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이미 배씨 저택을 나섰다.배경수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는데 몸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따라 나왔어. 돌아가서 잘 치료 받아. 채찍을 제대로 맞은 것 같은데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곪을지도 몰라.”“보스, 미안해. 나한테 화가 났어?”입술이 창백하고 허약한 배경수의 잘생긴 얼굴에는 자책하는 미안한 감정이 드러났다.그의 가족들은 줄곧 그가 차설아와 가깝게 지내는 걸 반대했지만 그가 큰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으니 가족들은 많은 간섭을 하지 않았었다.이번에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일이 아버지에게 알려져 노여움을 사지 않았더라면 차설아가 온 가족들에게 수모를 당한 일도 없었을 것이다.“경수야, 내가 왜 너에게 화가 나겠어?”“그럼 왜 나를 등지고 있어? 내 얼굴 보기도 싫어?”“또 바보 같은 소리를 하네...”차설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이유는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라 배경수를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나야. 그동안 나 대신 고생을 한 거잖아. 난 그것도 모르고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는 줄 알았지...”배경수는 흥분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는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 보스는 나에게 있어서 빛 같은 존재야. 그만큼 보스를 따르고 싶고 보스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나...”“그만해.”차설아는 손을 휙 저으며 배경수의 고백을 제지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너에게 빚진 게 너무 많아. 이제 갚을 때도 되었지. 돈을 구할 방법을 생각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 소식만 기다려.”“무슨 방법?”배경수가 미간을 구겼다.6000억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는 차설아가 무슨 방법으로 갑자기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할 수 있는지 몰랐다. 설마...“보스, 설마 다시 그 바닥에 입성해서 그 늙은 여우들과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지? 그건 너무 위험해!”전에 배경수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차설아는 손을 저으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는데 다시 돌아오며 물었다.“참, 성심 전당포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배경수는 순간 경계심을 높이며 물었다.“그건 왜 물어보는데?”차설아는 정색을 하고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성심 전당포는 영흥 부둣가에 있어. 하지만 절대 좋은 곳이 아니야. 많은 나라의 국경 지역으로 경찰들도 손을 대지 못하는 곳이야. 위험만 가득한 곳이라고...”배경수는 전에 배성준과 한두 번 가봤는데 유난히 인상이 깊었다. 악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했었다.“그리고 성심 전당포도 보스가 생각하는 평범한 전당포가 아니야. 전당포 사장인 미스터 Q는 보스도 알다시피 자정 살인마로 소문이 자자해. 절대 그 사람과 딜을 할 생각은 마. 그건 악마와 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 번 가면 돌아오기도 힘들 걸?”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겁이 나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를 보였다.‘악마? 갑자기 더 가고 싶어지네.’하지만 배경수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핑계를 둘러댔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원이가 하도 미스터 Q에 대해 말하니까 너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거야... 미스터 Q도 바보는 아니겠지. 내가 아무리 딜을 하고 싶어도 뭐로 딜을 하겠어?”...아파트로 돌아간 후.원이는 이미 저녁을 먹고 서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 발을 흔들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원이 정말 착하다. 이제 스스로를 잘 챙길 수 있네.”차설아는 원이 옆에 앉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하죠.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원이가 말썽을 일으키면 안 되죠.”원이의 손에 영어판 물리학 서적이 들고 있었다. 그는 이미 대학 지식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천재였다.차설아는 원이가 너무 우수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조금 외로운 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날도 곧 끝날 것이다.차설아는 신이 나서 말했다.“원이야, 오늘 몬
새벽 한 시.고요해야 할 깊은 밤은 영흥 부둣가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고 시끌벅적한 때였다.차설아는 홀로 영흥 부둣가에 도착했는데 손에는 중고 시장에서 비싼 돈으로 주고 산 영흥 부둣가의 ‘기밀’ 지도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지도를 따라 성심 전당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영흥 부둣가는 역시 소문대로 혼란스러운 곳이었고 곳곳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는 절대 정상적인 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영흥 부둣가에서는 밥 먹듯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사실 부둣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상류, 중류, 하류, 세 개 구역으로 나뉘었는데 상류는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에 있어 비교적 정상적인 편이었고, 여러 가지 상품의 거래 중심지였다. 꼼꼼하게 살펴보면 꽤 좋은 물건도 건질 수 있어 세 개 구역 중에서는 가장 안전했다.중류부터 상황이 위험해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불법 도박장, 불법 경기장, 불법 기원, 그리고 불법 물자의 집결지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곳이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었는데 매일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었다.하류는 정말 인간 지옥이 따로 없었다. 너무 위험해서 보통 사람은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고 배경수의 말대로 경찰들이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곳이었다.성심 전당포는 그런 영흥 부둣가 하류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니 전당포 사장인 미스터 Q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얼굴 한 번 보기 얼마나 힘든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차설아는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위험한 곳에 오거나 위험한 인물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그녀도 한때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거물이었고, 영흥 부둣가보다 더 피비린내 나는 장면도 많이 겪었기에 이 정도로 겁을 먹진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아이가 생겼기에 많이 신중해졌다. 예전에는 열정으로 최후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당신, 해주의 전설인 성이란의 손녀, 맞죠?”노인이 고개를 들더니 웃는 듯 마는 듯이 말했다.웃음이 걸려있던 차설아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어떻게 아셨어요?”만약 노인이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다면 차설아는 그저 노인을 뉴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는 성씨 가문 둘째 사모님으로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노인은 그녀의 할머니가 성이란인 걸 알고 있었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차씨 가문은 그때 대외적으로 할아버지와 결혼한 여자가 바로 해주 성이란인 걸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내가 맞췄네요?”노인이 흰 수염을 만지며 말을 이어갔다.“이제 내 말을 좀 믿겠어요?”“점을 쳐서 알아내신 거라면 정말 고수시군요. 탄복합니다!”차설아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내 말을 믿는다면 궁금한 걸 한 번 운세를 보는 건 어때요?”노인이 대나무 통을 보며 차설아에게 제의했다.“좋아요, 마침 그러려던 참이었어요.”차설아는 호기롭게 대나무 통을 들고는 마구 흔들더니 막대기 하나를 들었다.노인이 결과를 보며 말했다.“제59번, 대길이네요. 어떤 일을 물어보고 싶은 거죠?”“그게...”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한참 주저하고는 물었다.“이번 생에 남자와의 인연이 더 있을까요?”차설아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전혀 사랑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남은 생에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될지, 혹은 누군가와 결혼할지에 대해 궁금하긴 했다.그렇다고 평생 성도윤에게만 묶일 수는 없었다. 이미 그와 이혼했기에 아무리 그가 죽었다고 해도 과부 신세는 될 수 없었으니 말이다.“산과 강물을 건너야 세상에 둘 도 없는 인연을 만날 것이다... 역시 쉽게 볼 수 없는 좋은 운세네요.”노인이 운세를 읽으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차설아는 어리둥절했다.“그게 무슨 뜻이죠?”“그러니까 당신 인연은 아직 길게 남았어요. 둘도 없는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니 외롭게 죽을 일은 절대 없어요.”노인의 말을 들은 차설
“선물이요?”차설아가 걸음을 멈추고는 흥미로운 얼굴로 노인을 바라봤다.‘나 오늘 완전 계 탔네. 이런 신통한 노인에게서 선물도 받고 말이야.’노인 가게에 서 파는 물건들은 값은 물론이고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보물들이었다. 그래서 노인이 선물을 준다고 하니 차설아는 잔뜩 신이 났다.하지만 노인은 차설아에게 가게 보물이 아닌, 몸에 지니고 있던 어떤 물건을 주었다.“아가씨, 이 비단을 챙겨요. 이 비단은 언젠간 당신에게 중요한 안내를 할 거예요.”고목처럼 주름진 노인의 손에는 정교하게 만든 비단이 들려 있었다. 그는 비단을 천천히 차설아에게 건넸다.“이 비단은...”차설아는 비단 위에 그려진 도안을 보더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비단 위에 그려진 봉황과 피안꽃은 전에 할머니가 그녀에게 남긴 포대기 위의 그림과 비슷했다. 같은 사람의 작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하지만 아쉽게도 그 화재가 있은 뒤로 포대기는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다.차설아가 노인에게 이 비단의 출처를 물어보려던 그때, 갑자기 머리가 피투성이인 사람이 그녀에게 달려오고는 그녀의 허벅지를 안으며 말했다.“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사람들이 저를 찔러 죽이려고 해요.”도움을 청한 사람은 30대 초반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죽으면 안 돼요. 저 죽으면 제 아들이 고아가 돼요. 제발 저를 꼭 살려주세요.”차설아는 원래 이 일에 참견할 생각이 없었지만 상대도 아들을 혼자 데리고 있는 엄마라는 말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어요? 천천히 말해봐요.”“저, 저는 골동품 시장으로 물건을 팔러 왔어요. 하지만 여기 사람들이 워낙 법도를 지키지 않잖아요. 여자 혼자 이곳으로 오니까 우습게 보였나 봐요. 바로 제 물건들을 뺏더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여인은 경계심을 높이며 품에 안고 있던 천 가방을 더 꼭 껴안았다.“이건 우리 집 가보란 말이에요. 아들이 병에 걸려 지금 돈이 절실히 필요해요. 아니면 절대
“당연히 모르지. 아니면 내가 왜 물어봤겠어?”“모르면 내가 알려주지. 우린 성심 전당포 사람이야. 영흥 부둣가까지 왔는데 설마 성심 전당포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제 좀 비켜봐.”“당신들이 성심 전당포 사람이었어?”차설아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비꼬며 말했다.“전당포가 무슨 폭력 조직이야? 조그마한 일로 사람을 때려죽이지 못해서 안달이고.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여자 한 명을 괴롭혀? 성심 전당포도 참 매너가 없네.”그 말은 사내들을 제대로 도발했다.그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살기가 어린 눈으로 막대기를 들고는 차설아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우리를 모욕하면 모욕했지, 감히 우리 보스를 모욕해? 쟤한테 본때를 보여주자고.”차설아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한 번 와봐.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보겠어.”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그들과 맞서 싸우려고 했다.마침 소문이 자자한 성심 전당포가 도대체 얼마나 막강한 실력을 검증할 수 시간이었다. 그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어야만 나중에 성심 전당포의 사장인 미스터 Q와 좋은 가격을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 물러서지 못해?”인파 속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드럽고 점잖은 그의 목소리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들려왔는데 꽤 젊은 사람인 듯했다.이어서 청색 도포를 입고 손에 부채를 쥔 긴 머리의 잘생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책임자님!”검은 옷 사내들은 남자를 보자 예의를 갖추며 허리를 푹 숙였다.점잖고 잘생긴 남자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 우리 성심 전당포는 그냥 평범하게 물건을 저당으로 받고 돈을 빌려주는 가게라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여야 하고 무슨 일이 있든 먼저 말로 해결할 생각부터 해야 해. 막대기들은 다 치워, 놀라시겠어.”“네!”검은 옷 사내들은 순순히 막대기를 거둬들였다.그만큼 성심 전당포에서의 이 젊은 남자의 지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차설아는 남
차설아는 두 손을 내밀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저당할 물건이 쉽게 보이면 안 되는 거라서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어요, 사장님께서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한 번 추천해 보는 건 어때요? 기분 좋으면 당신 월급도 올려줄지 누가 알아요.”장재혁은 눈앞의 여자가 흥미롭게 느껴져 눈썹을 치켜들었다. 배짱이 남다르니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마 진짜 좋은 물건이 있는 게 아닐까?’“좋아요, 배짱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드니 저 장재혁도 한 번 도박할게요. 원래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도박을 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하거든요. 당신을 우리 사장님께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남자는 시선을 차설아로부터 그녀의 뒤에 숨어있는 여인에게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여인에 대해서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우리에게 넘겨주세요.”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몸을 부들부들 떠는 여자를 힐끔 보더니 장재혁에게 물었다.“내가 넘겨주면 당신들은 이 여인을 어떻게 할 거예요?”“그건 말씀드릴 수 없죠. 저 여인이 먼저 성심 전당포의 규칙을 어겼거든요. 어떻게 처리할지는 성심 전당포의 규칙에 똑똑히 쓰여 있습니다.”장재혁이 말하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 여인을 보며 말했다.“연지야, 그만해. 이제 말썽을 부리지 말고 돌아가!”“싫어요!”여인은 차설아의 팔을 꼭 끌어안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빌었다.“저를 넘겨주지 마세요. 제발요. 저들은 절대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예요. 저는 죽으면 안 돼요, 제가 죽으면 제 아들도 살지 못하거든요... 당신 대단한 사람인 걸 알고 있어요,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차설아는 한숨을 푹 쉬더니 여인의 손가락을 자신의 팔에서 하나씩 떼며 말했다.“내가 안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당신을 도와줄 수 없어요. 이 일은 당신이 잘못한 게 맞잖아요. 저 사람들의 물건을 훔쳤으니 저 사람들이 물건을 가져가려는 건 당연해요. 그리고 규칙대로 당신에게 벌 주는 것도 저들의 권력이고요. 만
“아들이 있다고 했잖아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들이 고아가 된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요?”여인의 웃음은 더 쓸쓸해졌다.“그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아들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큰 병을 앓고 있어 돈이 필요하기에 성심 전당포의 룰을 어기고 물건을 훔친 거예요. 다만 아들이 진짜 고아로 된다고 말할 수 없죠. 아이에게 아빠가 있으니까...”“그럼 다행이네요.”차설아의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만약 이 여자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이에게는 아빠가 있기 때문에 그리 불쌍하지는 않을 것이다.“다만 아이의 아빠가 내연녀랑 결혼했거든요. 이제 며칠 있으면 두 사람 아이가 돌이 되기 때문에 아마 제 아들을 돌볼 겨를이 없을 것 같네요.”“그게...”차설아는 다시 마음이 괴로워졌다.몇 마디 더 물어보려고 했는데 장재혁이 차가운 얼굴로 재촉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빨리 데려가!”검은 사내의 호송으로 그 여인은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어떤 결과를 맞을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어떤 결과를 맞을지는 아무도 몰랐다.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원이와 달이를 떠올렸다.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의 두 아이도 저 여인의 아들처럼 운명이 위태로워질지 누가 알겠는가?“불쌍하다고 생각해요?”장재혁이 덤덤한 얼굴로 차설아에게 물었다.“그냥 저분의 아이가 불쌍해서요.”“별다른 수가 없죠, 본인이 선택한 결과이니.”장재혁이 말을 이어갔다.“저 사람 이름이 연지인데 이혼한 지 3년이 넘었어요. 생활이 힘들 때는 밥도 먹지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제가 연지를 성심 전당포에 불러서 일을 시켰거든요. 평소에 저를 돕기도 했고, 또 워낙 보물 감정에 재능이 있어 제자로 키울까 했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제자를 키운 줄도 몰랐네요. 너무 실망스러워요.”“혹시 너무 힘들고 별다른 방법이 없어...”“아무리 힘들어도 성심 전당포의 룰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야 해요. 이 바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믿음이거든요. 이런 일에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