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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성도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긴 다리를 내딛고 창문 앞으로 가서, 창밖의 푸르고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넋을 잃었다.

이런 뷰는 이 아파트에서 꼭대기 층에 사는 성도윤과 차설아의 집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런 우연의 일치는 마치 두 사람을 암암리에 엮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지냈을까. 서로의 고민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왜 이사 가는 거야?”

한참 뒤 성도윤은 몸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포대기를 찾느라 거실 서랍을 열어보던 차설아는 성도윤의 갑작스런 물음에 어리둥절했다.

“이사 가고 싶어서.”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성 대표님이 날 싫어하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말이야. 맞은 편에 살고 있으니 오다가다 마주치면서 성 대표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어떡해.”

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똑똑한 척하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몰라!”

“그래, 성 대표님이 얼마나 바쁘신데. 임채원이랑 성가 저택에서 알콩달콩할 시간도 모자란데 언제 여기에 오겠어.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햇빛 속에 서 있는 차갑던 성도윤의 얼굴에는 갑자기 흥미로움이 번졌다. 그는 차설아를 한참 바라보더니 말했다.

“질투하는 거야?”

차설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즉각 부인했다.

“김칫국 마시지 마! 당신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질투해?”

“질투하는 거 맞네.”

성도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 쯤은 당연히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성도윤은 그 영상이 폭로된 후, 마침내 자존감을 회복한 느낌이 들었다.

영상에서는 성도윤이 차설아에게 끈질기게 매달렸어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차설아가 자기에게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햇빛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성도윤은 빛을 받으며 마치 아이돌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차설아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뭐 하는 거야?”

남자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자 차설아는 무의식적으로 방어 자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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