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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그 여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를 잡았다.

“이렇게 가운 내렸는데, 정말 갈 거야?”

한성우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연락하지 마, 여기서 끝내.”

그 여자는 마침내 안색이 변했고 다시 샤워가운을 걸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한성우, 그렇게 살지 마! 그러고도 사람이야?”

한성우는 그저 차가운 코웃음을 지었다.

“서로 좋았으면 그만이야, 스스로가 피해자인 척 하지 마.”

이어서 그는 수표 한 장을 꺼내어 그녀의 샤워가운에 넣어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딱한 건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말이야, 이거로 보상받아.”

여자의 안색이 살짝 변했고 수표를 받으면서도 욕설을 퍼부었다.

“나쁜 새끼! 지질한 놈! 반드시 업보를 받을 거야!”

한성우는 예상했단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

한편, 강한서는 식사를 마치고 미팅에 참석했다. 유현진은 먼저 가려다가 강한서가 스타일링하러 가야 한다며 무조건 기다리라고 했다. 먼저 가면 이혼 위자료는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못까지 박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협약서에 사인한 뒤로부터 유현진은 2000억에 묶여 살았다. 오늘도 그저 집무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강한서의 사무실은 정말 단조로웠다. 책상과 소파, 그리고 책장이 인테리어의 전부였고 심지어 색상도 블랙, 화이트 그리고 그레이 세 가지였다.

그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은 거의 반은 영어 서적이었고 나머지들은 전문적인 서적이었는데 그 중간중간 세계적인 명작들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소설은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았다.

유현진은 한참을 뒤척이더니 결국엔 “자치통감”이라는 중국 송대 역사 서적을 한 권 들고 소파로 가서 시간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책을 펼친 순간, 그녀는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이 책은 조금도 번역되지 않아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한 페이지를 넘겼지만 머릿속엔 “지호자야”라는 몇 글자만 겨우 남아있었다.

강한서 유죄 인간!

유현진은 다시 책을 덮어두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제야 본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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