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건방지게 웃었다.“한번 만나죠. 제가 천신 그룹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해 드리죠.”차설아는 화면에 가득한 유언비어들을 보며 눈썹을 약간 찡그리고 말했다.“좋아요.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어요!”두 사람은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캐주얼한 옷차림의 성진이 먼저 도착해있었다. 베이지색 스웨터에 살구색 바지를 입은 그는 전체적으로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 평소 무거워 보이고 어둡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차설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녹차 라떼 주문했어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설아 씨가 좋아하는 라떼죠?”차설아는 조금 의외였고 의자를 빼 앉았다.독특한 모양의 커피 옆에는 작은 해바라기 꽃이 놓여있었다. 딱 보아도 그녀에게 줄 선물이었다.음료든, 꽃이든,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다.보아하니... 차설아를 조사한 모양이다.“왜 저에 대해 조사했죠?”차설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는 아주 잘생긴 얼굴을 갖고 있었다. 차가운 성도윤보다 우울한 분위기의 성진이 좀 더 소탈하고 제멋대로 보였고, 표준적인 재벌가 도련님의 모습이었다.성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그날 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전 설아 씨의 열렬한 팬이었으니, 이 정도는 따로 조사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 수 있는 거예요. 이 꽃은...”남자는 마치 전류가 흐르듯 두 눈을 반짝이더니 그의 눈동자에는 차설아를 향한 소유욕으로 가득 찼다. “한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준다는 것은 그 여자에게 정식으로 직진하겠다는 걸 말해주죠... 설아 씨는 언젠가 저의 여자가 될 거예요.”“웩!”차설아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피했고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아침부터 무슨 헛소리예요? 성도윤이 없으니, 진짜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성대 그룹은 어르신께서 직접 일궈내신 회사예요. 어르신의 동의 없이는 당신은 아무것도 할
“하하, 에이즈요?”성진은 참지 못하고 바로 웃음을 터뜨리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대체 어느 언론사예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 그 오만방자한 도윤 형이 이걸 들었다면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겠어요?”차설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아직까지 시치미를 떼요?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인정할 용기는 없나 보죠? 이런 저급한 루머는 딱 봐도 그쪽 스타일이잖아요.”“아, 설아 씨 마음속에 저는 이런 저속한 삼류 이미지인가요?”성진은 긴 한숨을 쉬더니 상처 입은 표정으로 변명했다.“믿든 말든 간에, 이 루머는 정말 제가 퍼뜨린 게 아니에요.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루머만 퍼뜨렸어요. 절대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고, 적어도 진실일50%의 가능성은 있는 거죠.”차설아는 신비롭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어떤 거요?”“혹시 못 봤어요? 소식통에 따르면 ‘성도윤의 전처와 성진은 원래 한 쌍의 커플이었다. 성도윤이 강제로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지금 성진은 과거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돌아왔다...’라고 하네요.”성진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더니 다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그 소식통이 바로 저예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이건 진실일 가능성이 50%가 아니라, 아예 0%잖아!’차설아의 속마음을 대충 알아챈 성진은 느릿느릿 설명했다.“50%의 가능성이라고만 한 이유는, 루머의 남자주인공인 제가 한때 당신을 짝사랑했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 설아 씨를 되찾기 위해 돌아왔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엄밀히 말하면, 이건 루머를 퍼뜨린 게 아니라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는 거죠!”“그만!”차설아는 화가 나서 눈꺼풀이 경련이 날 지경이었고, 손에 들고 있는 음료를 남자에게 쏟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가 만난 남자 중에 뻔뻔한 거로 따지면, 성진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루머를 당신이 퍼뜨린 것이든 아니든, 그 말도 안 되는 루머들에 꽤나 힘을 실
“당신이 돈을 원하든, 명분을 위하든, 심지어 성대 그룹을 원하든, 난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어요... 돌아서서 날 보기만 하면 돼요!”성진은 눈을 반짝이며 말하고는 여자를 품에 안으려고 팔을 뻗었다.결과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차설아는 큰 체구의 남자를 거뜬히 들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그녀의 하이힐은 마치 얼음송곳처럼 남자의 가슴을 밟고 있었다. “성진 씨, 당신 참 미련하네요. 내가 얼굴과 신분 때문에 성도윤을 사랑했다고 생각해요?”차설아는 마치 불쌍한 벌레를 보듯 땅바닥에 있는 성진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성도윤을 사랑한 이유는, 선량함, 정직함, 그리고 자신만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한테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존재를 여전히 초월할 수 없어요!”“하하, 선량? 정직? 원칙?”성진은 대단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형의 연기가 일품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네요. 여전히 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네요. 형은 철두철미한 냉혈 동물이에요. 성대 그룹 대표 자리를 위해 자신의 친형에게도 손을 쓸 수 있는 인간이죠. 지금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도 어쩌면 하늘이 내린 벌이겠죠?”“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또 헛소리를 지껄여요?”차설아는 눈이 차가워지더니 발에 힘을 더 세게 주고 물었다.“친형에게 손을 썼다는 게 무슨 말이죠?”성도윤은 자신의 친형을 아주 존경하고 사랑했다. 4년 전, 성도현이 의외의 사고를 당했을 때, 성도윤이 철저하게 망가진 모습을 차설아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망할 성진, 헛소리를 해도 정도가 있지!’“안 믿을 줄 알았어요. 설아 씨가 만약 당시 총격 사건의 파일을 입수한다면 내가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거예요.”성진은 가슴이 짓밟혀 고통스러웠지만 여전히 흥분된 웃음을 지었다.“몇 년 동안 부부로 지낸 상대가 친혈육을 해칠 수 있는 악마라니. 쯧쯧... 생각만 해도 짜릿해!”“닥쳐!”차
차설아는 카페를 떠난 후 혼자 차를 운전하며 무작정 이 도시를 돌아다녔다.아무리 성진이 미친놈이고, 하는 말이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차설아는 괜히 기분이 우울해졌다.그리고 4년 전 성도현이 도대체 왜 죽었는지, 사고로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해코지를 당해 죽었는지 차설아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만약 다른 사람에 해코지를 당했다면 가해자는 누군지, 성도윤은 도대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차설아는 성도현 총살 사건의 상세한 정보를 알아내려면 뉴욕 경찰의 파일 시스템을 해킹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그 생각에 차설아는 방향을 돌리고 곧바로 아파트로 돌아갔다.아파트 안에서.배경윤은 잠시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고, 집에는 원이 혼자 있었다.녀석은 지난번에 혼난 뒤로 많이 얌전했다. 차설아의 허락 없이는 다시는 함부로 여기저기 다니지 못했다.너무 심심한 나머지 원이는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또 차설아의 컴퓨터를 켜더니 테트리스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집에 돌아온 차설아가 얌전히 혼자 놀고 있는 원이를 발견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원이, 엄마 왔어. 엄마가 뭘 가져왔는지 한번 봐볼래?”손에 정교한 포장 박스를 들고 있는 차설아는 활짝 웃으며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원이를 향해 말했다.“엄마, 잠깐만요. 제가 일 끝내고 다시 얘기하죠.”원이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간을 잔뜩 구겼는데 꽤 엄숙한 얼굴을 보였다.차설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녀석, 게임하고 애니메이션 보는 것 외에 네가 무슨 할 일이 있다고 그래?”차설아가 말하고는 정교한 포장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딸기 케익이 들어 있었는데 원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였다.차설아는 녀석이 냄새만 맡고도 반갑게 달려올 줄 알았는데 녀석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컴퓨터에만 푹 빠져 차설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쯧쯧, 원이가 점점 게임에 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 방법을 좀 생각해야겠어!’“너 유치원 가고
차설아는 눈앞의 모든 것을 믿을 수가 없어 야단법석을 쳤다.“그럴 리가 없는데. 2진법 암호키 시스템은 너한테 가르쳐준 적도 없잖아. 도대체 어떻게 해킹한 거야? 그리고 역추적 코드 추가했어? 우리 IP 노출하면 안 돼, 아니면...”“쉿!”원이는 질문 폭주하는 차설아의 말을 끊어버렸다.“책 보고 혼자 배웠어요. 이미 90% 완성되었어요, 곧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엄마는 그만 떠들어요, 아니면 나 생각하는 데 방해된단 말이에요.”“...”차설아는 갑자기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저번에 70% 완성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으니 말이다.만약 원이가 이번에 정말 파일을 해킹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녀는 원이를 ‘사부’로 모실 수도 있었다.장장 10여 분간의 정적이 흘렀고, 차설아는 프로그래스 바가 90%에서부터 95%, 그리고 99.9%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그리고 마지막 ‘띵’ 소리와 함께 원이는 시스템을 100%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장하다, 우리 원이. 너 정말 최고야! 너무 대단하잖아!”차설아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이의 얼굴에 마구 뽀뽀하기 시작했다.‘유전자가 신기하긴 해. 내가 해킹 천재라고 한다면, 원이는 나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존재잖아. 글로벌 해킹 대회의 대상을 휩쓰는 사람은 나랑 바람을 제외하고 이제 원이도 있겠네.’“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원이는 덤덤한 얼굴로 말하고는 또 물었다.“엄마, 제가 대단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래도 저 유치원에 가야 해요?”차설아는 바로 엄숙한 얼굴을 보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가야지. 유치원 가서 다른 애들이랑 같이 공부를 해야지.”“그런데 엄마는 제가 대단하다고 하셨잖아요. 걔들이 배우는 건 이미 알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유치원에 가도 시간 낭비 아니에요?”“다 알고 있는 거 확실해?”“당연하죠, 얼마나 쉬운 건데!”차설아가 목을 가다듬더니 원이에게 말했다.“그러면 엄마에게 동요를 불러보거니 손가락 댄스를 춰볼래?”원이는
“그게...”차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성도윤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엄밀히 따지고 보면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매정하고 이기적일 뿐이지.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지만 아무도 해치지 않았고, 설사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 성도윤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만약 성도현의 죽음이 정말 그와 연관이 있다면, 그럼 당연히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차설아는 파일 시스템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했지만 성도현 총살 사건의 CCTV 영상은 이미 4년 전에 소거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게다가 경찰 쪽 기록에 따르면 그 영상을 소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총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성도윤이었다!“이상하네!”차설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성도현의 사인을 알 수 있는 CCTV 영상이 유일한 목격자에 의해 소거되다니, 그러면 이 사건이 우연으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일어난 것인지 모두 성도윤이 어떻게 어떻게 말하는 데에 달리지 않았는가.게다가 성도현은 죽기 전에 귀국하고 성대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을 참이었다.그런데 그가 갑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그 후계자 자리는 자연스럽게 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인 성도윤에게로 넘어갔다.‘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성도현이 죽은 후 성씨 가문은 대량의 인력과 물력을 동원하고서야 겨우 이 소식을 잠재웠다.그 어떤 언론에서도 감히 이 소식을 보도하지 못했고,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은 더더욱 없었다. 조금이라도 일이 커질 기미가 보인다면 성대 그룹은 모두 알아서 ‘해결’했다.해안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언론보도를 지향한다. 그런데 성씨 가문에서 후계자인 성도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이렇게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아 하니 성도윤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이겠는가?하지만 이제 성도윤도 죽었고, 증거가 없어 도대체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나쁜 사람인지 검증할 방법도 없었다.“어휴, 짜증 나!”차설아는 스크
“내가 어떻게 너한테 화를 내겠어? 화를 내도 그 철이 없는 손주 녀석에게 내겠지...”성주혁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슬프면서도 답답한 듯한 마음으로 말했다.“이렇게 좋은 아내를 몇 년 동안이나 찾아 못 냈으니 정말 쓸모없군. 우리 성씨 가문을 쪽팔리게나 하고.”차설아는 성주혁이 덤덤한 얼굴로 성도윤을 혼내고 있는 것을 보자 아마 그는 아직 성도윤에게 변고가 생긴 걸 모르는 눈치인 것 같아 조심스럽게 물었다.“할아버지, 혹시... 요새 무슨 소식을 듣지 못하셨어요?”“무슨 소식?”성주혁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물었다.“내 못난 손주 녀석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 아니면 성대 그룹의 주인이 곧 바뀔 거라는 소식?”“그게...”차설아는 어색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보아하니 성주혁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 왜 여전히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성주혁은 차설아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깊게 한숨을 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늙어서 많은 일에 관여할 수 없어. 사람은 각자 운명을 타고난 거야. 받아들이지 못해도 받아들여야 한다고.”성주혁에게 성도현 총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지금 그 물음을 물어보면 어르신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되니 차설아는 고민 끝에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설아야,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어? 잘 지냈어?”성주혁이 차설아를 살피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네, 외국에 몇 년 동안 있었어요. 잘 지냈어요.”“그래 보이네. 사람이 훨씬 기운이 넘쳐 보인단 말이야. 역시 도윤이 녀석과의 결혼 생활은 많이 힘들었는가 보네. 그때 잘 이혼했어, 아주 좋은 선택이야.”성주혁이 말하고는 한숨을 푹 쉬며 유감스러운 얼굴을 보였다.“아쉽게도 두 사람은 결혼 4년이 넘도록 아들딸을 낳지 않았으니 이 늙은이는 많이 속상하단다...”성주혁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전보다 기운이 넘치는 얼굴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설아야, 여기 남도 없으니까 나에게
“사고가 맞는지 아닌지는 우리도 잘 몰라, 유일한 목격자가 도윤이었거든. 도윤이가 사고라면 사고인 거지... 이미 죽은 사람을 두고 그렇게 많이 따지고 싶지 않아.”성주혁의 의미심장한 말에 차설아는 머리가 복잡했다.“그럼 혹시 사건 현장에 목격자인 도윤 씨를 제외하고 이 모든 걸 담은 CCTV 영상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 CCTV 영상은 도윤 씨에게 소거되었어요. 이 일이 이상하지 않으세요?”성주혁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 두 형제가 어려서부터 워낙 친하게 지냈어. 특히 도윤이는 자기 형을 좋아해서 형의 꼬리처럼 어딜 가나 따라갔거든. 자기 형을 아주 신처럼 생각한 모양이야.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비참한 방식으로 죽었으니 도윤이에겐 그 영상은 아주 고통스러운 존재였을 거야. 자기 형의 신성한 이미지를 파괴하는 영상을 남겨두는 건 도현이에게 굴욕을 안겨줄 거라고 생각했기에 도윤이는 그 영상을 소거했겠지. 뭐가 이상해?”성주혁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차설아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그때 성대 그룹의 후계자가 도현 오빠였다면서요? 그런데 하필 그 자리를 이어받으려고 귀국할 때 사고가 생겼고, 그 후계자 자리는 자연스럽게 유일한 목격자인 도윤 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죠. 두 사건 사이에 정말 수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차설아는 격분해서 말했다.이 일의 진실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중요했기 때문이다.차설아는 자기가 미친 듯이 사랑했던 남자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기 친형까지 죽이는 쓰레기가 아니길 바랐다.“수상한 점?”성주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설마 도현이의 죽음이 도윤이와 연관 있다는 거야? 아니면 도현이가 도윤이에게 살해되었다는 말이야?”“...”차설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한 번의 우연이면 몰라도 많은 우연이 겹치게 되니 차설아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성도윤을 오해하기 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