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90화

작가: 배시아
라이브 방의 다른 팬들도 12358에 놀라 댓글을 달았다.

“대박, 형님을 못 알아뵙고 까불었네요! 존경합니다!”

“여자를 꼬시려고 밑천을 다 까네.”

“혹시 어느 재벌가 도련님이 자기 여자 기분 풀어주려고 쇼하는 거 아니야?”

“...”

차설아는 12358의 프로필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의 신분이 더욱 궁금해졌다.

사건은 여기까지 일단락된 줄 알았다.

허민희는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라이브 방송 마감 5분 전입니다! 제게 연애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주신 12358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약속대로 우리 설아 언니와 로맨틱한 촛불 만찬을 즐길 수...”

하지만 갑자기 또 신비로운 팬이 선물을 미친 듯이 보냈다. 1만 1000대의 페라리를 보냈고 12358을 단박에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순간 라이브 방은 들끓기 시작했고 시청자 수도 500만 명에 다다랐다.

“이거... 환... 환영합니다, 그림자 분께서 주신 페라리 선물들 감사합니다. 설아 언니와 촛불 만찬을 함께 할 사람이 바뀌었네요...”

허민희는 말을 더듬었고, 겨우 정상으로 돌아온 다리는 또 놀라서 녹초가 되었다.

‘요즘 부자들이 이렇게 많아? 몇억짜리 선물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준다고? 정말 대박이야!’

물론, 12358도 지지 않고 또 1000대를 추가해 그림자와 맞붙었다.

이렇게 5분 동안 1위 자리는 두 사람에 의해 계속 바뀌었다.

모두 숨도 쉬지 못하고 댓글에 카운트다운을 했다. 5, 4, 3, 2, 1...

결국 1위 자리는 12358이 차지했고 모두 50억에 달하는 페라리를 내줬다.

“12358님, 정말 감사드려요. 저희 설아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나 봐요. 내일 저녁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민희는 두 손을 모으고 화면을 향해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절이라도 할 기세였다.

차설아는 조금 감동했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 내일 저녁 제가 기다리죠. 쪽!”

여자는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화면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리며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391화

    “형, 설아 쨩 라이브 방송 봤어?”사도현은 흥분한 얼굴로 성도윤에게 달려갔다.“솔직하게 말해, 라이브 방 1위, 그거 형이지?”사도현은 도도한 얼굴로 손에 든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무슨 방송?”“시치미 떼지 마. 그렇게 큰 사건을 전혀 모른다고? 게다가... 설아 쨩의 라이브 방송인데 어떻게 놓칠 수 있어?”성도윤은 고개도 들지 않고 ‘나 바빠’라고 말했다.즉, 입을 다물라는 소리였다.사도현은 성도윤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도윤은 언제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인간이었으니.그래서 사도현은 기회를 타 성도윤의 옆에 있는 휴대폰을 낚아챘다.“휴대폰은 왜 꺼놓은 거야? 분명 뭔가 있어. 바로 확인해볼 거야!”사도현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켜려고 했다.“이리 줘!”성도윤은 고개를 들고 살인적인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사도현은 침을 삼키고 순간 겁을 먹어서 순순히 휴대폰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형, 그냥 봤다고 인정해. 이게 뭐 창피한 일인가?”“형이 그때 설아 쨩을 찾으려고 온 지구를 뒤집을 뻔했잖아. 결국 사람은 못 찾고 오히려 호되게 당했지만. 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좀 창피하긴 하네...”사도현은 진지하게 충고하려고 했지만, 4년 전, 성도윤이 차설아를 찾으려고 부리나케 어떤 섬으로 달려갔지만, 결국 사람은 못 찾고 차설아에게 호되게 당해, 섬 주민 백 명에게 빌붙어 비참하게 섬에서 탈출했던 일이 생각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가장 웃긴 건, 성도윤이 섬에서 만난 사람에게 ‘차설아는 천하제일 미인이지만, 제가 눈이 멀어서 그녀를 오해했어요. 저는 바보예요.’라고 하는 동영상이 성대 그룹 공식 블로그에 5분 동안 게시되어 망신을 당했었다.그때부터, 성도윤의 친구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 일을 거론하며 비웃곤 했었다.4년이 지났고, 이 일은 더 이상 웃음 포인트가 없었다.하지만, 차설아가 갑자기 나타나니, 또 웃음 포인트가 생겼다.사도현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고 무려 5분 동안

  • 선 이혼, 후 집착   제392화

    “내가... 어떻게 알아?”사도현은 재빨리 핵심 정보를 포착하고 물었다.“형, 왜 1위가 아닌 2위만 궁금한 걸까? 지금 들통난 거 알아?”정상적인 논리라면 사람은 1위를 궁금해하지 2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성도윤은 발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고, 차가운 얼굴에는 ‘나 건드리지 마’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사도현은 하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라 계속 놀렸다.“형, 진짜 네티즌 말대로 여자를 위해 밑천을 내놓았네. 50억짜리 만찬이라니. 이건 기네스 기록에 남을 만한 사건이야. 내일 밤... 나갈 거지?”성도윤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사도현을 비웃었다.“여자를 위해 밑천을 까는 건 사도현을 따라갈 사람이 없지! 요 몇 년 동안... 그분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아마 500억은 훨씬 넘을 텐데?”사도현의 얼굴빛은 금세 변했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부인했다.“무슨 소리야. 나랑 설이는 단순한 사장과 소속 연예인 사이라고. 설이를 띄우는 건,재능이 있고, 우리 회사에 그만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투자하는 거지. 형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진짜?”성도윤은 웃음을 지으며 독설을 퍼부었다.“그렇게 재능이 있는 분이 왜 4년 동안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지?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것이 그분의 가치인가?”사도현은 단번에 무참히 무너져 버렸고, 어색해서 자신의 오똑한 콧등을 만지작거리며 자존심을 지키려 애썼다.“그... 다 때가 있는 법이잖아. 회사에서도 영화 몇 편을 제작해 줬고, 설이도 열심히 할 거야. 그러면 언젠가 히트를 치겠지!”“히트를 치는 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운명이야!”성도윤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완벽한 이목구비에는 왠지 뿌듯함이 그려졌다.“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4년 동안 사라졌다가 복귀하자마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지. 이런 효과는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사도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눈을 희번덕였다.“설아 쨩 대단한 거 알아.

  • 선 이혼, 후 집착   제393화

    두 남자는 한참이나 유치한 싸움을 한 후, 성도윤이 말했다.“앞으로 나랑 설아 일에 끼어들지 않으면, 이 녹음은 절대 공개하지 않아.”“좋아, 내가 졌어. 앞으로 다시는 관여하지 않고 입 꾹 다물고 있을게.”사도현은 성도윤에게 완전히 정복당했다.“착하네!”성도윤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관건적인 순간에 윤설이라는 필살기를 써야만 매를 자처하는 사도현을 잠재울 수 있었다.사도현은 공격을 받고 줄행랑을 치더니, 떠나기 전 또 한마디 했다.“내일 나갈 거지? 형?”성도윤이 휴대폰을 들고 녹음을 보내려는 시늉을 하자 사도현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아니야, 난 아무 말도 안 했어!”그리고 속으로 묵묵히 다짐했다.‘도윤 형, 이러다 앞으로 이불 속에 숨어서 울지나 마!’한편, 허민희는 라이브 방송을 끈 후에도 여전히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방송의 수익을 보고 입을 크게 벌리고는 다물지 못했다.“대박, 어마어마한 돈이야.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떼가도 몇십억을 벌었다니! 역시 트렌드만 잘 따라가면 바보도 부자가 되는 세상이야!”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뭐? 누구보고 바보라는 거야?”“내가 바보예요, 내가 바보. 언니는 제가 돈을 벌 수 있는 트렌드고요. 앞으로 언니 옆에 찰싹 붙어 있어야겠어요. 죽음만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 거예요!”허민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차설아를 덥석 끌어안고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됐어, 내 얼굴 닳겠어!”차설아는 겨우 빠져나오고는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어. 얼굴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줄도 모르고, 몇 년 동안 연구개발에만 힘썼으니!”“뭐요? 언니? 그러니까 몇 년 동안 연구개발을 했다고요? 뭘 연구하셨어요? 너무 대단해요!”“별 것 아니야. 그냥 보통 사람들보다 지능이 조금 더 높을 뿐이야.”차설아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보이더니 신비롭게 말했다.“구체적으로 무엇을 개발했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허민희가 또 물었다.“오늘은 언니 덕

  • 선 이혼, 후 집착   제394화

    12358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기분 봐서.”비록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이 말에 거만하고 당당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허민희는 12358의 개인정보를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보았지만 텅 비어있었다.“이 사람 새로 만든 계정인가 봐요. 프로필 사진도 랜덤이고, 개인정보에도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50억을 척 내놓다니... 분명 설아 언니 때문에 찾아온 거네요.”그녀는 대담하게 추측했다.“혹시, 성도윤 씨 아닐까요?”차설아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프로필 사진을 보며 붉은 입술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어쩌면? 내일 알게 되겠지.”만약 차설아가 진짜 알고 싶다면 당장 그의 IP주소를 찾을 수 있지만, 그녀는 확인하지 않았다. 내일 밤 12358이 약속대로 나올지 매우 기대되었다.밤이 깊어졌을 때, 차설아는 배경윤의 아파트로 돌아갔다.그런데 배경수도 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보스, 드디어 왔어? 조금만 늦었으면 나 경찰에 신고할 뻔했어!”밤새도록 걱정했던 배경수는 차설아가 무사한 것을 본 순간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내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했지? 우리 언니가 어디 괴롭힘 당할 사람이야? 오늘 라이브 방송 봐봐, 선녀같이 아름다운 언니의 미모에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마음을 빼앗겼는데? 대체 비결이 뭐야, 언니? 책을 내도 되겠어!”“그만해, 두 사람 다 한밤중에 자지 않고 뭐해. 안 피곤해?”차설아는 기지개를 켜며 피곤한 기색이었다.“언니가 안 돌아왔는데 우리가 어떻게 편히 자겠어? 지금 자지 말고 나랑 수다 좀 떨어...”배경윤은 밝고 큰 눈을 반짝이며 차설아의 팔을 잡더니 대놓고 물었다.“오늘 1위 한 사람, 혹시 그 인간일까?”“내가 어떻게 알아?”“언니 진짜 몰라?”“나 몰라.”“조사하고 싶지 않아?”배경윤은 꼬치꼬치 캐물었다.차설아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궁금하지 않아. 돈만 내 손에 들어오면 그만이야.”그리고 배경수를 쳐다보니, 그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우리 경수 도련님 왜 이렇게 조용하

  • 선 이혼, 후 집착   제395화

    차설아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진심이었다.지난 4년 동안, 배경수가 보답을 바라지 않고, 끊임없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렇게 빨리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당당하게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지금의 그녀는 그 누구도 저버릴 수 있어도, 절대 배경수의 마음은 저버릴 수 없었다.“그럼!”투정을 부리는 어린 소녀처럼 밤새도록 질투했던 배경수의 잘생긴 얼굴은 그제서야 활기를 되찾았다.배경수는 전에 얼마나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가. 머리가 좋고 교활해서 사람들에게 ‘해안의 악동’이라 불렸고, 아무리 건방진 사람도 배경수는 피해갔다. 설사 그에게 해를 입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차설아에게 완전히 잡혀서 사는 꼴이 되었다.매일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고도 치지 않고, 약자를 괴롭히지 않으며, 심지어 한가할 때 할머니를 도와 길을 건너곤 했다. 마치 초등학생처럼 말을 잘 들으니 그야말로 올바른 남성의 본보기였다. 차설아는 갑자기 궁금해졌다.“1위가 네가 아니면, 2위는 그래도 너겠지? 이런 교활한 수법을 사용하는 건 네 전문 분야잖아?”자선 경매에서 차설아와 배경수는 이런 수법으로 성도윤을 곤경에 빠뜨렸었다.배경수는 고개를 저었다.“나 진짜 거지야.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그럼 이상하네? 대체 누구지?”차설아는 한숨을 내쉬고 더 생각하기 귀찮았다. 자신의 무한한 매력으로 재벌 팬을 얻은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씻은 후 방으로 돌아왔다.지금 해바라기 섬은 오후였다. 차설아는 곧바로 민이 이모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아가씨, 잘 계세요? 보니까 실검에 올랐던데, 혹시 그 나쁜 인간이 또 찾아오진 않았어요?”민이 이모는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인터넷을 자주 해 차설아가 실검에 오른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다른 것보다 성도윤이 또 차설아를 찾아와 귀찮게 할까 봐 제일 걱정이었다.“전 잘 있어요.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데요? 아마 진작에 절 잊었겠죠.”“그럼 다행이고요.”민이 이모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

  • 선 이혼, 후 집착   제396화

    차설아는 하루 종일 지친 몸과 마음이 순간 풀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엄마, 오늘 하루 즐거웠어요? 달이 엄마 엄청 보고 싶어요!”달이는 포도알 같은 큰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여자아이였다.달이는 직접 만든 수화기를 들고 한쪽은 휴대폰 화면에 대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귀에 대고 말했다.“엄마, 비밀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민이 이모 못 들어요!”차설아는 달이의 귀여운 모습에 웃으며 속삭였다.“달이 오늘 민이 이모 말 잘 들었어? 바지에 오줌 싸지 않았어?”달이의 사과처럼 발그레한 볼은 순간 더 붉어졌다.“엄마 나빠요. 달이 이제는 바지에 오줌 싸지 않는다고요! 바지에 오줌 싸는 건 오빠예요!”“하하하, 맞다, 엄마가 깜빡했어. 우리 달이는 바지가 아닌 침대에 오줌을 싸지!”“엄마, 빨리 돌아와요. 엄마가 돌아오면 달이는 침대에 오줌 싸지 않을 거예요. 오빠도 엄마를 엄청 보고 싶어 해요!”달이는 강아지 같은 눈을 내리뜨고 가여운 표정으로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엄마 일 마치는 대로 바로 달려갈게!”차설아는 딸에게 약속했다.두 사람은 한참이나 알콩달콩했지만, 여전히 원이가 보이지 않아 말했다.“오빠는? 엄마 안 보고 싶대? 왜 엄마랑 영상 통화하러 오지 않아?”“그건...”달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오빠는 아직도 엄마한테 화가 났어요.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엄마를 안 보겠대요.”“그렇게 많이 삐졌어? 그럼 달이가 엄마 대신 오빠 좀 불러줄래?”“안 돼요!”달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원이와 했던 약속을 명심하며 말했다.“오빠가 말했어요. 엄청난 걸 만들어서 엄마한테 보여줘야 하니까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 수화기도 오빠가 만들어준 거예요. 오빠 정말 대단해요!”“흠!”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다른 건 몰라도, 원이는 이런 점에서 그녀와 똑 닮았다.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연구하기를 좋아하고, 실험실에 틀어박히면 며칠 동안 나오지 않았다. 과학 연구자의 기질이 강해서 차설아도 제

  • 선 이혼, 후 집착   제397화

    “하지만, 언니는 오빠 좋아하지 않잖아. 계속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친한 동생이랑 결혼을 해?”“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맞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날 봐.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잖아?”“난 다른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게 쉽지 않아. 특히 남자는 더더욱. 경수는 몇 년 동안 계속 내 옆에 있어 주고, 도와주고, 지지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줬어. 그래서 마음이 놓여. 이 세상에 경수보다 나한테 더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언니가 맞다고 생각하는 건, 오빠가 완전 자기 성격 다 누르고 언니한테 맞춰서 그래... 그러니까... 맞다고 말할 수도 없지.”배경윤은 한참 동안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사실 오빠는 오만하기 짝이 없고, 자기 생각과 능력, 그리고 야심이 있는 사람이야. 아니면 해안의 악동이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테고. 평소 언니 앞에서 보여지는 연약하고 말 잘 듣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라고!”“나도 당연히 알지!”“너희 집안은 지하 세력으로 돈을 벌었으니, 웬만한 능력과 성격이 없다면 어떻게 그 혼잡한 세계 사람들을 잠재울 수 있겠어? 경수는 너희 아버지가 가장 눈여겨보는 자식이고 미래 가문의 후계자인데, 당연히 연약하면 안 되지!”“언니도 알고 있다면, 오빠 놀리지 마...”배경윤은 모처럼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차설아에게 부탁했다.“오빠는 언니한테 진심이야. 평소 행동만 보면 생각도 속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엄청 순애보야. 누군가를 점 찍으면 평생 마음 변치 않아. 만약 언니의 반쪽이 오빠라고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아예 희망도 주지 마. 아니면 앞으로 오빠만 헤어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비록 배경수와 어릴 때부터 줄곧 싸웠지만, 그래도 일란성 쌍둥이이니 줄곧 마음이 통했다.배경수가 얼마나 차설아를 사랑하는지, 배경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지금 차설아가 성도윤을 완전히 잊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만약 앞으로 차설아가 다시 성도윤의 곁으

  • 선 이혼, 후 집착   제398화

    “남의 집이요?”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살폈다.경비복을 입은 거로 보아, 이 지역을 전문적으로 지키는 직원인 것 같았다.“대체 누구보고 남의 집에 침입했다고 난리야? 이건 우리 언니 집이라고!”배경윤은 포악한 성격으로 유명했고, 경비원에게 큰소리로 명령했다.“우리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하니까, 걸리적거리지 말고 당장 비켜!”“누구 집인지 전 상관하지 않아요. 이 땅은 이미 징수 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저희 대표님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접근하게 하지 말라고 했어요!”경비원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험상궂게 말했다.“참, 사람 말을 너무 못 알아 처먹네! 맞고 싶지?”배경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경비원과 싸울 태세였다.배경윤은 싸움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옆에 차설아라는 든든한 고수가 지키고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절 때려도 좋고, 때려서 죽인다고 해도, 절대 당신들을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어요. 이건 제 일이에요. 계속 억지를 부리면 사람을 부르겠어요.”경비원은 무전기를 들고 호출하기 시작했다.“본부, 본부,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으니 당장 지원 바란다.”“뭐야? 이 아저씨 진짜 먹통이네? 여기는 우리 언니 집이고, 지금 자기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왜 내쫓고 난리야? 말이나 돼?”배경윤은 참다못해 화가 나서 달려들었고, 정말 손을 쓰려고 했다.차설아는 오히려 차분했고, 그녀를 막고 좋은 말로 경비원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전 이 별장의 소유주예요. 몇 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당신이 바로 저희 대표님이 말한 연락이 닿지 않는 소유주이군요...”경비원은 그제야 안색이 좋아졌다.“앞서 말했듯이, 이 땅은 쓰레기 처리장 건설 부지로 징수되었고 월말에 착공합니다. 마침 잘 오셨네요, 징수 동의서에 이 집 한 가구만 서명하지 않았는데, 시간 내서 서명하러 오세요.”차설아의 표정은 순간 엄숙해지더니 따져 물었다.“여긴 고급 주택가예요. 왜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590화

    “그게...”차설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녀는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임신 테스트기도 다 믿으면 안 돼요. 이게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때로는 남자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너무 높으면 임신 반응이 나올 때도 있거든요.”박성훈이 차설아를 대신해 설명했다.비록 이 설명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성도윤 같은 남자에게는 충분히 먹힐 만했다.역시나 성도윤은 그 말을 믿었고 얼굴에 실망한 감정이 가득했다.“정말 그럴 수도 있나요?”“그래. 혈액 수치가 가장 정확한 증거야. 혈액 검사 결과, 차설아 씨는 정말로 임신하지 않았어.”박성훈이 성도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 두 사람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가능성이 많을 거야.”“미안해요, 도윤 씨. 나도 사실 두 줄이 나와서 임신한 줄 알았어요. 괜히 실망하게 해서 미안해요.”차설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에게 사과했다.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실망한 기분도 잠시, 그는 차설아를 서둘러 달랬다.“바보야, 내가 미안해. 다 내가 부족해서야. 약속할게 이제부터 매일 밤 더 열심히 할 거야.”“엣헴!”박성훈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이 두 사람 또 닭살 돋게 하네. 매일 밤 열심히 한다고? 뭘? 이러다 어떻게 열심히 하는지까지 말할 기세군.’“형, 목이 마르면 거실에 나가서 커피나 좀 마시세요. 이제 검사도 필요 없는 것 같은데.”성도윤이 직설적으로 내뱉었다.“설아 씨가 임신 안 됐다고 하자마자 바로 나를 쫓아내려고 하네? 아침에 그 애타게 부탁하던 모습 성도윤은 어디 갔지? 이제 다시 나를 모셔 오기 힘들 텐데.”박성훈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팔불출에는 정말 약이 없군.’“그럼 형은 그냥 여기 있어요. 내 능력으로 한 달 안에 아린이가 반드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성도윤이 조금 유치하게 말했다. 아무리 도도하고 성숙한 남자라도 사랑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차설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 말렸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9화

    “잘됐네요. 마침 딱 배고팠는데!”차설아는 피곤하고 정신이 흐릿했지만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성도윤을 반겼다.성도윤이 사 온 케이크는 차설아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게 주인은 분점을 열 계획도 없고 배달도 하지 않으며 매일 일정 수량만 판매했다.그래서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고 운이 좋아야만 살 수 있었다.가게 주인의 기분도 들쑥날쑥해서 기분이 좋을 때는 많이 팔지만 기분이 나쁘면 그날은 일찍 가게 문을 닫기 일쑤였다.단순히 줄을 서서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것도 있지만 케이크를 사기 위해 기다린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도 들어 있었다.차설아는 숟가락으로 케이크 한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 부드럽고 차가운 질감에 그녀는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맛없어?”차설아의 표정을 보고 성도윤이 이마를 찌푸리며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요. 너무 맛있어서... 이제 다시 이런 케이크를 못 먹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요.”“바보, 그런 말을 왜 해? 앞으로 당신이 원하면 매일 사다 줄게.”성도윤이 차설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약속했다.“좋아요, 그럼 매일 먹고 싶어요. 당신이 매일 사다줘요...”차설아는 입술에 크림을 묻힌 채 남자에게 물었다.“그런데 매일 줄 서서 사 오느라 면 당신이 힘들지 않을까요?”“걱정 붙들어 매, 당신이 질리지만 않는다면 매일 가서 사 올 수 있어. 정 안 되면 내가 그 가게 주인을 찾아서 배워서 매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줄게...”성도윤은 차설아의 입가를 닦아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어, 뭐가요?”차설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녀는 그의 관찰력이 이렇게 예리할 줄 몰랐다.“분명히 뭔가 있어.”성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는 돌아오자마자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참으면서 기다렸다.그러다 차설아가 케이크를 먹으며 그런 말을 하자 분명히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 확신했다.“역시 당신 눈을 피할 수는 없네요. 사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8화

    박성훈은 비관적인 차설아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몇 달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감 넘치고 자유롭고 시원시원한 여자였다.그런데 지금은 눈을 잃고 독에 중독되어 마치 시들어버린 꽃처럼 처량해 보였다.“설아 씨, 제가 살아있는 허준 선생처럼 신통한 의사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최선을 다해 당신을 치료할 것이고 당신의 눈도 적합한 이식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는 법입니다.”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차설아를 위로했다.물론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해독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의학 역사 속에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과거에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자신도 연구를 거듭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마워요, 박 선생님. 그 말 한마디가 저한테 용기를 주네요.”차설아는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박성훈이 있는 방향을 향해 말했다.“해독을 할 수 있든 없든, 그리고 제 눈이 다시 보이든 아니든,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 사실을 도윤 씨한테는 절대 알리지 말아 주세요. 도윤 씨가 지금 너무 지쳐 있어요. 더 이상 그이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걱정 마세요. 저는 그런 말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박성훈은 차설아의 성도윤을 향한 깊은 감정에 감탄했다.이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사랑하는 남자를 먼저 걱정하는 차설아를 보면서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제 아이도 지킬 수 없겠죠?”차설아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성훈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맞아요. 아이는 지킬 수 없습니다.”그가 힘겹게 이어 말했다.“설아 씨가 현재 중금속 중독 상태고 해독을 위해 강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 약들은 태아의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요. 제 의견으로는 아직 초기일 때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그럴 줄 알았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7화

    박성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고 할 수도 없고...’하지만 그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혈액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차설아의 여러 혈액 수치에서 이상이 발견되었고 그녀의 지금 상태로 본 결과, 박성훈은 차설아가 중금속 중독에 걸렸다고 판단했다.중금속 중독은 쉽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신체의 각 기관을 쇠약하게 만들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증상이었다.초기에는 극심한 피로와 졸음을 유발하며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후기로 갈수록 신경과 장기가 손상되며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게 되고 이러한 증상은 그야말로 생지옥과도 같았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의 고통이었다.박성훈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우선 잔인한 진실을 감추기로 결정했다.“어쨌든 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치료해 드릴 겁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투여된 독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었고 그러려면 독을 투여한 사람이 어떤 중금속 원소를 사용했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지금부터 최근 식사 내용을 정확히 말해 주세요. 혹시 식사 외에도 평소 드시지 않던 걸 섭취한 적 있나요?”박성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저 중독된 거죠?”차설아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레 되물었다.“어떤 독에 중독됐는지 알 수 있어요?”“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초기 판단으로는 중금속 중독일 가능성이 큽니다.”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숨김없이 사실을 털어놓았다.이런 경우, 환자와 의사가 완전히 솔직하게 소통해야만 치료에 도움이 되기에 아무리 잔인한 현실일지라도 그녀가 사실을 알아야 했다.“중금속 중독...”차설아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이 서서히 차가워지며 절망감이 엄습했다.그녀는 예전에 비슷한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한 명문대 여학생이 룸메이트의 질투로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6화

    “무슨 일인데요?”박성훈이 갑자기 진지해지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뭘 알아내든 상관없어요. 도윤 씨한테는 좋은 얘기만 해주세요. 안 좋은 결과는 절대 말하지 마시고요.”차설아가 간결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했다.그녀는 방금 전에 애써 성도윤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이유가,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유지하려면 박성훈의 협조가 필요했다.“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런 부탁을 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녀를 보며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런 상태에서 차설아는 여전히 성도윤을 걱정하며 그가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두 사람 서로를 진짜로 사랑하나 보네...’“걱정 말아요. 내가 분위기 못 읽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걸 얘기할지 잘 알고 있어요.”박성훈이 차설아를 안심시키듯 말했다.“그리고 설아 씨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가 신의 손을 가진 명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술은 좀 하는 편이니까 저희 말대로만 따르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쩌면 단순히 임신 초기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정말 그런 거였으면 좋겠네요.”차설아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검사 결과가 결코 좋을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녀를 해칠 작정이었고 가볍게 봐줄 리가 없었다.만약 배경윤이 조금만 늦게 알아차렸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지금 당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분명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검사 결과를 살피던 그의 표정은 한층 무거워졌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검사 결과는 너무 처참했다.“어때요, 박 선생님?”차설아는 몽롱한 상태에서 거의 잠들 뻔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는 줄곧 침묵하고 있는 박성훈에게 물었다.“뭐라고 말해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5화

    성도윤은 자책감에 사로잡혀 당장이라도 할복이라도 할 기세였고 박성훈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일부러 괜찮을 거라고 말한 것이었다.하지만 사실, 차설아의 심장 박동은 이상했고 거의 보름 동안 지속된 무기력함과 과도한 졸음까지 고려했을 때, 그녀의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히 임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박성훈은 어렴풋이 감이 왔다.하지만 지금 당장 혈액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괜히 성도윤에게 불안감을 주면 그가 차설아에 대한 과보호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정상이면 다행이야.”성도윤은 박성훈의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마치 온 세상의 짐이 내려간 듯 안도했다.“들었지, 당신 괜찮대. 그냥 임신해서 피곤한 것뿐이래. 내가 괜히 겁먹고 난리 친 거야. 미안해. 내가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까 괜히 걱정했네.”성도윤은 기뻐하며 차설아를 꼭 끌어안았다.그리고 그녀의 배를 손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야, 꼬맹이.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피곤해하는지 봤지? 만약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 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빠가 먼저 너 혼쭐낼 거야!”차설아는 그의 유치한 농담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만 해요. 진짜 왜 이렇게 점잖지 못해요?”“하아, 두 사람 오늘 너무 닭살 커플인 거 아니야?”옆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박성훈이 질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면 거의 ‘고문 수준’의 애정 행각이었다.그때, 차설아가 성도윤을 바라보며 갑자기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도윤 씨, 나 갑자기 케이크가 먹고 싶어졌어요. 지금 가서 사 올 수 있어요?”“지금?”성도윤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케이크를 사 오는 게 싫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혈액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결과를 확인한 후에 움직이고 싶었다.“네. 지금 당장이요. 지금 먹고 싶다고요.”차설아가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4화

    박성훈은 처음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지만 곧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잠깐만!”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성도윤을 바라보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왼쪽 아래로 2~3cm 정도 더 옮겨 봐.”성도윤도 덩달아 긴장해졌다.그는 박성훈의 지시대로 청진기를 차설아의 심장 왼쪽 아래 3cm 지점으로 옮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뭔가 이상한 점 있나요?”“...”박성훈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굳힌 채 조용히 청진기에 집중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청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지금은 확실하게 들리는 건 없어. 혈액 검사 결과까지 봐야 정확하게 알 거야.”차설아는 처음부터 차분하게 검사를 받으며 잘 협조하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리고 박성훈을 향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검사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박 선생님도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살펴보셔서 피곤할 테고 저도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그런지 좀 지치네요. 나머지는 내일 하는 게 어때요?”사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괜히 성도윤이나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현이를 통해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냈다.그 사람의 정체만 밝혀지면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온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하지는 않은데요? 게다가 그냥 검사 결과만 보면 되는 거라 괜찮아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택에 온 지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동안 한 거라곤 심장 소리 한 번 들은 게 전부인데 대체 뭐가 그렇게 피곤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제가 피곤해서 그래요. 그리고 오늘 꼭 검사를 다 마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차설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고 명확한 거절의 의미였다.더 이상 검사에 협조할 생각이 없는 듯한 그녀를 보면서 박성훈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그리고 잠시 고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3화

    박성훈은 말을 마치고 청진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차설아의 옷 안으로 넣으려 했다.“잠깐!”성도윤이 그 장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박성훈의 손을 붙잡고 제지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청진하고 있지 그럼 내가 뭐 하는 걸로 보여?”박성훈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해요.”성도윤이 단호하게 청진기를 낚아채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내 아내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이런 건 내가 직접 할 테니까, 형은 듣기만 해요.”박성훈이 말없이 그를 보고 있자 성도윤이 되물었다.“왜, 문제 있어요?”“문제라기보단... 좀 오버 아니야?”“어디가 오버에요? 형이 직접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누가 알아? 검사하는 동안 실수로 엉뚱한 곳이라도 건드릴지.’보통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선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하아... 역시 소설에서만 보던 ‘집착광공’이 실존하는구나.”박성훈이 이마를 짚으며 감탄했다.자신이 가끔 보던 ‘재벌 남주’ 소설들이 그냥 창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현실이 오히려 소설보다 더 과장되어 있었다.“헛소리 말고 어디에 대야 하는지만 알려 줘요.”성도윤이 청진기를 들고 박성훈을 노려보았다.“음... 왼쪽 쇄골 중앙선과 다섯 번째 갈비뼈 사이 경계에 대면 돼.”성도윤의 태도가 워낙 단호해서 박성훈은 그냥 순순히 위치를 알려 주었다.“잠시만요.”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진기를 차설아의 잠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러더니 여기저기 더듬으며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쯧쯧.”박성훈은 청진기를 끼고 있었기에 성도윤이 어떻게 검사하고 있는지 소리로 다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결국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어휴, 성도윤이니까 참는 거지.’그가 속으로 체념하는 사이, 성도윤이 한참 동안 위치를 못 찾자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이 정도도 못 견디면 나중에 내진 검사할 때는 난리 나겠네?”“뭐요?”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2화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과 후각이 무척 예민했다.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공간이 달라졌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예전엔 책 냄새가 가득하던 방이 이제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조명도 더 밝고 뜨거워진 느낌이었다.이제 차설아는 자신의 모든 걸 성도윤에게 맡긴 상태였다.그가 정말로 해부라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당신 상상력 정말 대단한데? 우리 애도 나중에 소설가 체질이었으면 좋겠다.”성도윤은 차설아의 넘치는 상상력에 웃음이 터졌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차설아 씨, 지금 혈액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거든요.”간호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네, 하세요. 어차피 지금 나는 도마 위 생선이라 목숨은 이미 여러분들 손에 있으니까요.”차설아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며 팔을 내밀었다.곧이어, 조용한 방 안에 사각사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늘이 그녀의 정맥을 찔렀다.“살살 좀 해 주세요.”성도윤은 차설아의 살짝 찡그린 얼굴과 연달아 뽑혀 나오는 혈액을 보며 속이 상해 간호사에게 신신당부했다.그때, 앞쪽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성 대표님의 아내 사랑이 참 넘치시네요. 난 조용히 보조만 하려고 온 건데 이렇게까지 과한 애정 행각을 볼 줄은 몰랐어요. 좀 자제하세요.”그 말투를 보아하니 성도윤이 말했던 ‘대단한 의사’가 틀림없었다.차설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순간 놀란 듯 말했다.“이 목소리... 어쩐지 익숙한데요?”“당연하지. 우리랑 꽤 인연이 깊은 사람이거든.”성도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이분...”차설아는 머릿속에서 기억을 더듬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깨닫고 외쳤다.“박 선생님?”“하하하. 나를 이렇게 빨리 기억해 주다니, 영광인데요? 이걸로 승부는 끝났네요.”“도윤아, 나중에 밥 한 끼 사.”박성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차설아가 자신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 무척이나 자랑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