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는 개성이 강한 사람이라, 배경수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죄송하지만 전 성대 그룹의 직원이에요. 왜 당신 같은 외부인의 명령을 따라야 하죠?”리사뿐만 아니라 성대 그룹의 모든 직원들은 배경수가 눈에 거슬렸다. 배경수가 차성커플을 갈라놓은 가장 큰 원흉이라고 여겨, 당장이라도 그를 쫓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차설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며 리사에게 말했다.“실례지만, 이 경비원 좀 불러주세요.”리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 당장 부르겠습니다.”성대 그룹에서 차설아의 말은 때로 성도윤의 말보다 더 잘 통할 때가 있었다. 모두들 차설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곧 경비원이 전전긍긍하며 회사 로비에 도착했다.그는 차설아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사모님, 몰랐어요.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저 좋은 마음에서 아이를 라운지에 데려왔어요. 그런데 아이가 후에 어디로 갔는지, 누가 데려갔는지 저는 정말 몰라요. 만약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절대 저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차설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긴장하지 마세요. 저는 잘못을 물으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아이가 대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 가능한 빨리 찾고 싶을 뿐이에요.”“그... 그건...”경비원은 사시나무 떨듯 파르르 떨며 차설아의 눈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더듬더듬 말했다.“어제 어린 남자아이가 성대 그룹 밖에 혼자 있는 걸 보고 다가가서 부모님이 어디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성대 그룹의 직원이라며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요. 저는 아이가 나쁜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걱정되어 데리고 회사 라운지로 와서 아버지가 퇴근하기를 기다리게 했어요. 그런데 제가 잠깐 자리를 뜬 사이에 아이는 사라졌어요... 정말 사실이에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사모님, 제발 믿어주세요.”경비원은 이 어린아이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추측하고 자신이 연루될까 봐 두려웠다.어쨌든, 아이는 자신이 데리고 들어온 것이고, 만약 무
“성진?”차설아는 차가운 눈으로 들어온 남자를 보더니 이내 눈썹을 찡그리며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차설아가 성가의 며느리로 있을 때, 제일 먼저 나서서 반대하며, 암암리에 차설아를 괴롭혔던 인간이다.그는 성주혁 형제의 손자로서, 엄격히 말하면 성도윤의 사촌 동생이었다. 줄곧 성대 그룹의 해외 업무를 맡아왔는데, 왜 갑자기 해안으로 돌아온 것일까?“성, 성 부대표님!”리사와 나머지 직원들은 즉시 머리를 숙이고, 마치 염라대왕이라도 만난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이인자인 성진이 성대 그룹에서 여전히 큰 지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둘째 형수,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변했네요?”성진은 고급스럽게 맞춤 제작된 짙은 색 슈트를 입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뜨거운 시선으로 차설아를 훑어보았다.“역시 나이 든 여자가 어린 여자보다 더 느낌 있고 설렌다니까.”배경수는 순간 화가 나서 큰 몸으로 차설아 앞을 가로막고, 서늘한 얼굴로 경고했다.“부대표님, 언행을 주의해 주세요. 누가 그쪽 둘째 형수죠? 계속 호칭을 함부로 한다면 제 변호사에게 고소장을 받게 될 거예요.”성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죄송해요. 설아 씨가 저희 형이랑 이혼한 지 4년 됐다는 걸 제가 깜빡했네요. 하지만 제 마음속에 한 번 형수는 영원한 형수예요. 비록 지금은 도윤 형과 이혼했다고 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영원히 제 둘째 형수예요. 형수랑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강진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배경수를 넘어 차설아에게 향했다.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여전히 뜨거운 눈빛이었다.“계속 본다고?”배경수는 참다못해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잘 모르나 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내가 그 눈을 깨끗하게 씻어줄까?”성진은 예전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다.자신이 성도윤 다음으로 성가에서 지위가 있다는 것을 믿고, 해안에서 날
하지만 성진이 먼저 말을 꺼낸 이상, 차설아도 번거로움을 덜었다.게다가, 성도윤은 늘 신중한 사람이라 성대 그룹의 권력을 손에 틀어쥐고, 이 사촌 동생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모든 권리를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에게 넘겼다? 성도윤, 간이 큰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따로 있는 거야?’차설아는 성대 그룹이 천신 그룹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해, 이 기회를 빌려 성진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다.‘바보 같은 성진, 내가 조금만 손을 쓰면 바로 넘어오겠는데?’“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만, 작은 요구가 있어요.”성진은 복잡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차설아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말해보세요.”“저랑 하룻밤을 같이 보내줘요.”성진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성도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발언이었다.배경수는 더욱 화가 나서 성진의 멱살을 잡고, 격분하여 주먹을 치켜들었다.“너 이 자식 죽고 싶어 환장했어? 감히 우리 보스를 넘봐?”사실, 성진이 차설아에게 무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차설아가 성진의 형수였을 때도,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여러 번 말했었다.그때는 차설아에게 흑심을 품어 불순한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차설아는 장난감에 불과해 성도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굴욕감을 줬다.하지만 이번에는, 차설아에게 정말 관심이 생겼다.“경수야, 그만해.”차설아는 다시 한번 배경수를 제지하고 성진을 향해 말했다.“진짜 나랑 하룻밤을 보낼 용기가 있는 거예요?”“하하, 말을 재밌게 하네요. 다들 얻지 못해 안달인 이 영광을 제가 왜 용기가 없어 마다하겠어요?”“영광이라고요?”차설아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부대표님이 그 영광을 담을 그릇이 되는지 모르겠네요.”“하하, 아주 기대되는걸요?”성진은 지금의 차설아가 점점 재미있다고 느꼈다.단지 몇 마디 농담으로 예전의 풋풋하고 수줍은 차설아의 모습을 되새기려 했을 뿐인데,
원이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화면에서는 뽀로로가 방송되더니, 한 시간 넘게 재생되고 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정상적인 화면에는 원이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잘라낸 것이 분명했다.“어떻게 된 거죠? 이 구역의 감시 시스템이 해킹된 거예요?”“철벽과도 같은 성대 그룹의 안보 시스템이 뚫린 것도 모자라, 이런 수모까지 당했으니, 상대는 분명 의도가 불순해요. 이렇게 되면 꼬마가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요?”“안 되겠어요. 당장 비상팀을 구성하고, 사이버 경찰에 수사 지원을 요청해야 해요!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아요.”IT팀 직원들은 화면 속의 뽀로로를 보며 하나같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차설아는 걱정하기는커녕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어이없는 표정이었다.뽀로로는 딱 봐도 원이의 작품이었다. 추적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손을 쓴 것이다.‘차진원! 네 놈 담이 점점 커지네. 몰래 해안으로 온 것도 모자라, 역추적 놀이까지 하고... 기다려, 만나게 되면 제대로 손봐줄 테니까!’차설아는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묵묵히 속으로 계획했다.배경수도 이것이 원이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한숨을 내쉬며 차설아에게 물었다.“보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경찰에 신고해?”“신고는 안 돼!”차설아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해.”만약 경찰이 개입한다면 원이의 정체도 분명 드러날 것이니, 많은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차설아는 아직 달이와 원이를 세상에 공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배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보스 말이 맞아, 당장 사람을 풀어서 원이를 찾도록 할게.”배가는 해안에서 여전히 세력이 있었다. 특히 지하세력은 아주 강력해 어린아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차설아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무기력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원이 이 자식, 우리가 자기를 찾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원이는 요 몇 년 동안 계속 나와 머
성진이 그 말을 듣더니 오랫동안 기다렸던 게임을 시작하는 듯이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흥분의 감정이 내비쳤다.“걱정할 것 없어요, 저는 변태도 아니고 여색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이상한 짓을 강요하지 않을게요. 다만 저랑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요. 잠깐만 가 있으면 돼요.”“네가 변태가 아니라면 세상에 변태가 어디 더 있겠어?”배경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성진의 멱살을 잡더니 그를 벽에 세게 밀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진, 너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잖아. 보스를 엄청 오랫동안 눈여겨봤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경고하는데, 만약 보스 머리카락이라도 건드린다면 너 죽여버릴 거야!”“경고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데? 배짱이 있으면 날 어디 한 번 죽여봐.”성진은 배경수의 밀치기를 당하면서도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조롱했다.“하지만 설아 씨 동의 없이 날 죽이기는커녕 내 머리카락도 못 건드릴 거잖아.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 엄청 각별한 사이라고 하던데, 지금 보니 당신은 결국 설아 씨의 한 마리 개일 뿐이었군. 그런데 뭐가 그렇게 잘났어?”“닥쳐!”배경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긴 손가락으로 성진의 목을 꽉 조였다.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고, 경비원들이 얼른 다가가 말렸다.하지만 상대는 해안의 악동, 배경수였다.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결국 차설아가 나서고서야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배경수를 보며 말했다.“경수야, 나도 결정을 내릴 때 생각이라는 걸 하는 거야.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배경수는 이번에 정말 화가 났다. 더는 전처럼 상냥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차가운 얼굴을 하며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그럼 저 남자랑 정말 하룻밤을 보낼 생각인 거야?”“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부대표님과 약속했던 일도 절대 번복하지 않을 거야. 부대표님도 다른 나쁜 마음이 없으리라 믿고 있어.”
차설아는 마음이 괴로워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건 물어보지 않은 게 좋을 것 같았는데.”그녀에게 있어서 배경수는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자, 그녀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녀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가?수많은 소녀들을 매료시킨 배경수의 깊은 눈망울은 기대에 가득한 반짝이는 눈빛으로부터 점점 실망으로 가득한 채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저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알겠어, 보스, 대답하지 않아도 돼. 이미 대답을 알았으니까.”“경수야, 왜 그래? 분명 내 마음 알잖아. 왜 이러는...”“그냥 이러자!”배경수는 애써 섭섭한 마음을 꾹 누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짜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더는 보스의 약혼자가 아니야. 앞으로 우린 단순한 누나 동생 사이라고. 난 여전히 보스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다만 보스는 내 구속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도 돼. 보스가 정말 선택하고 싶은 남자를 선택하라고.”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배경수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사랑을 강요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차설아는 그와 애써 사랑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이럴 때 배경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그녀를 놓아주는 것이었다.“경수야,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나랑 헤어지겠다고? 나 포기하는 거야?”차설아도 마음이 조급해져 다른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팔을 덥석 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내가 너무 마음이 급했어, 네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말을 내뱉고 말았어. 잘못했어... 나 다른 남자 선택할 것도 없어, 너만 있으면 돼. 그러니까 화내지 마. 나 포기하지도 말고, 응?”그녀의 말은 비굴하게 들렸지만 모두 차설아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차설아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기다릴 게 뭐가 더 있겠어요? 지금 당장 출발해요!”그렇게 두 사람은 성대 그룹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직원들은 하나같이 김빠진 듯이 실망의 얼굴을 드러냈다.“4년 만에 사모님이 이렇게나 달라졌다니. 온화하고 단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는 전처럼 순진하고 착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아. 오히려 이 남자 저 남자 다 건드리는 팜므 파탈이 되었구먼!”“이제 보니 ‘차성 커플’도 더러워진 것 같아. 나 팜므 파탈 안 좋아한단 말이야. 팜므 파탈인 사람이 어떻게 우리 대표님에게 어울리겠어. 대표님은 그동안 다른 여자 건드린 적도 없는데 성진 부대표님같은 바람둥이도 놓지 않으려고 하네, 우리 대표님만 불쌍하지...”“어디 대표님만 불쌍할 뿐이야? 심지어 배경수 씨도 엄청 불쌍하잖아. 배경수 씨는 뭔 죄야.”벌써 차설아에게 탈덕한 직원들도 있었다.그중 어떤 직원이 한껏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참, 그거 들었어? 이번에 대표님께서 회사로 오지 않은 게 심한 상처를 입어서래. 심지어 사모님 때문에 상처를 입은 거래.”“어디 상처를 입은 것뿐이야. 믿을 수 있는 정보에 의하면 대표님은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대.”“뭐? 그럼 성진 부대표님이 대표님 자리를 이어받을 건가? 이건 아닌 것 같아. 아무리 대표님이 무섭게 굴었어도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이야. 그런데 성진 부대표님은 사람이 너무 소인배야. 만약 부대표님이 정말 성대 그룹 대표님으로 된다면 난 바로 그만둘 거야!”사람들이 한창 열띤 토론을 펼친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들 많이 한가해요?”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도윤처럼 오랫동안 성대 그룹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비서실장 진무열이었다.“실, 실장님!”사람들은 바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진무열은 성도윤의 심복으로 성대 그룹에서도 지위가 대단했다. 사람들은 심지어 진무열을 성도윤처럼 무섭게 생각하기도 했다.“방금 뭘 의논하고 있었어요
어둠 속에서, 실버 부가티 베이론이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조수석에 앉은 차설아는 덤덤한 얼굴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성진이 좋은 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도, 오늘 밤에 많은 함정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녀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다른 사람을 상대하면 몰라도 성진같이 실속 없는 바보를 상대하는 건 그녀는 누구보다 잘했으니까 말이다.차 안에는 경쾌한 리듬의 록 스타일 노래가 흘렀다.성진은 눈에 띄게 즐거워 보였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리듬을 따라 창문을 툭툭 두드렸다. 마디가 뚜렷한 길고 가는 그의 손가락은 어둑어둑한 가로등 불빛에 비쳐 유난히 보기 좋았다.“당신이 아직 자지 않았다면, 내가 아직 그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맨정신을 한 것도 죄라면, 제발 함께하기로 한 약속을 무르지 말아요, 제발 떠나지 말아요...”남자는 몸을 흔들며 유쾌한 목소리로 흥얼거렸다.성도윤과 비슷한 옆모습을 가진 그는 완벽한 이목구비와 정교한 윤곽을 자랑했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차설아는 한순간 바보 같은 성진이 혹시 잘생긴 남자의 탈을 썼는지 의심이 갔다. 평소보다 매력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부대표님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네요. 파이브 밴드의 노래가 잔잔하게 들리지만 사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자칫하면 과하게 들릴 수 있는데 부대표님은 아주 적절하게 부르시네요, 심지어 원곡보다 듣기 좋은데요...”차설아가 진심으로 칭찬했다.바보 같은 성진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설아를 놀라게 했다.“그래요?”성진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옆에 앉은 여자를 힐끔 바라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설아 씨가 처음이 아니에요. 다만 제가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도 설아 씨보다는 못하죠.”“그게 무슨 말씀이죠? 그럼 제가 노래한 걸 들어본 적이 있는 거예요?”“들어보고 말고요, 심지어 설아 씨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