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하가 알겠다고 대답하며 생각했다. ‘대표님께서 강단해 대표님과 척지려고 하시네.’차에 오른 후 잠시 생각하던 민경하가 강한서를 설득했다. “대표님, 다음부터 이런 일은 아랫사람들 시키세요. 직접 나서실 필요 없으시잖아요.”아까 강한서가 재켓을 벗고 소매를 걷는 모습에 민경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한서가 직접 나섰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뒷감당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한서가 민경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내가 나선대요?”민경하가 멈칫했다. “아까 분명 다 같이 덤빌 건지 하나하나 덤빌 건지 물어보셨잖아요.”강한서가 대답했다. “한 명씩 덤비면 연습 삼아 한 번 해볼 수는 있겠지만 다 같이 달려든다면—”강한서가 말을 멈추었다. “그러면 민 실장 도움을 받아야겠죠.”민경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대표님, 저는 싸울 줄 몰라요.”“싸우라고 한 얘기 아니에요.”강한서가 단추를 풀며 말했다. “맞기만 하면 돼요. 아픈 척 잘하던데요. 그 핑계로 휴가를 줄 수도 있고.”민경하: ...‘정말 좋은 대표님이시네요.’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 신미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강한서는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휴대폰을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강한서, 너 정말 미친 거야? 경찰이 민서를 연행하게 하다니. 경찰서에 어떤 사람들이 있을 줄 알고? 그게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니? 민서가 괴롭힘이라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은 안 돼?”강한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사회가 얼마나 험악한지 민서도 알아야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그저 엄마밖에 모르면서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요.”비꼬는 말투가 귀에 거슬렸던 신미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배은망덕한 놈! 민서는 네 친동생이야! 어렸을 때 민서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기억 안 나? 여자 하나 때문에 피 섞인 가족을 배신하고 네가 제정신이야?!”강한서가 씩 웃으며 신미정을 비꼬았다. “피가 섞여서 그나마 다
유현진은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가 노크했다. “미주야, 안에 있어?”화장실 안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뚝 그치고 잠시 후 차미주가 나왔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손에는 칫솔을 들고 있었다. 입에 거품을 문 채 물었다. “화장실 급해?”“아니.”차미주를 살피던 유현진은 그녀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게 아니라, 방금 성우 씨한테서 전화가 왔어. 네가 집에 있는지 묻더라고. 오늘 무슨 일 있었어?”차미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녀는 입안의 거품을 뱉고 입을 몇 번 헹구더니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뭐래?”“별말은 없었어. 네가 집에 도착했는지 걱정이 돼서 물어보던데.”“걱정은 개뿔!”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욕을 지껄였다. “그런 개자식은 차단해 버려. 눈에 띄기만 해봐, 볼 때마다 쥐어패 버릴거야!”“너희... 무슨 일 있었어?”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깝게 지내면서 매일 집에 가서 밥도 해주고 게임도 하더니 오늘은 갑자기 왜 이를 바득바득 가는 걸까?차미주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 개자식, 조 선생님께 도시락 전해준다고 해놓고 자기가 다 먹어버렸어. 오늘 내가 조 선생님을 만나 도시락에 대해 묻지 않았더라면 일 년이 지나도 그 자식 입에 들어가는지 몰랐을 거야!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조 선생님이랑 이어지게 도와주겠다더니, 2개월이 다 되도록 이어지기는 무슨, 한성우 좋은 노릇만 했잖아!”유현진이 차미주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확실히 이번 일은 한성우가 과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일로 미주가 이렇게까지 화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차미주는 마음이 넓고 달래기 쉬운 편이었다. 게다가 한성우는 사람을 구슬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고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가 좋았던 터라 유현진은 차미주가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한성우가 조준에게 주려던 도시락을 먹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화를 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떠보듯 차미주에게 물었다. “성
유현진은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차미주에게 말했다. 차미주는 바득바득 이를 갈며 화를 냈다. “강민서 그 싹수없는 년이! 일 년은 넘게 가둬놓고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해! 그래도 있는 집에서 자란 애가 왜 그렇게 교양 없이 구는 거야? 강민서랑 강한서 정말 같은 배에서 나온 거 맞아?”차미주는 어쩐지 그 말이 강한서를 칭찬하는 뜻인 것 같아 다시 말을 바꾸었다. “강한서가 특별히 잘났다는 게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있는 집안 자식의 여유와 매너는 있다는 뜻이지.”그러더니 차미주는 유현진에게 물었다. “강민서가 부은 뜨거운 물에 사람이 다쳤는데, 강한서는 뭐래?”“직접 강민서 잡는다고 갔어.”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날이 밝기 전에 강민서 잡아서 경찰에 넘긴댔어.”차미주는 의심하듯 말했다. “강한서가 그렇게 한대? 강민서는 강한서 친동생이잖아. 예전에 네 물건을 빼앗아도 동생 편만 들더니. 그리고 지난번 증조할아버지가 사고 났을 때도, 강민서를 어쩌지 못했잖아.”유현진 본인도 알 길이 없었다. 신혼 첫날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강한서의 마음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한서가 그녀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해줄 수 있는지, 그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차미주가 말했다. “만약 이번에도 강민서를 감싸고 돈다면, 세상에 모든 남자가 다 사라진다고 해도 절대 강한서한테 기회 같은 거 주지 마! 내가 보기엔 티베탄 마스티프도 괜찮은데. 너 그냥 티베탄 마스티프랑 만나.”유현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티베탄 마스티프?”“한열 말이야. 그 자식 연예계에서 별명이 티베탄 마스티프잖아. 터프한 성격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려드는 타입이야!”“회사 연예인이랑 같이 촬영하러 갔었는데 제작진이 대본대로 하지 않고 어느 여배우와 애정신을 찍을 때 몸이 제일 반응했냐고 멍청한 질문을 했었거든. 심지어 당시 진행자는 연예계 대선배였고. 그런데도 한열은 얼굴을 확 굳히면서 그럼 당신이 한 번 카메라 앞에서 세워보
강한서가 그녀에게 보낸 사진은 네이버의 검색창을 캡처한 것이었다. 강한서가 검색한 내용은 [Outercourse의 조작법]이었다. 검색어도 이미 충분히 터무니가 없는데, 더 어이없는 것은 검색창 아래에 나온 검색 결과였다. 글을 작성한 사람이나, 그걸 믿는 사람이나. 전부 대단한 것 같았다. 강한서가 또 문자를 보냈다. 「문자 서술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는 게 더 직관적일 같아서 찾아보려고. 찾으면 공유해 줄까?」유현진: ...유현진은 강한서가 어떤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문자를 타자하는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뻔했다. 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야동 사이트를 보냈다. 「여기 다 있어.」유현진이 무엇을 보냈는지 궁금해 링크를 클릭한 강한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국내, 일본, 유럽, 미국...‘다양하게 보네!’그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얼마나 본 거야?」유현진이 태연하게 답장을 보냈다. 「수도 없이 많이 봤지.」사실 보기는 무슨. 이런 야동 사이트는 동영상으로 시선을 끈 뒤 링크를 클릭해 들어온 사람들을 속여 인터넷 도박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검색하려고 해도 광고가 계속 나와 사람을 귀찮게 만들었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보낸 것은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이트들을 하나하나 신고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불법 야동 사이트를 열심히 신고했지만 관리가 엄한 당시에만 잠깐 효과가 있었고 평소에는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트로 강한서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다 강한서도 확실히 유현진이 보낸 사이트에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런 사이트 중에 바이러스가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아무 링크나 클릭했다가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강한서는 유현진에게 파일을 보내며 말했다. 「이거 설치하면 아무 링크나 클릭해도 자동으로 바이러스를 없애 줄 거야.」유현진: …‘지금
한성우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 「내가 한성우랑 죽마고우긴 해도, 나 걔랑은 다른 사람이야.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하지만—」강한서가 머뭇거렸다. 「내가 감시 잘해주면 추가 점수 있어?」유현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답장했다. 「지금 나랑 협상하자는 거야?」「내가 감히 어떻게 너랑 협상해.」강한서는 속성 과외라도 받은 사람처럼 말솜씨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난 당연히 뭐든 네 말에 따르지. 그냥 물어본 거야.」유현진이 웃음을 참으며 답장했다. 「아무튼, 뭐든 바로바로 알려줘. 보면서 점수 줄게. 50점에 200점 사이로.」한성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명 받들게.」옆집 902호. 한성우는 연속 재채기를 해댔다. 그는 코를 어루만졌다. ‘도둑이 내 욕을 하나?’유현진과 카톡을 끝낸 강한서는 바로 유현진이 보낸 야동 사이트를 신학에게 보냈다. 「해킹해!」신학: ???‘IT업계의 거물급 인물에게 야동 사이트나 해킹하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심문이 끝난 강민서는 바로 체포되었다. 한열의 변호사는 내일 아침이 되어야 도착한다고 했다. 그 말인즉 그전까지 강민서는 계속 수감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잠시 지구대 유치장에 수감 당했다. 한 방에 다섯 명씩 수감되었는데 대부분은 거리를 떠돌던 비행소년들이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노출이 많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입만 열면 욕설을 내뱉는 그들과 잠시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강민서는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때문에 유치장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경찰은 몇 번 호통을 치더니 더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서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신미정과 강단해 그리고 정인월도 있었다. 그들은 절대 그녀를 이곳에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집 딸인지 어필하다가 또 자신을 가둔 경찰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끊임없이 떠들었다.
강민서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도 손을 들어 뺨을 때리려는데, 그녀가 손을 올리기도 전에 나머지 두 사람에 의해 손이 잡히고 말았다. 하연우가 손을 들어 또 강민서의 뺨을 두 번 내리쳤다. 강민서가 특별히 신경 쓴 헤어가 순식간에 산발이 되었다. 그녀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당직 경찰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유치장의 문을 열지 않고 철창 앞에 서서 안을 들여볼 뿐이었다.“뭐 하는 짓이야?”하연우 일행이 강민서의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장난 좀 쳤어요.”경찰이 철창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조용히들 합시다.”몇 명이 힘을 합해 강민서가 하고 있던 액세서리를 빼앗았다. 액세서리를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강민서를 모욕해 화풀이하기에는 충분했다. “오늘 너한테 예절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줘야겠어!”하연우가 강민서의 드레스를 찢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래, 난 몸 팔았어. 하지만 내 딸은 너보다도 철이 들었어.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어떻게 하는 게 예의 바른 건지 안다고. 개처럼 아무나 물어뜯지 않아! 넌 기생년 딸보다도 못해. 유치장에 갇힌 넌 뭐 얼마나 대단한데?”하연우는 강민서의 뽀얀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강민서는 전해지는 고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몰려오는 공포감에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하지만 입이 틀어막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고귀하신 출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결국 우리처럼 버러지 인생이랑 같이 갇혀 있는 신세잖아? 그래서 넌 뭐가 그렇게 고귀하신데?”하연우는 강민서의 제일 야들한 곳만 골라 꼬집고 있었다. 두려움과 고통이 함께 밀려와 강민서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 피부의 이곳저곳이 파랗게 멍이 들고 나서야 하연우는 강민서를 놓아주라고 눈짓했다. 그녀는 손등으로 강민서의 얼굴을 툭 치며 말했다. “상대방이 좋게 얘기할 때 잘 들어. 여기 네 그 더러운 성격 받아 줄 사람 없으니까.”침을 찍 내뱉은 하연우가 몸
전화를 끊은 안창수는 한열의 전화번호를 유현진에게 전송했다. 카톡을 확인하니 한열의 프로필 사진은 티베탄 마스티프였다. ‘이 자식은 남들이 자기를 부르는 별명을 알고 이걸 프로필 사진으로 한 거야?’유현진은 카톡으로 한열에게 자기의 신분을 밝히며 친구 추가를 보냈다. 한참을 기다려도 한열이 친구 추가를 수락하지 않자 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대방은 대스타였다. 아마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도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에 유현진은 휴대폰을 한쪽에 놓아두었다. 같은 시각, 침대에 엎드려 있던 한열은 카톡 알람 소리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 들어온 친구 추가를 발견한 그는 “휙”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의 매니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 웬 지랄이야?”한열은 웃통을 벗고 침대 위에 꿇어앉아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여신님이 나한테 친구 추가를 보냈어!”매니저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 ‘저렇게 없어 보이는 꼴이라니. 저 꼴이 어딜 봐서 요즘 제일 핫한 아이돌이야? 모자란 놈 같아!’침대에서 내려온 한열은 슬리퍼도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 다녔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친구 추가하면 뭐라고 말해야 해요?”“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연봉은 2억에,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 데다 여태 모태 솔로라고 어필해 봐.”한열이 입술을 씰룩이며 욕을 내뱉었다. “병신.”매니저가 콧방귀를 뀌었다. “네 여신님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아?”한열의 귀가 빨개졌다. “같이 촬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다른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매니저가 말했다.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맞아. 너, 네 여신님 전남편이 누군지 알아?”한열은 순간 어제저녁 자신의 혈 자리를 눌러주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누군데요?”“한성 그룹의 후계자, 강한서.”매니저는 자신이 알아 온 소식을 한열에게 들려주었다. “어제저녁부터 강씨 가문에서 계속
강한서는 한다면 해내는 성격이었다. 그는 아무도 강민서를 유치장에서 꺼낼 수 없도록 명령했다. 신미정은 밤새 여기저기 사정을 해보았다. 찾을 만한 사람은 전부 찾았지만 아무도 강민서를 꺼내지 못했다. 꺼내는 것은 물론, 경찰 측에서는 면회도 거절했다. 신미정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날이 밝기도 전에 정인월에게 부탁하러 본가로 향했다. 정인월은 어젯밤 이미 강민서의 일을 알게 되었다. 신미정이 정인월을 찾아갈 것을 예견한 강한서가 강단해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본가로 향했다. 강한서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대로 정인월에게 알려주었다. 그중에는 강민서가 그동안 한 짓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한서의 얘기를 들은 정인월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게 된 정인월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한 번 당해보는 것도 배움이 되고 나쁘지는 않겠지. 그때 민서를 네 엄마에게 맡긴 것을 후회하는 중이란다.”정인월은 신미정이 본가로 찾아와 소란을 피울까 봐 어젯밤 미리 성수시에 있는 펜션으로 향했다. 그러니 신미정은 당연히 허탕을 쳤다. 그녀는 정인월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진씨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미정은 그제야 이번엔 정인월이 진심으로 강민서의 일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새하얘진 얼굴로 본가를 나왔다. 돌아가는 길, 서해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미정 언니, 어떻게 됐어요? 민서 나왔어요?”신미정의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했다. 그녀는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이요. 한서가 미쳤어요. 제가 민서를 절대 빼낼 수 없게 만들었어요.”서해금이 말했다. “한서가 화가 많이 났나 보네요.”신미정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 “해금 씨, 혹시 민서를 꺼내줄 만한 사람 있어요?”서해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니, 제가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라, 강씨 가문 사람의 태도가 그렇게 확실한데,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끼어들겠어요?”신미정이 입술을 짓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