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유현진은 사치품에 눈을 뜨지 못했던 지라 이 가방이 얼마나 비싼 가방인지 몰랐다. 다만 강한서가 선물한 가방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그녀를 감동하게 했다. 그 때문에 유현진은 늘 어디를 가도 그 가방을 잘 메고 다녔다.결국 유현진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행동은 의도치 않게 상류 사회의 아가씨들과 사모님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그들은 그녀를 머릿속이 텅 빈 개념 없는 여자, 돈 자랑과 과시욕에 찌들어 사는 이른바 된장녀라고 수군거렸다.그녀는 뒤늦게 이 가방의 가격을 알게 되고 나서는 그 가방을 잘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자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은 또 다른 핑곗거리를 찾아내어 트집 잡기 시작했다.차츰 유현진은 그녀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그녀의 옷차림도, 그녀의 과시적인 행동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그녀가 분명히 가진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별 볼 일 없는 여자인 주제에 홀가분하게 한주 강씨 가문으로 시집가 남들이 꿈꾸던 보통의 서민에서 상류 사회에 몸을 담게 되는 계급의 도약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것을 알게 된 후로, 유현진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에 내키는 대로, 기분이 좋을 때는 SNS에 비싼 명품 주얼리를 올렸고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날에는 또 다른 종류의 진귀한 보석을 피드로 올렸다. 그녀의 기분이 어떻든지를 떠나,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혈압이 거꾸로 치솟게 하는 것은 확실히 그녀를 속 시원하게 했다. 물론 그렇게 SNS를 통해 재력을 과시한 일들로 인해 그녀는 “돈 지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그녀의 이런 “돈 자랑”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강한서에게서 물든 것이었다. 그렇게 비싼 가방을 주면서 오다가 길가에서 대충 샀다고 했고 작은 액세서리 같은 선물은 고객사에서 선물 받은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유현진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다.
강한서는 차마 그의 호의를 뿌리칠 수 없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잔을 들고 걸어갔다. 상인회 회장이 그에게 소개한 사람들은 모두 올해 막 해외 각지에서 돌아온 화교들이었고 막 한주시에 정착한 비즈니스맨들이었기에 앞으로 오다가다 마주칠 사람들이었다.상인회 회장은 강한서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그가 소개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은 강한서에 대해 익히 들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한성 그룹 비즈니스는 일찍이 해외에 진출했기에, 그는 많은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매년 고액 연봉으로 직접 해외 각지에서 인재를 채용했기 때문에 유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매우 유명했다. 모두 술잔을 기울이며 인사말을 나누었다.이때, 강한서는 조금 전보다 더 심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헛구역질은 오히려 조금 완화되었지만,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눈앞이 침침했고 사지가 무기력한 증상은 오히려 심각해졌다. 이러한 증상 외에, 몸속에서 불씨가 타오르는 듯, 그는 목이 말랐고 계속되는 갈증을 느꼈다. 그의 상태는 어딘가 좀 이상했다.강한서는 버티고 있다가 마침내 상인회 회장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회장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강한서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면서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전화가 채 걸리기도 전에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쳐 휴대폰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휴대폰은 마침 얼음이 반쯤 녹은 얼음통에 떨어졌고 그렇게 물에 반쯤 잠겼다.웨이터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허겁지겁 다가와 죄송하다며 거듭 사죄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눈앞에 무언가가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웨이터를 밀어내고 터벅터벅 걸어가 휴대폰을 얼음통에서 건져냈다. 이미 물에 흠뻑 젖은 휴대폰은 이미 고장 났고 더 이상 전화를 걸 수 없게 되었다. 강한서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지끈 감았고 순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을 느꼈다.“한서 오빠?”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차미주가 소개한 변호사가 하필이면 강운 씨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였던 거야? 왜 나한테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던 걸까? 진작 알았더라면 차라리 바로 강운 씨한테 자문을 구할 걸 그랬네... 그렇게 알게 됐으니, 오히려 더 난처하게 됐잖아...’그녀는 머리를 움켜쥐고 열심히 어떻게 상황을 모면할지 머리를 굴렸다.“그냥... 작은 문제라서, 그리고 강운 씨가 요즘 워낙 바쁘셔서야 말이죠. 게다가 그저 자문했을 뿐인걸요. 만약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당연히 강운 씨를 찾아갔겠죠.”주강운은 그녀가 혹시나 말실수하여 자기를 민망하게 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현진 씨를 탓할 뜻은 없습니다. 우리 법률사무소 직원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셨으니, 오히려 저를 대신하여 트레이너 역할을 해주신 셈이시죠.”유현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만약 주강운의 표정이 진지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주강운이 그녀를 조롱하는 것으로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도석문은 유현진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유현진은 다름 아닌 그의 애인이 혼쭐 내달라고 부탁했던 그 여자인 것 같았다. 그는 어쩐지 유현진이 눈에 익었다. 지난번에도 이곳에서 그녀를 마주쳤던 것 같았다.주강운의 차갑고 도도하던 얼굴이 그녀를 본 순간 사르르 녹아내린 것을 보고 도석문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돈을 줘도 여자를 소개해 줘도 씨알도 안 먹히던 양반이.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 있었던 거였구나... 그럴 만도 하지, 이렇게 예쁜 여자라면 혹할 만도 해.’도석문은 사람이라면 모두 욕망 하나쯤은 가슴속에 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껏 먹히지 않았던 것은 그가 주강운의 욕망을 제대로 타겟팅 하지 못했던 이유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를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혀를 찼다. 그리고 방이진을 지나칠 때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틈을 타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움큼 뭉켜 쥐었다. 그러고 나서 주강운과 몇 마디 인사
“됐어요.”주강운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유현진은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그녀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강운의 손수건을 힐끔 쳐다보더니 너무 놀란 나머지 험한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악! 제기랄 뭐야!”주강운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여치 한 마리였는데, 주강운이 있는 힘껏 움켜잡고 있음에도 여치는 다리를 파닥거렸고 머리 위에 달린 가늘고 긴 더듬이 두 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것을 본 유현진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빨리 저리 치워요!”그녀는 더는 자기 이미지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고 주강운에게 벌레를 빨리 처리하라고 그의 팔뚝을 밀어냈다. 그러자 주강운은 가볍게 웃으며 밖으로 나가 여치를 숲으로 보내주었다.주강운이 돌아왔을 때, 유현진은 웨이터가 건네준 물티슈를 건네받고 머리를 닦고 있었는데, 그녀의 안색이 여전히 창백한 것을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방금 그녀와 함께 있던 여배우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아마 모두 위층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주강운이 돌아온 것을 본 유현진은 그에게 물티슈 두 장을 건네주며 손을 닦으라고 했다. 주강운은 그녀가 건네주는 물티슈를 받고 손을 닦으면서 말했다.“여치는 독이 없거니와 사람을 물지도 않아요.”“하지만 너무 무서운걸요.”유현진은 조금 전에 봤던 여치를 떠올리자 또다시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다리가 길고 더듬이가 머리카락처럼 긴 곤충을 가장 무서워했다. 여름에 집에 그런 곤충 한 마리가 날아들면 그녀는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곤충을 싫어했고 한밤중에라도 강한서를 깨워 그 곤충을 잡게 해야 비로소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한 번은 강한서가 집에 들어온 곤충을 잡고 나서 그녀에게 보여 주려다 실수로 놓쳐서 곤충이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달려든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강한서에게 평생 다 못할 욕설을 퍼부었고, 일주일 내내 강한서를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유현진은 순간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주강운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제가 유상수 씨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 때문에 더 이상 저에게 믿고 맡길 수 없다고 하는 건가요? 그래서 저보다는 차라리 수습 기간 변호사 한 명에게 자문하려는 건가요?”유현진은 서둘러 아니라고 하며 오해를 풀려고 했다.“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 소송은 우리가 진 것도 아니고, 고소를 취하한 것뿐입니다. 절대로 강운 씨를 탓할 수 없어요. 누가 저와 유상수가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생각이나 했겠어요?”주강운은 고개를 들고 머뭇거리다 물었다.“그러면 왜 저를 피하는 거죠?”유현진은 어안이 벙벙했다.“피한 적 없어요...”유현진은 갑자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단도직입적으로 강한서가 질투한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아직 재결합하지 않았거니와 재결합하더라도 그녀는 남들에게 굳이 시시콜콜 알리고 싶지 않았다.“제가 이 사건을 의뢰하게 되면 강운 씨에겐 깨알만큼의 수임료밖에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강운 씨가 주로 맡는 재벌가의 이혼 사건 수임료와는 전혀 비교가 안 될 겁니다. 저는 그저 강운 씨의 시간과 정성을 뺏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렇게 제안한 것뿐입니다. 강운 씨는 순전히 친구로서 저를 도와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강운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주강운은 한참 동안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지금까지 현진 씨의 일에 귀찮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줄곧 현진 씨를 도와 어머님의 유산을 되찾지 못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어요. 만약 이번 기회에 현진 씨를 도울 수 있다면 저의 무력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니 저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톱클래스 변호사의 자신감인가? 절대로 패소의 굴욕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일까?’주강운은 유현진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 준 것부터 시작하여 유현진을 도와
유현진은 그의 말에 잔뜩 감동했다.‘이렇게 만취할 정도로 마시고도 나를 걱정해 주다니...’유현진은 내심 흐뭇했지만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제 택시 부르려고 합니다. 이 근처에서는 택시가 잘 잡히거든요.”안창수는 알았다고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내일 늦지 말고요.”유현진은 그의 말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누가 늦을지는 모르는 일이죠.’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나서 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어 카카오택시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앱을 켜자마자, 회색 랜드로버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저기요, 택시 불렀어요?”유현진이 대답했다.“아닌데요, 전 아직 안 불렀어요.”기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 휴대전화를 꺼내 고객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유현진은 멀리서나마 기사가 욕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객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한 것 같았고 기사는 헛걸음했다며 그 사람과 말다툼했다. 곧이어 기사는 욕설을 퍼붓고 전화를 끊더니 다시 유현진에게 물었다.“아가씨, 어디로 가세요? 보다시피 빈 차인데 태워다 드릴게요, 저도 헛걸음하지 않을 겸...”유현진은 휴대폰을 들여다봤고 적어도 20분은 기다려야 배차가 될 수 있다는 알림을 보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클라우드 아파트로 가줄 수 있으시겠어요?”“당연하죠, 타세요.”유현진은 차 쪽으로 걸어가서 기사의 택시 회사 사원증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 기사는 차를 돌리면서 계속해서 푸념했다.“카카오 택시는 예약 차량 취소라는 기능을 없애야 해요. 고작 몇 푼 안되는 보상으로 이게 말이나 됩니까? 여기까지 온 기름값도 안 되네요!”차 안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유현진은 불편한 기색을 숨지지 못하고 창문을 열었다.기사가 한참 동안 투덜거린 뒤에야 유현진이 물었다.“미터기는 없나요?”기사가 웃으며 말했다.“휴대폰에 미터기 앱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조금도 더 받거나 그런 거 없을 테니까요.”유현진도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
“어때?”운전기사가 물었다.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유현진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약발을 아주 잘 받네.”운전기사는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풀었다.“젠장, 어찌나 경계하던지. 하마터면 못 잡아 올 뻔했잖아. 얼른 도 대표님께 연락해. 잡았다고.”그러나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탄 랜드로버 뒤로 쉐보레 한 대가 딥 블루 클럽에서부터 줄곧 그들을 미행하고 있었다.랜드로버는 바로 어느 한 호텔로 멈춰 섰다. 두 사람은 함께 유현진을 들고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방으로 올라갔다.프리미엄 방을 잡은 두 사람은 유현진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유현진의 얼굴을 스윽 만졌다. 그러자 운전기사가 그의 손을 ‘탁' 쳐냈다.운전기사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도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손대지 말라고. 죽고 싶어?”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아쉬운 눈빛으로 말했다.“보기만 해도 안 돼? 이렇게 예쁜 여자는 품어본 적이 없단 말이야.”“도 대표님이 시킨 일만 제대로 완성하면 갖고 놀 여자가 없을까 걱정할 필요 있겠어?”말을 마친 그는 침대를 정리하고 얼른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내보냈다.쉐보레를 탄 사람은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사람은 이미 칠지로 루이브 호텔로 옮겨 놨으니까 문을 열어줄 사람을 보내세요.”주강운은 딥 블루 클럽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방금 막 샤워를 마치자 집안의 도우미 아주머니가 노크했다.“왜 그러세요?”“도련님, 방금 누가 이걸 꼭 전해달라고 하셔서요.”주강운은 시선을 떨군 채 확인했다. 그것은 루이브 호텔의 방 키였다.그는 미간을 구겼다. 쓰레기통에 호텔 키를 버린 그는 바로 몸을 틀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에게 문자를 보내왔다.도석문이 보낸 것이었다.「저의 작은 성의예요.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주강운은 가볍게 피식 웃었다. 그러나 순간 그의 머
정신을 잃은 강한서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호텔 방 침대로 옮겨졌다.송가람은 인사불성이 된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호텔 직원에게 말했다.“나가보세요.”두 사람은 간단히 대답한 후 방에서 나갔다.송가람은 침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강한서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호흡이 다소 거칠었으며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점점 호흡이 가빠지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옷을 느슨하게 풀어헤쳤다.송가람은 그런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 지금은 어때요?”강한서의 체온은 아주 높았다. 정상적인 체온인 송가람의 손마저 그는 다소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나 느껴지는 낯선 촉감에 그는 다시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아버렸다.그가 손을 놓아버려도 송가람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뛰고 있었고 얼굴과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반응 없는 그의 모습에 바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윽고 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지고 나온 그녀는 강한서의 몸을 닦아주려 했다.그녀는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수건으로 강한서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수건은 어느덧 서서히 강한서의 목까지 내려왔다.강한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완벽한 호선을 자랑하는 목젖을 보니 섹시하게 느껴졌다.수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강한서의 셔츠 단추를 풀어버리려 했다.그러나 그녀가 풀기도 전에 강한서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막았다.송가람은 깜짝 놀랐다. 여전히 몽롱한 그의 두 눈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러 확인했다.“한서 오빠.”강한서의 모든 감각은 이미 약에 지배를 당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형체가 눈앞에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풍겨오는 낯선 향기에 그는 바로 거부감을 느꼈다.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이미 약효가 돌고 있었기에 그는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