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무슨 헛소리야?”양보아는 선우시원을 쏘아보았다.가문을 배신하는 일을 저지르면, 선우도환은 육친을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자기 목숨을 내놓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선우시원은 느릿느릿 말했다.“헛소리 아니에요. 진짜 제가 풀어줬어요. 그렇게 복잡한 비밀번호는 저희 집안 사람만 알고 있어요. 설아처럼 단순한 애가 어떻게 그 복잡한 비밀번호를 풀고 사람을 놓아줬겠어요?”여기까지 말한 선우시원은 차설아를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하!”차설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색하게 웃었다.선우시원의 도움이 눈물 나게 고맙지만, 비꼬는 듯한 그의 모습은 정말 주먹을 불렀다.선우시원은 계속 말을 이었다.“성도윤의 손에서 마누라까지 빼앗았는데, 굳이 어머니까지 가둬 놓을 필요 있어요?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성가의 실력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저희한테 군대가 있다는 이유로 너무 설치면 안 돼요. 성가에 돈이 차고 넘치는데, 진짜 화나면 외국에서 결사대를 고용해 우리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고요.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앞으로 얼굴 보며 살죠.”“맞아요! 맞는 말이에요!”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지금 이 순간, 선우시원은 그녀의 대변인이 되었다.독선적인 오만함에 빠져있는 선우 가문 전체에서, 늘 밖에서 빈둥거리는 선우시원만 이성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선우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위엄 있는 눈빛으로 선우시원을 노려보았다.“성가가 그렇게 대단해? 그럼 우리 선우 가문이 성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냐?”“선우 가문과 성가는 진작에 일전을 벌였어야 했어. 지금까지 조용했던 건, 설아가 성가의 사람이라 괜히 설아에게 불똥이 튈까 봐 참았던 거야. 지금은 설아가 이미 성가와 인연을 끊었으니, 난 이제 더 이상 돌볼 것도 없이 전투를 시작할 거다!”선우도환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두피가 저렸다.역시, 선우도환은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맞아, 세 분은 리더의 이념이 달라 뼈아픈
차설아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모두 어리둥절했다.특히 선우시원은 차설아의 이런 태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진짜 두 집안이 싸우기를 원한다고?”선우시원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흥미로운 말투로 물었다.“당연하지!”차설아는 계속 감정이 격해서 말했다.“할아버지는 언젠가 내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직접 군대를 이끌기를 원하셨어. 만약 선우 가문과 성가가 일전을 치르게 된다면, 상업적으로나 무력적으로나, 내가 선두에서 이끌었으면 좋겠어!”“좋아! 아주 당차구나!”선우도환은 만족스럽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역시 차무진의 손녀야, 여장군이 따로 없네. 못난 내 손자보다 훨씬 훌륭해!”“그러게요. 시원아, 너도 설아한테서 좀 배워.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설아를 지키겠어. 잘못하면 설아가 널 보호하는 게 아닌지 몰라.”양보아는 선우시원을 흘겨보며 하찮은 표정이 역력했다.선우시원은 차설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대체 무슨 꿍꿍이야? 겁도 없이 함부로 나대는 거야? 난 그저 할아버지와 농담을 한 것뿐인데 왜 네가 부채질을 해? 진짜 두 집안이 싸우기를 바라는 거야?”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평화주의인 척 연기하지 마. 애초에 날 끌어들여 성가에 대적하려던 건 너였어. 내 해커의 신분을 성도윤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었잖아. 지금 와서 휴전을 선포하는 거야?”“그건 성도윤에 대한 너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려던 거였지. 성도윤에게 그렇게 애틋하던 사람이 지금은 전쟁을 하겠다는 건, 딱 봐도 이상하잖아!”여기까지 말한 선우시원은 더욱 다정하게 차설아의 어깨를 감싸고 이마를 여자의 뺨에 대고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랑 아버지 앞에서 괜히 잔꾀를 부려서 두 집안이 휴전하거나, 화해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 그러다 들통나면 나도 너를 구해줄 수 없어!”“하하하!”차설아는 별말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선우시원과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선우도환은 희색이 만개하여 선우준
선우도환은 흥분에 차서 황급히 말했다.“맞아, 결의 대회를 전신 앞에서 하면 되겠네! 꾸물거리지 말고, 당장 헬기를 준비해서 떠나자꾸나!”“좋아요, 지금 당장 출발해요!”차설아는 팔을 흔들며 말했다.그리고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선우도환은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매우 충동적이고 열정적이고 심지어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다. 전신에게 인사하러 당장 가자고 해도 움직이니 말이다.‘다행이야. 성도윤이 이 집안 사람들과 마주치는 건 막을 수 있겠어! 그때 가서 아무 핑계나 찾아서 두 집안싸움을 멈추면 그만이야!’차설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는 자신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는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바로 이때, 집사가 와서 보고했다.“큰일 났어요, 어르신. 밖에... 밖에 엄청난 분께서 뵙자고 하시네요.”선우도환은 차갑게 말했다.“대체 얼마나 큰 인물이기에 유난을 떨어?”“그분은...”집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몸을 곧게 펴고 잘생긴 얼굴의 성도윤이 경비원들의 제지를 무시하고 쳐들어왔다.그는 검은 양복 차림에, 터프한 발걸음, 완벽하고 냉혹한 이목구비,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차갑고 매서운 모습이었다.그는 총도 없고, 아무런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총을 메고 있는 경비원들은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눌려 벌벌 떨었고,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젠장,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순간이동이라도 한 거 아니야?”차설아는 성도윤을 보고 놀라서 표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해안과 S시는 차로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리는데, 성도윤이 지금 왔다는 건, 오로지 한가지 가능성뿐이었다. 그는 원래 S시에 있었을 것이다!어쨌든, 차설아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그녀는 정말 남자를 붙잡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성도윤, 당신 진짜 바보야? 여기가 지옥문인 걸 알면서도 쳐들어와? 누가 소 여사 아들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아주 똑같네!’차설아는 힘에 부쳤다. 겨우 소영금을 보냈는데, 지금은 성도윤이 왔다.‘보아
성도윤은 사람들을 향해 느릿느릿하지만 확고하게 말했다.“당연히 이혼절차죠.”말을 마친 성도윤은 차설아에게 다가가 긴 팔을 뻗어 자연스럽게 여자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자기야, 왜 이렇게 속을 썩여.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남자랑 도망간 거야? 이러면 곤란하지.”“자... 기?”차설아는 남자의 시선을 마주 보며 두피가 저렸다.‘이 녀석... 이 정도로 연기 할 필요는 없잖아!’차설아는 어젯밤의 악몽이 생각났다. 기름, 호랑이 의자...성도윤에 의해 뜯어먹히고 있었다...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이미 화가 잔뜩 차올랐지만, 성도윤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선우도환은 심지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단총을 꺼내 식탁에 놓으며 매서운 눈으로 말했다.“보아하니, 성가에 꽤 쓸만한 놈이 있네. 감히 홀몸으로 우리 집에 와서 사람을 빼앗아 가다니. 듣자 하니 성가에 후손이 너 하나뿐이라고 하던데, 만약 그 유일한 후손이 우리 집에서 죽는다면 성주혁 그 노인네가 얼마나 화가 날까?”성도윤은 그 단총을 흘깃 쳐다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차설아를 더 꽉 끌어안았다.“어르신, 빼앗는다는 건, 보통 자기 물건이 아닌 것에 사용하죠. 저랑 설아는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부부이고, 어엿한 저의 아내이니 원래 제 것이죠. 그러니 빼앗는다는 표현보다는... 데려간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네요.”“네 놈이 감히!”선우도환은 번개 같은 속도로 총을 집어 들어 성도윤의 머리에 대고 사납게 말했다.“어떤 표현이 더 알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 집에서 사람을 데려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니까!”“네 할아버지가 말해줬나? 난 절대 총알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백발백중이지.”차설아는 양팔을 벌리고 성도윤의 앞을 가로막고 큰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진정하세요. 권세를 믿고 약자를 괴롭히라고 제 할아버지가 이 총을 드린 것이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모두들 숨을 들이쉬었다.양보아는 끊임없이 차설아에게 눈
선우도환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일의 맥락을 파악한 그는 연로하지만, 늑대처럼 매서운 차가운 눈으로 차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시원이를 이용했고, 모든 것이 연기였고, 우리 집안을 속였다, 이 말이야?”차설아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겸연쩍게 말했다.“모두 죄송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그만... 그만하라고!”선우시원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차설아를 걱정하면서도 화가 났다.“차설아, 진짜 바보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자신을 배신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건 너무 어리석었다.선우시원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속는 것을 가장 싫어했고,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눈앞의 차설아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차설아, 너 이제 끝장이야!’“그래, 좋아!”선우도환은 화가 나서 표정을 일그러졌고, 총구를 차설아에게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얼마나 너를 맘에 들어 했는데. 너는 차 장군님의 손녀이니 온 힘을 다해 키우려 했어, 하지만 날 너무 실망하게 하는군...”“선우 가문의 규칙 제1조: 우리 가문을 속인 자는 죽어 마땅하다!”선우도환이 당장 총을 쏠 위기일발의 순간, 선우시원이 차설아의 앞을 가로막고 건들건들 말했다.“할아버지 말씀대로 우리 가문의 규칙인데, 외부인이랑 뭔 상관이 있죠? 만약 오늘 누군가에게 총을 꼭 쏘아야 한다면, 저한테 쏘는 게 맞죠!”“내가 못 쏠 것 같아?”“당연히 쏘시겠죠. 가문 전체가 멸망해도 눈도 깜박이지 않는 대단한 분이시잖아요!”양보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이 자식, 당장 입 닥쳐! 일을 더 크게 만들 생각이야?”선우준수도 총을 쏠까 봐 무서워 용기를 내어 말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애들이 아직 어려서 말을 함부로 해요. 어른인 저희가 잘 가르쳐야죠. 개과천선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요?”이 말은 줄곧 독단적이고 고집불통인 선우도환의 마음을 움
차설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목이 성도윤에 의해 꽉 잡혔다.“설아는 선택할 필요 없어요. 반드시 저와 함께 가야 해요.”성도윤은 말을 마치고 바로 차설아를 잡고 홱 돌아섰다.“감히 어딜가!”선우도환은 단단히 화가 났고, 인내심도 없어져 총을 성도윤의 머리에 겨누었다.“성도윤, 설아까지 죽게 만들 셈이구나!”동시에 주위의 경비원들도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다.선우도환의 명령만 떨어지면, 두 사람은 틀림없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을 것이다.차설아는 당황하여, 성도윤의 손을 뿌리치려고 노력했다.“성도윤, 이거 놔! 그만 고집부려! 급박한 상황에서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지. 당신은 죽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라고!”성도윤은 차갑게 말했다.“나 성도윤은 아직 여자에게 보호받을 만큼 못나지 않았어.”차설아는 할 말을 잃었다.‘젠장, 고집도 세지. 내가 당신을 한두 번 구했어? 이럴 때 무슨 영웅 놀이야?’성도윤은 고개를 돌려 날카롭고 냉담한 눈빛으로 선우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총을 쏘셔도 되지만, 그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어르신의 선우 군대는 즉시 잿더미가 될 거예요.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선우도환은 미간을 구겼다.“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구나. 패배를 모르고 있는 나의 선우 군대에게 네 놈 위협이 통할 것 같으냐?”성도윤은 담담하게 말했다.“제 할아버지는 언젠가 어르신이 미쳐 날뛰는 날을 미리 대비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모든 선우 군대의 훈련장소에 대량의 전자폭탄을 묻었죠. 버튼만 누르면 수만 개의 에너지가 섬 하나는 거뜬히 폭발 시킬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어요. 못 믿으시겠다면, 한번 시범해 보셔도 돼요.”“뭐라고?”선우도환은 물론 선우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돌변했다.선우 군대는 모두 16개로, 세계 각지에 분포되어 엄격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의 장소는 모두 극비리에 엄선한 곳인데, 성가가 어떻게 알았고, 또 정확하게 전자폭탄을 설치할 수 있을까?그동안 선우 가문이 큰소리를 칠
차설아는 대충 얼버무리고 도망갈 생각이었다.“참, 당신 어머니는 어젯밤에 내가 풀어줬어. 지금 안전할 테니 전화해서 확인해봐.”“확인할 필요 없어.”우뚝 솟은 몸매의 성도윤은 선우 가문에서의 무뚝뚝함은 사라지고 여유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빳빳한 수트를 아무렇게나 벗어 의자에 휙 던지니, 고급스러우면서도 몸에 달라붙는 흰색 셔츠만 남겼다. 완벽한 근육이 셔츠를 통해 은은하게 비쳤다.차설아는 힐끗 쳐다보고는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곧이어 남자는 값비싼 다이아몬드 시계를 천천히 벗어 탁자에 놓고,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니는 어젯밤에 이미 해안에 도착하셨어. 아마 지금쯤 친구들이랑 커피를 마시고 있겠지.”“어젯밤에 도착했다고?”차설아는 말이 안 되지만, 또 아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그럼 당신은 왜 아침부터 선우 가문에 쳐들어왔어?”성도윤은 고개를 들더니 차설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날카롭고 깊은 눈으로 씩 웃었다.“왜일까?”“그건...”차설아는 입술을 깨물고 왠지 긴장되었다.성도윤의 눈빛은 화염처럼 너무 뜨거웠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 마치 그녀를 태울 것 같았다.차설아는 머리를 내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당신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이미 당신 집안 사람들에게 할 만큼 했어...”“날 이렇게 멋대로 데려오면 어떡해. 내 입장에 대해 생각은 해봤어? 아마 난 선우 가문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거야. 당신 참 고맙네!”선우 가문의 기괴한 가풍은 공포에 떨 정도로 삼엄하지만, 선우 가문의 모든 사람, 선우도환부터 선우시원까지 모두 차설아에게 잘해주었고, 차설아를 공주처럼 모실 것 같았다.그런데 지금 성도윤과 함께 그 집을 나왔으니, 선우 가문 사람들은 분명 매우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당신이 와서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나랑 선우 가문은 관계가 이렇게까지 틀어지지 않았을 거야. 당신이 날 함정에 빠뜨렸다고!”“그래?”성
성도윤은 손을 내밀어 차설아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결국 꾹 참았다.평소 말수가 적은 성도윤은 오늘 유난히 수다스러웠다.“진심이야, 잘 생각해봐. 내일 아침 당신 대답을 들으러 올 테니까.”차설아는 주먹을 쥐며 손바닥을 살짝 꼬집었다. 이상하게도 무엇에 홀린 듯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어떻든 간에, 성도윤이 진심으로 그녀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뱃속의 두 녀석을 위해서라도 차설아는 진심으로 고민해볼 것이다.성도윤이 떠나고, 차설아는 커다란 창문 앞에서 서서 발밑의 도시를 바라보며 미래를 곰곰이 생각했다.원래 계획대로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차씨 가문을 부흥시킬 것인가?아니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 성가의 울타리 밑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채 남편과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가정주부가 될 것인가?두 가지 모두 저마다의 결점이 있는 듯했다어떤 길을 선택하든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차설아가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고, 발신자 지역은 해안시도 S시도 아닌 해주시였다.전화를 받고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차설아의 기분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졌고 욕만 나왔다:.재수 없어!기분 나쁜 대화를 몇 마디 나눈 후, 차설아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차갑게 말했다.“그래, 기다려, 바로 갈게.”차설아는 쉬지 않고 달려와, 임채원과 약속한 해수 리조트에 도착했다.해주시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성대 그룹에서 보기 드물게 외지에 투자한 관광 요양 산업이었다.환경이 너무 좋은 편이 아니고, 가격이 높기 때문에 대외로 영업하지 않고, 특권을 가진 일부 계층만 소량 접대했다.리조트에 들어서자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녹음이 우거지고, 음산소 이온이 매우 높아 마치 선경과 같았다.멀리서 보면 하얀 유럽식 건물이 마치 성처럼 웅장하고 산 중턱에 세워져 성대 그룹의 재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차설아가 차에서 내리자, 큰 장미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고 붉은 장미가 활짝 피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