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내려 온몸이 지쳐 있던 부진환은 불안한 마음을 참지 못했고 그래서 쉬지도 못했다. 아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김 현령과 일을 상의하려고 했으나 김 현령을 찾을 수 없었다.그는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김 현령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부진환은 겉옷을 챙겨입고 삿갓을 쓰고 문밖으로 나갔다. 비가 너무 쏟아져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김 현령은 분명 월아전으로 향한 백성들이 걱정되어 그곳을 갔다고 직감할 수 있었다. 부진환은 객사를 찾아다녔다.그러자 어떤 객사의 장궤가 말했다. "겁도 없는 백성들이 월아진으로 가는 바람에 김 현령은 그들을 찾기 위해 따라갔습니다.아직 안 돌아오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미간이 꿈틀거렸다.월아진은 이미 물에 잠겼을지도 모른다.그는 김 현령을 찾기 위해 즉시 계진과 주락을 불러 월아진으로 향했다.그들은 특별히 기관들을 가득 실은 배 한 척을 끌고 갔다.봉시는 강화진에 도착한 후, 배 한 척을 만들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물살이 세고 험한 강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데 쓰려 한 것이다.그들은 즉시 웨야진으로 달려갔다.그러나 그들이 월아진에 도착했을 때, 집들은 이미 거의 물에 잠겨 있었다. 물 위에 잡동사니가 엄청나게 많이 떠다니고 있었다.그들은 하류로 가서 두 그루 나무 사이에 갇힌 배 한 척을 발견했다. 배 위의 사람 몇 명이 갇혀 있었다. 그들은 그곳을 탈출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현아의 사람이오? 김 현령을 봤소?" 부진환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상대방이 다급히 말했다. "김 현령께서 떠내려갔습니다!"부진환을 태운 그들의 배가 다른 배에 갇힌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기관을 동원해,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낀 작은 배를 끌어냈다. 부진환은 밧줄을 가지고 배 위로 뛰어올랐다.김 현령을 빨리 찾기 부진환 말했다. "따로 가는 게 좋겠소!""찾으면 바로 알려주시오!"부진환은 곧장 작은 배를 타고 갈림길로 돌아들어 가 김 현령을 찾으러
부진환은 마음이 언짢았다. 만약 자기였다면 몰래 도망쳐 돌아온 그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은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김 현령처럼 모두를 사랑하고 사심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없다.규칙을 지키지 않는 몇 명의 사람을 위해서,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좋은 관원이 자기 목숨을 거는 것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김 현령은 부진환의 손을 꼭 잡았다. "세자 전하,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전하께 부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발, 꼭 들어주십시오."부진환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오!"김 현령이 말했다. "제 딸 김옥한을 세자 전하께 맡기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온몸이 굳었다.김 현령이 계속해서 말했다. "세자 전하를 난처하게 하는 것은 알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세자 전하께 이렇게 무리한 부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제발, 부탁합니다!"김 현령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선혈이 흘러넘쳤다.그는 손을 꼭 쥐고 김 현령의 숨결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진환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김 현령은 안도하며 눈을 감았다.순식간에 숨이 멎었다.부진환은 그의 코끝에 손을 갖다 대었지만 호흡이 없었다.곧 계진도 이곳을 찾아냈다.그들은 기슭에 올라서야 김 현령의 호흡이 멈춘 것을 알아챘다.몇 명의 김 현령의 부하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어르신!"그들은 모두 김 현령이 강을 건너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했다.이어 몇 명이 김 현령의 부검을 배에 태우고 출발했다.부진환이 물었다. "구한 백성들은 어디에 있소?"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그들을 기슭에 내려놓고 김 현령님께 왔습니다.""그곳에 있을지,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지 모르겠습니다."그들은 부진환에게 손짓으로 방향을 알려줬다.몇 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말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벌써 돌아간 건지 알 수 없었다."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우리도 먼저 돌아갈까요?" 주락이 물었다.그들은 물
계진도 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현아의 다른 사람도 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려 했다.주락은 배에 남아 배를 멈췄다.배에는 기관실이 있었고 배의 몸체 양면에는 철로 된 갈고리가 있었는데 나뭇가지와 울퉁불퉁한 암석을 잡을 수 있었다.배는 강의 중심에 평온하게 멈춰있었다.부진환은 물에 뛰어들어 여자를 구하려 했다. 다행히 여자는 무언가에 걸려 먼 데까지 떠내려가지 않았고 부진환은 그녀를 신속하게 닿을 수 있었다.그는 그녀의 몸에 묶인 밧줄을 풀어냈다.바로 이때 뛰어들었다 밧줄 하나를 던져왔다. "세자 전하, 잡으십시오!"부진환은 그 밧줄을 잡아 여자의 몸에 묶었다.여자가 울면서 외쳤다. "제 아들을, 제 아들을 구해주십시오. 제발 구해주십시오."부진환은 여자를 계진에게 넘긴 뒤, 어린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동했다.아이는 아무 먼 곳까지 떠내려가고 있었다.부진환은 전력을 다해 그곳으로 헤엄쳤다.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린 아이는 부진환이 구하러 갈 수 있는 시간을 줬다.그가 가까이 닿았을 무렵, 아기가 걸린 나무갓 지가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지세가 낮아 하류가 아주 급격히 변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빗물이 끊임없이 시야를 방해하는 바람에 팔과 다리에 힘이 점점 빠지면서 마비되는 것 같았다.그가 아이의 옆에 가자마자 나뭇가지가 부러졌다.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부진환은 팔을 뻗어 손으로 아이의 옷을 움켜쥐었다.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에 있는 밧줄은 그들에게 닿을 정도로 길지 않았고 주락은 부진환이 있는 쪽으로 배를 이동했다.배는 물의 급격한 흐름에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이동하기 위해 기관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부진환은 한 손으로 아이를 잡고, 한 손으로 나뭇가지를 움켜잡았다.아이의 몸에 묶인 밧줄을 풀어낸 그는 아이를 나뭇위로 밀어 올렸고 주락의 배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하지만 배보다 그들에게 먼저 온 것은 거대한 파도였다.삽시에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두 사람은 강물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계진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나뭇가지를 잡고 버텼다.가까이 다가온 주락은 밧줄을 던졌고 다른 사람들도 헤엄쳐왔다. 그들은 아이부터 배 위로 올렸고 두 모자가 드디어 상봉했다.계진은 머리를 돌려 거대한 파도와 함께 사라진 부진환의 모습을 애타게 찾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화살이 나갔다 온 방향을 바라보았고 산기슭에서 누군가의 형체를 발견했다. 상대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형체는 알아볼 수 있었다.침서였다.계진은 화가 난 듯 이를 갈았다.침서는 산기슭에서 부진환이 물에 휩쓸려 가는 것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찾아!""산 사람을 찾든, 시체를 찾든! 무조건 찾아!"그는 오늘 부진환을 반드시 죽여야 했다.그가 살아서 도성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했다.큰비가 내렸지만 낙요는 길을 재촉했다. 어느새 강주 지역에 도착했다.강화진에 도착했다.지나가던 마차를 발견했고, 마차의 창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고개를 내밀고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고개를 돌렸지만, 창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빗소리를 착각했다고 여겼다.낙요는 방향을 돌려 마차를 돌려세웠다.마차 인부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비키시오! 길을 막고 있잖소!""차 안에 탄 것은 내 친구요." 낙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상대는 순간 하늘로 뛰어오르더니 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낙요는 싸늘한 눈빛으로 장검을 휘둘렀다.낙요는 장검을 칼집을 꺼냈다. 날카로운 검광이 빗물에 뒤엉키고 검기가 맹렬하여 수많은 물방울이 튀었다.두 사람은 불과 세 수를 겨룬 끝에 상대는 낙요의 칼에 베였다.바닥으로 털썩 쓰러진 남자의 옆으로 피가 흘러나왔다.그때 네 명의 남자가 일제히 달려나와 검을 날리며 낙요를 향해 돌진했다.이들은 그나마 몸놀림이 좋았지만, 낙요 앞에선 세 수만에 무너졌다.이 몇 사람의 손에 칼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도둑 같았다.낙요가 마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누군가 먼저 달려나왔다.어떤 여자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낙요는 그의 얼굴가 먹구름이 잔뜩 긴 것을 보고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김옥한은 자기의 아버지가 위험할까 봐 걱정되었다.낙요는 부진환이 걱정되었다. 침서는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월아진은 이미 물에 잠겼을 것이고 침서가 나서면 더욱 위험해졌다. 그녀는 빨리 월아진으로 가야 했다.강화현에 도착하자마자 김옥한을 보내려 했으나, 김옥한은 한사코 월아진으로 가겠다고 했다. 게다가 월아지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고 있다고 하자, 낙요는 그녀와 함께 가기로 했다.낙요는 지형에 익숙하지 않았고 물에 잠긴 곳에 가면 기슭에 닿아야 하고, 뒤에 가면 온통 산비탈 숲이어서 숲 속에서만 걸을 수 있었다.길이 굉장히 험했다.월아진에 도착한 낙요는 마침 되돌아오는 배를 만났고 안에 타고 있는 주락을 만났다."주락!"그녀가 외치자 주락은 그녀를 발견했다. "대제사장님!”김옥한은 이 호칭에 놀라 낙요를 돌아보았다. "대제사장이었군요!”주락의 배가 가까이 다가왔다.낙요는 부진환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부진환을 찾을 수 없었다. "김 현령과 부진환은 어디에 있소?”주락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배에 타고 있던 몇 사람이 모두 슬픈 표정을 지으며 살짝 비켜서자 배 위에 누워 있던 그 시체를 드러냈다.김옥한은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아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아버지......”낙요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그러자 주락이 말했다. "김 현령은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 나섰습니다. 세자 전하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에 떠내려가던 중, 화살을 맞았습니다. 계진이 수색하고 있습니다. 그 암살자가 찾이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먼저 백성을 돌려보내고 일손을 찾아오겠습니다.”말을 들은 낙요가 마음을 졸였다."알겠소. 난 세자 저하를 찾으러 가겟소.""대제사장님, 조심하세요.”주락이 김옥한을 부축해 배에 태웠고 일행은 배를 타고 돌아갔다.낙요는 산비탈에 올라가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계속 부진환을 찾아다녔다
중상을 입은 부진환은 여전히 혼미 상태였다.계진은 손에 검을 들고 조금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바로 뒤에 침서의 수하들이 포위공격 해오자, 계진은 즉시 검을 들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선혈이 사방에 튀었고, 칼날이 번뜩이었다.억수처럼 내리는 비도 그 날카로운 격렬한 전투 소리를 덮을 수 없었다.계진 혼자서는 당연히 다수에 대적하기 힘겨웠다.게다가 물속에서 대량의 체력을 소모했으니, 지금, 이 정력이 충만한 병사들과 맞서 싸우자니, 매우 힘겨웠다.한 검 또 한 검 수없이 그의 몸을 베었다.잠깐 후, 계진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었다.계진이 힘없이 쓰러지고, 수많은 검이 그를 향하고 있을 때였다.낙요는 마침내 산꼭대기에서 훌쩍 뛰어 내려와 앞으로 달려갔다.분심검이 칼집에서 튀어나와 사정없이 그 무리를 향해 휘둘렀다.그 사람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으며, 끝내 계진을 구했다.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제사장!”그리고 침서의 눈동자도 흔들렸다.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낙요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여기에 찾아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떠나기 전에 분명 낙요가 여국을 떠났다고 들었다.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게다가 강화까지 달려왔다니!낙요는 고개를 돌려 아직 혼미 중인 부진환을 쳐다보더니, 계진에게 당부했다. “잘 보살피거라.”계진은 또다시 손에 든 장검을 들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부진환 곁을 지켰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즉시 낙요를 포위했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필경 그녀는 대제사장이기 때문이다.곧이어 침서의 눈동자가 점차 서늘해졌다. “네가 왔으니, 부진환을 더욱 살려줄 수 없구나.”낙요가 이렇게 빨리 달려올 수 있었던 건, 분명 부진환에게 재난이 있을 거라는 걸 점쳐보았기 때문이다.그 때문에 그녀는 이렇게 급하게 달려왔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든 침서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요, 넌 나의 상대가 아니다.”침서는 낙요를 제지하려고 시도했다.하지만 낙요는 장검을 더욱 꽉 움켜잡고, 날카로운 눈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침서는 호탕하게 웃었다.“허허허, 그럼 그렇겠지! 나는 네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너는 낙요가 아닌 낙청연이겠구나!”“아요라면 절대 나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거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침서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었다.그리고 즉시 분심검의 손잡이를 잡고, 검을 몸에서 쑥 뽑았다.선혈이 사방에 튀었다.침서는 통증 때문에 잠깐 몸을 휘청거렸다.다음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갑자기 분사검을 꽉 움켜잡고 낙요를 향해 공격했다.그리고 이번에, 침서는 온 힘을 다했다.비록 지금의 낙요는 무예가 뛰어나고, 몸도 허약하지 않지만, 침서의 공세만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겨웠다.그녀는 그저 침서에 대한 이해로 그의 초식을 헤쳐 나가면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침서는 오히려 그녀의 습관을 역이용하여 초식을 바꿔, 낙요가 미처 손쓸 수 없게 했다.지금, 침서의 눈동자 속엔 온통 흉악함뿐이었다.한 검 또 한 검 낙요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팔을 베였다.하지만 침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으며, 더욱 사납게 출수했지만, 낙요를 죽이지는 않았다.그저 한 검 또 한 검 그녀의 팔을 베더니, 허리까지 닿았다.한바탕 격투를 치른 낙요는 온몸이 선혈로 물들었고,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선혈이 그녀 얼굴의 핏자국을 씻어냈고,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는 마치 한 줄기의 강력한 힘이 되어 그녀를 짓눌러, 반격할 힘이 없었다.심지어 일어설 힘도 없었다.침서는 손에 검을 쥐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오더니, 그녀 앞에 몸을 쭈그리고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아요, 나와 함께 가자꾸나.”침서는 목소리를 낮췄다.그러나 지금 낙요의 눈에 침서는 마치 사람의 피를 마시고 고기를 탐하는 야수 같았다.“꿈도 꾸지 마세요!” 낙요의 어투는 날카로웠고, 눈빛은 더욱 살기가 충만했다.그 순간, 침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럼, 나를 탓하지 말거라. 오늘, 너는 반드시 나와
마침내 강화현으로 돌아왔다.뭇사람은 다급히 중상을 입은 부진환을 현령부로 데려갔다.김옥한은 동정을 듣고 다급히 달려왔다.그녀는 중상을 입은 부진환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다급히 분부했다. “어서 의원을 모셔오거라!”하지만 낙요는 그녀를 잡아당겼다. “아씨, 내가 바로 의원이요. 약재가 필요하오!”김옥한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약포와 의관에 가서 필요한 약재를 사 오겠습니다.”뒤이어 낙요는 약 처방을 썼고, 용삼도 추가했다.하지만 약 처방을 본 김옥한은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저도 의술을 좀 압니다. 이 용삼은 우리 강화현에 없습니다.”“일단 찾아보시오.”김옥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방으로 돌아온, 낙요는 다급히 부진환의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또한 주락의 도움으로 부진환에게 깨끗한 옷도 갈아입혔다.하지만 상처를 물에 너무 오래 담가 둔 탓에 하얗게 변했다.조심스럽게 상처를 처리한 후, 부진환을 만져보니, 여전히 뜨거웠다.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약재를 사왔다.낙요는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가 불을 피우고, 약을 달였다.김옥한이 말했다. “약포에서 용삼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사람을 시켜 찾아보라고 하였지만, 희망은 희소합니다.”“반드시 용삼을 써야 합니까?”낙요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용삼으로 목숨을 이을 수 있소.”“괜찮소. 만약 정말 찾지 못한다면, 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겠소.”낙요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지금 바로 출발하여 도성으로 돌아간다 해도, 늦을 수 있다.낙요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그 후, 낙요는 또 주락더러 약포와 의관에 가서 약재를 좀 사 오라고 했다.그리고 부진환에게 침을 놓아주고, 달인 약을 그에게 먹였다.늦은 밤까지 분주히 보내고서야, 드디어 부진환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다만 그는 여전히 위험했다.단지 열이 좀 내렸을 뿐이고, 의식은 여전히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