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차 한 대를 끌고 있는데도 커브 길에서 차 몇 대나 앞질렀는데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레이싱 좋아해요?”조수석에 앉은 차설아가 물었다.“나랑 도윤이는 모두 F-C1 레이싱 클럽에서 유명한 레이서예요. 내가 레이싱을 잘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도윤이보다는 조금 못하죠. 이는 내가 도윤이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 녀석은... 못 하는 것 없는 천재예요. 무슨 일을 하든 탑 클래스를 선보이니 어떻게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말하는 사이에 서은아는 또 한 대의 차를 앞질렀다.차설아는 깜짝 놀라 다급하게 손잡이를 쥐었다.“세상에, 좀 천천히 몰아요. 여기 커브가 60도는 되는 것 같은데 죽으려고 작정했어요?”“걱정하지 말아요. 고작 60도 커브로 안 죽어요. 내가 알아서 운전할게요.”서은아가 자신있게 말했지만 속도는 여전히 줄이지 않았다.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눈을 희번덕거렸다.“서은아 씨야 안전하겠죠. 이런 커브에 이런 속도까지. 자칫하면 조수석에 앉은 내가 목숨을 잃을 거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차설아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 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서은아를 바라봤다.운전대를 잡고 있던 서은아는 고개를 돌려 차설아를 힐끔 바라봤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짧은 순간의 눈빛이었지만 차설아는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었다, 서은아는 일부러 이런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경고일 수도 있고, 작정하고 그녀를 죽이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서은아 씨, 아직도 많은 걸 숨기고 계시네요.”차설아는 서은아의 차분한 옆모습을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방금까지 그녀는 서은아가 말은 날카롭게 하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명문 가문의 그녀가, 심지어 성도윤 무리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결코 만만하진 않을 것이다. 서은아가 아닌 그녀야말로 ‘순진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실 나는 엄청 단순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이 나를 먼
차설아의 말은 뭔가를 암시하는 듯했다.서은아도 바보가 아닌 이상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낼 수 있었다.“그때 차설아 씨가 도윤이와 이혼할 때도 많이 비참했던 걸로 기억해요. 성씨 가문에서 쫓겨난 건 물론이고 해안시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없었으니 말이에요...”여기까지 말한 서은아는 차설아에 대한 적개심이 조금 덜해졌다. 오히려 같은 처지였던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정말 대단한 사람은 따로 있죠. 그 여자는 순진한 얼굴을 믿고 이 게임의 승자가 되었으니까요. 도윤이가 그동안 그 여자의 곁을 지키고 그 여자를 아이처럼 보호했어요.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네요.”서은아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저도 모르게 운전대를 세게 내리쳤다.차설아가 말한 사람이 누군지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차설아가 성씨 가문에서 내쫓기게 한 임채원이었다!“화가 나도 소용이 없어요, 당신 친구인 도윤 씨는 그 여자에게 제대로 홀렸거든요. 나를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임채원이 쓰던 수법으로 연약한 척, 불쌍한 척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거예요. 그리고 기회를 엿보고 도윤 씨와 잠자리를 가져요. 아이가 생기면 당연히 도윤 씨도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차설아는 경험자로서 서은아에게 어떻게 하면 성도윤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가르쳐주고 있었다. 너무 진실한 모습이라 서은아조차 깜짝 놀랐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듯 차설아를 쳐다봤다.“왜 나를 봐요? 이게 다 내가 호되게 당한 경험들이에요. 성도윤 같은 남자들에게는 먹히는 수법이라 충분히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한 번 직접 해봐요. 해보면 알 거 아니에요.”“정말 도윤이에게 아무 미련이 남지 않은 거예요? 왜 나에게 도윤이의 마음을 공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죠?”“당연하죠.”차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가 만약 그 사람에게 마음이 남아있었으면 서은아 씨가 그 사람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했을 거예요.”
차설아는 너무나도 의외였다.그녀는 많은 서류를 조사했는데 모두 이 땅의 소유자가 조인성이라고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럼 이 땅을 조작하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거야?’“그분의 신분이 워낙 특수하기에 본인 명의로 직접 땅을 소유할 수는 없어요. 마침 우리 조씨 가문에서 그분을 도울 수 있기에 저는 그분 대신 이 땅을 샀죠. 사실 저는 그 어떤 결정권도 없어요. 그리고 칠색 유리병을 원했던 사람도 그분이지, 저는 아니거든요.”조인성은 또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설아 씨를 위해 하는 말인데, 그분은 쉽사리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그분이 원하는 걸 될수록 들어주는 게 좋을 거예요.”“인성 씨도 리스펙하게 만드는 그분이 누군지 참으로 궁금하네요. 땅을 되찾을 수 있는 건 차치하고 제가 대단한 분을 만나면서 견식을 넓히는 걸 좋아하거든요.”차설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마치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아이가 새로운 게임을 발견하듯이 잔뜩 신이 난 채 말했다.상대가 조인성이라 그녀는 지루하게 생각했었는데 조인성의 배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니 그녀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큰 흥미를 보였다.“알겠어요. 나도 설아 씨를 도운 김에 끝까지 도와야 하죠...”조인성이 흠칫하고는 천천히 말했다.“이미 그분과의 식사 자리를 예약했으니 성공할 수 있을지는 설아 씨의 능력에 달렸어요.”“정말 고마워요.”이 식사 자리는 분명 조인성이 그분의 부탁으로 일부러 제안했다는 걸 알면서도 차설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집에 대한 달이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이 땅이 필요했고, 이 땅을 해결하려면 차설아는 직접 그분을 만나볼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늦었는데도 차설아가 돌아오지 않자 달이와 원이는 문 앞에 서 있으면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오빠, 오늘 엄마가 늦은 시간까지 안 돌아오네. Q아빠도 연락이 되지 않고. 설마 두 사람 데이트하러 나간 거 아니야?”희고 고운 얼굴의 달이는 고개를 들며 궁금한 듯 원이에게 물었다.평
“어머. 분명 Q아빠가 우리를 보러 왔을 거야. 내가 가서 문을 열게.”달이는 사과같이 빨간 볼을 한 채 미소를 지으며 문 쪽으로 뛰어갔다.“Q아빠,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너무 보고싶...”녀석은 까치발을 들며 문을 열었다.하지만 문밖에 선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미스터 Q가 아닌 것을 발견하고는 달이의 미소가 굳어졌다.달이는 큰 두 눈을 깜빡거리더니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우와, 삼촌 엄청 잘생기셨네요. 혹시 길을 잃었나요? 누굴 찾으세요?”성도윤은 시선을 아래쪽으로 옮기자 바로 귀여운 달이를 발견하고는 차가웠던 그의 눈빛도, 목소리도 모두 부드러워졌다.“혹시 차설아가 이곳에 살고 있어?”순진무구한 달이는 전혀 경계심 없이 바로 대답했다.“네. 차설아는 우리 엄마예요. 우리 엄마는 무슨 일로 찾는 거예요?”성도윤이 눈썹을 찌푸렸다.“네 엄마라고?”“네. 우리 엄마가 차설아인데요. 아직 야근하고 있어요. 혹시 엄마를 찾는 거라면 잠깐 기다려야 할 거예요.”달이는 잘생긴 삼촌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어 통통한 작은 손으로 성도윤의 큰 손을 잡고는 집 안으로 데려왔다.녀석은 남자의 손에 붉고 윤기가 흐르는 신선한 방울토마토 한 바구니를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른들처럼 사양하며 말했다.“잘생긴 삼촌, 굳이 선물까지 들고 오실 필요는 없는데요, 몸만 오셔도 돼요... 하지만 이 방울토마토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엄마가 많이 좋아할 거예요.”“...”188cm의 성도윤은 뭔가에 홀린 듯 작은 손에 이끌려 들어오고는 가만히 서 있었고 말도 함부로 내뱉지 못했다.달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마음이 사르르 녹을 것 같았다.원이는 동생이 갑자기 낯선 남자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경계심을 바짝 세웠다.“당신 누구예요? 왜 함부로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거죠?”원이는 팔짱을 낀 채 진지한 얼굴로 성도윤을 살펴봤다.성도윤도 똑같이 원이를 살펴봤는데 잘생긴
“달이야, 나 따라와.”원이가 성도윤을 째려보고는 달이를 끌고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오빠, 무슨 일이야? 잘생긴 삼촌을 혼자 밖에 두는 건 너무 예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그래도 손님인데 제대로 대접해야지.”달이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성도윤을 바라봤다. 달이는 한시라도 성도윤의 곁에서 떨어지기 싫었다.하지만 원이는 서재 문을 닫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바보야, 저놈이 누군지 모르겠어?”“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저 잘생긴 삼촌이 누군지 오빠는 알고 있어?”“생각 안 나도 괜찮아. 내가 사진을 보여줄게...”원이가 휴대폰을 꺼내고는 한참을 찾더니 성도윤과 차설아의 웨딩 사진을 달이에게 보여줬다.“어머, 저 사람이 우리의 나쁜 아빠였어?”달이가 입을 가로막았는데 포도알처럼 큰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나쁜 아빠가 잘생긴 건 알았지만 현실에서의 나쁜 아빠가 이 정도의 미모를 자랑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달이가 못 알아본 거일 수도 있다.“아직도 저 사람이 좋아?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달이가 원이에게 물었다.“안 좋아. 하나도 안 좋아!”달이가 빠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엄마에게 상처를 안겨준 남자는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라고 해도 모두 나쁜 놈이야. 달이는 하나도 안 좋아!”원이가 턱을 치켜들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그래도 대견스럽네. 우리가 해안에 왜 왔는지 절대 잊지 마. 내가 다시 한번 물어볼게. 우리는 무슨 이유로 해안에 온 거야?”“엄마를 보호하고 엄마의 곁을 지켜주고 엄마를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서이지.”달이가 씩씩거리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쉿!”원이가 문 쪽으로 바라보더니 침착하게 말했다.“나쁜 아빠가 전에 엄마를 그렇게 많이 괴롭혔으니 우리도 본때를 보여줘야지. 하지만 그동안 기회가 없었어. 오늘 제 발로 찾아왔으니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해. 고통이 뭔지 제대로 맛보게 해주자고.”“오빠,
성도윤은 덤덤하고 여유로운 얼굴로 민이 이모를 살펴봤는데 그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혹시... 설아를 모시던 이모님인가요?”그는 민이 이모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기억 속의 민이 이모는 분명 그와 차설아를 잘 엮어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 거지? 심지어 칼까지 꺼내고 말이다.민이 이모의 눈빛은 적개심으로 불탔다. 그는 성도윤을 노려보더니 칼을 휘두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고귀하신 성도윤 대표님께서 한낱 할망구에 불과한 저를 기억해 주고 계시다니 고마울 따름이네요. 그럼 우리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할 텐데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찾아와요? 또 무슨 남모르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에요? 3초를 줄게요. 당장 여기서 꺼져요. 아니면 이 칼이 당신을 겨누게 될지 나도 모릅니다.”민이 이모는 성도윤이 차설아를 해치거나 두 아이를 뺏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와 맞서 싸우기로 마음먹었다.성도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더니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씩 짓고는 말했다.“정말 충심 가득한 이모님이네요. 차설아가 그렇게 가르쳤어요?”“곧 죽는 할망구가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겠어요? 당신이 우리 설아 아가씨에게 어떤 못된 짓을 했는지 나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도 누구보다 잘 알 거고요. 우리 설아 아가씨가 워낙 사람이 착해서 안 따졌을 뿐이지, 나는 달라요. 나는 지식이 짧은 사람이라 두려운 것도 없거든요. 만약 나를 계속 자극한다면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몰라요. 내 말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져요!”민이 이모는 막돼먹은 아줌마처럼 칼을 휘두르면서 상황은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성도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덤덤한 눈빛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토마토를 가리키며 말했다.“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이거 가져다주려고 왔어요. 이곳까지 배달했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필요 없어요!”민이 이모는 비천한 신분의 하인이었지만 성격은 강직했다.그녀는 바구니에 담긴 토마토를 보더니 차설아
“아니에요, 민이 이모. 잘생긴 삼촌은 좋은 분이세요. 우리에게 방울토마토도 선물하고요. 방울토마토가 어찌나 달던지 아까 몇 개나 먹었어요. 민이 이모도 드세요. 방울토마토 드시면 잘생긴 삼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달이는 미꾸라지처럼 민이 이모의 뒤에서 쏙 빠져나가고는 방울토마토 하나 집어 순수한 눈빛으로 민이 이모에게 건넸다.“달이 아가씨, 너무 순진하네요. 나쁜 사람들은 얼굴에 ‘나쁜 사람’이라고 적고 다녀요? 전에 민이 이모가 해줬던 ‘늑대와 빨간 모자’ 이야기가 생각 안 나요? 늑대는 항상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죠. 빨간 모자의 경계심을 늦춘 후 잡아먹으려는 속셈이죠. 이 사람도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는 늑대예요. 그러니까 눈 똑바로 뜨고 사람 잘 가려야 해요. 될수록 이 사람을 멀리 해요, 알겠죠?”민이 이모가 신신당부했다.“네, 민이 이모의 말이 맞아요. 달이가 경계심을 높일게요. 하지만... 이 토마토는 정말 맛있는걸요? 얼른 드셔보세요.”달이는 또 한 알의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고는 작은 손가락으로 민이 이모에게도 한 알을 건넸다.“...”민이 이모는 말문이 막혔다.옆에 있던 원이도 방울토마토 한 알을 집고는 입 안에 넣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맞아요, 이 방울토마토 정말로 싱싱해요. 아마 이 삼촌도 좋은 마음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을 거예요. 민이 이모, 너무 긴장하지 마요. 엄마는 모든 손님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라고 가르치셨어요.”“원이 도련님, 괜찮아요? 왜 원이 도련님까지 그러는 거예요?”민이 이모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원이를 바라봤다.달이야 얼굴에 넘어가는 순진한 아이기에 잘생긴 성도윤에게 ‘포섭’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만 머리가 똑똑할 뿐만 아니라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고, 또 누구보다도 차설아를 보호하려는 원이는 분명 성도윤에게 살갑게 대하는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다.“민이 이모,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어요. 푹 쉬시고 손님 접대하는 일은 저희에게 맡기세요.”원이는 민
두 녀석은 잔뜩 신이 난 채 주방으로 뛰어가고는 우당탕 재료를 준비했는데 때때로 까르륵 웃음소리도 들려왔다.성도윤은 마치 자기 집에 온 듯 집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도움이 필요해?”그가 주방으로 가고는 반죽하고 있던 두 녀석에게 물었다.“잘생긴 삼촌도 요리할 줄 알아요?”달이는 별처럼 밝고 예쁜 눈을 초롱초롱 뜨며 성도윤을 바라봤다.성도윤은 달이의 눈빛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린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요리할 줄 몰라. 너무 사소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이런 일은 보통 하인에게 맡기지.”“맛이 똑같을 리가 없잖아요. 하인은 결국 가족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가족이 만든 음식보다 맛이 없겠죠.”달이는 음식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음식에 있어서는 요구가 매우 높았다.완벽한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만든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인이 만들어낸 음식에는 분명 정성이 들어있지 않는다.“엄마가 요리를 엄청 잘하세요. 그리고 Q아빠도요. 가끔 두 분께서 저희에게 음식을 만들어주시고 저희는 식탁에서 그 음식들을 다 먹곤 하죠.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하지만 아쉬운걸요... 잘생긴 삼촌이 요리하지 못한다고 하니까 그런 행복을 누릴 수는 없겠네요.”성도윤은 가슴을 쿡쿡 찌르는 달이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네 말을 들어보니까 내가 좀 불쌍한 것 같아.”“요리를 하지 못하셔도 상관없어요, 배우시면 되죠. Q아빠도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제 요리를 곧잘 하는 거예요. 나랑 동생, 그리고 엄마의 입맛까지 모두 사로잡았다니까요.”원이는 거품기로 휘핑을 하면서 진지한 얼굴로 성도윤에게 조언을 했다.그는 눈앞의 ‘나쁜 아빠’를 엄청 싫어했지만 저도 모르게 성도윤을 좋은 사람으로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만약 나쁜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엄마도 많이 좋아하시겠지?’성도윤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궁금한 얼굴로 두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