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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그는 줄곧 경계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가 가장 신뢰하는 서은아가 가끔 그의 얼굴이나 머리카락에 닿으면 적응이 좀 안 되었는데 하물며 모르는 여자 간병인들이 그를 돌보는 것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요? 난 왜 당신이 내가 만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죠?”

차설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장난스럽게 남자의 머리를 비비고 뺨을 주물렀다.

그녀는 참다못해 폭발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네, 당신은 예외인 것 같아요.”

“...”

“따라서 누군가가 나를 꼭 챙겨줘야 한다면 그건 당신이어야 해요.”

“???”

“왜, 싫어요?”

“아니,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혹시 뭐 생각나는 거 없어요?”

차설아는 성도윤이 그녀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가 그녀에 대한 기억이 다시 돌아왔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그녀가 특별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기억이 돌아온 거예요?”

성도윤은 대꾸하지 않았다.

차설아는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차라리 생각이 안 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요.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성도윤은 자신이 아무리 알고 싶어도 차설아가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고 좋고 나쁨도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나 면도 좀 해줘요.”

성도윤이 불쑥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은 사람으로 항상 깨끗하고 산뜻한 모습을 유지했는데 자신의 수염이 덥수룩하고 흐트러진 머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 며칠 그는 유난히 퇴폐적이었는데 얼굴도 씻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아 마치 삶에 흥미를 잃은 아티스트 같았다.

차설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이 세상이 여전히 흥미롭고 계속 발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면도, 면도요?”

차설아가 머리를 긁적거리니 어색하게 되물었다.

차설아는 비록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거의 남자처럼 생활해왔지만 유독 면도를 해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를 도와 면도를 해준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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