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절한 비명과 함께 우지직 소리가 울려 퍼졌다.매우 처참했다.낙청연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인두를 내려놓았다. 랑심의 피투성이 된 얼굴에 한 글자가 더해졌다.노.“너는 다른 사람을 너의 노예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느냐? 그럼, 지금부터 네가 노예가 된 기분을 좀 느껴 보아라.”“네가 진천리에게 한 모든 것은 배가 되어 너에게 돌아올 것이다.”랑심은 두 눈이 벌겋게 되어, 몸부림치자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낙청연, 나를 죽이지 않으면, 너는 언젠가 반드시 나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에게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낙청연은 장검을 들었다.장검은 칼집에서 나와 유유히 랑심의 손목에 떨어졌다.칼날은 랑심의 손목을 찔러 천천히 그녀 손목의 힘줄을 끊어버렸다.이 과정에, 감방 안은 비참한 비명으로 가득 찼다.연이어, 낙청연은 랑심의 손발의 힘줄을 모두 끊어버렸다.그리고 또 손을 들어 랑심의 두 어깨를 일장으로 세게 가격하였다. 그러자 끊어지는 소리가 쟁쟁하게 들려왔다.투둑—랑심은 피를 내뿜었다.사람은 삽시에 초라해져 미워할 힘조차 없었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진천리에게 그런 짓을 할 때부터, 너는 이날이 올 거라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가 영원히 이 ‘노’ 자를 달고 폐인이 되어,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할 것이다.”“남은 생을 너는 이런 모욕과 괴롭힘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실컷 당해보거라.”낙청연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가버렸다.등 뒤에서 랑심의 고함이 들려왔다 “낙청연! 나를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너는 나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오늘 당한 이 고통을 너에게 천만 배로 갚아주겠다!”“나의 손에 잡히지 않길 기도하거라!”랑심은 목이 찢어질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지금 날은 이미 밝았다.낙청연은 바로 가서 랑목을 풀어주었다.랑목은 낙청연을 보더니, 감격하여 앞으로 달려와 말했다: “누이……”낙청연은 여전히
낙청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만왕이 이미 그녀에게 만왕의 자리를 물려준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랑목은 이 결과를 바꿀 힘이 없으니,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변한 것일까?어쨌든 솔직히 말하면 그들도 그전에 원한을 맺은 적이 있다.그때 낙청연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날이 어두워지자, 대오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머무를 천막을 지었다.사냥하는 사람도 있었고, 밥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전체 주둔지는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낙청연은 한가로이 거닐다가 마침 온천을 보고 목욕을 하고 싶었다.십여 일 동안 성을 지키면서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몸은 이미 자신도 역겨울 정도로 냄새가 났다.주위에 사람이 없자, 낙청연은 슬그머니 물속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남자 몇 명이 이쪽으로 물을 뜨러 왔다.“저기, 사람이 있는 것 같소.”낙청연은 물속에 숨에 감히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다.“내려가 보자고! 혹시 적이라도 있을 수 있으니까!”낙청연은 흠칫 놀랐다.바로 이때,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뭐 하는 겁니까?”“우리는 이곳에서 목욕할 터이니, 당신들은 일단 자리를 비켜주세요.”그리하여 그 남자들은 자리를 떴다.한참 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또 다른 여인이 걸어오더니, 강 옆에 옷 한 벌을 내려놓았다.곧이어 두 사람은 돌아섰다.“원응 공주, 이건 랑목 왕자께서 당신을 위해 준비한 옷입니다. 다 씻으면 이 옷으로 갈아입으시면 됩니다.”“우리가 이곳에서 지킬 터이니, 누구도 오지 않을 겁니다.”낙청연은 순간 멍해졌다. 랑목?설마 랑목이 몰래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건가?랑목과 정면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목욕을 끝내고, 낙청연은 랑목이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의 옷은 냄새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랑목이 가져온 옷은 자주색 빛의 이국적인 긴 치마로 정교하면서도 화려했으며, 신비롭고 아름다웠다.그녀가 좋아하는 색상이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조금의 시간을 벌어, 도망쳐 나온 것이오.”“누이는 나 때문에 상처를 입고 며칠을 고열에 시달리면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소. 그런데 누이는 혼미 상태에서도 신신당부했소. 의원에게 절대 부왕과 모후에게 진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소.”“그래서 결국 누이의 다친 일을 숨겼소.”“그 때문에 내가 벌을 면할 수 있었소.”“나중에 누이가 죽고, 나도 따라가고 싶었소.”“그런데 부왕이 말씀하시길, 대단한 제사장이 있는데, 누이를 부활할 수 있다고 했소.”“그 뒤에 나에게 랑심이 생겼소.”“부왕은 랑심이 바로 부활한 누이라고 했소. 다만 어릴 적 기억은 없어졌다고 하길래 나는 믿었소.”“비록 그녀의 성격은 예전과 달랐지만, 나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보상하고 싶어서 그녀에게 잘해주었소.”“어쩌면 나는 줄곧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소.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랑목의 어투는 무거웠다.낙청연은 랑목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러니 랑심은 확실히 만왕의 친딸이 아니었다. 랑심의 존재는 단지 만왕이 랑목을 속여 랑목이 살아가게 하는 버팀목이었을 뿐이다.어쩐지 랑목은 전혀 야심이 없었으며, 랑심과 왕위를 쟁탈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낙청연은 또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래서 원응의 죽음은, 그녀가 살을 벤 원인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랑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을 감췄기 때문에, 누이의 상처는 제때 치료받지 못했소.”“후에 병이 나서, 상처가 악화 되었소. 다시 구할 때는 이미 늦었소.”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럼, 왜 감춘 것이냐?”랑목이 대답했다 “누이가 태어난 날, 하늘은 이상한 현상을 보여서, 족인들은 누이를 신녀로 추앙했소. 모두 누이가 왕위를 계승할 적임자라고 했소.”“족인들은 누이를 나보다 훨씬 중시했소.”“만약 나 때문에 누이가 다친 걸 알게 되면 그들은 나를 때려죽였을 것이오.”“하지만 훗날 누이가 죽자 나는 차라리 맞아 죽고 싶었소.”이 말을 듣고 낙청연
여기까지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라 말했다 “무슨 뜻이냐?”랑목은 생각에 잠기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우리 만족은 지금 보이는 부락 외에 다른 흩어진 부락들도 있소. 우리에게 귀순하지 않았고, 우리의 명령을 듣지도 않소.”“변경에서 물자를 뺏기 위해 천궐국 사람들을 습격한다고 들었소.”“랑심도 그런 일을 했었소.”“몇 년 동안 진천리는 평녕성에 주둔하면서 랑심과 싸워왔소. 랑심은 진천리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증오도 섞인 것 같소.”“진천리를 적으로 생각하면서 정복하려 했지만 진천리는 쉽게 굽히지 않았소.”“연모가 집착이 되고, 랑심은 엄가와 손을 잡았소. 그저 진천리를 잡기 위해 말이오.”“랑심이 진천리한테 자신에게 복종하면 부군으로 맞아 천궐국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하지만 진천리는 승낙하지 않았고, 그렇게 랑심은 홧김에 진천리를 못살게 구는 것이오.”“랑심이 부왕에게 천궐국을 치자고 매달렸소. 그래서 결국 부왕도 마지못해 승낙한 것이오.”“이 전쟁은, 랑심의 사심으로 일어난 것이오.”“진짜 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그제야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랑심은 자격이 없다.” 낙청연이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랑목은 제 발 저려하며 말없이 옆에 있었다.필경 이번에도 랑목은 랑심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그런 랑목의 마음을 한 번에 꿰뚫었다.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가와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평녕성의 첩자는 누구인지, 경도에서 너희를 내보내 준 사람은 누군지 빠짐없이 말해주면 용서해주마.”이 말을 들은 랑목은 두 눈을 반짝였다.“정말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랑목은 기뻐하며 낙청연을 끌어당겼다 “그만 드시오, 내가 다 적어주겠소.”낙청연은 랑목을 따라 막사로 들어갔다. 랑목은 모든 경과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말해주었으며, 접촉해왔던 사람들을 모두 적어주었다.아주 명확하게 말이다.낙청연은 그 명부를 보며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이
궁궐이었다!천궐국처럼 금빛 찬란한 궁궐이 아니라 여국의 고요하고 청아한 느낌의 궁전이었다.사부님이 살았던 곳이랑, 완전히 똑같았다!심지어 궁전의 장식, 걸려 있는 서화와 놓여있는 소장품까지도 완전히 똑같았다.이곳에 들어오니 오랜만에 익숙한 느낌이 몰려와 낙청연의 마음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복잡한 기분이었다.“오래전에 지어진 곳 같습니다.”만왕은 뒷짐을 짊어지고 웃으며 말했다 “여긴 내가 그녀를 위해 지은 곳이지. 여국의 집과 똑같다고 하더군.”“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줬지. 집이 그리울까 봐 똑같이 지어줬네.”“이곳의 장식, 심지어는 상과 의자까지 모두 내가 직접 만들었지.”낙청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만왕께서 만든 것이란 말입니까?”“대체 무슨 사이였습니까?”“설마 두 분…”만왕은 침울한 눈빛으로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 연모가 아니라면 어떻게 서로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겠는가.”“하지만 난 그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었네.”“다 내 잘못이네.”“하지만 내 동생에게 시집갈 줄은 생각도 못 했네.”말을 마친 만왕은 마음이 아파 눈시울을 붉혔다.“낙영의 모든 비밀은 이곳에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게.”그렇게 만왕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만왕의 발걸음은 유난히 무겁고 허약해 보였다.만왕이 떠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말 예전에 살았던 곳과 똑같았다.낙청연은 앞으로 걸으며 침궁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창가의 상에는 진달래가 놓여 있었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화분을 움직였다. 그러자 벽에서 기계의 움직임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역시나 밀실도 똑같게 만들었다.사부님은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게 확실했다.낙청연은 불안한 마음으로 밀실에 들어섰다.밀실은 크지 않았지만 벽 가까이 서가가 있었고 흑단 태사의가 놓여 있었다.태사의를 만지니 눈앞에 사부님이 위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이곳은 구석마다 사부님의 기운이 넘쳤다.사부님이 이곳에 살았었다는
“오늘 신분을 들켰더니 다들 저를 만족 진영에서 내쫓으려고 합니다.”“전 괜히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세월을 바쳤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오늘 전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혼검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은 것에 신경 쓸 수 없습니다.”“전 랑목을 수산(獸山)으로 유인했고 원응은 역시나 그를 구하러 갔습니다...”거기까지 읽었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목이 수산으로 들어가고 원응이 그를 구하게 된 건 사부님이 계획한 일이었다.그렇다는 건 랑목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래서 원응이 죽었고 사부님은 왕과 원응을 부활시키는 거래를 해 사혼검을 얻은 것이다.다음 내용을 보니 몇 년 뒤의 일이었다.사부님은 당시 사혼검을 챙겨 만족을 떠났지만 몇 년 뒤 다시 돌아왔다.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약속한 일은 지켰습니다. 원응은 이제 곧 부활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늘을 거스른 일이기에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원응은 열일곱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고 저 또한 결과적으로 업보를 갚아야 합니다.”“전 천궐국에 가서 그녀를 키울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그녀의 이름이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과 당신의 딸은 이번 생에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낙청연은 흠칫했다.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러니까 그녀는 낙영과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 부활한 원응이다.그리고 원응은 섭정왕부에서 죽었다.사부님이 일찍 돌아가신 것은 하늘을 거스르고 운명을 바꾼 대가다.사부님은 원응의 죽음을 계획해 사혼검을 얻었지만 결국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원응을 되살렸다.그 이유는 사부님이 왕을 사랑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낙해평에게 시집을 갔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낙해평의 얼굴이 왕과 비슷해서일 것이다.그리고 사부님은 과거 왕에게 그의 동생을 잘 보살펴줄 것이라고 약속한 적 있다.사부님은 왕과의 약속을 전부 지켰다.이제야 낙청연은
탁자 위의 약을 본 낙청연은 그것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약 냄새가 아주 강했으나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상자 안에 있던 약은 낙월영이 먹었다.낙청연은 사부님이 숨겨둔 비밀이 약이 아니라 상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상자 안에도 마찬가지로 약이 들어있는 걸 보니 어쩌면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약을 챙겼다.어쩌면 언젠가 이 약이 긴히 쓰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궁전을 벗어난 뒤 낙청연은 왕이 언덕 옆 나무 밑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외롭고 힘없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자신의 또 다른 신분을 알게 된 낙청연은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왕이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 웃으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나온 것이냐?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느냐?”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당시 사혼검을 낙영에게 건네준 뒤 그녀를 다시 만난 적이 있습니까?”왕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마 내가 미워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거겠지.”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렇다면 궁전 안 밀실에 대해 아십니까?”왕이 대답했다.“안다. 하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무엇 때문입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겼고 왕은 안색이 흐려진 채 잠자코 말이 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곧바로 답을 깨달았다.“그녀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우셨습니까?”왕은 침묵을 지켰다.묵인한 셈이었다.“안에 들어가 보시겠습니까?”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주저했다.“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낙청연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 하자 왕이 불러세웠다.“오늘 밤 즉위식이 있으니 준비하거라.”낙청연의 걸음이 멈췄다.“알겠습니다.”낙청연은 언덕에서 내려와 고개를 돌려보았다. 왕은 여전히 나무 밑에 앉아있었다.그가 밀실에 갈지 가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그곳에 가본다면 그는 많은 비밀을 알게 될 것이고 낙영이 그동안 어떤 심경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마을로
곧이어 환호 소리가 이어졌다. 여인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춤을 추며 환호를 내질렀다.랑목이 다가와서 들고 있던 꽃 한 묶음을 낙청연에게 건네줬다.“존경하는 저의 여왕께 바칩니다.”낙청연은 꽃을 건네받은 뒤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끝난다면 왕위를 너에게 주겠다.”랑목의 미소가 굳었다.“누이, 내가 누이를 보좌하겠소. 그러니 내게 왕위를 주지 않아도 되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하지만 난 결국 천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 계속 남아있을 수는 없다.”“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시오. 아무도 막지 않을 것이오.”“하지만 이 자리를 내게 넘겨서는 아니 되오. 이것은 누이의 것이오.”랑목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연라가 부랴부랴 왔다.“왕상께서 원응 공주를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그제야 왕이 진작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연라와 함께 방에 도착했고 침상 위에 누워있는 왕을 보았다.그는 아주 허약했다.“왜 이렇습니까?”낙청연이 재빨리 진맥하려 했지만 왕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때가 된 것뿐이다.”“원응아, 네가 만족에게 두터운 정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왕의 자리도 내가 너에게 억지로 준 것이지.”“하지만 넌 자유롭고 아무도 널 묶어둘 수는 없다. 역대 왕들 또한 이곳저곳 여행한 경험이 있고 아무도 캐묻지 않았다.”“내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우리 일족을 지키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난 네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네가 부활해 다시 내 옆에 온 것은 모두 하늘의 뜻이다.”말을 마친 뒤 왕은 몇 차례 기침하고 말했다.“랑목은? 랑목과 따로 얘기를 나눠야겠다.”왕은 낙청연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왔고 연라도 그녀와 함께 나왔다.“왕의 상황이 왜 갑자기 이렇게 심각해진 것이오? 그의 체내에 있는 독이 이렇게 빨리 퍼질 리가 없소.”연라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왕의 체내에 있는 독은 오래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