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정말 거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생각이면, 어디 한 번 해봐.”차설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발로 성도윤의 그 부위를 향해 걷어차려고 했다.“내가 못 할 줄 알아?”성도윤은 차설아의 협박에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깊은 눈망울의 그는 차설아의 빨간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당장이라도 키스를 퍼부을 셈이었다.“안돼!”차설아는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지만 성도윤의 입술은 끝내 다가오지 않았다.“나 성도윤이 여자라면 안 가리고 다 덮치는 사람인 줄 알아?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강요하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이제 가.”성도윤이 시큰둥하게 말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설아에게 더는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마치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면 스스로 치욕을 떠안는다는 것처럼 말이다.차설아도 드디어 그의 품에서 벗어났지만 왠지 모르게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도 침대에서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떠나기 전, 그녀는 남자의 도도한 뒷모습을 보더니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설아야, 물건은 잘 갖다줬어?”차설아가 계단을 내려가자 마침 정원에서 돌아온 성주혁과 마주쳤다. 그리고 옆에는 그를 부축하고 있는 서은아도 있었다.“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 도윤이랑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서은아는 성도윤의 방에서 나온 차설아를 보더니 마치 남편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아내처럼 마구 화를 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가 이 집 여주인인 줄 알 것이다.차설아도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계단 위에서 아래층에 있는 서은아를 내려다봤다.“이혼한 사이면 서로 방에 드나들 수 없다는 규정이 있나요?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이혼한 남자와 거리를 둬야 하는 거 아니에요?”“뭐?”서은아는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성주혁의 팔을 꼭 잡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 사람 좀 봐요. 어떻게 저렇게 매너가 없을 수 있죠? 저게
“뭐? 정말 차설아 씨에게 고백을 한 거야? 재결합하자고?”서은아의 얼굴은 일그러졌다.성도윤에게서 직접 그 말을 들으니 서은아는 마음이 괴로울 뿐이었다.“진짜야.”성도윤이 스스럼없이 인정했다.“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야.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무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차설아의 옆을 지나갈 때도 여전히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차설아는 멍한 채 제자리에 서 있었고, 얼굴도 빨개졌다.그녀가 방금 일부러 서은아를 도발하기 위해 우쭐거리며 그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성도윤이 그 말을 듣게 될 줄이야.‘나 진짜 없어 보이네. 여자애가 자랑하는 것처럼 더 보이지 않을 텐데 말이야. 왜 나는 나도 모르게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으로 되었지?’성도윤의 말을 들은 서은아는 잔뜩 신이 났다. 눈이 사라질 만큼 활짝 웃으면서 예전처럼 똑같이 성도윤을 끌어안고는 친구인 척 스스럼없이 행동했다.“이게 맞지. 네가 정말 차설아 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면 내가 제일 먼저 너에게 실망할 거야. 넌 성도윤이라고. 해안에서 아무도 쉽게 다가올 수 없는 일인자야. 그러니까 정신을 차려, 알겠어?”잘생긴 성도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고, 그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이만하고. 내가 오늘 왜 너를 찾아왔는지 알아?”서은아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성도윤에게 말했다.“대충 짐작은 가지.”성도윤이 거실에 있는 소파 위에 앉고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역시 내 친구야. 똑똑해!”서은아는 남자를 더 꼭 끌어안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생각은 어때? 그냥 어르신들이 마음을 놓으실 수 있게 결혼을 하는 건 어때?”그 말을 들은 성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아야, 뭐가 그렇게 성급해? 네가 네 할아버지보다 더 급해하는 것 같은데? 네 할아버지가 저번 주에 그 얘기를 꺼낸 게 아니야? 왜 도윤이랑 벌써 결정을 내리려고 해?”서은아가 대답했다.“할아버지께서
차설아의 말에 서은아와 성주혁도 궁금한지 성도윤을 쳐다보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성도윤의 표정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덤덤하게 대답했다.“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 정략결혼이라고 생각하는데?”차설아는 조금 흠칫했다.성도윤이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실패한 결혼 경험과 서로 윈윈하는 정략결혼. 정말 나를 끝까지 무시하는 발언이네.’서은아는 행복에 겨워 두 눈을 반짝였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성도윤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도윤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정말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성도윤은 서은아가 아닌 차설아를 빤히 쳐다보면서 도발하듯 씩 웃으며 말했다.“적어도 실패했던 그 결혼 경험보다는 낫지. 우리 엄청 잘 어울릴 거야.”“그래? 잘 생각했어!”서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성도윤의 손을 잡고는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더 기다릴 것도 없겠네. 오늘 당장 가서 혼인신고부터 하자. 우리가 워낙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왔잖아. 나 좋은 아내로 될 자신이 있어.”“안돼!”차설아는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뺏긴 듯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특히 깊은 눈망울의 성도윤은 마음이 복잡했다.그는 무정한 차설아가 자기를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왜 여자 문제에는 간섭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서은아의 얼굴색은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적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차설아 씨 혹시 경찰인가요? 별일에 다 참견하네요. 나랑 도윤이가 혼인신고를 한다는데 차설아 씨와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반대할 자격도 없고요.”성주혁은 서은아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정색을 하고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아야, 우리 설아에게 화를 내지 마. 만약 네가 정말 도윤이와 결혼하고 싶다면 너에게 내려진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설아를
차설아가 떠난 후 서은아 얼굴에 띤 미소는 더 깊어졌다.“설아 씨 드디어 떠났네. 이제 우리 둘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녀는 고개를 들어 성도윤을 바라보고는 그의 팔을 꼭 안으며 말했다.“가자, 도윤아. 우리 혼인 신고하러 가자.”성도윤은 그녀에게서 팔을 빼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장난으로 말한 걸 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야?”방금까지 밝았던 서은아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녀는 이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조심스럽게 성도윤을 향해 물었다.“도윤아,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장, 장난이라니?”“내가 혼인 신고를 하겠다는 거. 장난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성도윤이 싸늘하게 말하고는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방금까지 서로 윈윈하는 정략결혼이라며? 우리 두 사람 잘 어울릴 거라며?”“그것도 장난이야. 난 우리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쉽게 눈치챘을 줄 알았는데.”“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서은아는 깊은 모욕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다른 장난은 몰라도 이런 일로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거 몰라? 결혼이 장난이야? 네가 입 밖으로 뱉은 말이니 나는 당연히 그렇게 믿었다고. 난...”“너도 말했다시피 다른 건 몰라도 유독 결혼은 장난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그래서 서로 잘 어울린다고만 해서 결혼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 서로에게 책임감 없는 일이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해.”성도윤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차갑고 도도한 사람이었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했다. 차설아를 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장난도 치지 않았을 것이고.“하하하, 이거야말로 장난 아니야? 나와 결혼하는 게 결혼에 대한 모독이라면 그때 차설아 씨랑은 왜 결혼했어? 두 사람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잖아. 두 사람 전에 알던 사이도 아닌데 3일 만에 결혼식 잡았어. 그런데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온 나와 결혼하는 건 결혼에 대한 모독이야?”서은아는 격앙된 목소리로 성도윤에게 따져 물었다
차설아는 성씨 가문 저택을 떠난 후 성도윤과 서은아가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한발 먼저 미스터 Q와 혼인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좀 너무 갑작스럽긴 했다. 게다가 미스터 Q와 혼인 신고를 했다가 후회하게 되면 그녀는 이혼을 두 번이나 한 여자로 될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두 아이의 양육권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차설아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타이어에 나사가 박혀 바람이 빠졌고 차는 도로 옆에 멈췄다.스포츠카를 운전하던 서은아가 클랙슨션을 울리더니 뒤에서부터 천천히 차설아의 차 옆에 멈춰 섰다.“차설아 씨, 타이어 펑크 났어요? 정말 안됐네요. 내가 태워다줄까요?”서은아는 머리를 창문에 기대면서 입꼬리를 올리더니 도발의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이제 보험 회사 부를 거예요.”차설아는 서은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그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보험 회사 부르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데요. 내 차에 견인고리가 있거든요. 수리센터까지 끌고 갈 수 있어요. 돈도 안 받고요...”서은아는 똑 클랙슨션을 울리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신세 진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어떻게 보면 차설아 씨는 내 선배라고도 할 수 있잖아요. 이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죠, 안 그래요?”차설아가 고개를 들고는 우쭐거리는 서은아를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선배요?”“차설아 씨는 도윤이의 전처잖아요. 나는 곧 도윤이의 아내가 될 사람이고. 굳이 따지자면 선배 아니겠어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서은아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겉으로는 덤덤한 척하지만 사실 엄청 화가 났죠? 나랑 도윤이가 언제 결혼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우리의 결혼식에 어디에서 열릴지 알고 싶지 않아요?”차설아는 눈썹을 치켜들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뭐, 사실 궁금하긴 하네요. 두 사람 혼인 신고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도윤 씨는 따라오지 않은 거죠? 아까는 당장이라도 구청에 갈 기세더니.”서은아의
뒤에서 차 한 대를 끌고 있는데도 커브 길에서 차 몇 대나 앞질렀는데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레이싱 좋아해요?”조수석에 앉은 차설아가 물었다.“나랑 도윤이는 모두 F-C1 레이싱 클럽에서 유명한 레이서예요. 내가 레이싱을 잘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도윤이보다는 조금 못하죠. 이는 내가 도윤이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 녀석은... 못 하는 것 없는 천재예요. 무슨 일을 하든 탑 클래스를 선보이니 어떻게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말하는 사이에 서은아는 또 한 대의 차를 앞질렀다.차설아는 깜짝 놀라 다급하게 손잡이를 쥐었다.“세상에, 좀 천천히 몰아요. 여기 커브가 60도는 되는 것 같은데 죽으려고 작정했어요?”“걱정하지 말아요. 고작 60도 커브로 안 죽어요. 내가 알아서 운전할게요.”서은아가 자신있게 말했지만 속도는 여전히 줄이지 않았다.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눈을 희번덕거렸다.“서은아 씨야 안전하겠죠. 이런 커브에 이런 속도까지. 자칫하면 조수석에 앉은 내가 목숨을 잃을 거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차설아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 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서은아를 바라봤다.운전대를 잡고 있던 서은아는 고개를 돌려 차설아를 힐끔 바라봤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짧은 순간의 눈빛이었지만 차설아는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었다, 서은아는 일부러 이런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경고일 수도 있고, 작정하고 그녀를 죽이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서은아 씨, 아직도 많은 걸 숨기고 계시네요.”차설아는 서은아의 차분한 옆모습을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방금까지 그녀는 서은아가 말은 날카롭게 하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명문 가문의 그녀가, 심지어 성도윤 무리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결코 만만하진 않을 것이다. 서은아가 아닌 그녀야말로 ‘순진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실 나는 엄청 단순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이 나를 먼
차설아의 말은 뭔가를 암시하는 듯했다.서은아도 바보가 아닌 이상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낼 수 있었다.“그때 차설아 씨가 도윤이와 이혼할 때도 많이 비참했던 걸로 기억해요. 성씨 가문에서 쫓겨난 건 물론이고 해안시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없었으니 말이에요...”여기까지 말한 서은아는 차설아에 대한 적개심이 조금 덜해졌다. 오히려 같은 처지였던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정말 대단한 사람은 따로 있죠. 그 여자는 순진한 얼굴을 믿고 이 게임의 승자가 되었으니까요. 도윤이가 그동안 그 여자의 곁을 지키고 그 여자를 아이처럼 보호했어요.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네요.”서은아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저도 모르게 운전대를 세게 내리쳤다.차설아가 말한 사람이 누군지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차설아가 성씨 가문에서 내쫓기게 한 임채원이었다!“화가 나도 소용이 없어요, 당신 친구인 도윤 씨는 그 여자에게 제대로 홀렸거든요. 나를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임채원이 쓰던 수법으로 연약한 척, 불쌍한 척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거예요. 그리고 기회를 엿보고 도윤 씨와 잠자리를 가져요. 아이가 생기면 당연히 도윤 씨도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차설아는 경험자로서 서은아에게 어떻게 하면 성도윤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가르쳐주고 있었다. 너무 진실한 모습이라 서은아조차 깜짝 놀랐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듯 차설아를 쳐다봤다.“왜 나를 봐요? 이게 다 내가 호되게 당한 경험들이에요. 성도윤 같은 남자들에게는 먹히는 수법이라 충분히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한 번 직접 해봐요. 해보면 알 거 아니에요.”“정말 도윤이에게 아무 미련이 남지 않은 거예요? 왜 나에게 도윤이의 마음을 공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죠?”“당연하죠.”차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가 만약 그 사람에게 마음이 남아있었으면 서은아 씨가 그 사람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했을 거예요.”
차설아는 너무나도 의외였다.그녀는 많은 서류를 조사했는데 모두 이 땅의 소유자가 조인성이라고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럼 이 땅을 조작하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거야?’“그분의 신분이 워낙 특수하기에 본인 명의로 직접 땅을 소유할 수는 없어요. 마침 우리 조씨 가문에서 그분을 도울 수 있기에 저는 그분 대신 이 땅을 샀죠. 사실 저는 그 어떤 결정권도 없어요. 그리고 칠색 유리병을 원했던 사람도 그분이지, 저는 아니거든요.”조인성은 또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설아 씨를 위해 하는 말인데, 그분은 쉽사리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그분이 원하는 걸 될수록 들어주는 게 좋을 거예요.”“인성 씨도 리스펙하게 만드는 그분이 누군지 참으로 궁금하네요. 땅을 되찾을 수 있는 건 차치하고 제가 대단한 분을 만나면서 견식을 넓히는 걸 좋아하거든요.”차설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마치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아이가 새로운 게임을 발견하듯이 잔뜩 신이 난 채 말했다.상대가 조인성이라 그녀는 지루하게 생각했었는데 조인성의 배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니 그녀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큰 흥미를 보였다.“알겠어요. 나도 설아 씨를 도운 김에 끝까지 도와야 하죠...”조인성이 흠칫하고는 천천히 말했다.“이미 그분과의 식사 자리를 예약했으니 성공할 수 있을지는 설아 씨의 능력에 달렸어요.”“정말 고마워요.”이 식사 자리는 분명 조인성이 그분의 부탁으로 일부러 제안했다는 걸 알면서도 차설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집에 대한 달이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이 땅이 필요했고, 이 땅을 해결하려면 차설아는 직접 그분을 만나볼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늦었는데도 차설아가 돌아오지 않자 달이와 원이는 문 앞에 서 있으면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오빠, 오늘 엄마가 늦은 시간까지 안 돌아오네. Q아빠도 연락이 되지 않고. 설마 두 사람 데이트하러 나간 거 아니야?”희고 고운 얼굴의 달이는 고개를 들며 궁금한 듯 원이에게 물었다.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