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길은 해안 대학의 전설적인 인물, 모든 학생들의 우상이자 여신인 차설아 선배님을 위해 장학 재단에서 만들어 준 거예요. 원래는 ‘설아 길’이라고 지으려 했는데 설아 선배님께서 사양하셔서 지금의 ‘홰나무 꽃길’로 불리게 된 거죠.”남자 대학생은 말할수록 흥분하더니 차설아를 신처럼 한바탕 칭찬하기 시작했다.“우리 차설아 선배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실 거예요. 그분이 이끈 실험팀은 수많은 국제 물리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국제 저널에 발표한 학술 논문은 심지어 일부 대학의 교재에 실리기도 했어요.”“콜록!”차설아는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자신의 명성이 아직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계속 칭찬을 받기 무안해서 서둘러 남자의 말을 끊었다. “알았어요, 설아 선배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시네요.” “우수하긴 우수하죠. 그런데 사람 보는 눈이 너무 없어요!”남자는 긴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설아 선배님은 전성기 시절에 물리계를 떠나고 바보같이 시집을 갔어요. 그것도 성도윤 같은 나쁜 남자랑 결혼을 했어요. 저랑 제 친구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역시나, 남자한테 배신당하고 이미 이혼했대요. 선배님이 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나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으면 좋겠어요.”성도윤의 얼굴은 이미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차설아는 자신을 대신하여 불평하는 대학생을 서둘러 떠나보냈다.만약 속 좁은 성도윤한테 찍힌다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내 말이 맞지? 내가 만들었다니까! 그러니 내가 걷지 말라고 하면, 당신은 못 걷는 거야!”차설아는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해서 까불었다.성도윤도 얼빠진 차설아가 진짜 물리 천재라고 하니 너무 의외였다.이 남자 대학생만 억울할 뿐만 아니라, 성도윤도 차설아가 전성기 시절에 자기와 결혼한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이 길이 장학재단에서 만들어줬다고 쳐. 그럼 해안대학 장학재단 배후의 발기인이 누군지 알아?”성도윤은 갑자기 웃는 듯 마는 듯 하는 표정으로 차설아를 보았
목에 큰 리버스 카메라를 든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와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인플루언서 사진작가 미스터 정입니다. 최근 가족애를 테마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방금 세 분이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이 너무 화목해서 참지 못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혹시 이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도 될까요?”“안 돼요!”성도윤은 차갑게 거절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칼날처럼 예리하기 그지없었다.사진작가는 침을 꿀꺽 삼키고 서둘러 말했다.“죄송합니다. 그럼 지울게요.”말을 마친 그는 방금 찍은 사진을 지우려고 고개를 숙였고, 얼굴에는 안타까운 표정이 가득했다.방금 화면은 정말 아름답고 따뜻했다. 주인공의 비주얼과 스타일이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독특해서 그는 단숨에 10여 장을 찍었다. 모두 하나같이 완벽했고 인터넷에 올린다면 틀림없이 히트가 날 것이다.그런데 지금 그 완벽한 작품들을 삭제해야 하니, 그는 자신의 살을 베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성도윤은 남자의 카메라를 힐끗 쳐다보더니 또 차갑게 말했다.“삭제하기 전에 제 핸드폰에 먼저 보내주세요.”“네?”사진작가의 표정이 어색해졌다.‘공짜로 내가 찍은 사진을 달라고?’성도윤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사진작가의 생각을 바로 알아차렸다. 늘 그렇듯이 과감하게 말했다.“가격은 말만 하세요.”이 말을 들은 사진작가의 눈이 번쩍이더니 급하게 말했다.“네, 그럼 블루투스 연결해 주세요. 제가 당장 전송해 드리죠.”그렇게,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 서서 주위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사진을 전송하기 시작했다.차설아는 사진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서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불편했다.이 두 사람은 차설아의 허락도 없이 그녀의 사진을 소장하고, 심지어 거래까지 하고 있었다. ‘나의 의견은 전혀 물어보지 않았잖아? 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안 돼요!”차설아는 기회를 타서 성도윤의 핸드폰을 낚아채고 화가 나서 말했다.“난 당신이랑 사진 찍고 싶은 마음 없거든? 당장 지워!”“내놔
그 사진은 바로 칠흑 같은 밤하늘에 걸린, 옥쟁반처럼 휘영청 밝은 달, 그날 밤 낯선 사람이 보낸 사진과 똑같았다!설마... 성도윤이 ‘미스터 문’?차설아는 그 사진을 쳐다보다가 그대로 멍해졌다.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대가문의 후계자이자 글로벌 대기업의 대표인 성도윤이, 왜 한밤중에 다른 번호로 전처에게 달 사진을 보냈을까?성도윤은 기회를 타서 자신의 핸드폰을 빼앗은 다음 잠금 버튼을 길게 눌렀다. 강한 압박감을 가진 차가운 눈을 하고 말했다.“함부로 보지 마!”차설아는 잠시 머리가 복잡했다.성도윤이 자신을 몰래 촬영한 것도 충분히 놀랍지만, 낯선 번호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놀라울 뿐만 아니라 공포스러웠다!“당신이... 미스터 문이야?”차설아는 단념하지 않고 남자에게 확인했다.성도윤이 낯선 번호로 자신과 대화를 나눈 동기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게 무슨 말이야?”남자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차설아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사진첩에 있는 그 달, 미스터 문이 나한테 보낸 사진이랑 똑같아...”“달이 다 비슷비슷하지! 웃기고 있네!”성도윤은 하찮다는 듯 반박했다.“성도윤!”차설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래, 인정 안 하시겠다? 내가 인정하게 만들어 주지!”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꺼내 카카오톡을 열어 미스터 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성도윤의 핸드폰은 바로 ‘뚜뚜뚜’소리가 났다.“아직도 아니야?”차설아는 핸드폰을 흔들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성도윤은 태산처럼 끄떡없는 표정을 지었고, 차갑게 말했다.“나면 또 어때서? 도현이가 여심 공략 비법을 전수해 줬는데, 당신한테 실험해 본 것뿐이야. 그런데 당신 생각보다 수다스럽더라고. 낯선 사람에게 아무렇게나 속마음을 털어놓다니, 너무 쉽잖아!”차설아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그 늦은 밤, 그 많은 밤들을 미스터 문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게 생긴 의존감, 그리고 그에게 느낀 안전
차설아는 바로 흥미를 느끼고, 턱을 괴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오 교수를 바라보았다.오 교수는 안경을 밀고 사실대로 말했다.“해안 대학 경영권의 절반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나랑 상의하려고 왔어.”“네? 해안 대학을 인수해요?”차설아는 너무 황당해서 흥분되었다. “해안 대학은 전국에서 제일가는 공립대학이에요. 특히 해안 대학의 공과는 세계 대학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죠. 성도윤 이 인간이 감히 공립대학에도 손을 뻗다니!”오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오해야. 도윤이는 해안 대학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어. 너도 알다시피 현재 공립대학은 과학 연구 자금에 한계가 있어서 많은 실험 프로젝트 연구가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란다...”“만약 도윤이의 말대로 성대 그룹이 해안 대학 경영권의 절반을 인수해, 해안 대학을 반 사립 학교로 만든다면 앞으로 해안 대학은 연구비 걱정도 없고 권위도 잃지 않으니 양쪽 다 좋은 일이 아니냐?”오 교수의 말은 듣기에 일리가 있었다. 해안 대학의 교직원과 학생들에게는 분명 설레는 일이었다.하지만 차설아는 성도윤을 너무 잘 알고 있다.이 인간은 철두철미한 사업가이다.사업가라면 절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을 것이고, 엄청난 이득을 내주는 이면에는 분명 더 깊은 음모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교수님, 제 생각에는 절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성도윤이 얼마나 교활한 인간인데. 절대 아무런 조건도 없이 해안 대학의 지갑이 되겠다고 자처할 리가 없어요. 분명 민감한 조건을 제시했죠? 맞죠?”오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조건을 제시하긴 했지만, 그렇게 민감한 건 아니었지. 나는 괜찮다고 봐.”차설아는 서둘러 물었다.“어떤 조건을 제시했는데요?”“해안 대학을 인수한 후, 해안 대학에 건축비, 실험비, 장려비 등 한도 없이 경비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어. 조건이라면, 앞으로 해안 대학의 모든 연구 성과를 성대 그룹과 공유하고, 물리 전자 분야의 연구 성과는 성대 그룹이 소유하게 된다고...”“말도 안 되는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성도윤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차설아의 옆에 앉았다. 마치 방금의 언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차설아는 성도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남의 집에 손님으로 왔으니, 조용히 밥만 먹었다.밥을 먹는 동안 분위기는 꽤 유쾌했다.닭 날개를 뜯고 있는 연아의 작은 손과 입은 온통 소스 범벅이 되어 꽤 귀여워 보였다.차설아는 그 모습에 마음이 녹아버렸고, 티슈를 꺼내 닦아주려는데 성도윤이 한발 앞서더니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먹보. 이 기름 좀 봐.”차설아는 흠칫 놀라서 복잡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이처럼 부드럽고 인내심이 강한 성도윤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차갑고 거리감 느껴지는 성도윤이 아니라, 인간미가 넘치는 성도윤이었다.순간, 차설아는 화가 반쯤 풀렸다.연아의 작은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성도윤을 올려다보며 귀엽게 말했다.“아저씨, 참 예쁘게 생겼네요. 연예인보다도 잘 생겼어요.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게요. 그래야 설아 언니랑 어울리니까!”“하하하, 드디어 깨달았구나. 말 한번 잘했네, 요 녀석.”오준수 부부는 연아의 말에 껄껄 웃었다. “보아하니, 아이를 좋아하나 봐? 자네는 딸이 좋은가? 아니면 아들이 좋은가?”오준수는 청주를 한 모금 들이켜고 성도윤과 잡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성도윤은 모처럼 차가운 대표의 모습을 거두고 성실하게 대답했다.“딸이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럽죠. 제가 만약 연아처럼 귀여운 딸이 있다면 공주 대접을 할 거예요.”“하지만, 아들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랑 함께 등산도 하고, 농구도 하고, 사업도 같이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맷집이 좋잖아요!”늘 차갑던 성도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마치 아들과 딸이 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듯했다.이때 장수진이 말했다.“그럼 자식을 두 명 낳아야겠네요. 임신하고 낳고 하면 몇 년은 걸리니, 두 사람 서둘러야겠어요.”“그럴 필요 있어? 차라리 이란성 쌍둥이를 한 번에 낳는
“푸!”차설아는 국물을 내뿜었고,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한 눈으로 말했다.“교수님, 애가 뭐 그렇게 쉽게 생겨요? 마치 사실인 양 말씀하시네요.”장수진은 차설아의 배를 훑어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오 교수가 헛소리를 한 게 아니라, 네 배가 전에 비해 확실히 좀 부풀어 오른 것 같은데...”“에이, 사모님, 교수님 장단에 맞춰주지 마세요.”차설아는 태연한 척 말했다.“이혼하고 너무 행복해서, 식단 조절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결혼 생활할 때는 배불리 밥을 먹은 적이 없으니 당연히 말랐죠.”차설아의 설명이 오준수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맞네. 여자는 식단 조절을 하지 않으면 살이 찌기 쉽지!”성도윤은 옆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차설아를 지켜보았다.차설아의 표정은 여유로웠지만, 그녀의 숨길 수 없는 당황스러움은 그에게 포착되었다.‘과분한 설명은 오히려 뭔가를 감추기 위한 것이지. 진짜 뭔가 있나?’하지만 성도윤은 아무것도 캐묻지 않고 차설아에게 휴지를 건네고 차갑게 말했다.“당신도 입 좀 닦아.”식사를 마치고 나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성도윤은 원래 작별 인사를 하려 했지만, 연아의 고집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연아는 성도윤과 차설아와 나가서 놀고 싶어 했다.“오빠, 언니, 나랑 나가서 놀아요. 엄마, 아빠는 몸이 안 좋아서 연아랑 재밌는데 못간단 말이에요. 연아 심심해요!”오준수도 말을 보탰다.“연아도 불쌍하지. 우리 둘 나이도 많고, 평소에 연구만 하느라 늘 집에서 혼자 책만 봤어. 다른 애들처럼 젊은 부모랑 밖에서 신기한 구경 하지도 못하고...”성도윤과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연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그들은 차를 몰고 근처의 한 쇼핑몰로 갔다.연아는 곧장 게임랜드로 향했다.“오빠, 언니, 나 좀비 게임하고 싶어요!”연아는 말을 마치고 바로 2인용 좀비 게임기 앞으로 달려가 앉았다.성도윤은 성큼성큼 따라나섰지만, 차설아는 밖에서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게임랜드에는 사람도 많고, 통풍도 안 되고, 소리도 너무 시끄러
“오빠, 언니, 연아 영화 본 지 너무 오래됐어요. 우리 영화 보러 가요!”연아는 힘껏 두 사람을 영화관 쪽으로 끌었다.“영화는...”차설아는 성도윤을 슬쩍 보았다.성도윤처럼 시간이 곧 돈인 재벌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한 영화를 싫어해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영화 본 지 오래됐어. 요즘 개봉한 애니메이션 ‘소울’이 괜찮을 것 같은데?”“당신도 그 영화를 알아?”차설아는 눈을 반짝이며 급히 말했다.“그 영화 재밌다고 입수문이 자자해서 계속 보고 싶었어. 그런데 배급이 적어서 늘아쉬웠지. 이제 곧 배급이 거의 없어질 거야.”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잖아. 같은 유형의 ‘코코’도 괜찮아.”“맞아, 맞아, ‘코코’도 너무 좋지. 그때 나 영화관에서 펑펑 울면서 봤잖아.”그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영화 마니아이고, 본 영화의 99%가 일치할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평가도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이제야 발견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영화 스타일이 비슷했다.차설아는 감탄하며 말했다.“성도윤, 몰라봤네. 당신은 돈 냄새만 풀풀 풍기고, 내면세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본가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영혼이 있었네.”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가운 듯 차갑지 않은 듯 말했다.“마찬가지야. 난 당신을 머리가 텅텅 빈 껍데기로 생각했어.”영화가 곧 시작되려 하자, 두 사람은 영화표를 들고 일어나 개찰구로 가려 했다.검표 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성도윤과 차설아는 앞뒤로 줄지어 곧 보게 될 ‘소울’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줄을 서다 보니 차설아는 뭔가 이상했다.“성도윤, 뭔가 좀 부족한 것 같지 않아?”성도윤은 몸을 살짝 돌려 차갑게 물었다.“뭐가?”차설아는 주위를 둘러보고 크게 소리쳤다. “연아, 연아가 사라졌어!”성도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아가... 사라졌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차설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도망가는 여자를 잡고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1층... 로비에서 어떤 미친 사람이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해서 살고 싶지 않다고 쇼핑몰을 폭파하려고 해요!”“어린 여자아이요?”차설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또 물었다.“그 어린 여자아이가 혹시 노란색 치마를 입고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나요? 나이는 대여섯 살 정도.”“맞는 것 같아요!”그 여자는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빨리 나가세요. 이 쇼핑몰이 폭파되면 모두 죽어요!”곧이어 많은 사람들이 1층에서 위층으로 뛰어갔다.차설아는 사람들을 거스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성도윤이 그녀를 붙잡았다.“뭐 어쩌려고?”“당연히 사람 살려야지!”차설아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못 들었어? 어떤 미친 자식이 연아를 납치했다잖아. 지금 구하지 않으면 연아는 죽어!”“구해도 내가 구해!”성도윤은 차설아의 몸을 고정한 채 사람들이 달려가는 비상구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긴 너무 위험해, 일단 비상구로 가서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그리고, 성도윤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구덩이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격이었다.남자의 결연한 뒷모습을 보며 차설아는 조금 놀랐다.분명 그렇게 싫고, 나쁜 사람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녀를 감동시켰다.1층 쇼핑몰에서 사람들은 이미 거의 도망쳤고, 총을 든 채 쇼핑몰을 포위한 경찰만 남아 있었다.쇼핑몰 한복판에서 매우 초라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손에 번쩍번쩍한 식칼을 들고 연아의 목에 갖다 댄 채 얼굴을 붉히며 그와 협상하는 전문가에게 말했다.“나 설득할 생각하지 마. 난 이미 죽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당신들이랑 같이 죽을 거야!”중년 남자는 허리에 견인 폭탄을 메고 있었고, 그가 견인 줄을 조금만 당기면 쇼핑몰 전체를 폭파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급박한 상황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굴이 창백했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선생님, 진정하세요. 이런다고 문제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