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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4년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를 여전히 기억대로 차가웠고 도도했다.

차설아는 덤덤한 얼굴로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게요, 대, 대표님,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허광희는 성도윤이 이렇게 빨리 전화를 받을 줄 몰라 갑자기 긴장된 마음에 말을 더듬었다.

“그게요... 제 조카 설아가 오늘 해안으로 돌아왔거든요, 오랫동안 사라졌는데 제가 오늘 정말 어렵게 찾아냈거든요. 대표님도 그동안 우리 가족을 잘 챙겨주셨으니 이 기회에 대표님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서요, 설아랑 함께...”

“그럴 필요 없어요.”

전화기 너머의 성도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그리고 그의 말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는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게, 대표님, 대표님...”

허광희는 휴대폰에 대고 한참 동안 말을 건넸는데 들려오는 건 ‘뚜뚜뚜’ 소리뿐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성도윤은 이미 그를 차단했다.

“설아야, 그게... 화내지 마. 아마 대표님은 지금 바쁘신가 봐. 한 회사의 대표니까 말이야. 이따가 민희 휴대폰으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볼게.”

허광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를 힐끔 보며 말했다.

그는 차설아가 혹시라도 상처받았을까 봐 두려웠다.

그동안 그들 가족을 잘 보살펴 줬던 성도윤이 갑자기 이렇게 인정사정없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너무 티 나게 차설아를 피하고 있었으니 그녀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요!”

차설아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안 온다면 제가 조금 더 많이 먹죠, 문제 될 건 없어요.”

그녀는 쿨한 척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성도윤은 그녀에게 익숙한 남남일 뿐, 그녀의 감정을 전혀 휘두를 수 없었다.

허민희는 미간을 구기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쯧쯧, 역시 제가 사람 잘못 봤어요. 대표님 정말 남자답지 않네요. 밥 한 끼 먹을 배짱도 없다니, 설아 언니보다도 우유부단하다고요!”

허광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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