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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마음대로 고르라고 했잖아요?”

유현진이 대답했다.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긴 했지만...”

매니저가 머뭇거리다가 완곡하게 에둘러 말했다.

“사모님, 이번 자선 이브닝 파티엔 한주시 상류층의 귀부인들과 규수들이 한껏 차려입고 올 거예요. 정장 수트를 입는 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정장 수트 입을 거예요.”

유현진은 매니저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기에 한마디 더 했다.

“강한서가 당신을 찾으면 내가 기어코 입으려 했으니 나를 찾아오라고 전해줘요.”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매니저도 더 할 말이 없었고 결국 그녀를 데리고 정장을 보러 갔다.

사람은 옷이 날개라고 하지만 유현진은 걸어 다니는 옷걸이였다. 그 어떤 옷이든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유현진은 흰색 정장 수트 한 세트를 선택하고 안에 타이트한 블랙 로우컷 나시를 입었다. 긴 머리를 하나로 꾹 묶으니 조금 전 드레스를 입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를 뿜어냈는데 지적이면서도 세련돼 보였다.

스타일리스트는 그녀의 얼굴에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간단한 데일리 메이크업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엔 충분했으니까.

그녀의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강한서는 심심한 듯 잡지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등 뒤로 “타다닥” 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나 그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곧이어 검은색 하이힐이 그의 시선에 나타났다.

손에 든 잡지를 잠시 덮어두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엔 흰색 정장 수트를 입은 유현진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그를 보고 있었다.

강한서는 잡지를 내려놓고 입술을 꾹 닫으며 그녀를 바라봤는데 입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얼굴엔 화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약간 실망한 유현진은 손을 뻗어 일부러 정장을 곧게 펴며 물었다.

“예뻐?”

강한서는 진지하게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평가했다.

“괜찮네.”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왜 이런 반응인 걸까?

일부러 정장 수트를 골라 그에게 맞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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