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훈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 성대 그룹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중요한 시기에 성도윤조차 생사를 알 수 없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만큼 성도윤은 살아있다고 해도 몸이 성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나랑 무슨 상관이야?’흥망성쇠는 불변의 진리이다. 성대 그룹이 오랫동안 업계 일인자 자리를 차지해 왔으니 이제 추락하는 것도 당연했다.그녀가 성지훈의 제의에 동의한다고 해도, 성도윤을 대신해 성대 그룹은 안정시킨다고 해도 성대 그룹이 추락하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도대체 누가 감히 성씨 가문의 후계자에게 연거푸 두 번이나 손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그 생각에 차설아는 컴퓨터를 켜고 그해 성도현이 살해당한 뉴스를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성도현에 대한 뉴스는 거의 없다시피 적었다.아마도 성씨 가문에서 큰 도련님의 죽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일부러 이에 관한 뉴스를 모두 지웠을 것이다.그 사건은 5년 전, 뉴욕에서 일어났다.차설아는 어쩌면 현지 경찰서에 이 사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지 경찰서의 파일 시스템을 해킹하려고 했다.뉴욕 경찰의 파일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복잡하기로 유명했다. 가장 원시적인 2진법 암호를 사용했는데, 마침 차설아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했다.그해 어느 글로벌 해킹대회에서 그녀는 어려워하던 2진법 때문에 마침 2진법을 정통한 바람에 졌었다.‘설마 또 바람을 불러야 하나? 하지만 그놈을 건드리면 한동안 잠잠할 날이 없잖아. 요새 겨우 잠잠해져 나를 귀찮게 하지 않던데, 지금 먼저 그를 찾아간다면 고생을 사서 하는 거나 다름없어!’고민 끝에 차설아는 스스로 암호를 풀어보기로 했다.그녀는 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 번 또 한 번 해킹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결국 그녀는 해킹 시도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현지 경찰의 주의를 끌었고, 그녀의 IP 주소 또한 경찰에게 드러났다.“젠장!”차설아는 안전을 위해 먼
문이 열리자 차설아는 뜻밖의 사람을 맞이했다.문밖에는 다름 아닌 그녀가 그리워하던 귀염둥이 아들, 원이가 서 있었다!“엄마, 오랜만이에요. 원이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 안아줘요!”원이는 그동안 아무 걱정 없이 지낸 듯이 얼굴은 희고 깨끗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차설아를 향해 두 팔을 벌렸는데 납치당한 어린이처럼 초라하거나 낭패한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차설아의 기쁨은 곧 분노로 바뀌었고,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더니 원이를 혼내기 시작했다.“이놈아, 놀 거 다 놀고, 인제야 나 찾아온 거야?”“내가 해바라기 섬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사달을 냈어. 우리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일부러 나 약 올리려고 작정했지?”“엄마, 화내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돌아왔잖아요...”원이는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면서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다짜고짜 차설아의 품에 확 안기고는 포도알 같은 두 눈을 깜빡이며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귀여운 얼굴을 드러냈다.“제가 얼마나 똑똑한지 엄마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 왜 걱정하세요. 괜한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엄마가 저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 알아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에요. 원이는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녀석은 어려서부터 차설아의 성격을 훤히 알고 있었다.차설아가 팔랑귀이기도 하고, 애교에 살살 녹는 걸 알고는 매번 사고를 치고 달콤한 말로 차설아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게다가 순진하고 귀여운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차설아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차설아는 그렇게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원이의 얼굴을 마구 어루만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고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차진원, 너 어디서 귀여운 척을 하는 거야? 나 이제 안 넘어가. 솔직하게 말해봐, 왜 이 난리를 쳤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원이는 애교를 부려도 차설아가 넘어오지 않자 더는 애교를 부리지 않고 차갑고 도도하던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두
원이는 얌전히 그녀의 말대로 했다.차설아가 정말 화난 걸 알고는 ‘철썩’ 무릎을 꿇었고 또 희고 고운 손바닥을 내밀어 포기한 듯이 말했다.“때리세요. 때리고 나면 더 화를 내면 안 돼요. 너무 자주 화를 내도 건강에 안 좋다고요. 엄마를 위해 원이가 잠시 고통을 참죠.”“아직도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짝.’차설아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는 원이의 손바닥을 때리며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차설아는 꽤 많은 힘을 줬기 때문에 원이의 손바닥에는 곧바로 빨간색 자국이 생겼다.하지만 씩씩한 원이의 눈에는 눈물만 고였을 뿐이다. 그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는 울음을 꾹 참았다.“원이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엄마를 보호하려는 게 뭐가 잘못되었어요?”“너!”차설아는 화가 나 아까보다 더 힘을 주어 원이를 때렸다.‘나도 때리고 싶지 않은데 녀석의 자기주장은 나날이 강해지네. 이제 앞으로 어떻게 가르치지? 지금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분명 앞으로 더 큰 사고를 칠 거란 말이야!’그 생각에 차설아는 또 원이를 몇 번 때리고는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잘못을 안 인정하겠다는 거지? 그럼 네가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때리겠어!”“엉엉!”원이도 결국 어린아이였다.그는 더는 못 참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엄마가 저를 때려죽여도 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잘못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단지 엄마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엄마가 나쁜 아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싫다고요!”차설아는 흠칫했다.“나쁜... 나쁜 아빠?”원이는 눈물을 쓱 닦더니 불쌍한 얼굴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저에게 숨기실 필요 없어요. 저랑 달이는 친아빠가 경수 아빠가 아니라 나쁜 놈 성도윤이라는 걸 다 알고 있다고요!”차설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성도윤’이라는 이름을 꺼낸 적이 없었다.“제가 서재에 녹음기를 설치했거든요. 그래서
전에 차설아는 배경수에게 성대 그룹에서 개발한 G6 칩 스마트폰 설계도를 보고 싶다고 말했던 건 사실이었다.그 스마트폰은 성대 그룹에 중요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하이 테크 분야에서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존재였으니 성공적으로 출시되어야만 했다. 실패는 용납할 수 없었다.그래서 차설아는 성대 그룹에서 개발한 이 스마트폰이 KCL 그룹에서 제공한 G6 칩을 제외하고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가 적용되었는지 알고 싶었다.다만 이런 중요한 상업 기밀은 온갖 암호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훔치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설마 원이가 설계도를 훔치는 데 성공한 건가?만약 정말 그렇다면 원이는 차설아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녀석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을 생각이었다.원이는 작은 서류 가방을 열더니 몰래 훔쳐 온 서류를 꺼내고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에게 건넸다.“엄마, 저 대단하죠?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아요!”차설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얼른 열어 보았다.다만 이 서류는 스마트폰 설계도가 아닌 기업 리스트였다.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며 열심히 서류를 살폈다.이 리스트에는 많은 기업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거의 모두 성대 그룹의 경쟁업체였다.흥미롭게도 거의 모든 기업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어떤 기업은 제품에 문제가 있었고, 어떤 기업은 오너, 또 어떤 기업은 세무에 문제가 있었다.그 말인즉 성도윤이 작정하고 한 기업을 끌어내리고 싶으면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경찰에 넘기면 되었다.“쯧쯧, 정말 독한 사람이네. 적수도 어지간히 많아야지, 어쩐지 그 꼴을 당했구먼!”차설아는 혀를 끌끌 찼다.또 이 리스트에 나열된 기업 중 하나가 성도윤에 의해 파산되고, 그 때문에 보복을 선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리스트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있었는데, 도대체 어느 기업의 소행이란 말인가?그녀가 고민에 빠지던 그때, 배경수가 돌아왔다.그는 임채원을 잡지 못한 것에 자책하고 있었는데 한 군데도 다치지 않고 돌아온 원이를
배경수가 엄숙한 얼굴을 하고는 원이를 제대로 훈육하려고 했는데 녀석이 가차 없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경수 아빠, 하나만 물을게요. 제가 엄마를 보호하려는 게 잘못된 생각인가요?”“당연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 우리는 남자니까 엄마를 보호하는 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그럼 제가 나쁜 사람한테 속을 바보 같은 아이로 보여요?”“당연히 아니지. 우리 원이가 얼마나 똑똑한데. 나쁜 사람을 속이면 모를까.”“그러니까요... 저는 단지 엄마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엄마를 도와주고 싶고, 또 제 자신의 안전을 확보했는데 뭐가 잘못했다는 거죠?”“그게...”배경수는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원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차설아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원이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손바닥도 괜히 맞았네. 보스도 그만 화를 내고. 내가 보기엔... 보스가 오히려 원이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배경수!”차설아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원이는 어리니까 봐줄 만하지만, 이제 너까지 사리 분별을 못 하는 거야? 둘이 아주 나 약 올리려고 작정했네!”“그냥 솔직하게 말한 것 뿐인데. 원이는 원래도 똑똑한 아이잖아. 그러니까 원이의 생각을 존중해야지. 원이가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너무 구속하지 말란 말이야.”“맞아요, 경수 아빠 말이 맞아요. 엄마는 저를 존중하고 믿어야 해요. 그래야 제가 하루빨리 엄마를 돌보고 보호하죠.”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차설아를 설득했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이번에 만난 여자가 누군지 알아? 그 여자는 작정하고 너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도 바보처럼 좋다고 따라다녀? 장난감이랑 간식으로 혼이 쏙 빠져 놓고는, 이제 와서 부끄럽지도 않아?”차설아는 다시 생각해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임채원은 분명 원이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이번에 원이가 운이 좋아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아니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아니거든요!”원이가
차설아는 그동안 거의 은퇴하다시피 살았고, 해바라기 섬에 틀어박혀 실험에 전념했기에 외부의 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미스터 Q’의 정체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하지만 배경수의 말을 들어보니 미스터 Q는 분명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그녀는 갑자기 원이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그 살인마라는 사람이 너에게 상처를 주거나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어?”“아니요. 미스터 Q는 저에게 꽤 잘해줬어요. 제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줬어요. 엄마 조수로 되어달라고 하니까 동의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좀 바빠서 외지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바쁜 일이 끝나면 두 사람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할게요.”원이가 두 팔을 끌어안고는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보스가 된 듯이 말했다.차설아가 미간을 구겼는데 이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너무 이상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임채원과 딜을 했는데 왜 원이를 가만히 둔 걸까? 심지어 원이에게 내 부하가 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배경수가 무심하게 말했다.“왜긴, 우리 원이가 너무 귀여워서겠지. 우리 원이는 상처를 주기도 아까운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잖아. 조수를 약속했다는 건 원이가 아이니까 장난삼아 한 거 아닐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차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야, 분명 내막이 있어. 상대가 절대 호의를 품을 리가 없으니까 방심하지 않는 게 좋겠어.”“흠. 성심 전당포가 악명이 높은 건 사실이야. 전당포라고는 하지만 도덕적이지 않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그동안 돈도 많이 벌어서 이제 신분 세탁을 하려는 건가?”배경수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말을 보탰다.“그런데 그때 성대 그룹의 큰 도련님인 성도현이 성심 전당포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래서 성심 전당포는 줄곧 성씨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아. 4년 전에 쌍방에서 큰 충돌이 일어났고, 성도윤은 하마터면 죽을
하지만 차설아가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수록 배경수는 그런 그녀가 더 걱정스러웠다.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야 했다. 계속 쌓아두고만 있다면 언젠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그래서 배경수는 배경윤과 방법을 찾아 차설아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알겠어. 이런 쪽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나한테 맡겨!”얘기를 마친 후 배경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어차피 배경윤은 겨우 목숨을 건진 강우혁과 결별했기에 마음이 울적했다. 그녀도 마침 우울한 기분을 풀어야 했다!지금 이 시각, 차설아는 천신 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임원들과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동안 차설아는 명의상 천신 그룹의 그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회사의 모든 중대한 결정은 대표인 배경수가 내리는 거였지만, 사실 차설아야말로 천신 그룹을 다스리고 있는 진정한 보스라는 걸 임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차설아가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지 않았다면 천신 그룹처럼 작은 하이 테크 회사는 진작 잔인한 비즈니스계에서 뼈도 못 추린 채 망했을 것이다.물론 임원 중에서도 차설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그중 배경수의 셋째 누나인 배경림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배씨 가문에는 모두 여덟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모두 딸이고, 배경수가 유일한 가문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배씨 가문의 가업을 이어 나가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다섯 명의 누나 중에서 셋째 누나인 배경림이 가장 승부욕이 강했고, 또 상업적인 두뇌가 있어 배경수와 함께 배씨 가문의 가업을 관리해 왔다.처음에 배경수가 어르신에게 천신 그룹을 설립하기 위한 돈을 요구했는데 하이 테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했다.배씨 가문은 그레이 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고, 가족 비즈니스도 모두 그레이 존과 연관되었다.배경수가 갑자기 하이 테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하니 가족들의 놀림을 받았다.그가 여자를 꾀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려 한다고 생각해 그 회사는 언젠간 망할 거라고 했다.하
그녀의 물음에 차설아는 덤덤하고 여유롭게 대답했다.“그 어떤 하이 테크 회사든 장기적인 이익을 얻으려면 중개인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자체 연구개발센터와 생산기지를 건설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기업이 설립되고 이익을 얻는 데까지 보통은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리죠.”“올해는 천신 그룹이 설립된 4년째 되는 해입니다. 곧 5년째가 될 것인데 제가 여러분과 약속하겠습니다. 올해 우리는 모두 큰돈을 벌어들일 것입니다!”이 야심만만한 말은 오히려 임원들의 반감을 샀다.“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 4년 동안 차설아 씨가 한 약속만 몇 개인지 아세요? 언제 약속을 지키실 겁니까?”“지금은 워낙 비수기라 업계 전체가 위태롭습니다. 파산하고 감원하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는커녕 연구센터를 짓기 위해 투자를 늘리겠다니. 정말 돈을 너무 많이 쓰시네요!”“그리고 성대 그룹에서는 곧 G6 칩이 장착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거라면서요? 그러면 시장점유율은 더 내려갈 것인데 큰돈을 벌기는커녕 이윤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그동안 임원들은 차설아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지만 배경수의 체면 때문에 누구도 감히 솔직하게 말을 하지 못했다.배경수는 마침 오늘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또 배경림이 먼저 차설아의 말에 반박했으니 임원들도 오랫동안 쌓아온 원한을 풀기 시작했다.“차설아 씨는 그동안 회사 일에 신경 쓰지 않아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천신 그룹이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오늘 오셨던 김에 재무팀 팀장님께서 준비한 진짜 재무 상황을 한 번 제대로 들어보시길 바랍니다...”배경림이 말하고는 구석에 앉은 재무팀 팀장을 바라봤다.재무팀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사람들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천신 그룹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운영 비용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두 개 센터를 건설하는 데 워낙 많은 인력과 물자가 투입돼 천신 그룹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투자를 유치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