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 긴급 상황! 미스터 Q는 답하라. 미스터 Q는 답하라.”원이가 호출을 끝내자, 미스터 Q는 무전기 옆을 지키고 있던 것처럼 대뜸 열정적으로 응답했다.“미스터 Q 대기 완료!”남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아침은 먹었어? 나의 뛰어난 요리 솜씨에 깜짝 놀랐지?”“놀라긴 했죠. 아주 맛없어서 질겁할 정도로요. 엄마가 그 맛 없는 요리를 먹고 하마터면 경찰에 신고할 뻔했어요.”원이는 두 손을 펴고 힘없이 말했다.“맛이 없다고?”미스터 Q의 목소리는 차가워지더니 이해할 수 없는 기색이 역력했다.“그 아침 식사는 내가 모두 요리책에 따라 정성껏 만든 거야, 나의 열정과 사랑을 쏟았다고... 다른 건 몰라도 찐 만두는 반죽만 한 시간을 했는데 맛이 없다고?”원이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엄한 어조로 말했다.“알겠어요. 성의는 알겠지만 요리에는 재능이 없네요. 이건 약점이니 최대한 빨리 보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엄마를 잘 돌봐줄 남편,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엄마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남편을 저는 찾고 있어요.”“다시 한번 기회를 줘. 다음 식사는 반드시 완벽하게 해낼게.”미스터 Q는 진지하게 약속했다.“기회는 당연히 드리죠. 이미 제 아버지로 점 찍었으니, 다만...”원이는 작고 예쁜 얼굴을 찡그리더니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요리 솜씨가 형편없으니 다른 장점으로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엄마에게 어필하기 힘들어요!”“다른 장점이라면...”미스터 Q는 몇 초 동안 고민하다가 물었다.“돈이 많은 것도 장점에 속하나?”“돈은 우리 엄마도 있어요!”“하지만 난 돈이 아주아주 많아. 네 엄마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다고.”“이거 좋네요. 플러스 10점!”원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무전기를 향해 말했다.“분명 약속했어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주기로... 그럼 오늘은 일단 이 정도로 하고 다른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하죠. 바이!”미스터 Q는 할 말을 잃
‘X발, 이거 완전 답 없는 상황 아니야. 방법이 많아 보이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어휴, 어휴, 어휴!”차설아는 머리를 긁적였는데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엄마, 무슨 속상한 일 있어요?”원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한숨을 푹 쉬고 있는 차설아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아니야, 엄마 엄청 기뻐. 천사 같은 너랑 달이가 있는데 엄마는 기뻐도 모자랄 판에 왜 속상해하겠어?”차설아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햇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엄마, 거짓말하지 마세요. 지금 억지로 웃고 계시잖아요. 거짓말하는 게 너무 티가 나요, 눈도 계속 끔뻑거리면서. 제가 세 살짜리 애도 아니고, 벌써 네 살 반, 거의 다섯 살이 다 되어간다고요. 제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나요?”“어, 그게...”차설아는 제 발 저린 도둑처럼 미소가 굳어졌다.하긴, 원이가 워낙 똑똑하기에 차설아가 서투른 연기를 선보이니 바로 원이에게 들통날 것이다. 그래서 차설아는 더는 연기하지 않고 원이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원이야, 엄마에게 요즘 조금 까다로운 일이 생긴 건 맞아.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해바라기 섬을 팔아야 할 것 같은데, 너랑 달이는 동의할 수 있어?”해바라기 섬을 파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녀 또한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해바라기 섬을 팔기 전에 그녀는 아이들의 허락을 구해야 했다.“당연히 동의할 수 없죠.”원이가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해바라기 섬은 우리 집이에요, 우리의 즐거운 추억이 있는 곳인데 당연히 팔면 안 되죠.”“하긴!”차설아는 이마를 ‘탁’ 치더니 의자에 확 누웠다.그녀는 맑은 두 눈으로 하얀 천장을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생각이 짧았네. 엄마 원망하지 마. 해바라기 섬은 절대 팔지 않을 거야.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해 볼게.”원이는 차설아의 팔을 잡고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엄마, 돈이 필요해요? 얼마나 해결하기 쉬운 일이에요. 제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돈이 엄청 많아요.
“무슨 일인데? 왜 이렇게 숨을 헐떡여? 숨 고르고 천천히 말해.”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너무 흥분한 바람에 몸을 비틀거리는 배경윤을 부축했다.“오빠, 오빠에게 일이 생겼어!”얼굴이 창백해진 배경윤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말을 더듬었다.“전에... 전에 천신 그룹의 적자를 막기 위해 오빠가 흥신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거든. 담보물이 바로 부성 그룹의 지분이었어. 원래 상환 기간 전에 아무도 모르게 돈을 갚으면 되는데 이 일이 아빠 귀에 들어간 거야...”배경윤의 팔을 잡고 있던 차설아의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됐어?”“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언니도 알잖아. 화가 나면 가족도 안중에 없어. 우리 배씨 가문이 워낙 그레이존 사업으로 자수성가했잖아. 아빠가 지금 옛날에 조직에서 사용했던 방법으로 오빠에게 벌을 주고 있어. 오빠... 오빠 지금 거의 맞아 죽고 있어!”배경윤은 눈물을 흘리며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언니, 방법 생각해서 우리 오빠 구해주면 안 돼? 아니면 오빠가 정말 죽을 수도 있어!”“그만 울고. 지금 경수가 어디에 있는데? 내가 바로 찾으러 갈게.”차설아는 배경윤을 위로해 주며 출발하려고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배성준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가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일 뿐만 아니라 수완이 있는 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배경수는 배성준이 학수고대한 아들로서 줄곧 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래서 배경수는 부성 그룹의 확실한 후계자였고, 부성 그룹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였다.그런데 배경수가 말도 없이 지분을 담보로 갖다 썼을 뿐만 아니라 겨우 작은 하이 테크의 적자를 막기 위해서 썼으니, 배씨 가문의 가주인 배성준도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배씨 가문과 아무 상관이 없는 차설아조차도 화가 났다!“배경수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대? 아무리 나를 믿고 천신 그룹을 믿는다고 해도 부성 그룹의 미래를 걸지 말았어야지. 만약 우리 프
“여보, 더 때리면 안 돼요. 우리 경수 당신한테 맞아 죽겠어요...”강혜정은 울면서 아들을 꼭 끌어안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배성준에게 빌었다.“경수는 당신의 유일한 아들이잖아요. 이대로 때려죽이면 배씨 가문의 가업은 누구에게 맡길 거예요?”“엄마, 그 말 참 듣기 불편하네요!”배씨 가문 셋째 딸인 배경림이 눈을 부라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는 뭐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가 길바닥에서 주워 온 애들이냐고요. 경수가 없다고 우리 배씨 가문의 대가 끊겨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남녀 차별을 하세요.”“경림이 말이 맞아.”배성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나 배성준의 자식이 얘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놈을 때려죽여도 딸이 여섯이나 있어. 딸들이 다 이 패가망신하는 놈보다는 낫지. 특히 우리 경림이, 내가 그동안 맡긴 업무를 얼마나 잘 해내고 있어. 내가 마음 놓고 우리 배씨 가문의 가업을 맡길 수 있을 정도라고!”배경림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거실에 무릎 꿇고 있는 배경수를 향해 말했다.“경수야, 그때 돈을 받아 천신 그룹을 설립한 것도 여자를 꼬시려고 그런 거잖아. 그때 네가 곧 흥미 잃을 줄 알았는데 천신 그룹에 점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줄 누가 알았겠어? 네가 배씨 가문의 돈을 다 성도윤이 갖고 놀다가 질려서 이혼한 여자에게 갖다 바쳤잖아. 그래서 결국 네가 얻은 게 뭔데? 성도윤과 이혼한 여자가 너에게 고마워했어? 너랑 연애를 해준다고 했어? 잘 보이려고 몇 년 동안 고생했는데 뭘 얻었는데? 지금 네가 거의 맞아 죽고 있는데 그 여자가 눈곱만큼이라도 신경을 써?”배경수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벌게진 눈으로 배경림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누나,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보스는 내 목숨을 살려줬던 은인이야. 내 마음속의 신이라고. 계속 그런 보스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면 아무리 누나라고 해도 난 안 봐줘.”그 말을 들은 배성준은 벌컥 역정을 냈다.“이놈의 자식, 진짜 마가 씐 거야? 나 배성준이 너 같은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우리 아들을 제대로 홀려 정신줄을 놓게 만든 여자가 드디어 나타났구먼?”배성준은 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봤는데 마치 상품을 훑어보듯 눈빛이 매서웠다. 그러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말 진심이야? 정말 이 패가망신한 놈을 구하기 위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어?”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큰소리만 떵떵 치는 사람이 아닙니다.”“좋아, 그래도 양심은 있구먼.”차설아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경멸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그녀를 바라보는 배성준의 눈빛이 복잡해졌고, 이어서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얼굴이 예쁘긴 하네, 우리 아들이 그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네...”바닥에서 무릎 꿇고 있던 배경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보스, 나 상관하지 말고 얼른 여길 떠나. 아빠가 나를 아끼기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도 나를 죽이진 않으실 거야. 하지만 보스는 달라. 우리 아빠는 여색을 좋아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단 말이야. 보스한테 변태적인 일을 저지를 수도 있어!”배성준은 소문이 자자한 바람둥이였다. 일곱 명의 자녀 외에 그의 혼외자식은 수두룩했고, 많은 여자들을 울리기도 했다.배경수는 그런 아빠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설아가 걱정되는 것이었다.하지만 차설아는 아주 덤덤했고, 심지어 씩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변태는 많이 만나봤지. 한 사람 더 만나봤자 뭐 어떻게 되겠어?”그녀도 배성준에 관한 소문을 일찍부터 들은 바가 있었지만 자기에게까지 그런 변태적인 짓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닥쳐!”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배성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특히 어릴 때부터 예뻐했던 배경수가 여자에게 모든 걸 갖다 바치는 패가망신하는 놈일 뿐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바보라니. 마음속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모든 여자를 손안에 넣고 마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했단 말인가?“내 요구는 아주 간단해. 이 패가망신한 놈이 너를 그렇게 오
사람들은 저마다 한시름을 놓았고, 또 차설아를 마구 비웃었다.“모두 닥쳐요. 설아 언니를 그렇게 말하지 마요. 나랑 경수 오빠의 목숨을 설아 언니가 구해준 거라고요. 우리 배씨 가문이 아무리 노력해도 설아 언니에 걸맞은 가문이 될 수 없을 거예요.”배경윤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빨개졌고,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빨리 보스 데리고 가!”고개를 푹 숙인 배경수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배경윤을 향해 명령했다.자기가 사랑한 여자가 이토록 가족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부끄러워 차설아를 바라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아버지, 저를 오늘 제발 저를 때려죽이세요. 만약 죽이지 못한다면 저는 제대로 불효자식이 될 겁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배성준을 보며 경고했다.배성준은 그가 존경하는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그런 아버지가 제대로 선을 넘었으니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놈의 자식. 이혼한 여자 때문에 감히 아버지에게 그런 불효의 말을 해? 그럼 네 소원을 들어주지. 죽을 때까지 때려주겠어.”배성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또 배경수를 향해 살갗이 찢어지도록 채찍을 휘둘렀다.강혜정은 울면서 그를 말렸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만해요!”계속 침묵을 지키던 차설아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아버님 말씀 모두 지당하세요.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이혼한 여자로서 경수와 거리를 둬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수와 거리를 두기는커녕 오히려 가깝게 지냈고, 또 당연하다는 듯이 경수가 해준 모든 걸 그대로 누렸으니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흥, 그래도 자기가 누렸다는 걸 인정하긴 하네.”배성준이 차설아에게 이토록 치욕스러운 수모를 안겨준 이유는 바로 차설아가 자기 신분을 확실히 알고 앞으로 더는 금쪽같은 자기 아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차설아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동안 경수가 저에게 쓴 돈,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은 모두 이자까지 더해서 갚겠습니다. 그러니 더는 경수를 탓하지 마
차설아는 이미 배씨 저택을 나섰다.배경수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는데 몸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따라 나왔어. 돌아가서 잘 치료 받아. 채찍을 제대로 맞은 것 같은데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곪을지도 몰라.”“보스, 미안해. 나한테 화가 났어?”입술이 창백하고 허약한 배경수의 잘생긴 얼굴에는 자책하는 미안한 감정이 드러났다.그의 가족들은 줄곧 그가 차설아와 가깝게 지내는 걸 반대했지만 그가 큰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으니 가족들은 많은 간섭을 하지 않았었다.이번에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일이 아버지에게 알려져 노여움을 사지 않았더라면 차설아가 온 가족들에게 수모를 당한 일도 없었을 것이다.“경수야, 내가 왜 너에게 화가 나겠어?”“그럼 왜 나를 등지고 있어? 내 얼굴 보기도 싫어?”“또 바보 같은 소리를 하네...”차설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이유는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라 배경수를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나야. 그동안 나 대신 고생을 한 거잖아. 난 그것도 모르고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는 줄 알았지...”배경수는 흥분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는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 보스는 나에게 있어서 빛 같은 존재야. 그만큼 보스를 따르고 싶고 보스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나...”“그만해.”차설아는 손을 휙 저으며 배경수의 고백을 제지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너에게 빚진 게 너무 많아. 이제 갚을 때도 되었지. 돈을 구할 방법을 생각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 소식만 기다려.”“무슨 방법?”배경수가 미간을 구겼다.6000억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는 차설아가 무슨 방법으로 갑자기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할 수 있는지 몰랐다. 설마...“보스, 설마 다시 그 바닥에 입성해서 그 늙은 여우들과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지? 그건 너무 위험해!”전에 배경수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차설아는 손을 저으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는데 다시 돌아오며 물었다.“참, 성심 전당포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배경수는 순간 경계심을 높이며 물었다.“그건 왜 물어보는데?”차설아는 정색을 하고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성심 전당포는 영흥 부둣가에 있어. 하지만 절대 좋은 곳이 아니야. 많은 나라의 국경 지역으로 경찰들도 손을 대지 못하는 곳이야. 위험만 가득한 곳이라고...”배경수는 전에 배성준과 한두 번 가봤는데 유난히 인상이 깊었다. 악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했었다.“그리고 성심 전당포도 보스가 생각하는 평범한 전당포가 아니야. 전당포 사장인 미스터 Q는 보스도 알다시피 자정 살인마로 소문이 자자해. 절대 그 사람과 딜을 할 생각은 마. 그건 악마와 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 번 가면 돌아오기도 힘들 걸?”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겁이 나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를 보였다.‘악마? 갑자기 더 가고 싶어지네.’하지만 배경수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핑계를 둘러댔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원이가 하도 미스터 Q에 대해 말하니까 너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거야... 미스터 Q도 바보는 아니겠지. 내가 아무리 딜을 하고 싶어도 뭐로 딜을 하겠어?”...아파트로 돌아간 후.원이는 이미 저녁을 먹고 서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 발을 흔들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원이 정말 착하다. 이제 스스로를 잘 챙길 수 있네.”차설아는 원이 옆에 앉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하죠.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원이가 말썽을 일으키면 안 되죠.”원이의 손에 영어판 물리학 서적이 들고 있었다. 그는 이미 대학 지식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천재였다.차설아는 원이가 너무 우수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조금 외로운 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날도 곧 끝날 것이다.차설아는 신이 나서 말했다.“원이야, 오늘 몬
“두세 시간 뒤에요.”진찬영이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모든 독소를 제거하려면 세 시간 후에 전신 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물을 마시면 안 돼요.”“아직 시간이 많네요...”배경윤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제 핸드폰은 어디 있어요? 설아에게 안부를 전해야 하거든요.”사도현이 배경윤을 다시 침대에 눕히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이 어떤 때인데, 너나 잘 챙겨. 설아를 챙기는 사람은 많고도 많아.”“누군데? 설마 너의 그 쓰레기 같은 친구 성도윤은 아니지?”배경윤이 무례하게 반박했다.“난 그 자식이 방해할까 봐 걱정돼서 설아랑 계속 연락하려고 하는 거야.”사도현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도윤이 형이 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그래?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그 두 사람은 딱봐도 재능과 미모를 갖춘 천생연분인데, 그냥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잖아. 우리 도윤이 형을 바람둥이라고 단정 짓지는 말지?”“그 사람이 바람둥이 아니면 누가 바람둥이인데!”배경윤은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사도현과 따지려고 했다.“혼인 중에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고, 겨우 설아 마음을 되돌리더니 또 다른 재벌 딸과 약혼하고. 이게 바람둥이가 아니면 뭔데?”“설아도 너의 오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잖아. 요즘에는 선우 가문 도련님과도 뜨겁게 보내더니. 그리고 도윤이 형은 왜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실명하고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 설아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거야?”“그건 그냥 사고일 뿐인데 설아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원망할 거면 하느님을 원망해. 누가 그런 악행을 많이 저지르라고 했어. 하느님도 노해서 가만두지 않은 거지.”“배경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나한테 막말은 해도 도윤이 형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내가 뭘 어쨌다고? 너도 방금 우리 설아한테 뭐라고 했잖아!”두 사람은 마치 싸움닭처럼 감정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이것은 두 사람이 계속 다투게 되는 주제라
진찬영은 사도현이 지금까지 만난 가장 자아도취적이고 오만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경윤 씨한테 물어봤어요? 당신과 저 사이에 도대체 누가 외부인인지.”사도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진찬영의 품에서 배경윤을 뺏어오려고 했다.이때 이미 힘이 풀린 배경윤이 입술이 약간 창백해져서 말했다.“싸우지 않으면 안 돼요? 계속 싸웠다간 제가 죽을지도 몰라요. 빨리... 저 좀 병원에 데려다줘요!”배경윤은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근처 병원의 환자 침대에 누워있었다.병상 앞에는 사도현과 진찬영이 앉아있었고, 분위기는 쓰러지기 전과 같았다.하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죽은 목숨이 아니었다.“경윤아, 깼어? 목말라? 물 따라줄까?”배경윤이 눈을 뜨자, 진찬영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이틀 동안 혼수상태였는데, 목마르냐고 묻는 시간에 이미 다 마셨겠어요.”사도현이 이 말을 할 때, 진찬영은 이미 따뜻한 물을 배경윤한테 건넸다.배경윤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오른손에 아무런 감각도 없어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내... 내 손...”그녀는 침을 삼키면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손을 절단해야 하는 건가? 이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까?’“걱정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 독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마비된 느낌이 들 거예요.”진찬영은 부드럽게 그녀의 마음을 안심시켰다.“아... 깜짝 놀랐잖아요.”배경윤은 절단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도현은 배경윤에게 직접 물을 먹여주면서 대뜸 말했다.“24시간 이내에 독을 깨끗이 배출하지 못하면 신경이 마비되어 절단해야 할수도 있어.”“푸!”배경윤은 물을 다 마시기도 전에 뿜어내고 말았다.“뭐라고?”긴장한 채로 사도현을 쳐다보던 배경윤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약 손을 정말 절단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아직도 이해 못 했어? 독이 말끔히 없어지기 전까진
야맹주를 확인한 배경윤은 신속히 잠수했다.“천천히 가!”사도현은 그녀가 걱정되어 조심하라고 말했다.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바다였지만 단면이 너무 높아 일부 산호는 쉽게 만졌다가 위험할 정도로 날카로웠다.하지만 이때,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배경윤은 마치 큰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하면서 야맹주 위에 덮여 있던 산호초를 맨손으로 제거했다.그녀는 차설아가 평안 무사할수 있도록 이 야맹주를 선물하고 싶었다.“아!”배경윤이 야맹주에 손을 대려는 순간, 갑자기 산호초 틈새에서 은색 원형 물체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등을 덥석 물었다.“바다뱀이야!”바다뱀이 배경윤을 물고 옆을 쓱 스쳐 자나가자 머릿속이 하얘진 사도현은 급히 잠수하여 그녀의 손을 잡았다.“봐봐...야맹주!”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배경윤은 그저 벌레에게 물렸다고 생각하면서 순진하게 사도현에게 야맹주를 자랑했다.“입 다물어!”사도현은 눈앞의 이 덜렁거리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그녀는 과연 이런 바다뱀이 독성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진찬영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긴 팔로 배경윤의 허리를 감싸고, 긴 다리를 쭉 뻗어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갔다.진찬영과 하늘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차례로 수면으로 떠올라 잠수 마스크를 벗었다.“여기 도와주세요! 보트를 준비해 주세요. 병원으로 가야겠어요!”사도현의 잘생긴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고, 잠긴 목소리로 육지에 있는 안전요원에게 외쳤다.“무슨 일이에요?”진찬영이 신속히 배경윤 곁으로 다가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벌레에게 물렸을 뿐이에요...”배경윤은 뱀에게 물린 손등을 들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였고, 오히려 사도현이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일반적으로 뱀에게 물리면 독이 체내에 바로 퍼지지 않아 아직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그녀는 다시 야맹주를 들어 올리며,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다들 이것 좀 보세요, 제가
진찬영은 이런 중요한 기회를 사도현을 놓칠 수가 없었다.“저는 저의 파트너로 하늘 씨를 선택하고 싶어요.”진찬영이 사도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안전요원에게 이렇게 말하자 사도현과 배경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자식 뭐하는 거야. 포기라도 하는 거야?”사도현은 믿기지 않는지 진찬영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어떻게 하늘 씨를 선택할 수 있어요? 어쩌다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기회가 생겼는데 왜 포기하는 거예요?”진찬영이 사도현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잠깐 경윤 씨를 도현 씨한테 맡길게요. 꼭 잘 지켜주셔야 해요.”사도현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잠수복을 입고 하늘과 함께 바다로 뛰어드는 진찬영을 쳐다보았다.“왜 저래?”제대로 한판 붙어볼 줄 알았는데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자기뿐이라 갑자기 김이 새는 느낌에 불쾌하기만 했다.“갑시다. 파트너님.”사도현은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멍한 표정의 배경윤한테 터벅터벅 걸어갔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랑 짝이 된 거야.”배경윤은 싫증난 표정을 하고있었다.진찬영과 손잡고 바다 경치를 즐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도현한테 자기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아까 등산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이 타이밍에 진찬영이 뒤로 물러설 줄 몰랐다.“난 다이빙 챔피언까지 땄던 사람이야. 기다려 봐. 오늘 야맹주를 꼭 찾아줄게.”사도현의 오늘 주요 목적은 야맹주를 찾는 것이었다.비록 전설일 뿐이었지만 만약 정말 찾아서 배경윤한테 준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고 로맨틱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하나둘씩 바다에 뛰어들었다.하트섬은 물고기 떼, 가지각색의 산호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수질이 좋았다. 더 깊이 내려가면 잭피시가 보이기도 했다.배경윤은 산소 호흡기를 꽉 깨물고 천천히 밑으로 향했다.파트너인 사도현은 그녀에게 무슨 사고라도 일어날까 봐 옆에 꼭 붙어있었다.진찬영은 몇 미터 밖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중이염을
이들은 어제저녁 약속한 대로 섬 근처에 있는 청정지역에서 스토클링하기로 했다.이때 감독 최빈이 말했다.“이 섬은 모양이 하트로 되어있어 하트섬이라고 불리는데 물이 맑아 산호초와 열대 물고기를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오늘 운이 좋으면 하트섬 특유의 야맹주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밤이면 빛이 나는 그런 야맹주요.”“정말 야맹주가 있는 거예요?”배경윤이 이번 스노클링이 점점 더 기대되었다.사실 그녀는 일찍 하트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섬 중앙에는 고가의 진주가 들어있는 천연 조개가 많다고 했다. 최빈이 언급한 야맹주는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전설 속에서는 야맹주를 찾은 사람이 평생 행복할 거라고 했다.신난 배경윤은 야맹주를 찾아서 차설아한테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호객행위인지 몰랐다.“당연히 있죠. 수년 전에 섬에서 살던 분들이 발견했대요. 찾을 확률은 낮지만, 없는건 아니에요.”최빈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그럼 뭘 기다려요. 저희 얼른 가요...”조급해 난 배경윤이 이때 대담하게 제의했다.“저희 스노클링하지 말고 아예 다이빙하는 거 어때요? 6미터 가까이 되는 그런 다이빙을 하면 야맹주를 찾을 수 있는 확율이 더욱 높지 않을까요?”“좋아요.”사도현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스노클링을 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다이빙해야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있죠.”“저도 좋아요. 저는 폐활량이 좋아서 물속에서 산소통이 없어도 몇 분씩이나 있을 수 있다고요.”하늘도 찬성의 의미도 손을 들었다.올림픽 금메달 수영선수로서 물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았다.오직 진찬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영 씨는 스노클링하실 거예요? 아니면 다이빙하실 거예요?”최빈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진찬영에게 물었다.“저는 경윤 씨랑 같은 걸 할게요.”진찬영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은 전에 중이염 수술을 받은 적 있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너무 깊게는 내려가지 못했다. 5미터
배경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렸다.“급할 필요 없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어제저녁 하늘 씨를 선택한 것은 저랑 사도현 씨의 모순을 와해시키려고 그랬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오늘 저녁은 경윤 씨 마음에 따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진찬영은 배경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계속 지금처럼 애매모호하지 말았으면 했다.이런 명분 없는 사이가 싫기도 했고, 사도현의 맹렬한 공격하에 배경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다.그래서 하루빨리 결정짓고 싶었다.“알았어요.”배경윤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저녁은 제 마음에 따라 더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오늘 아침 진찬영과 함께 잠깐 아침햇살을 만끽하면서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심한 생활이 아니라 평온한 생활을 기대했다.배경윤과 진찬영이 함께 하산할 때, 사도현도 마침 기상했다.사도현은 지금까지 스코어가 가장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배경윤과 방을 바꾸기로 하고 짐을 배경윤의 바다뷰 별장으로 옮기기로 했다.복식 별장에는 방이 네 개나 있었고, 모두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배경윤이 상냥하게 대해준다면 기꺼이 방을 하나 내어주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모습만 상상해도 기분이 좋았다.입이 귀에 걸려있을 때, 배경윤과 진찬영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웃으면서 걸어오는 것이다.“어디 갔었어요?”사도현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어딜 갔든 보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다 저를 놓칠 수도 있어요. 지금 경윤 씨한테 방을 하나 내어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사도현이 턱을 만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할수 있는 가장 진지한 말이었다.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유치하긴.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디서 지내든 상관없어요. 도현 씨한테는 천장에 별이 가득 붙어있는 저 방이 어울릴 것 같
다음날.아침햇살이 비추는 섬은 몽롱하고 매력적이었다.아침 조깅하는 습관 있는 배경윤은 다들 자고 있을 때 이미 일어나 뛰고 있었다.산 주위를 따라 2킬로 정도 뛰면서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개운한 느낌이었다.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서서 파란 바닷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좋은 아침이에요.”배경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더니 진찬영이었다.“이런 우연이. 찬영 오빠도 조깅하러 오셨어요?”진찬영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의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발그레해졌다.어제저녁 진찬영이 대놓고 고백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장벽이 무너져 이제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우연이 아니라...”진찬영은 오늘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살짝 가르마를 탄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청춘 로코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잊지 못하는 킹카처럼 보였다.그는 난간을 잡고 옆모습으로 의미심장하게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번에 경윤 씨가 조깅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어서... 일부러 만나려고 온 거예요.”배경윤과 이곳에서 만나려고 그녀보다 한 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난 것이다.그때는 아직 날도 밝지 않았던 때였다. 그는 혼자서 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와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속으론 배경윤과 함께 이 경치를 보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배경윤이 흔들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제가 이 코스를 달릴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다 못 만나면요?”“만나지 못해도 아쉬운 대로 아름다운 경치를 봤잖아요.”진찬영은 고개돌려 전방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어떤 일이든 결과를 바라지 않아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된 거예요. 그리고 결국엔 경윤 씨를 만났잖아요.”배경윤은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결과보다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되었다.이 부분에서는 진찬영과 생각이 똑
“에헴!”하늘을 신경 쓰지도 않던 사도현은 두 사람이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길래 질투심을 느꼈다.하늘도 그제야 선을 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입을 닫으면서 자세를 고쳐잡았다.“죄송해요. 경윤 씨,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다른 사람을 선택해 보세요.”“그게 뭐 어때서요? 어차피 저희 서로 선택하는 과정이잖아요. 하늘 씨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과 셋이 함께 스노클링하면 되잖아요. 둘이든 셋이든 저는 상관없어요.”배경윤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녀는 하늘이 컨트롤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제일 안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진찬영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사도현도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요? 경윤 씨는 정말 내일 아침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과 함께 스노클링할 수 있는 거예요?”하늘은 억울한 강아지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럼요. 저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에요. 3각 구도는 제일 안정적이니까요.”배경윤이 익살스럽게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입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그래요. 그러면 내일 경윤 씨, 저, 그리고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 세 명이 함께 스노클링하는 거예요. 마음이 변하면 안 돼요.”“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빠지는 일이 없을 거예요. 제가 빠지면 평생 짝을 찾지 못할 거예요.”배경윤은 하늘에 대고 진지하게 맹세했다.이때 하늘이 진지하게 말했다.“사실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사도현 씨에요. 그리고 오늘 모든 사람 앞에서 사실대로 말했고요.”사도현이 눈썹을 움찔하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희 내일 봐요.”‘왜 이렇게 된 거지?’배경윤은 흐뭇한 표정의 사도현을 보면서 그가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진찬영이 입을 열었다.“3각 구도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재미가 없잖아요. 저도 끼워주시면 안 돼요?”진찬영은 사도현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사도현을 쳐다보았다.“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은 배경윤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 다부진 몸매에 끌려 그대를 쭉 지켜보게 되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대의 모습을 보면서 심장이 떨려왔어요. 자신감이 넘치는 그대가 유독 빛나 보였거든요. 그대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하늘은 배경윤이 쓴 편지를 천천히 읽으면서 진찬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성 참가자 중에서 진찬영이 텔레비전에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진찬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앉아 있었다. 사도현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고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첫인상 1위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대라고 하고 싶어요. 하늘 씨, 앞으로 우리 잘 지내봐요. 하늘 씨랑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하늘 씨의 마음도 궁금해요. 단둘이 얘기 나누고 싶어요.”편지를 다 읽은 하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늘은 부끄러워하면서 머리를 긁적였고 배경윤을 쳐다보면서 물었다.“경윤 씨, 언제부터 저한테 호감이 생긴 거예요?”하늘을 포함한 게스트들은 전부 두 눈을 크게 뜨고 배경윤을 쳐다보았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배경윤은 사도현, 진찬영이 아닌 뜬금없는 하늘한테 고백했던 것이다.[지금 사람 마음 갖고 장난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 누구한테 마음이 있는지 다 보이는데 왜 저러는 거야?][이거 대본 맞지? 대본의 냄새를 맡았어. 제작진한테 너무 실망이야.][대본이든 말든 나는 사도현과 배경윤이 이어지길 기도할 거야.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리잖아. 이러다가 진짜 이어져서 결혼할 수도 있어.][결혼이라니, 너무 앞서간 거 아니야? 사도현이 혼자 짝사랑하는 것 같아. 배경윤은 진찬영을 더 좋아한다고!]네티즌은 댓글 수백 개씩 달면서 열렬하게 토론했다. 진찬영의 평온한 얼굴에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사도현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사도현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열렬하게 구애했는데도 하늘 씨한테 졌어요. 정말 아쉬워요.”“사도현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경윤 씨가 장난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저는 오늘 경윤 씨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