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Q는 긴 손가락을 마주 꼬더니 느릿느릿 말했다.“만약 언젠가 성도윤과 양육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면, 설아 씨의 가장 큰 약점이 뭐라고 생각해요?”“저는 약점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차설아의 확신에 찬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두 아이 모두 제 손으로 키웠다는 것만으로도 성도윤은 양육권을 넘볼 자격이 없어요.”“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확실히 설아 씨 손에서 양육권을 빼앗을 능력이 없겠죠. 하지만 상대는 성도윤이에요. 그 뒤에는 거대한 성대 그룹이 있고, 사법기관부터 언론까지 모두 성도윤 편을 들어줄 거예요. 만약 그때도 백 프로 확실한 대응책이 없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은데요?”여자는 주먹을 꽉 쥐더니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백 프로 확실한 대응책이 뭐죠?”“방금 제가 물은 대로, 만약 언젠가 성도윤과 양육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면, 설아 씨의 가장 큰 약점은 경제 조건이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환경이라고 생각해요.”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해가 되지 않네요.”“아이에게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성장환경이 필요해요. 만약 두 아이가 성도윤을 따른다면, 아이에게는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기는 거고, 또 성씨 가문 전체의 사랑을 독차지할 거예요...”“하지만 차씨 가문에는 설아 씨 혼자만 남았잖아요. 결손가정은 아이의 성장에 아주 불리해요.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법정에 서게 된다면 설아 씨는 아주 불리해질 거예요.”남자는 차근차근 분석했다.그의 말은 아주 잔혹하지만 전부 사실이었다.확신에 찼던 차설아의 눈빛은 조금씩 어두워졌지만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러면 뭐요? 아이들은 저랑 정이 더 많으니 절대 절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에게도 아주 강한 변호사팀이 있으니 법정 다툼은 전혀 두렵지 않아요.”“아주 순진하네요...”미스터 Q는 피식 웃었다.“아시다시피, 여덟 살 미만인 아동은 누구를 따를지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없어요. 그리고 변호사팀이라면
생각해보니 유일한 방법은 아이에게 아빠를 찾아주고, 온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진짜 미스터 Q와 가짜 혼인신고라도 해야 할까?이튿날.오랫동안 고민한 차설아는 끝내 칠색 유리병을 성도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비록 미스터 Q가 이 물건을 너무 허황하게 말해서 꼭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수명연장 효과는 분명 겁주기 위함일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알게 된 이상, 이대로 모르는 척 할 수 없었다. 만약 이 물건이 없어 성도윤의 몸에 진짜 문제라도 생긴다면 감히 그 책임을 떠맡을 수 없었다.차설아가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였다. 한창 일할 시간이었으니, 성도윤도 아마 지금쯤 회사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솔직히, 어제 성도윤이 그녀에게 고백하고 또 그렇게 헤어지고 나니, 지금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남자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이 시간에 성씨 저택으로 향했다.마당에서 채소를 심고 꽃에 물을 주던 성주혁은 멀리서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다가오는 차설아를 보고는 이내 함박웃음을 지었다.“설아야, 또 날 보러 온 거냐? 내가 새로 심은 토마토가 마침 빨갛게 익었어. 네가 때맞춰 잘 왔어!”성주혁은 회사 일에서 물러난 후로부터 각종 꽃과 채소를 심는 데 푹 빠졌다. 매번 결과물들을 보며 큰 성취감을 느꼈다.그는 방금 딴 방울토마토를 바구니에 담았다. 하나같이 통통하고 불그스름하여 보기만 해도 먹음직했다.차설아는 사양하지 않고 토마토 한 알을 집어 들고 입안에 넣었다.“음, 아주 맛있어요. 밖에서 파는 것보다 백 배 더 맛있네요!”“당연하지, 이건 순 유기농이야. 할아버지가 직접 호미로 흙을 파면서 심었거든. 맛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만점이지!”성주혁은 땀을 닦으며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다.원이와 달이도 방울토마토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염치 불구하고 말했다.“할아버지, 저 따서 집에 가져가도 될까요?”“그래, 마음대로 따거라. 너희 같은 젊은이들을 먹이려고 심은 거니 마음껏 가져가!”한참을 더 인사를
“알겠어요!”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칠색 유리병과 신선한 방울토마토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저택 거실로 들어섰다.성도윤의 침실은 2층에 있었다. 보통 그의 방에 함부로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차설아는 방울토마토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남자의 침실로 갔다.처음에는 방문 앞에 놓고 가려 했지만, 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밖에 두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몇 번을 망설인 끝에 그녀는 결국 방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그녀는 문손잡이를 비틀어 보았다. 뜻밖에도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쉽게 스르륵 열렸다.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비틀어 연 것이 아니라, 누군가 안에서 연 것이다.방 안에서는 우뚝 서 있는 성도윤이 보였다. 머리가 촉촉한 그는 윗옷을 입지 않아 근육이 한눈에 보였다. 아래에는 대충 회색 캐주얼 바지를 걸친 그의 모습은 섹시하면서도 소탈한 느낌을 주어 그야말로 매력적이었다.차설아는 목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즉시 돌아서고는 말을 더듬었다.“미, 미안해. 당신이 집에 있는 줄 몰랐어. 난 아무것도 못 봤어!”금방 샤워를 마친 남자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었다. 차설아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잘생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여전히 빙산처럼 차가웠다.“왜 왔어?”남자는 퉁명스럽게 물었다.여전히 차설아에게 화가 나 있고, 그녀가 눈에 거슬리는 모양이다.그도 그럴 것이지, 어딜 가나 오만하고 당당하던 프린세스 성도윤이 그런 비굴한 고백을 하고, 또 무자비하게 거절당했으니 마음이 불편한 건 당연했다. 가능하다면 눈앞의 여자를 묶어 우주로 영원히 보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오해하지 마. 칠색 유리병을 돌려주려고 왔으니까. 마침 당신이 집에 있으니 직접 돌려줄게. 앞으로 당신이 후회하고 날 찾아와서 내놓으라고 하면 어떡해.”차설아는 여전히 성도윤에게 등을 돌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당당하게 말했다.그의 건강을 걱정해서 이 보물을 돌려준다는 것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성도윤은 덤덤한 눈빛으로 별말
남자의 소중한 부위는 가장 취약했기에 상처를 입으면 그 심각성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만약 성도윤이 이거로 인해 생육 능력이 저하된다면 반드시 자기를 찾아 따질 것이니 차설아는 절대 그 책임을 질 수 없었다. 방심하면 자칫 성도윤에게 당할 수 있으니 반드시 단단히 정신을 차려야 했다.그 모습을 본 성도윤은 얼굴까지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여자의 손목을 꼭 잡고는 차갑게 말했다.“차설아, 그만하지? 나를 언제까지 능욕할 셈이야?”“뭐? 내가 언제 당신을 능욕했다고 그래? 방금 세게 맞았으니 혹시나 모를 경우를 대비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면 좋잖아. 본인이 자기 몸을 아껴야지. 내가 좋은 마음으로 의사를 불러주겠다는데 왜 화를 내? 정말 나의 호의를 몰라주네. 나도 당신이 유명한 회사 대표님이라는 걸 알고 있어. 체면을 차리고 싶겠지. 병원에서 그 부위를 검사받는 게 얼마나 쪽팔리겠어. 그래서 내가 익명으로 도와주겠다는데 왜 내가 당신을 능욕하고 있다고 생각해? 난 분명을 당신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고.”차설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허,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고?”분노의 성도윤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는 손쉽게 여자를 방으로 끌어들인 다음 방문을 걸어 잠갔다.차설아는 일이 생각 밖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어색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왜 이래? 둘밖에 없는데 문은 왜 잠가?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우리를 오해할 거라고.”“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면 뭐 어때. 크게 달라질 거 있을까?’성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깊은 눈망울로 품 안에 안긴 여자를 바라봤다.“도윤 씨 그만해. 내가 오늘 당신에게 칠색 유리병을 준 것도 당신이랑 거리를 두기 위해서야. 그런데 이러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당신...”“너무 늦었어.”성도윤은 인내심을 잃었다. 그는 평소의 도도한 모습과는 다르게 거칠게 차설아를 끌어안고는 2미터가 넘는 큰 침대로 곧장 향했다.“당신 나
“앞으로 정말 거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생각이면, 어디 한 번 해봐.”차설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발로 성도윤의 그 부위를 향해 걷어차려고 했다.“내가 못 할 줄 알아?”성도윤은 차설아의 협박에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깊은 눈망울의 그는 차설아의 빨간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당장이라도 키스를 퍼부을 셈이었다.“안돼!”차설아는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지만 성도윤의 입술은 끝내 다가오지 않았다.“나 성도윤이 여자라면 안 가리고 다 덮치는 사람인 줄 알아?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강요하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이제 가.”성도윤이 시큰둥하게 말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설아에게 더는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마치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면 스스로 치욕을 떠안는다는 것처럼 말이다.차설아도 드디어 그의 품에서 벗어났지만 왠지 모르게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도 침대에서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떠나기 전, 그녀는 남자의 도도한 뒷모습을 보더니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설아야, 물건은 잘 갖다줬어?”차설아가 계단을 내려가자 마침 정원에서 돌아온 성주혁과 마주쳤다. 그리고 옆에는 그를 부축하고 있는 서은아도 있었다.“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 도윤이랑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서은아는 성도윤의 방에서 나온 차설아를 보더니 마치 남편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아내처럼 마구 화를 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가 이 집 여주인인 줄 알 것이다.차설아도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계단 위에서 아래층에 있는 서은아를 내려다봤다.“이혼한 사이면 서로 방에 드나들 수 없다는 규정이 있나요?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이혼한 남자와 거리를 둬야 하는 거 아니에요?”“뭐?”서은아는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성주혁의 팔을 꼭 잡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 사람 좀 봐요. 어떻게 저렇게 매너가 없을 수 있죠? 저게
“뭐? 정말 차설아 씨에게 고백을 한 거야? 재결합하자고?”서은아의 얼굴은 일그러졌다.성도윤에게서 직접 그 말을 들으니 서은아는 마음이 괴로울 뿐이었다.“진짜야.”성도윤이 스스럼없이 인정했다.“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야.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무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차설아의 옆을 지나갈 때도 여전히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차설아는 멍한 채 제자리에 서 있었고, 얼굴도 빨개졌다.그녀가 방금 일부러 서은아를 도발하기 위해 우쭐거리며 그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성도윤이 그 말을 듣게 될 줄이야.‘나 진짜 없어 보이네. 여자애가 자랑하는 것처럼 더 보이지 않을 텐데 말이야. 왜 나는 나도 모르게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으로 되었지?’성도윤의 말을 들은 서은아는 잔뜩 신이 났다. 눈이 사라질 만큼 활짝 웃으면서 예전처럼 똑같이 성도윤을 끌어안고는 친구인 척 스스럼없이 행동했다.“이게 맞지. 네가 정말 차설아 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면 내가 제일 먼저 너에게 실망할 거야. 넌 성도윤이라고. 해안에서 아무도 쉽게 다가올 수 없는 일인자야. 그러니까 정신을 차려, 알겠어?”잘생긴 성도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고, 그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이만하고. 내가 오늘 왜 너를 찾아왔는지 알아?”서은아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성도윤에게 말했다.“대충 짐작은 가지.”성도윤이 거실에 있는 소파 위에 앉고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역시 내 친구야. 똑똑해!”서은아는 남자를 더 꼭 끌어안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생각은 어때? 그냥 어르신들이 마음을 놓으실 수 있게 결혼을 하는 건 어때?”그 말을 들은 성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아야, 뭐가 그렇게 성급해? 네가 네 할아버지보다 더 급해하는 것 같은데? 네 할아버지가 저번 주에 그 얘기를 꺼낸 게 아니야? 왜 도윤이랑 벌써 결정을 내리려고 해?”서은아가 대답했다.“할아버지께서
차설아의 말에 서은아와 성주혁도 궁금한지 성도윤을 쳐다보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성도윤의 표정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덤덤하게 대답했다.“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 정략결혼이라고 생각하는데?”차설아는 조금 흠칫했다.성도윤이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실패한 결혼 경험과 서로 윈윈하는 정략결혼. 정말 나를 끝까지 무시하는 발언이네.’서은아는 행복에 겨워 두 눈을 반짝였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성도윤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도윤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정말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성도윤은 서은아가 아닌 차설아를 빤히 쳐다보면서 도발하듯 씩 웃으며 말했다.“적어도 실패했던 그 결혼 경험보다는 낫지. 우리 엄청 잘 어울릴 거야.”“그래? 잘 생각했어!”서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성도윤의 손을 잡고는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더 기다릴 것도 없겠네. 오늘 당장 가서 혼인신고부터 하자. 우리가 워낙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왔잖아. 나 좋은 아내로 될 자신이 있어.”“안돼!”차설아는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뺏긴 듯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특히 깊은 눈망울의 성도윤은 마음이 복잡했다.그는 무정한 차설아가 자기를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왜 여자 문제에는 간섭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서은아의 얼굴색은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적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차설아 씨 혹시 경찰인가요? 별일에 다 참견하네요. 나랑 도윤이가 혼인신고를 한다는데 차설아 씨와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반대할 자격도 없고요.”성주혁은 서은아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정색을 하고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아야, 우리 설아에게 화를 내지 마. 만약 네가 정말 도윤이와 결혼하고 싶다면 너에게 내려진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설아를
차설아가 떠난 후 서은아 얼굴에 띤 미소는 더 깊어졌다.“설아 씨 드디어 떠났네. 이제 우리 둘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녀는 고개를 들어 성도윤을 바라보고는 그의 팔을 꼭 안으며 말했다.“가자, 도윤아. 우리 혼인 신고하러 가자.”성도윤은 그녀에게서 팔을 빼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장난으로 말한 걸 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야?”방금까지 밝았던 서은아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녀는 이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조심스럽게 성도윤을 향해 물었다.“도윤아,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장, 장난이라니?”“내가 혼인 신고를 하겠다는 거. 장난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성도윤이 싸늘하게 말하고는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방금까지 서로 윈윈하는 정략결혼이라며? 우리 두 사람 잘 어울릴 거라며?”“그것도 장난이야. 난 우리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쉽게 눈치챘을 줄 알았는데.”“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서은아는 깊은 모욕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다른 장난은 몰라도 이런 일로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거 몰라? 결혼이 장난이야? 네가 입 밖으로 뱉은 말이니 나는 당연히 그렇게 믿었다고. 난...”“너도 말했다시피 다른 건 몰라도 유독 결혼은 장난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그래서 서로 잘 어울린다고만 해서 결혼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 서로에게 책임감 없는 일이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해.”성도윤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차갑고 도도한 사람이었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했다. 차설아를 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장난도 치지 않았을 것이고.“하하하, 이거야말로 장난 아니야? 나와 결혼하는 게 결혼에 대한 모독이라면 그때 차설아 씨랑은 왜 결혼했어? 두 사람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잖아. 두 사람 전에 알던 사이도 아닌데 3일 만에 결혼식 잡았어. 그런데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온 나와 결혼하는 건 결혼에 대한 모독이야?”서은아는 격앙된 목소리로 성도윤에게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