌렸다.그러자 벌레와 개미들이 잇달아 흩어졌다.이때, 밖에는 소소가 황상을 따라 수희궁에 찾아왔다.“황상, 이 늦은 밤 무슨 일입니까?”부경한은 주위를 훑어보았으나 낙청연이 보이지 않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모후, 낙청연은?”“셋째 형이 암살당할 뻔한 일 때문에 낙청연이 모후에게 보고하러 오지 않았습니까?”태후는 약간 놀라 하며 말했다. “낙청연은 이곳에 온 적이 없습니다.”“섭정왕이 암살
태후의 손가락은 옷깃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낙청연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태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낙월영은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만약 태후 마마께서 여전히 추궁하고 싶다면 먼저 밀실부터 잘 설명해보십시오.”소소는 다급히 낙월영을 대신 받았다.황제도 다급히 말했다 “셋째 형이 걱정되니, 짐이 당신과 함께 섭정왕부로 가겠소.”일행은 곧이어 수희궁에서 나왔다.태후는 화가 나서 물건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낙청연!”그들은 낙월영을 데리고 왕부로 돌아왔다.대문 입구에서, 낙청연은 어두운 곳에 그 흑포를 입은 사람을 보았다.그리하여 낙청연은 부경한과 그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혼자 어두운 곳으로 걸어갔다.“네가 정말 낙월영을 구해내다니!”“내가 너를 우습게 봤구나!”엄내심은 차갑고 인정할 수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낙청연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 일찌감치 협력할 생각은 접어라.”“부진환은 네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다.”엄내심은 냉소하더니 말했다. “여전히 나를 연적으로 생각하는구나! 그러니 이토록 나를 방어하는 게 아니냐?”“그런 거야?”낙청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아직 자격 미달이다.”이 말을 마치고 낙청연은 몸을 돌려 왕부로 돌아갔다.낙월영은 정신을 잃었다. 그들은 바로 낙월영을 방으로 데려가 가두었다.태후는 낙월영을 많이 괴롭혔다. 그 벌레와 개미들은 그녀의 몸에 대량의 상처를 남겼다.다만 목숨은 해치지 않았을 뿐이다.낙청연은 낙월영을 내려놓고 나가려고 했지만, 낙월영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왕야는? 왕야를 만나겠다!”“왜 네가 나를 구한 거냐? 왜 왕야가 아니야!”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월영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렇게 고생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느냐?”“편안하게 살고 싶으면, 분수에 맞게 조용히 살거라!”낙청연의 매서운 눈빛에 낙월영은 겁에 질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눈빛에 다소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낙청연은 방에서 나갔다.그는 시위들에게 이곳
”그리고 사실 저는 이미 당신 모비의 사인을 알아냈습니다.”이제야 낙청연은 이 사실을 얘기했다.낙청연은 그 책자를 꺼내, 부진환에게 건넸다.부진환은 책자를 열어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책자를 다 보고 나서 그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물었다. “이 사람은, 여국 사람이냐?”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씨 집안은 진작에 계획을 세우고, 처음부터 그를 속인 것 같습니다.”부진환의 두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엄가!”부진환이 이토록 화내는 모습을 보고 낙청연은 한마디 더 했다 “성백천 출생의 비밀은, 왕야께서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필경 그는 죄가 없으니까요.”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태후는 더 이상 낙월영의 일을 추궁하지 않았다. 필경 낙월영은 태후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으니, 그도 뭐라고 변명할 수 없었다.엄씨 집안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부진환은 며칠 휴가를 내고 집에서 요양했다. 그도 자신이 암살 당할뻔 한 일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이틀 뒤, 낙청연은 지뢰에 가서 부운주를 풀어주었다.“청연.” 부운주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낙청연은 옥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이젠 나가도 됩니다.”낙청연은 약병을 부운주에게 주며 말했다. “이건 해독약입니다.”“당신은 이제 떠나도 됩니다. 왕야는 당신이 섭정왕부를 떠나도 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 넓은 세상 어디든 마음대로 가십시오.”부운주는 약병을 꽉 움켜쥐고 말했다. “청연, 정녕 나를 용서해줄 수 없는 것이냐?”“헛소리는 인제 그만 좀 하십시오.” 낙청연은 돌아서 가버렸다.부운주는 지뢰에서 나와 남각으로 돌아왔다. 잠깐 후 소유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재촉했다.“5황자, 얼른 짐을 챙겨서 이곳을 떠나십시오.”부운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예전에 그는 이곳에 갇혀 줄곧 도망갈 생각만 했다.그러나 지금은 떠나려고 하니, 섭섭했다.“낙청연을 한 번만 더 만나볼 수 있느냐?” 부운주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물었다.소유는 차가운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