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8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30 18:30:00
성대 그룹에 도착한 차설아는 평소처럼 모든 직원의 환대를 받았다.

예서는 성도윤의 비서로서, 또 성도윤과 차설아의 1호 커플 팬으로서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차설아를 안내했다.

“사모님,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시니 먼저 사무실로 가서 기다리시는 건 어때요? 아니면 제가 대표님을 재촉해 드릴까요?”

“제가 사무실로 갈게요.”

“네,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표 사무실은 아무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모님인 차설아는 달랐다. 그녀는 그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

차설아는 성도윤의 사무실에 도착하고는 의자에 풀썩 앉아 좌우로 돌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갑자기 책상 위의 유리 재떨이를 발견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예서 씨, 이 재떨이 설마... 제가 전에 선물했던 그거예요?”

예서는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사모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이 재떨이는 사모님께서 1년 전에 대표님에게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대표님이 아주 잘 쓰고 계세요.”

“그리고 이 다육이도 엄청 좋아하신답니다. 매일 정성으로 가꾸시고, 가끔 사진을 찍기도 하십니다...”

“이 키보드도 대표님께서 애용하고 계십니다. 키 캡이 하나 부러졌는데도 아까우신지 바꾸지 않으시고 계십니다!”

“설마요.”

예서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표님처럼 까다로운 사람이 왜 내가 준 걸 좋아하겠어요. 내가 보기에도 엄청 유치한 것들인데, 막 소름이 돋으려고 그래요!”

“대표님도 전엔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저희보고 사모님께서 주신 선물을 꺼내보라고 하셨어요. 특히 커피요... 꼭 사모님께서 선물하신 거로만 내오라고 하셔서 저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사모님이 좋으니까 사모님이 주신 선물도 모두 좋으신가 봐요!”

“캑캑!”

차설아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

‘예서 씨, 상상력은 대단하네. 나랑 성도윤은 서로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나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99화

    “푸흡!”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다른 사람의 입에서 뱉어낸 말이면 모르겠는데 얼음장처럼 차가운 성도윤에게서 이 말을 들으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없을 것이다.“하하하, 대단한 성 대표님한테서 내가 이런 말을 듣다니. 혹시 누구한테 협박당한 거야? 왜 이런 농담을 하는 거지?”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무표정으로 깔깔 웃는 여자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뭐가 그렇게 웃겨?”“안 웃겨?”차설아는 겨우 웃음을 거두고는 비꼬며 말했다.“내가 고소를 취하할 수 있도록 정말 별짓을 다 하네. 나랑 4년 동안 부부 사이였으면서 그렇게 나를 몰라?”“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면 내가 예전처럼 당신한테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어? 순순히 당신 말에 따라줄 것 같았냐고?”성도윤의 우스운 생각에 차설아는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예전에야 당신이 내 남편이었으니까 모든 걸 당신 뜻에 따랐어. 하지만 지금 당신은 나랑 그 어떤 관계도 없는 전 남편뿐이라고. 당신 요구를 들어줄 의무도 없어. 내가 왜 당신 뜻에 따를 거라고 생각해?”차설아의 말은 비수처럼 성도윤의 마음에 박혔다.크게 상처는 받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허무함에 그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그는 이제야 알아차린 것 같다, 아주 좋은 여자를 스스로 보내줬다는 것을...성도윤은 깊은 눈망울을 보이더니 피식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성도윤이 당신 눈에는 그렇게 못난 사람이야?”차설아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당연하지.”“흥, 아직도 자기가 똑똑한 줄 아나 봐.”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작정하고 임채원을 구하려고 하면 당신은 임채원에게 전혀 손을 쓸 수도 없을 거야. 당신이랑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끈 것도 당신이 화를 좀 풀었으면 해서야. 하지만 지금은... 더는 인내할 수가 없어. 모든 걸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어.”차설아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되물었

    최신 업데이트 : 2023-10-01
  • 선 이혼, 후 집착   제200화

    깊은 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개인 비행장엔 흰색 비행기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임채원은 우람한 몸집의 남자들의 호송을 받으며 부들부들 떨면서 비행기에 올랐다.“도윤아, 네가 날 구해줄 줄 알았어!”겁에 질려 있던 임채원은 비행기 안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감격에 겨워 그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성도윤의 표정은 싸늘했고 심지어 짜증도 섞여 있었다.“오늘 밤, 저 사람들이 널 성안시로 보낼 거야. 거기서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외부와 연락하지도 말고.”남자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말을 들은 임채원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도윤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날 숨기려고 하는 거야? 그럼 감옥에 가는 것과 뭐가 달라?”성도윤은 별 표정 없이 대답했다.“원하면 감옥에 가도 돼!”“싫어!”임채원은 감정이 격해지더니 억울한 척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도윤아, 도대체 왜 그래? 왜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건데?”“내가 억울하다는 걸 너도 알잖아. 나 누명 벗는 걸 도와줘야 하지 않아? 그런데 날 왜 숨기는 거야? 내가 부끄러운 거야? 이러면 나한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불공평하다고?”성도윤이 차갑게 말했다.“차설아 앞에서 공평을 논하는 게 가장 불공평한 거 아니야?”임채원은 남자의 차가운 태도에 잔뜩 놀라 마른침을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그게 무슨 말이야?”그녀는 이 남자가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넌 우리 형의 아이를 임신했어. 우리 형의 유일한 아이야.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물러선 것이고.”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더니 일침을 가했다.“넌 그 아이를 방패로 삼아 차설아의 자리를 뺏었어. 넌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해?”“나, 그게...”임채원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가 조용히만 있었다면 난 더 따지지도 않았을 거야. 너도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얻

    최신 업데이트 : 2023-10-01
  • 선 이혼, 후 집착   제201화

    “뭐? 자살했다고?”차설아는 법원으로 가는 길에 전화로 이 소식을 받고는 충격에 휩싸였다.그녀의 옆에 앉은 성우는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법원 쪽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임채원이 오늘 새벽에 자살했다고 해요. 시신은 이미 화장했다고 하고요.”“그럴 리가 없어요!”성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임채원 씨는 사건 용의자예요. 아직 판결이 나지도 않았는데 설령 정말 자살했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법정 수사 기간이 지나야만 시신을 처리할 수 있어요. 이렇게 빨리 화장할 수 없다고요. 아니면...”“상대가 일부러 시신을 훼손하려는 것 아닐까요? 혹은 임채원 씨를 따로 빼돌렸을 수도 있고요!”“맞아요!”성우는 워낙 많은 형사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각종 기괴한 상황에 부딪혔었다. 재판을 앞두고 용의자가 갑자기 ‘자살’하는 상황도 처음 겪는 게 아니었다.차설아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흥, 어쩐지. 어제 성도윤이 왜 갑자기 민이 이모를 놓아줬는지 알 것 같네요. 이런 수작을 부리려고 했으니 말이에요.”“솔직히 정말 치사하지 않나요? 변호사를 찾아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것이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서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다니, 정말 못났네요!”차설아는 성도윤이 이렇게 못나 보이긴 처음이었다.그가 임채원과 같은 여우 년을 위해 ‘자살’하는 수법을 생각해 내다니,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버린 셈이라 차설아는 그런 성도윤이 비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보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성 대표님도 실력이 딱 거기까지겠죠. 경찰부터 판사까지 누가 감히 성 대표님을 건들 수 있겠어요?”성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내밀고는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계속 기소하고 싶다면 보스가 승소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어떻게 할래요?”차설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필요 없어요!”차설아는 임채원을 골탕 먹이려고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인 것이었다.임채원은 ‘가짜 죽음’까지 하며 내뺐으니

    최신 업데이트 : 2023-10-01
  • 선 이혼, 후 집착   제202화

    차설아는 이현 변호사가 오늘 밤 여덟시에 해안시에 도착할 거라는 소식을 들은 후로 줄곧 흥분에 겨워 있었다.‘드디어 이현 변호사를 만날 수 있다니!’성우의 말대로 전 세계에서 민상소송을 가장 잘하는 변호사 중에서도 이현은 탑 5안에 들 것이다.그리고 경영권 변경과 관련된 소송에서 차설아는 마침 이현이 필요했다.이번 소송에서 이기면 그녀는 평생 아이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 때문에 차설아는 이혼할 때 유독 법률사무소만 받은 거였다.성우의 말에 의하면 이현은 최근 반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가족 기업의 유산 쟁탈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고 한다. 마침 그녀가 부탁하려는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었다.이현은 그 사건에서 승소했고, 차설아도 고지가 바로 눈앞에 와있는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이현이 성우처럼 그녀를 기꺼이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성우 씨, 오늘 밤에 이현 변호사를 데리러 갈게요. 어떤 꽃을 좋아해요? 미리 준비해 가려고요.”차설아는 임채원이 가져다준 언짢은 기분을 털어내고 잔뜩 흥분한 채로 성우에게 물었다.“제 기억으로는 이현 누나가 카네이션을 좋아했어요. 특히 보라색 카네이션이요.”성우가 한숨을 푹 쉬고는 차설아를 타일렀다.“보스, 포기하는 게 좋을걸요? 이현 누나 엄청 까다로운 사람이에요. 나처럼 게임 두 판으로 인심을 살 수 있는 쉬운 여자 아니라고요. 아마... 이번에 돌아온 것도 성운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해지하려고 온 것일 테니 괜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그리고 아무리 이현 누나가 도와주려고 한다고 해도 제 분석에 의하면 그 사건은 승소할 확률이 너무 낮아요.”성우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차설아의 비즈니스 비전을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차설아의 욕심이 워낙 컸기에 그녀의 뜻대로 모든 걸 이룬다는 건 매우 어려웠다.“아무리 낮아도 한 번 시도해 봐야죠. 전에 하이 테크 협회 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도 다들 내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봐봐요...

    최신 업데이트 : 2023-10-01
  • 선 이혼, 후 집착   제203화

    “싫어해요?”차설아의 손은 허공에 그대로 굳어졌다.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우 씨가 그랬어요, 이현 변호사님이 보라색 카네이션을 좋아한다고요. 아마 이현 변호사님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제가 돌아가서 제대로 혼내줄게요!”“그럼 이현 변호사님은 어떤 꽃을 좋아해요? 다시 사 올게요...”이현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더니 턱을 치켜들고는 도도하게 말했다.“아니요, 전엔 보라색 카네이션을 좋아했죠. 하지만 당신이 들고 있으니까 싫어졌네요.”“...”이현은 무자비하게 차설아에게 무안을 줬고 이에 차설아는 뻘쭘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다른 사람이 이렇게 무례하게 굴었다면 그녀는 진작 반격했을 것이다.하지만 그 사람이 훌륭한 변호사인 이현이라면 그저 멋지고 카리스마 있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괜찮아요, 나 싫어해도 돼요. 하지만 꽃은 무슨 죄가 있어요, 꽃을 싫어하지 마요. 이렇게 아름다운 카네이션이 자기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엄청 슬퍼할 거예요...”차설아는 창피를 무릅쓰고 큰 카네이션 꽃다발을 다시 이현에게 건넸다.검은 선글라스에 감춰진 이현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한참 후,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성도윤의 전 와이프가 이렇게 뻔뻔할 줄이야, 거절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내가 분명 싫다고 했잖아요.”“그럼 다시 한번 말할게요. 나는 꽃을 싫어해요, 당신은 더더욱 싫고요. 당신은 지금 나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있어요, 계속 이러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겁니다.”이현이 말을 마치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걸어갔다. 마치 도도한 공작새처럼 턱을 치켜들며 차설아의 앞을 지나갔다.차설아는 점점 멀어져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그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럼 연아는요?”차설아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이현에게 물었다.늘씬한 몸매의 이현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최신 업데이트 : 2023-10-02
  • 선 이혼, 후 집착   제204화

    이현의 얼굴색은 살짝 바뀌더니 곧이어 다시 차갑고 무정한 얼굴을 보였다.“나랑 상관이 없는 사람의 생일 소원을 알게 뭐예요. 이런 꼼수를 부렸다고 나를 매수할 수 있단 생각은 하지 마요.”“그게 아니라.”차설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한 아이의 엄마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연아에 대해 궁금한 게 없다고 하더라도 괜찮아요. 궁금해지면 언제든지 나한테 물어요.”여기까지 말한 차설아는 씩 웃더니 눈썹을 치켜들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저는 지금 연아의 가장 가까운 친구예요. 우린 서로 아주 잘 맞는다고요!”“서로 잘 맞는다고요?”순간 이현의 눈에는 부러운 감정이 스쳤다.하지만 곧이어 차가운 눈빛을 보이더니 코웃음을 쳤다.“정말 유치하네요!”차설아는 화를 내기는커녕 이현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특별한 수단으로 이현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에 대해 알아냈기 때문이다.6년 전, 이현은 그저 이름 없는 변호사였을 뿐이었다. 그녀에게 소송을 의뢰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생활고에 시달려 항상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생활을 보내던 그때, 그녀에게 갑자기 아이가 찾아왔다. 아무도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는 몰랐다.이현은 혼자 아이를 낳고는 온갖 고생을 하며 아이를 키웠다. 그리고 아이가 한 살이 될 때, 마음을 모질게 먹고는 아이를 부유한 집에 입양을 보내고는 자취를 감췄다...그녀가 다시 돌아올 때는 이미 이현 변호사로 유명해진 뒤였다. 성운 법률사무소 소속으로 성대 그룹을 위해 각종 상업 소송을 진행했고 단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녀와 성도윤의 관계가 보통 아니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성도윤이 이현을 위해 성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고 했다.그럼 성도윤이 이현을 치켜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만약 이현이 성도윤과 잘해보려고 했다면 당연히 아이가 있단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아이를 입양 보낸 건 아닌지...물론 이

    최신 업데이트 : 2023-10-02
  • 선 이혼, 후 집착   제205화

    “성도윤!”차설아는 오준수와 연아 뒤에 서 있는 우람한 모습의 성도윤을 보고는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이 녀석...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 아니었어? 어떻게 학식이 깊고 넓은 오 교수님과 아는 사이지? 설마 성도윤도 연아 때문에 온 것일까?’“설아 언니, 오셨어요? 연아는 언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양갈래 머리를 하고 노란색 치마를 입은 연아는 춤추는 나비처럼 차설아 옆으로 다가오더니 도자기처럼 하얀 얼굴로 차설아를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귀여운 연아야, 안녕? 설아 언니도 연아가 보고 싶었어. 며칠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진 거야? 언니가 뽀뽀하고 싶어!”차설아가 말하고는 연아의 두 볼을 잡고 뽀뽀를 했다.이 훈훈한 광경을 보고 오준수 부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 정말 사이가 좋네. 전생에 둘이 친자매였던 거 아니야?”장수진이 웃으며 말했다.오준수도 성도윤을 향해 말했다.“나와 집사람은 아이를 낳지 않았어, 전부터 설아를 우리 딸로 생각해왔고 나중에는 연아를 입양했지.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지내온 건 아니지만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몰라. 정말 친자매보다 더 사이가 좋다니까!”성도윤은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었다. 그는 차설아를 힐끔 보더니 무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자매요? 나이 차이가 얼마나 많이 나는데요.”“...”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당장이라도 성도윤을 한대 때리고 싶었다!‘정말 센스 없네. 그러니까 내가 나이가 많다 이거야? 자기는 나보다 몇 살이나 더 많으면서,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차설아가 반격하려던 그때, 연아가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도윤 아저씨, 이분이 바로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설아 언니예요. 어때요? 정말 예쁘죠?”성도윤은 차가운 얼굴을 보이더니 뭔가 불쾌한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준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아니지. 연아야, 네가 설아를 언니라고 부르면 도윤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왜요?”“설아 언니랑 도윤 아저씨가 예전에...

    최신 업데이트 : 2023-10-02
  • 선 이혼, 후 집착   제206화

    오 교수는 차설아의 물음에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이건 남자들 사이의 비밀이니 더 말하기 곤란해. 이미 도윤이랑 얘기를 마쳤어. 집사람이랑 너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데, 연아 데리고 좀 나가서 놀래?”“그건...”차설아는 곤란하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성도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해안 대학의 홰나무 꽃길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나가서 둘러보고 올게요.”“그래 맞아, 홰나무 꽃길은 해안대의 상징이지. 지금 딱 꽃이 필 시기야. 바람이 불면 하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져 홰나무 꽃길에는 전설이 있지...”오 교수는 성도윤을 보고, 또 차설아를 보더니 말했다.“남녀가 손을 잡고 홰나무 꽃길을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더군. 나랑 집사람도 그렇고, 또 여기 사는 많은 교수 부부들도 사이가 아주 좋아. 내가 짐작건대 매일 홰나무 꽃길을 걸어서 그래.”“정말요? 그럼 함부로 남자랑 걷지 말아야겠네요. 만약 싫어하는 남자랑 백년해로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해요!”“쯧쯧쯧, 무서워라. 그냥 연아랑 가는 게 좋겠어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일부러 성도윤을 흘겨보더니, 혐오하는 표정으로 먼저 가버렸다.성도윤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빛에는 살의가 번졌다.‘이 여자가, 이건 분명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잖아?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오 교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성도윤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설아는 아주 영리하고 발랄한 여자야. 자네에게 시집간 요 몇 년간 원래의 성격을 조금 억누르고 살았지...”성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금 억누른 정도가 아니라, 이건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성도윤은 심지어 이혼 후 완전히 변해버린 차설아가 정신분열증이나, 다중인격증에 걸린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연아야, 언니랑 나가서 놀자.”차설아는 거실에 있는 연아에게 손짓을 했고, 두 사람은 친자매처럼 즐겁게 집을 나섰다.해안 대학은 여전히 차설아의 기억대로 예술적 낭만과 학문적 장엄함이 공존하고 있었다.해안 대학의 학

    최신 업데이트 : 2023-10-02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7화

    이들은 어제저녁 약속한 대로 섬 근처에 있는 청정지역에서 스토클링하기로 했다.이때 감독 최빈이 말했다.“이 섬은 모양이 하트로 되어있어 하트섬이라고 불리는데 물이 맑아 산호초와 열대 물고기를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오늘 운이 좋으면 하트섬 특유의 야맹주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밤이면 빛이 나는 그런 야맹주요.”“정말 야맹주가 있는 거예요?”배경윤이 이번 스노클링이 점점 더 기대되었다.사실 그녀는 일찍 하트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섬 중앙에는 고가의 진주가 들어있는 천연 조개가 많다고 했다. 최빈이 언급한 야맹주는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전설 속에서는 야맹주를 찾은 사람이 평생 행복할 거라고 했다.신난 배경윤은 야맹주를 찾아서 차설아한테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호객행위인지 몰랐다.“당연히 있죠. 수년 전에 섬에서 살던 분들이 발견했대요. 찾을 확률은 낮지만, 없는건 아니에요.”최빈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그럼 뭘 기다려요. 저희 얼른 가요...”조급해 난 배경윤이 이때 대담하게 제의했다.“저희 스노클링하지 말고 아예 다이빙하는 거 어때요? 6미터 가까이 되는 그런 다이빙을 하면 야맹주를 찾을 수 있는 확율이 더욱 높지 않을까요?”“좋아요.”사도현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스노클링을 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다이빙해야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있죠.”“저도 좋아요. 저는 폐활량이 좋아서 물속에서 산소통이 없어도 몇 분씩이나 있을 수 있다고요.”하늘도 찬성의 의미도 손을 들었다.올림픽 금메달 수영선수로서 물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았다.오직 진찬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영 씨는 스노클링하실 거예요? 아니면 다이빙하실 거예요?”최빈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진찬영에게 물었다.“저는 경윤 씨랑 같은 걸 할게요.”진찬영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은 전에 중이염 수술을 받은 적 있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너무 깊게는 내려가지 못했다. 5미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6화

    배경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렸다.“급할 필요 없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어제저녁 하늘 씨를 선택한 것은 저랑 사도현 씨의 모순을 와해시키려고 그랬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오늘 저녁은 경윤 씨 마음에 따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진찬영은 배경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계속 지금처럼 애매모호하지 말았으면 했다.이런 명분 없는 사이가 싫기도 했고, 사도현의 맹렬한 공격하에 배경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다.그래서 하루빨리 결정짓고 싶었다.“알았어요.”배경윤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저녁은 제 마음에 따라 더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오늘 아침 진찬영과 함께 잠깐 아침햇살을 만끽하면서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심한 생활이 아니라 평온한 생활을 기대했다.배경윤과 진찬영이 함께 하산할 때, 사도현도 마침 기상했다.사도현은 지금까지 스코어가 가장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배경윤과 방을 바꾸기로 하고 짐을 배경윤의 바다뷰 별장으로 옮기기로 했다.복식 별장에는 방이 네 개나 있었고, 모두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배경윤이 상냥하게 대해준다면 기꺼이 방을 하나 내어주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모습만 상상해도 기분이 좋았다.입이 귀에 걸려있을 때, 배경윤과 진찬영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웃으면서 걸어오는 것이다.“어디 갔었어요?”사도현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어딜 갔든 보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다 저를 놓칠 수도 있어요. 지금 경윤 씨한테 방을 하나 내어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사도현이 턱을 만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할수 있는 가장 진지한 말이었다.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유치하긴.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디서 지내든 상관없어요. 도현 씨한테는 천장에 별이 가득 붙어있는 저 방이 어울릴 것 같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5화

    다음날.아침햇살이 비추는 섬은 몽롱하고 매력적이었다.아침 조깅하는 습관 있는 배경윤은 다들 자고 있을 때 이미 일어나 뛰고 있었다.산 주위를 따라 2킬로 정도 뛰면서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개운한 느낌이었다.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서서 파란 바닷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좋은 아침이에요.”배경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더니 진찬영이었다.“이런 우연이. 찬영 오빠도 조깅하러 오셨어요?”진찬영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의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발그레해졌다.어제저녁 진찬영이 대놓고 고백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장벽이 무너져 이제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우연이 아니라...”진찬영은 오늘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살짝 가르마를 탄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청춘 로코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잊지 못하는 킹카처럼 보였다.그는 난간을 잡고 옆모습으로 의미심장하게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번에 경윤 씨가 조깅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어서... 일부러 만나려고 온 거예요.”배경윤과 이곳에서 만나려고 그녀보다 한 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난 것이다.그때는 아직 날도 밝지 않았던 때였다. 그는 혼자서 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와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속으론 배경윤과 함께 이 경치를 보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배경윤이 흔들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제가 이 코스를 달릴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다 못 만나면요?”“만나지 못해도 아쉬운 대로 아름다운 경치를 봤잖아요.”진찬영은 고개돌려 전방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어떤 일이든 결과를 바라지 않아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된 거예요. 그리고 결국엔 경윤 씨를 만났잖아요.”배경윤은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결과보다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되었다.이 부분에서는 진찬영과 생각이 똑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4화

    “에헴!”하늘을 신경 쓰지도 않던 사도현은 두 사람이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길래 질투심을 느꼈다.하늘도 그제야 선을 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입을 닫으면서 자세를 고쳐잡았다.“죄송해요. 경윤 씨,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다른 사람을 선택해 보세요.”“그게 뭐 어때서요? 어차피 저희 서로 선택하는 과정이잖아요. 하늘 씨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과 셋이 함께 스노클링하면 되잖아요. 둘이든 셋이든 저는 상관없어요.”배경윤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녀는 하늘이 컨트롤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제일 안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진찬영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사도현도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요? 경윤 씨는 정말 내일 아침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과 함께 스노클링할 수 있는 거예요?”하늘은 억울한 강아지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럼요. 저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에요. 3각 구도는 제일 안정적이니까요.”배경윤이 익살스럽게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입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그래요. 그러면 내일 경윤 씨, 저, 그리고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 세 명이 함께 스노클링하는 거예요. 마음이 변하면 안 돼요.”“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빠지는 일이 없을 거예요. 제가 빠지면 평생 짝을 찾지 못할 거예요.”배경윤은 하늘에 대고 진지하게 맹세했다.이때 하늘이 진지하게 말했다.“사실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사도현 씨에요. 그리고 오늘 모든 사람 앞에서 사실대로 말했고요.”사도현이 눈썹을 움찔하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희 내일 봐요.”‘왜 이렇게 된 거지?’배경윤은 흐뭇한 표정의 사도현을 보면서 그가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진찬영이 입을 열었다.“3각 구도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재미가 없잖아요. 저도 끼워주시면 안 돼요?”진찬영은 사도현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사도현을 쳐다보았다.“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은 배경윤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3화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 다부진 몸매에 끌려 그대를 쭉 지켜보게 되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대의 모습을 보면서 심장이 떨려왔어요. 자신감이 넘치는 그대가 유독 빛나 보였거든요. 그대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하늘은 배경윤이 쓴 편지를 천천히 읽으면서 진찬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성 참가자 중에서 진찬영이 텔레비전에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진찬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앉아 있었다. 사도현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고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첫인상 1위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대라고 하고 싶어요. 하늘 씨, 앞으로 우리 잘 지내봐요. 하늘 씨랑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하늘 씨의 마음도 궁금해요. 단둘이 얘기 나누고 싶어요.”편지를 다 읽은 하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늘은 부끄러워하면서 머리를 긁적였고 배경윤을 쳐다보면서 물었다.“경윤 씨, 언제부터 저한테 호감이 생긴 거예요?”하늘을 포함한 게스트들은 전부 두 눈을 크게 뜨고 배경윤을 쳐다보았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배경윤은 사도현, 진찬영이 아닌 뜬금없는 하늘한테 고백했던 것이다.[지금 사람 마음 갖고 장난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 누구한테 마음이 있는지 다 보이는데 왜 저러는 거야?][이거 대본 맞지? 대본의 냄새를 맡았어. 제작진한테 너무 실망이야.][대본이든 말든 나는 사도현과 배경윤이 이어지길 기도할 거야.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리잖아. 이러다가 진짜 이어져서 결혼할 수도 있어.][결혼이라니, 너무 앞서간 거 아니야? 사도현이 혼자 짝사랑하는 것 같아. 배경윤은 진찬영을 더 좋아한다고!]네티즌은 댓글 수백 개씩 달면서 열렬하게 토론했다. 진찬영의 평온한 얼굴에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사도현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사도현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열렬하게 구애했는데도 하늘 씨한테 졌어요. 정말 아쉬워요.”“사도현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경윤 씨가 장난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저는 오늘 경윤 씨랑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2화

    배경윤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진찬영은 배경윤이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동안 꾸준하게 좋아했던 연예인이기도 했다.배경윤은 그동안 진찬영과 지내면서 연예인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열정적인 팬에서부터 진찬영을 좋아하는 여자가 되었다.가끔 진찬영과 손을 잡고 천천히 늙어가는 평화로운 삶을 그리기도 했었다.진찬영은 자신을 향해 뻗은 배경윤의 손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불쾌함을 전부 씻어버리고 손을 잡으려고 했었다.그런데 이때 사도현이 갑자기 나타나서 배경윤의 손을 잡았다.“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밤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있으니 아무도 빠지면 안 된다고 했어요.”말을 마친 사도현은 진찬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씩 웃었다. 그리고 배경윤을 데리고 게스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이 손 안 놔? 누구 마음대로 내 손을 덥석 잡는 거야? 때리기 전에 놔줘.”배경윤은 살기가 넘치는 눈으로 사도현을 쳐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사도현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었다.사도현은 진찬영과 배경윤이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훼방했다.“내가 잡고 싶어서 잡은 줄 알아? 제작진이 너를 데리고 오라고 했어.”사도현은 게스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배경윤을 데리고 왔다. 그러고는 사회자 최빈을 향해 말했다.“다 모인 것 같으니 시작하죠.”최빈은 뒤쪽에 서 있는 진찬영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찬영 씨, 얼른 이쪽으로 오세요. 곧 고백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은 매일 밤에 게스트들이 모여 앉아 호감이 있는 사람한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써야 했다. 다 쓴 편지는 추첨함에 넣고 제작진이 지목한 게스트가 나와서 뽑은 편지를 읽으면 되었다.낯부끄러운 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서 게스트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했는지 아주 궁금했다.마음을 편지에 담아 공개하기에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1화

    배경윤은 초가집의 뒷문으로 나온 뒤에 일부러 바닷가를 돌아서 바비큐 파티가 열린 곳으로 향했다. 게스트들은 배경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반가워했다.“경윤 언니, 오셨어요?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경윤 언니가 와서 너무 기뻐요.”장유빈이 머무는 숙소는 배경윤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장유빈은 바비큐 파티에 같이 참가하자고 했지만 배경윤은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못내 아쉬웠던 장유빈은 배경윤을 발견하고는 신나서 벌떡 일어났다.“모두 참가했는데 저만 빠지면 그렇잖아요. 저만 유별난 것도 아니고요. 아무튼 늦게 와서 죄송해요.”배경윤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이제라도 와줘서 고마워요. 경윤 씨, 이것 좀 봐요. 찬영 오빠가 경윤 씨를 위해서 쉬지 않고 고기만 구웠어요. 경윤 씨가 고기를 그렇게 좋아한다더라고요.”소수민은 불판에 올려진 고기를 보면서 부러운 어조로 말했다.“같은 여자라도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요. 저희는 먹고 싶은 걸 구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구웠어요. 그런데 경윤 씨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찬영 오빠가 양념 고기, 불닭 소스 고기, 허니 고기를 준비했대요. 먹음직스러워서 침이 저절로 고였어요.”배경윤은 진찬영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한편으로 고마웠고 다른 한편으로 미안했다.“찬영 오빠, 고기를 굽느라 고생 많았어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제가 오빠를 위해서 뭐라도 할게요.”배경윤은 진찬영의 옆으로 걸어가서 같이 고기를 굽고 양념을 발랐다.“조심해요!”진찬영은 튀어 오르는 숯불을 막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숯불은 그대로 진찬영의 손에 튀었다.“찬영 오빠, 괜찮아요? 이 고귀한 손으로 왜 막은 거예요! 흉이 지면 안 되니까 얼른 가서 약부터 발라요.”소수민은 입을 틀어막고 기겁하더니 이내 소리를 질렀다.“찬영 오빠, 저...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오빠가 다쳤어요.”깜짝 놀란 배경윤은 어쩔 줄 몰라 했다.“괜찮아요. 덴 것도 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0화

    사도현은 배경윤의 귓가에 속삭였다.“지금 가서 문을 열어주면 어떻게 될까?”“그러지 마!”배경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사도현의 팔을 꼭 붙잡았다. 사도현은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이상한 소리라도 낸다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입 다물고 있어.”배경윤은 진찬영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진찬영과 시작해 보지도 않고 끝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뻔뻔스러운 감이 있긴 하지만 인성은 늘 그렇듯 욕심이 끝도 없었다.“안에 누구 없어요? 없으면 문 열고 들어갈게요.”쾅!소수민은 문을 점점 세게 두드렸고 허술하게 지어진 초가집이 무너질 것 같았다. 벽이 흔들거렸고 먼지가 떨어졌다.배경윤은 사도현을 끌어안은 채 미간을 찌푸렸고 이 난감한 상황이 빨리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사도현은 잔뜩 긴장해 있는 배경윤이 우스웠다.어쩐지 기분이 언짢았던 사도현은 일부러 배경윤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하하하!”배경윤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문밖에 서 있던 진찬영과 소수민은 그 소리를 듣게 되었다. 소수민은 큰 소리로 물었다.“계세요? 화장실을 쓰고 싶은데 문을 열어주세요. 저기요!”배경윤은 입을 틀어막고는 사도현을 노려보았다. 사도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약을 올렸다.“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 다른 곳에 가봐요. 쉬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요.”진찬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어요. 찬영 오빠는 참 다정해요.”소수민은 짜증이 밀려왔지만 진찬영과 같이 다른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희미해지자 배경윤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주먹으로 사도현을 마구 때리면서 말했다.“사도현, 너 진짜 미친 거지! 일부러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잖아. 이러고도 네가 남자야?”“사람들은 이미 우리를 한 쌍의 커플로 보고 있어. 커플이 같은 침대를 쓰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야?”사도현은 굳은 표정을 하고서 배경윤을 내려다보았다. 배경윤이 진찬영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이 마음에 걸렸고 신경이 거슬렸

  • 선 이혼, 후 집착   제1419화

    “그, 그게...”배경윤은 입술을 깨물면서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배경윤은 사도현을 아직도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감정이 드는지도 몰랐다.‘내가 아직 좋아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설레는 순간은 있었어.’배경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매일 마음을 졸여야 하는 사도현보다 잔잔한 물결 같은 진찬영이 더 좋았다. 진찬영은 다정하고 친절해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진찬영과 진지하게 만나서 결혼할 생각도 있었다.만약 이 프로그램을 통해 두 사람이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면 그대로 진찬영한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었다.사도현은 빛이 나는 태양이라 열정적이고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치는 건 결국 배경윤이었다.진찬영은 차가워 보이지만 어둠으로 모든 것을 품어주는 달이었다. 달을 바라보고 가까이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도현아, 사실 나는...”배경윤은 심호흡하고는 솔직한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도현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배경윤의 입을 막아버렸다.“읍!”배경윤은 또다시 사도현과 입을 맞추게 될 줄 몰랐다. 요트 위에서 나눴던 키스와는 달리 한편으로는 부드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입맞춤이었다.가볍게 부딪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사도현은 두려워했고 비굴하게 보이더라도 배경윤한테 떠나지 말라고 빌고 싶었다.화가 나서 밀치려고 했던 배경윤은 손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쳐다보다가 더 가까이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이 세상에 불쌍하고 가엾은 강아지 같은 남자를 마다할 여자는 없을 거야. 그저 불쌍해 보여서 어쩔 수 없었어.’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사랑을 퍼부었다. 몸이 달아올라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너의 대답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아. 네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사도현은 배경윤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도현아, 혹시 아까 그것도 작정하고 그런 거야? 너는 나를 너무 잘 알아. 나는 네가 미워!”배경윤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