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6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차설아가 입을 삐죽 내밀고는 곧바로 성지훈을 놓아줬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아까 그 블루 칵테일을 네가 주문했다는 거야?”

성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모래에 기대앉더니 두 팔로 몸을 받치고는 고개를 들어 차설아에게 물었다.

“왜요? 도윤이 형이 특별히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했어요?”

차설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보고는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내다보며 도도한 공작새처럼 붉은 입술을 꼭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지훈이 설명했다.

“전에 도윤이 형이 특별히 나를 위해 이 술을 만들어준 적이 있었어요. 한참 동안 조르고서야 레시피를 알려주더라고요. 이 칵테일은 당신이 만들어낸 거라고 했어요. 레시피를 알고 나니 조금 신기했어요. 보드카의 강렬함과 민트의 청량함이 만났는데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오히려 신기한 맛을 낸다니... 꼭 당신과 도윤이 형 두 사람 사이 같았어요.”

차설아가 입을 삐죽 내밀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너무 멀리 간 거 아니야. 난 그때 그냥 대충 만든 거라고.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 네가 오늘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 레시피를 까먹었을지도 몰라.”

“왜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만약 이 레시피를 정말 까먹었다면 아까처럼 미친 듯이 쫓아오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일부러 나 놀렸다는 거 인정하는 거야?”

차설아가 미간을 구기더니 성지훈을 째려보며 물었다.

“내가 바보 같아? 너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니까 재밌어? 역시 성씨 가문 남자들은 정상인이 하나도 없어. 성도윤은 차갑기만 하지, 성진은 미친놈이지. 너는 유치한 어린애야!”

방금 헐레벌떡 쫓아오며 소리를 지르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차설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성지훈에게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왜 성도윤은 옆모습만으로도 이렇게 나에게 창피를 줄 수 있는 거야?’

성지훈은 더는 변명하지 않고 옆자리를 툭툭 치며 차설아에게 말했다.

“지난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497화

    “나?”차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성지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그녀는 지금 성도윤과 접점이 없었고, 성씨 가문과는 더더욱 연관이 없었다. 그런데 성지훈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그녀를 너무 착하게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성지훈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난 반년 전에 KCL 그룹의 수석 연구개발사 자리를 사임하고, 동시에 수중의 일부 지분을 매각했어요. 지금의 KCL 그룹은 주인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죠. 신임 대표도 기술직 출신이지만 저보다 사업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해요. 그 사람은 KCL 그룹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바꾸어놨고, 난 이미 사임했기에 지금 KCL 그룹에서 별 힘이 없어요...”차설아가 눈썹을 들썩이더니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기업은 하나의 왕국과 같은 거야. 왕국이 아무리 번창한다고 해도 결국 세대교체를 겪어야 하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야?”“나는 구속받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의 싸움에 가세할 생각 없었어요. 그래서 KCL 그룹이 어떻게 되든 나도 상관이 없었고요. 그동안 나와 도윤이 형의 관계로 KCL 그룹은 성대 그룹과 많은 비즈니스를 했고, 서로의 이익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었죠. 하지만 도윤이 형에게 이런 변고 생겼고, 신임 대표는 변화를 원하기 때문에 두 회사의 협력이 앞으로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이 돼요...”성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걱정 어린 얼굴로 말했다.“성대 그룹은 그동안 도윤이 형 덕분에 버티고 있었어요. 하지만 하필 이 시각에 일이 터지고 말았죠. 성대 그룹은 곧 KCL 그룹과 G6 칩에 관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텐데 이건 전체 하이 테크를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에요. 절대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요. 아니면 성대 그룹은 큰 타격을 받을 거예요.”“그래서?”차설아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성대 그룹이 타격을 받든 안 받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뭘 도울 수 있다고 그래?”“큰 도움이 될 수 있죠, 당신이 원한다면요!”성지훈이 의미

  • 선 이혼, 후 집착   제498화

    성지훈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 성대 그룹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중요한 시기에 성도윤조차 생사를 알 수 없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만큼 성도윤은 살아있다고 해도 몸이 성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나랑 무슨 상관이야?’흥망성쇠는 불변의 진리이다. 성대 그룹이 오랫동안 업계 일인자 자리를 차지해 왔으니 이제 추락하는 것도 당연했다.그녀가 성지훈의 제의에 동의한다고 해도, 성도윤을 대신해 성대 그룹은 안정시킨다고 해도 성대 그룹이 추락하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도대체 누가 감히 성씨 가문의 후계자에게 연거푸 두 번이나 손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그 생각에 차설아는 컴퓨터를 켜고 그해 성도현이 살해당한 뉴스를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성도현에 대한 뉴스는 거의 없다시피 적었다.아마도 성씨 가문에서 큰 도련님의 죽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일부러 이에 관한 뉴스를 모두 지웠을 것이다.그 사건은 5년 전, 뉴욕에서 일어났다.차설아는 어쩌면 현지 경찰서에 이 사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지 경찰서의 파일 시스템을 해킹하려고 했다.뉴욕 경찰의 파일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복잡하기로 유명했다. 가장 원시적인 2진법 암호를 사용했는데, 마침 차설아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했다.그해 어느 글로벌 해킹대회에서 그녀는 어려워하던 2진법 때문에 마침 2진법을 정통한 바람에 졌었다.‘설마 또 바람을 불러야 하나? 하지만 그놈을 건드리면 한동안 잠잠할 날이 없잖아. 요새 겨우 잠잠해져 나를 귀찮게 하지 않던데, 지금 먼저 그를 찾아간다면 고생을 사서 하는 거나 다름없어!’고민 끝에 차설아는 스스로 암호를 풀어보기로 했다.그녀는 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 번 또 한 번 해킹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결국 그녀는 해킹 시도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현지 경찰의 주의를 끌었고, 그녀의 IP 주소 또한 경찰에게 드러났다.“젠장!”차설아는 안전을 위해 먼

  • 선 이혼, 후 집착   제499화

    문이 열리자 차설아는 뜻밖의 사람을 맞이했다.문밖에는 다름 아닌 그녀가 그리워하던 귀염둥이 아들, 원이가 서 있었다!“엄마, 오랜만이에요. 원이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 안아줘요!”원이는 그동안 아무 걱정 없이 지낸 듯이 얼굴은 희고 깨끗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차설아를 향해 두 팔을 벌렸는데 납치당한 어린이처럼 초라하거나 낭패한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차설아의 기쁨은 곧 분노로 바뀌었고,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더니 원이를 혼내기 시작했다.“이놈아, 놀 거 다 놀고, 인제야 나 찾아온 거야?”“내가 해바라기 섬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사달을 냈어. 우리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일부러 나 약 올리려고 작정했지?”“엄마, 화내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돌아왔잖아요...”원이는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면서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다짜고짜 차설아의 품에 확 안기고는 포도알 같은 두 눈을 깜빡이며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귀여운 얼굴을 드러냈다.“제가 얼마나 똑똑한지 엄마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 왜 걱정하세요. 괜한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엄마가 저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 알아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에요. 원이는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녀석은 어려서부터 차설아의 성격을 훤히 알고 있었다.차설아가 팔랑귀이기도 하고, 애교에 살살 녹는 걸 알고는 매번 사고를 치고 달콤한 말로 차설아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게다가 순진하고 귀여운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차설아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차설아는 그렇게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원이의 얼굴을 마구 어루만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고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차진원, 너 어디서 귀여운 척을 하는 거야? 나 이제 안 넘어가. 솔직하게 말해봐, 왜 이 난리를 쳤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원이는 애교를 부려도 차설아가 넘어오지 않자 더는 애교를 부리지 않고 차갑고 도도하던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두

  • 선 이혼, 후 집착   제500화

    원이는 얌전히 그녀의 말대로 했다.차설아가 정말 화난 걸 알고는 ‘철썩’ 무릎을 꿇었고 또 희고 고운 손바닥을 내밀어 포기한 듯이 말했다.“때리세요. 때리고 나면 더 화를 내면 안 돼요. 너무 자주 화를 내도 건강에 안 좋다고요. 엄마를 위해 원이가 잠시 고통을 참죠.”“아직도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짝.’차설아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는 원이의 손바닥을 때리며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차설아는 꽤 많은 힘을 줬기 때문에 원이의 손바닥에는 곧바로 빨간색 자국이 생겼다.하지만 씩씩한 원이의 눈에는 눈물만 고였을 뿐이다. 그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는 울음을 꾹 참았다.“원이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엄마를 보호하려는 게 뭐가 잘못되었어요?”“너!”차설아는 화가 나 아까보다 더 힘을 주어 원이를 때렸다.‘나도 때리고 싶지 않은데 녀석의 자기주장은 나날이 강해지네. 이제 앞으로 어떻게 가르치지? 지금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분명 앞으로 더 큰 사고를 칠 거란 말이야!’그 생각에 차설아는 또 원이를 몇 번 때리고는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잘못을 안 인정하겠다는 거지? 그럼 네가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때리겠어!”“엉엉!”원이도 결국 어린아이였다.그는 더는 못 참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엄마가 저를 때려죽여도 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잘못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단지 엄마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엄마가 나쁜 아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싫다고요!”차설아는 흠칫했다.“나쁜... 나쁜 아빠?”원이는 눈물을 쓱 닦더니 불쌍한 얼굴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저에게 숨기실 필요 없어요. 저랑 달이는 친아빠가 경수 아빠가 아니라 나쁜 놈 성도윤이라는 걸 다 알고 있다고요!”차설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성도윤’이라는 이름을 꺼낸 적이 없었다.“제가 서재에 녹음기를 설치했거든요. 그래서

  • 선 이혼, 후 집착   제501화

    전에 차설아는 배경수에게 성대 그룹에서 개발한 G6 칩 스마트폰 설계도를 보고 싶다고 말했던 건 사실이었다.그 스마트폰은 성대 그룹에 중요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하이 테크 분야에서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존재였으니 성공적으로 출시되어야만 했다. 실패는 용납할 수 없었다.그래서 차설아는 성대 그룹에서 개발한 이 스마트폰이 KCL 그룹에서 제공한 G6 칩을 제외하고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가 적용되었는지 알고 싶었다.다만 이런 중요한 상업 기밀은 온갖 암호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훔치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설마 원이가 설계도를 훔치는 데 성공한 건가?만약 정말 그렇다면 원이는 차설아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녀석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을 생각이었다.원이는 작은 서류 가방을 열더니 몰래 훔쳐 온 서류를 꺼내고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에게 건넸다.“엄마, 저 대단하죠?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아요!”차설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얼른 열어 보았다.다만 이 서류는 스마트폰 설계도가 아닌 기업 리스트였다.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며 열심히 서류를 살폈다.이 리스트에는 많은 기업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거의 모두 성대 그룹의 경쟁업체였다.흥미롭게도 거의 모든 기업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어떤 기업은 제품에 문제가 있었고, 어떤 기업은 오너, 또 어떤 기업은 세무에 문제가 있었다.그 말인즉 성도윤이 작정하고 한 기업을 끌어내리고 싶으면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경찰에 넘기면 되었다.“쯧쯧, 정말 독한 사람이네. 적수도 어지간히 많아야지, 어쩐지 그 꼴을 당했구먼!”차설아는 혀를 끌끌 찼다.또 이 리스트에 나열된 기업 중 하나가 성도윤에 의해 파산되고, 그 때문에 보복을 선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리스트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있었는데, 도대체 어느 기업의 소행이란 말인가?그녀가 고민에 빠지던 그때, 배경수가 돌아왔다.그는 임채원을 잡지 못한 것에 자책하고 있었는데 한 군데도 다치지 않고 돌아온 원이를

  • 선 이혼, 후 집착   제502화

    배경수가 엄숙한 얼굴을 하고는 원이를 제대로 훈육하려고 했는데 녀석이 가차 없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경수 아빠, 하나만 물을게요. 제가 엄마를 보호하려는 게 잘못된 생각인가요?”“당연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 우리는 남자니까 엄마를 보호하는 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그럼 제가 나쁜 사람한테 속을 바보 같은 아이로 보여요?”“당연히 아니지. 우리 원이가 얼마나 똑똑한데. 나쁜 사람을 속이면 모를까.”“그러니까요... 저는 단지 엄마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엄마를 도와주고 싶고, 또 제 자신의 안전을 확보했는데 뭐가 잘못했다는 거죠?”“그게...”배경수는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원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차설아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원이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손바닥도 괜히 맞았네. 보스도 그만 화를 내고. 내가 보기엔... 보스가 오히려 원이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배경수!”차설아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원이는 어리니까 봐줄 만하지만, 이제 너까지 사리 분별을 못 하는 거야? 둘이 아주 나 약 올리려고 작정했네!”“그냥 솔직하게 말한 것 뿐인데. 원이는 원래도 똑똑한 아이잖아. 그러니까 원이의 생각을 존중해야지. 원이가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너무 구속하지 말란 말이야.”“맞아요, 경수 아빠 말이 맞아요. 엄마는 저를 존중하고 믿어야 해요. 그래야 제가 하루빨리 엄마를 돌보고 보호하죠.”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차설아를 설득했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이번에 만난 여자가 누군지 알아? 그 여자는 작정하고 너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도 바보처럼 좋다고 따라다녀? 장난감이랑 간식으로 혼이 쏙 빠져 놓고는, 이제 와서 부끄럽지도 않아?”차설아는 다시 생각해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임채원은 분명 원이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이번에 원이가 운이 좋아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아니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아니거든요!”원이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503화

    차설아는 그동안 거의 은퇴하다시피 살았고, 해바라기 섬에 틀어박혀 실험에 전념했기에 외부의 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미스터 Q’의 정체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하지만 배경수의 말을 들어보니 미스터 Q는 분명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그녀는 갑자기 원이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그 살인마라는 사람이 너에게 상처를 주거나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어?”“아니요. 미스터 Q는 저에게 꽤 잘해줬어요. 제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줬어요. 엄마 조수로 되어달라고 하니까 동의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좀 바빠서 외지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바쁜 일이 끝나면 두 사람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할게요.”원이가 두 팔을 끌어안고는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보스가 된 듯이 말했다.차설아가 미간을 구겼는데 이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너무 이상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임채원과 딜을 했는데 왜 원이를 가만히 둔 걸까? 심지어 원이에게 내 부하가 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배경수가 무심하게 말했다.“왜긴, 우리 원이가 너무 귀여워서겠지. 우리 원이는 상처를 주기도 아까운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잖아. 조수를 약속했다는 건 원이가 아이니까 장난삼아 한 거 아닐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차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야, 분명 내막이 있어. 상대가 절대 호의를 품을 리가 없으니까 방심하지 않는 게 좋겠어.”“흠. 성심 전당포가 악명이 높은 건 사실이야. 전당포라고는 하지만 도덕적이지 않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그동안 돈도 많이 벌어서 이제 신분 세탁을 하려는 건가?”배경수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말을 보탰다.“그런데 그때 성대 그룹의 큰 도련님인 성도현이 성심 전당포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래서 성심 전당포는 줄곧 성씨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아. 4년 전에 쌍방에서 큰 충돌이 일어났고, 성도윤은 하마터면 죽을

  • 선 이혼, 후 집착   제504화

    하지만 차설아가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수록 배경수는 그런 그녀가 더 걱정스러웠다.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야 했다. 계속 쌓아두고만 있다면 언젠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그래서 배경수는 배경윤과 방법을 찾아 차설아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알겠어. 이런 쪽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나한테 맡겨!”얘기를 마친 후 배경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어차피 배경윤은 겨우 목숨을 건진 강우혁과 결별했기에 마음이 울적했다. 그녀도 마침 우울한 기분을 풀어야 했다!지금 이 시각, 차설아는 천신 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임원들과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동안 차설아는 명의상 천신 그룹의 그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회사의 모든 중대한 결정은 대표인 배경수가 내리는 거였지만, 사실 차설아야말로 천신 그룹을 다스리고 있는 진정한 보스라는 걸 임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차설아가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지 않았다면 천신 그룹처럼 작은 하이 테크 회사는 진작 잔인한 비즈니스계에서 뼈도 못 추린 채 망했을 것이다.물론 임원 중에서도 차설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그중 배경수의 셋째 누나인 배경림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배씨 가문에는 모두 여덟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모두 딸이고, 배경수가 유일한 가문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배씨 가문의 가업을 이어 나가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다섯 명의 누나 중에서 셋째 누나인 배경림이 가장 승부욕이 강했고, 또 상업적인 두뇌가 있어 배경수와 함께 배씨 가문의 가업을 관리해 왔다.처음에 배경수가 어르신에게 천신 그룹을 설립하기 위한 돈을 요구했는데 하이 테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했다.배씨 가문은 그레이 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고, 가족 비즈니스도 모두 그레이 존과 연관되었다.배경수가 갑자기 하이 테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하니 가족들의 놀림을 받았다.그가 여자를 꾀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려 한다고 생각해 그 회사는 언젠간 망할 거라고 했다.하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5화

    바람은 얇은 셔츠를 입고 서 있었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네가 여기에 앉았을 때부터 뒤에 숨어있었어.”“너 바보야? 6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차설아는 투덜거리면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람은 차설아의 곁에 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힘든 줄 모르니까 이 시간까지 앉아 있었던 거겠지.”“난 생각할 것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나도 똑같아. 네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재밌어서 계속 쳐다보고 싶었어. 6시간이나 지난 줄 몰랐거든.”“그런 장난도 지긋지긋하다.”차설아는 바람을 주먹으로 때리고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오후에 있었던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오빠 생각에 미쳐서 주변 사람들을 전부 의심했던 것 같아.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차설아의 말에 바람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사과하지 않아도 돼. 난 신비한 컨셉이라 의심받은 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거든.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네가 속상해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바람은 차설아가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바람은 누구한테 의심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람의 유일한 목표는 차설아와 결혼해서 선우 가문을 빛내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쁜 짓을 하든 암암리에 손을 쓰든 중요하지 않았다. 차설아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바람은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누가 자책했다고 그래. 넌 여우처럼 교활하니까 당연히 의심받지. 아무도 너의 속내를 꿰뚫어 보지 못하잖아.”차설아는 바람의 이마를 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우리 둘이 그저 해커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합에 참가해서 상금을 타고 돈이나 벌었으면 복잡한 가문의 일을 해결하지 않아도 되잖아. 복수할 것도 없으니 해커 활동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지냈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생각해 보면 너랑 같이 시합에 참가해서 겨루던 날들이 제일 재밌었어.”바람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4화

    병실을 나선 배경윤은 차설아를 데리고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그 반지... 성도윤이 끼고 있던 거지?”“맞아.”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저번부터 표정이 안 좋더라.”“그, 그러니까...”배경윤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성철 오빠가 수술을 받고 의식을 잃은 뒤에 누군가가 일부러 손을 쓴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성형 병원으로 다시 찾아갔고 간호사한테서 단서를 찾은 거야.”“단서라니?”차설아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성철 오빠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의사가 윤설이랑 통화했다는 거야. 깔끔하게 처리하라고 했대. 그래서 나는 윤설이 촬영하는 곳까지 찾아가서 따졌고 윤설은 성도윤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말하더라고...”배경윤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윤설이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렸을까 봐 증거를 더 모은 뒤에 너한테 알려주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성도윤의 반지를 발견했으니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경윤아, 고마워. 사실 네가 알려주기 전부터 나는 줄곧 의심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성도윤이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거야.”“설아야, 너랑 성도윤은 아무 잘못도 없어. 성도윤은 너를 완전히 잊었으니 나처럼 그저 아는 사람일 뿐인 거야. 성도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배경윤은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나, 나도 알아... 성도윤은 진작에 날 잊었지만 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랐어. 전부 내 탓이야!”차설아는 심호흡하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삼켰다.“그럼 이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성도윤과 맞서려고?”배경윤의 말에 차설아는 벽에 기대 한숨을 내쉬고는 차갑게 웃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3화

    “설아야...”차성철이 천천히 손을 뻗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설아야, 그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지? 정말 고생했어. 미안해...”“오빠, 그런 말 하지 마.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차설아는 차성철이 누워있는 병실 침대맡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렸다.“사실 의식을 잃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작은 상자에 갇힌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던 거야. 상자를 열지 못해서 이 안에서 죽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자꾸 네 생각이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난 하느님께 정말 감사해. 나에게 기회를 주어서 널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야.”차성철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차성철은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날카롭고 예민하게 굴지 않았고 한결 부드러워졌고 말투도 다정해졌다.“뭘 자꾸 그런 말을 해! 오빠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서 우리 달이랑 원이가 커서 결혼하는 모습을 봐야지. 손주도 봐야 하는데 불길한 말은 하지 마. 오빠는 그냥 오래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거야. 하느님의 힘을 빌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다시 깨어나 줘서 정말 고마워...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차설아는 눈물을 닦으면서 차성철을 와락 안았다.“그래. 너랑 달이, 원이를 위해서라도 건강하게 지내야지.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자. 우리 가족 모두 모여서 재밌게 지내자. 네가 하고 싶었던 걸 같이 하고 가족 여행도 가자.”“말한 대로 해야 해. 지금 약속하자. 앞으로 오빠가 또 다치면 다시는 나 못 볼 줄 알아! 그때는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남매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눈물의 약속을 했다. 보는 사람마저 눈물이 나는 광경이었다. 배경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배경윤은 배경수가 생각났던 것이다.차설아의 말에 의하면 배경수는 아주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처음 보는 여자와 결혼했다. 배경윤은 배경수가 걱정되었다. 차설아는 울다가 차성철이 베고 있는 베개의 아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은반지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값이 꽤 되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2화

    바람이 멈칫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뭐, 뭐라고?”“네가 스파이지? 네가 사주받고 우리 오빠를 죽이려고 한 거잖아! 그렇지 않으면 왜 우리가 식당에 간 사이에 오빠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 거냐고!”차설아는 붉어진 두 눈을 하고서 물었다. 그동안 차성철의 상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바람과 차설아 두 사람뿐이었다.‘아무리 바람이 날 보살펴 주고 내 곁을 지켰다고 해도 누군가가 바람한테 지시해서 나를 감시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그래. 바람은 선우 가문 사람이니까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오빠를 죽이려고 했을 수도 있어. 그러면 차씨 가문의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으니까!’배경윤이 차설아를 뜯어말렸다.“설아야, 말이 좀 심하다? 바람 씨가 어떻게 사주를 받고 그랬을 수가 있어. 네 말이 사실이라면 바람 씨가 너한테 온갖 심혈을 쏟아부을 리가 없잖아. 성철 오빠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움직였겠지. 바람 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쳐다보며 물었다.“넌 알고 있었지?”“그, 그게...”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때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에서 걸어 나왔다.“의사 선생님, 오빠 어떻게 되었어요?”차설아는 사건의 배후에 대한 생각을 뒤로 하고 의사한테 다가가 물었다.“제때 발견한 덕분에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어요. 호흡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다행이에요. 정말 감사해요...”차설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최근 차설아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울었다 웃기를 반복했다. 몸에 무리가 가면서 차설아도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들어가 봐도 돼요. 박 선생님의 말씀대로 곧 깨어날 것 같거든요.”의사의 말에 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해요!”차설아는 병실로 들어가 차성철을 바라보았다. 배경윤도 그 뒤를 따라갔지만 바람은 굳은 표정을 하고서 밖에 서 있었다.“바람 씨, 거기서 뭐 해?”배경윤이 고개를 돌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1화

    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서씨 가문 서은아였다. 서은아는 그동안 차설아를 감시하고 있었다. 차설아가 식당에 밥 먹으러 간 사이에 차성철이 있는 병실을 책임지는 간호사에게 돈을 쥐여주었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수술을 마친 뒤, 침대에 누워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차성철은 살짝 다쳐도 부서질 것처럼 나약해 보였다. 서은아는 병실 침대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작은 물건을 차성철 베개 옆에 올려놓고는 산소마스크를 벗겼다.“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안해. 당신이 식물인간이 되면 당신 여동생도 기가 죽어서 나대지 못할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박성훈이 와서 당신을 살렸지 뭐야? 성도윤이 박성훈한테 부탁한 거라면서? 정말 어이가 없더라. 보나 마나 차설아가 성도윤한테 부탁한 거겠지. 뻔뻔스러운 년이...”서은아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날 탓하지 마. 탓하려면 그 못난 여동생을 탓해. 차설아는 내가 성도윤과 약혼한 사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성도윤한테 달라붙으면서 날 괴롭혔어. 동생이 저지른 잘못은 오빠인 당신이 책임져야지. 안 그래?”서은아는 말을 마친 뒤, 감시 카메라를 피해 조용히 병원을 나섰다. 식당에 앉아 있던 차설아는 바람이 포장한 음식을 보면서도 어쩐지 불안해서 먹고 싶지 않았다.“설아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탕수육이야. 다른 식당에서 하는 건 눅눅해서 맛없지만 이 식당에서 하는 건 바삭하잖아. 바람 씨가 널 위해서 사 온 건데, 한 입이라도 먹어 봐.”배경윤은 불안해하는 차설아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바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이 식당에 줄을 서려고 아침 일찍 깨어났어. 하지만 스파크가 좋아하는 거라면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사러 가야지.”바람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피식 웃었다. 그동안 차설아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쯧쯧. 바람 씨한테 설아를 맡겼다가는 뚱보가 되겠어. 한 달 안에 10킬로 찐다는 것에 내 머리카락을 걸겠어.”“스파크는 살이 쪄도 예뻐서 괜찮아. 지금처럼 귀여울 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0화

    배경윤은 박성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박성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도윤이 데려온 의사라는 말에 성도윤처럼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경계했다.“경윤아, 그러지 마. 박 선생님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 분이야.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차씨 가문의 은인이 될 분이거든.”차설아는 다시 일어나더니 박성훈한테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박 선생님, 죄송해요. 경윤이는 늘 저를 아껴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 이런 일에서는 예민하게 굴거든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병원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죠. 만나본 보호자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반응이거든요. 저는 이해해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 말고 성 대표님께 고맙다고 해야죠. 저는 수술할 생각이 없었는데 성 대표님이 간절하게 부탁했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낚시까지 같이 해주셔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바다낚시 내기에서도 졌으니 성 대표님 말대로 수술해야 했어요.”“성도윤이 어렵게 모신 분인 건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오빠가 깨어나면 인사하려고요.”“잘 생각했어요.”박성훈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말을 이었다.“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힘들 거예요. 사실 생각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일은 없으니 마음 편안하게 먹고 환자분이 깨어나길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박성훈은 사무실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오후 4시라서 박성훈이 말한 시간까지는 아직도 4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배경윤은 차설아가 또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밥부터 먹자.”“괜찮아. 난 배고프지 않아.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오빠가 일어나야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차설아는 병실 밖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차성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오빠도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9화

    배경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그 나쁜 놈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말해.”차설아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그래도 도움받았잖아.”“아...”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머뭇거렸다. 차설아한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고는 목적, 증언, 사건 발생 시간으로 보았을 때 성도윤이 배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성도윤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 없었다. 만약 이 말을 꺼냈다가 차설아와 성도윤이 싸우게 된다면 손해 보는 건 차설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설아야, 그저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성도윤을 너무 믿지 마. 성도윤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진심을 드러내지 말고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지?”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다.“나도 알아. 지금까지 성도윤을 용서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오빠 얼굴에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성도윤이 떠올라서 화가 솟구쳐 오르거든... 성도윤이랑 잘 해볼 생각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의사를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수술실을 바라보면서 말했고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눈에 핏줄이 가득 서렸지만 차성철이 나올 때까지 쉴 수 없었다. 성도윤에 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차설아의 마음이 아팠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애매모호한 선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마주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알지만 항상 경계해야 해. 그 사람이 얼마나...”“알겠어. 곧 수술이 끝날 테니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오빠가 무사히 나오기를 바라면서 기다리자.”차설아는 배경윤의 말을 끊었다.“그래. 같이 기다려보자.”배경윤은 슬픔이 가득 서려 있는 차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8화

    사도현은 턱을 쳐들더니 거만하게 말했다.“내가 바로 배경윤 남자 친구예요.”사도현의 말에 같이 식사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회사 대표가 당당하게 공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뭐?”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 사도현이 미친 짓을 저지를 줄 예상 못했는지 사도현을 향해 부르짖었다.“사도현, 너 정말 미친 거야?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남자 친구라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찬영 오빠 앞에서 공개하다니...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내 미래의 남자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한테 알려주려고 작정한 거야!’“내 말이 틀렸어? 우리 사귀는 사이 맞잖아.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온 첫 번째 날에 어떻게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잤겠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사도현이 피식 웃더니 부르짖는 배경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배경윤의 시선을 느끼면서 이제야 자신의 것을 되찾은 것 같았다.“그, 그건...”배경윤은 말문이 막혔다. 설명하면 할수록 말려드는 것 같아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진찬영이 입술을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두 사람이 한방에 들어가는 것이 사귄다는 증거라면, 사도현 씨는 배경윤 씨가 아니라 윤설 씨의 남자 친구인 것 같은데요? 윤설 씨 곁을 떠난 적이 없잖아요. 도대체 두 분 중에서 누구의 남자 친구인지 헷갈리네요. 아니면 두 분을 속여서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닐까 싶어요.”진찬영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반격할 수 있는 틈을 찾았다. 그러고는 도덕적인 면에서 사도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맞아요! 같은 방을 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날에 남은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랬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외양간에서 자기 싫었거든요. 그날 밤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윤설 씨랑 사도현 씨 사이는 각별했어요. 정성을 다해서 보살핀 여자랑 사귀는 것 같은데 왜 나를 언급하고 난리야! 난 너처럼 미친놈이랑 사귈 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7화

    그 말을 들은 장윤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윤태가 다급히 뜯어말렸다.“집에 갈 정도로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죠! 그런 설정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찬영이도 커플 설정을 원하지 않을 테니 강요할 수 없었거든요. 다들 장난치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장윤태는 게스트들이 말하는 커플 중 한 쌍이 진찬영과 배경윤임을 확신했다. 옆에 앉아 있던 사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진찬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장 감독님,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배경윤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개인적인 일로 해안시에 다시 돌아가야 해요. 프로그램 촬영하는 동안 정말 재밌었어요. 게다가 찬영 오빠랑 커플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면 더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해요.”“잘생긴 남자라면 다 좋아하나 보지?”말을 마친 사도현은 혼자서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장윤태는 배경윤을 설득하지 못하자 재빨리 다른 제안을 했다.“급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곧 연애 예능 촬영이 있는데 그때 시간이 되면 우리 찬영이랑 같이 게스트로 출연하지 않을래요?”“좋아요!”배경윤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진찬영과 함께 촬영할 수 있다면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무조건 출연할 것이다. 진찬영과 떨어지려니 아쉬웠지만 돌아가서 차설아의 곁을 지켜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작별 인사를 했다.“배경윤 씨랑 같이 출연한다면 저도 좋아요.”진찬영은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 애초에 진찬영은 배경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 마을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배경윤이 있는 곳에 꼭 따라갈 것이다.“그럼 두 사람이 사인한 계약서 말고 다른 계약서를 준비할 테니 이제 만나서 얘기해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 프로그램 계약서대로 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장윤태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너무 기쁜 나머지 술을 마시면서 껄껄 웃었다.“안 돼요.”사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배경윤은 너무 바빠서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배경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