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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차설아는 마루 창가 앞에 서서 각도를 조절해가며 마치 비밀요원처럼 열심히 남자를 관찰했다.

사람마다 정탐하는 취미가 있는데, 그 상대가 성도윤이라면?

렌즈 속 성도윤은 꼿꼿이 책상에 앉아 계약서 검토에 여념이 없었다. 입체적인 옆모습은 지나치게 우월하고 완벽해 마치 화보 모델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쳇, 계속 진지한 척한다고? 너도 사람인데 설마 하품도 안 하고 콧구멍도 안 파겠어?”

여자는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 마루 창가 앞에 서서 성도윤의 망가진 모습을 포착하려고 기다렸다.

잠시 후, 성도윤은 전화 한 통을 받고 천천히 일어나더니,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젠장!”

차설아는 도둑질이라도 한 듯 마음이 켕겼다.

워낙 자기애가 강한 사람인데, 만약 차설아가 망원경으로 자신을 훔쳐본 것을 알게 된다면 백 마디 말로도 설명할 길이 없게 된다.

남자가 이미 걸음을 옮겼을 거라고 짐작한 차설아는 다시 고개를 내밀고 조심스럽게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응? 어디 갔지? 왜 갑자기 사라졌어?”

차설아는 망원경을 집어 들고는 까치발을 했다가, 허리를 굽혔다가 하며 남자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썼다.

“뭐 보는 거야?”

뒤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성변태 보는 거지!”

차설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녀는 계속 망원경을 들고 까치발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맞은편 성도윤의 사무실을 보며 유치하게 말했다.

“혼자 있을 때 코를 파는지 확인해야겠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흐트러지는 모습도 있어야 하잖아? 아니면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해?”

“그렇게 궁금하면 내 앞에서, 가까이 보도록 허락하지.”

남자의 나지막하고 탄식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차설아는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홱 돌아섰다.

성도윤이 긴 다리를 포개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의 의자에 기대어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망원경이 탁하고 땅에 떨어졌고, 차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어디 쥐구멍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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