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서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여기서요?”송가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에서 마주쳤어요. 친구분들과 다른 룸에서 모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강민서가 눈썹을 찡그렸다. “낮에 물었을 때는 분명 저녁에 일이 있다고 했었는데.”송가람이 말했다. “일 때문에 왔을 수도 있죠.”미간을 찌푸린 강민서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송가람은 시선을 내리깔고 뚜껑으로 가볍게 찻잎을 쓸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한서에게 말했다. “한서 오빠, 차 좋아하세요?”유현진에게서 답장이 없자 강한서는 멍한 태도로 앉아있었다. 그는 송가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럭저럭.”대화 주제를 찾았다고 생각한 송가람은 익숙하게 다양한 찻잎의 맛과 공예에 관해 설명했다. 가만히 듣고 있는 강한서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재잘재잘 떠드는 송가람의 말을 끊지도 않았다. 그에 송가람은 더욱 자신감을 얻어 한참을 얘기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송가람이 그에게 물었다. “한서 오빠, 대홍포랑 용정차 중에 어떤 게 더 좋아요?”강한서가 대답했다. “대홍포.”송가람은 그의 대답을 듣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좋아했다. “사실 저도 대홍포를 좋아하거든요. 다른 차는 쓴맛이 강한 편인데 대홍포는 난꽃 향이 짙고 좋은 데다 맛도 부드럽고 끝맛은 달콤하니까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계란 장조림 할 때 넣으면 맛있어.”송가람: ...“장... 장조림이요?”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송가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대홍포를 넣은 계란 장조림을 못 먹어본 건 아니지?”송가람의 얼굴을 파랗게 질렸다. ‘가격이 억대를 넘어가는 찻잎으로 누가 계란 장조림을 해 먹어? 그건 너무 낭비잖아.’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못 해봤어요. 다음에 시도해 볼게요.”강한서가 말했다. “삶아서 몇 시간 동안 숙성시키면 맛이 더 진해.”송가람이 말했다. “오빠는 요리에도 관심이 있으세요?”
하지만 아니었다. 신미정은 영원히, 강민서를 대하는 것만큼 강한서를 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강한서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인월의 책망이 두려워서 혹은 친정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어찌 되었든 엄마로서 가지는 제일 기본적인 관심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강한서가 신미정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영원히 기억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강한서는 접시 위에 올려진 게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후, 그는 접시를 들어 그대로 옆에 있던 휴지통에 버렸다. 신미정은 그의 행동을 보지 못했지만 서해금이 이를 발견했다. 그녀는 생각이 많은 얼굴로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주강운이 문을 열자 유현진은 바로 취한 척 연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비틀거렸다. 들어올 때 그녀는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였고 주강운이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뒤로 넘어졌을 것이다. 안창수도 그녀의 “휘청”거리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얼른 주강운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주강운이 그녀를 잡으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취했어요.”유현진이 비틀거리며 주강운을 밀었다. “취한건— 너야. 나 주, 주량 세!”그러더니 앞으로 다가가 안창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눈을 슬며시 뜨고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창수야, 오— 오늘 끝— 까지 달려보자!”안창수의 눈이 씰룩거렸다. ‘창수야...’주강운이 얼른 그녀를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무 많이 마셨어요. 사람도 못 알아보고.”유현진은 계속 미친 척 몸부림쳤다. “취한 건 너라니까. 창수는 우리 오빠야!”안창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이로만 보면 그는 거의 유현진의 아버지 또래였다. 주강운이 유현진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곁으로 끌어왔다. “제가 먼저 현진 씨 데려다주고 다시 올게요.”안창수가 말했다. “너도 술 마셨으니까 내가 비서한테 오라고 전화할게.”유현진이 연기를 계속했다. “나 안가! 난 우리 창수 오빠랑 술 마실 거야!”안창수는
질투에 눈이 먼 강민서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 말이 틀려? 유현진은 우리 오빠랑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오빠에게 꼬리를 쳤어. 우리 오빠가 유현진에게 푹 빠진 것도 모자라 이젠 강운 오빠도 유현진에게 홀려 넘어간 거야?”원래부터 목소리 톤이 높았던 강민서가 언성을 높이며 말하니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주강운은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저번엔 촬영장에서 난리 쳐놓고, 이번엔 여기서 헛소리를 하는 거냐? 명예 훼손까지 하면서? 아주머니께서 널 그렇게 가르쳤냐?”강민서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 유씨 가문에서도 유현진을 가족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연예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에. 유현진은 그냥 오빠를 홀려서 다시 연예계 생활하고 싶은 거라고. 제발 유현진에게 속지 말란 말이야!”유현진은 핏대를 세우며 말하는 강민서를 보니 살짝...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미움을 받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강민서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곧이어 그녀는 주강운의 팔을 잡고 흔들더니 일부러 취한 척 말했다.“여기 너무 시끄럽네요.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순간 강민서는 앞으로 다가가 유현진을 팍 밀쳐버렸고 유현진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유현진은 자신이 아마 바닥이 아닌 카펫 위로 넘어질 거라고 예상하였다. 비록 처참한 모습으로 넘어지겠지만 그다지 아프지는 않을 것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바닥에 넘어지기도 전에 누군가가 심하게 휘청거리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붙잡아주고 있었다.유현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니 누가 지금 날 붙잡아준 거야? 나 아직 연기 시작도 안 했단 말이야!’“괜찮아요?”귓가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고 살짝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를 붙잡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까 밖에서 그녀를 노려보던 한열이었다.어정쩡한 자세가 된 그녀는 민망해졌다.상대가 아직 그녀의 연기를 눈치채지
강민서가 뜨거운 물을 바로 다른 사람의 몸으로 뿌려댈 줄은 꿈에도 몰랐다.만약 한열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 뜨거운 물은 아마 그녀의 몸과 얼굴에 뿌려졌을 것이다.한열의 목은 심한 화상을 입게 되었고 아무리 바로 찬물에 목을 식혔어도 빨갛게 붓고 아주 큰 물집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라이더 재킷을 입은 등 쪽은 피부가 붉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다.얼굴로 먹고사는 아이돌이 화상을 입은 모습에 유현진은 애초에 강민서의 성격을 자극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었다.‘강민서 같은 애는 그냥 바로 때려버렸어야 했는데!’너무나 소란스러웠던 나머지 강한서가 있던 방까지 소리가 들려왔다.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밖에선 도대체 뭐 하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거지?”강민서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차를 홀짝이었고 찻잔을 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강한서는 강민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몸을 일으켰다.“제가 나가서 확인해 볼게요.”강민서의 몸이 순간 경직되었고 그녀는 찻잔을 꽉 쥐었다.송가람도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한서 오빠, 같이 가요.”강한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신미정이 입을 열었다.“그래, 같이 다녀 오거라. 방 안이 답답하면 바깥바람도 쐬고 와도 괜찮단다.”강한서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을 나갔다.송가람은 얼른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그러나 강민서는 몹시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앉아 있었다.그녀는 늘 충동적으로 행동했고 항상 행동한 후에 후회했다.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사람은 연예인이었기에 그녀는 이 일이 절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상황을 살피러 간 강한서는 분명 그녀가 누구에게 뜨거운 물을 뿌리려고 했는지를 곧 알게 될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절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강민서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신미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러니?”강민서는 덜덜 떨리는 입술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엄마, 전 몸이 안 좋
유현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회사에 있는 거 아니었나?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지?’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가람이 다가왔다.“강운 오빠, 현진 언니.”유현진은 동작을 멈추고 송가람을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강한서를 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주강운이 대신 입을 열었다.“현진 씨는 괜찮아. 화상을 입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야.”바로 그 순간 강한서도 화상을 입은 한열을 발견하게 되었고 유현진이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그는 안심이 되었다.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이미 차를 대기 시킨 안창수가 길을 비켜달라면서 한열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잡힌 팔을 빼내며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따라가려 했다.주강운도 따라가려고 했지만 강한서가 그를 막아섰다.“무슨 일이야?”심각한 얼굴로 묻는 강한서에 송가람도 따라서 물었다.“강운 오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주강운은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강민서가 우리 방으로 들어와서 뜨거운 물을 현진 씨한테 뿌리려고 했어. 대신 막아준 한열 씨는 등과 목에 화상을 입게 되었고.”강한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 갔다. 그는 그제야 강민서가 왜 잔뜩 초조한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왔는지 이해가 갔다.만약 누군가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지금 온몸에 화상을 입은 사람은 바로 유현진이었을 것이다.강한서는 느껴지는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면서 주강운에게 물었다.“민서가 어떻게 너희 방 번호를 안 건데?”한주시엔 프리미엄 호텔이 아주 많았고 히비스커스 호텔도 그중 가장 좋은 호텔이 아니었다. 아무리 우연히 같은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하더라도 몇십 개나 되는 방 중에서 옆방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비록 강한서는 우연을 믿지 않았지만, 확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우연의 일치란 한 두 번이면 믿을 만했지만, 그는 절대 매번 이렇게 우연이 겹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그의 말을 들은 주강운은 멈칫하더니 이내 천천히 자신을 막고 있던 강한
“한서 오빠...”송가람은 그에게로 다가가 그를 불렀다.“우리 병원에 가볼래요?”강한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싸늘한 표정으로 방에 돌아갔다.강민서는 이미 이곳에서 도망친 상태였고 싸늘한 그의 표정을 본 신미정은 순간 멈칫하였다.강한서는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민서는 어디 간 거죠?”“몸이 안 좋다고 먼저 집으로 갔어.”강한서의 표정이 더더욱 굳어졌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강민서에게 연락했다.한편 방금 택시를 탄 강민서는 강한서의 전화에 화들짝 놀랐고 얼른 통화 거부 버튼을 눌렀다.그녀는 황급히 말했다.“얼른 출발해 주세요!”택시 운전사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아무 데나 가주세요!”그녀는 택시 운전사에게 몇 장의 수표를 넣어주면서 말했다.“빨리요!”택시 운전사는 바로 시동을 걸었다.전화를 받지 않는 강민서에 강한서는 바로 회사의 경호팀에 연락했다.연락이 닿자마자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강민서를 내 앞으로 잡아 오세요! 오지 않겠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데리고 오세요!”그의 말을 들은 신미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해갔고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사람들을 풀어 민서를 잡아 와서 뭐 하게?”강한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본인이 한 행동에 대가를 치러야죠!”그는 문을 쾅 닫으며 나가버렸다.놀라 비틀대는 신미정을 서해금이 부축하면서 나직하게 말했다.“일단 진정하시고.”그녀는 고개를 돌려 송가람에게 물었다.“가람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송가람이 답했다.“민서가 뜨거운 물을 남에게 뿌렸대요. 화상을 입은 사람은 이미 경찰에 신고한 상태고요.”신미정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고작 그런 일로? 돈이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냐?”송가람은 뜸을 들이며 말했다.“그 사람에겐 돈이 먹히진 않을 거예요. 아주 유명한 연예인이거든요.”그녀의 말을 들은 신미정은 이내 이를 갈면서 말했다.“그래도 그냥 해프닝이잖니! 한서 얘가 정말 미쳐버렸구나!”신미정은 그렇게 말하
“네가 최근에 받은 광고도 모두 화장품 광고란 말이야. 그런데 이 꼴로 어떻게 화장품 광고 모델을 해?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해?”유현진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한열이 끼어들었고 짜증스러운 어투로 매니저에게 말했다.“그만 하세요. 침이 제 상처 부위로 떨어지겠네요. 그러다 제 상처가 잘 안 나으면 어떡하시려고요?”매니저는 그를 째려보았다.“내가 어쩌다 너 같이 걱정 없는 애를 맡게 되어서는!”‘예쁜 여자만 보면 그저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서는! 아직 제대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서둘러 감싸주면서!’침대에 엎드리고 있는 한열은 베개 위로 얼굴을 푹 박더니 웅얼거리면서 말했다.“그럼 얼른 가서 걱정 안 시키는 연예인으로 바꿔 달라고 하세요!”잔뜩 심기가 불편해진 매니저가 눈을 번뜩이며 잔소리를 하려 할 때 휴대폰이 울렸고 매니저는 바로 전화 받으러 나갔다.안창수는 한열의 상처 부위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일단 요 며칠은 잘 휴식하고 있어. 촬영 시작할 땐 오지 않아도 돼. 네 촬영 부분을 뒤로 미뤄줄 테니까. 지금은 건강이 더 중요해.”한열은 고통을 참으면서 말했다.“괜찮습니다. 촬영 시작 때 저도 갈 수 있습니다. 상처 부위는 어차피 등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조급해할 필요 없어.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고 있어.”말을 마친 안창수는 잔뜩 얼굴에 죄책감을 드러내고 있는 유현진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물었다.“술에 취한 거 아니었어요?”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눈앞에서 사람이 다친 모습을 보니 그녀는 술에 취한 척할 겨를도 없었다.유현진은 입을 벙긋거리며 말을 하려던 순간 한열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뜨거운 물에 맞을 것 같으니까 술이 확 깨셨나 보죠.”안창수는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말했다.“제가 데려다줄게요.”“감사합니다, 안 감독님. 하지만 전 좀 더 있다가 가려고요. 먼저 댁으로 돌아가세요.”안창수도 별다른 말 없이 그곳을 떠나갔다.그는 이
‘내 손을 잡아줬어! 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유현진은 한열의 손을 꾹꾹 눌러주다가 입을 열었다.“어때요? 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졌어요?”그는 현재 많이 괜찮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둥둥 뜨는 것 같았다.한열은 작게 중얼거리면서 말했다.“네, 그런 것 같네요.”“그럼, 제가 계속 눌러드릴게요.”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매니저는 넋이 나갔다.한열은 베개에 머리를 푹 박은 채 의사 선생님의 치료를 받고 있었고 손을 주물러주는 유현진에 귀가 마치 터질 듯 빨개져 있었다.유현진이 그의 손가락 오목한 곳을 눌러주면서 대화하자 그는 마치 훈련 잘된 온순한 리트리버처럼 가만히 있었다. 매니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정녕 자신이 키운 티베탄 마스티프가 맞나 눈을 의심하였다!매니저가 한열의 이름을 부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병실의 문이 열렸다.정장을 입은 귀티가 흐르는 남자가 들어왔다.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렸다.“누구시죠?”강한서는 그런 매니저를 무시하고 유현진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현진아.”그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고개를 돌린 유현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끗 보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합의는 치료 마친 후에나 하죠.”“난 합의하러 온 게 아니야. 난 네가 걱정돼서 찾아온 거야.”말을 하던 그는 유현진이 한열의 손을 잡은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유현진은 시선을 한열의 손으로 고정한 채 계속 꾹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난 너한테 분신술 같은 능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분신은 회사에 놔두고 본체로 가람 씨랑 데이트하고 있는 거였어? 정말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줄은 몰랐네.”강한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난 송가람이랑 같이 밥 먹으려고 너한테 거짓말한 게 아니야. 난 그냥 네가 신경 쓰고 있을까 봐 야근한다고 한 거야.”유현진은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누가 신경 쓴대!”‘개자식, 이럴 줄 알았으면 배달 음식 시켜주지 않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