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는 강한서만큼 하얗지 않을 뿐, 절대 까만 피부를 가진 아이가 아니었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은 어린애라고 봐주는 법이 없었다. 휴대폰을 뒤지던 강한서가 민경하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만경하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고개를 든 강한서가 손을 들어 입에 지퍼를 잠그는 흉내를 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알겠죠?”민경하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가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고 담배를 껐다. “차에 들어가서 좀 자요. 날이 밝으면 현진이 데려다줘요.”다음 날 아침, 유현진은 민경하의 부름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이미 차 안이었고, 밖은 합숙 장소였다. 민경하가 운전석에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모님, 7시 30분에요. 들어가셔서 준비하셔야죠.”유현진이 눈을 꿈벅였다. 그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 비몽사몽인 채로 차에서 내렸다. 침실에 도착하자 모두 방금 일어난 것 같았다. 다 씻은 유현진이 무용복으로 갈아입으려는데, 옷이 누군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침실의 배우들에게 물으려고 했으나, 우왕좌왕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유현진은 ‘물을 필요도 없겠구나’ 생각했다. 송민영 아니면 방이진이 그런 것이 확실했다. 한 명은 오랫동안 원망을 산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새로 생긴 적이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어린 배우들이 감히 미움을 살 수 없는 배우가 그 두 명뿐이었다. ‘초등학생이나 할 짓을, 아직도 세 살짜리 애야?’안창수는 어제 특별히 오늘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단체복을 입고 오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 바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사라는 극 중에서 꽤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러니 유현진이 카메라 테스트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었다.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동안 찢긴 옷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옷을 둥글게 말아 휴지통에 버렸다. 은정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현진 씨, 내가 테이프로라도 붙여 줄게요.
송민영의 말에 사람들은 그제야 유현진의 옷에 시선을 돌렸다. 오늘 연습실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핑크와 화이트가 섞인 무용복을 입고 있었다. 유현진의 무용복은 확실히 너무 눈에 띄었다. 유현진이 튀어 보이려고 입고 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단체 생활에서 사실 사람들은 이렇게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이런 짓을 하는 인간들은 다른 사람을 딛고 올라서거나, 아니면 팀 전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송민영의 말에 사람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현진을 보기 시작했다. 유현진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야 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찢겨진 그녀의 옷에는 관심이 없고, 그에 따른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안창수 역시 송민영의 말을 듣고 말했다. “현진 씨, 왜 이렇게 입고 온 거죠? 팀복은요?”유현진은 안창수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말했다. “감독님, 제가 요즘 계속 이사라라는 캐릭터를 연구해 봤는데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대본에는 부잣집 출신에 집안이 좋고, 어렸을 때부터 고생이 뭔지 모르고 자라서 도도하고 오만한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재능을 타고난 윤여령을 이기지 못하니까 분노했던 거고요.”안창수는 배우와 캐릭터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기에 그는 유현진의 분석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사라는 도도하지만 매우 노력하는 사람이죠. 집안이 좋다고 해서 놀고먹는 그런 사람이 아니죠. 이사라가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던 건 자신의 노력이 천부적인 재능에 져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딱 그 재능이 부족해서, 이사라는 절대 윤여령을 초과할 수 없었던 거죠.”잠시 말을 멈춘 안창수가 물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는 건가요?”유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의견까지는 아니고요. 제가 이 캐릭터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거든요. 이사라는 도도한 사람이라 사실은 조금 자기중심적이에요. 이런 사람은 말은
촬영 감독은 이렇게 화면발이 잘 받는 여배우를 본 적이 없었다. 어떤 각도에서 찍어도 유현진은 완벽에 가까웠다. 예전에 다른 배우를 찍을 때는 특정된 각도에서만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배우는 조명과 메이크업에 많이 의지했다. 심지어 어떤 유명 배우들은 화면발이 잘 안 받은 날엔 촬영 감독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다시 찍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피사체가 완벽하지 않을 때는, 촬영 수준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호박을 수박으로 둔갑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니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촬영 후 후시 작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후시 작업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한다면, 그들은 편집 스태프에게 자신이 나온 부분을 하나하나 다 수정해 주기를 부탁했고, 그 결과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그들이 나오는 영상은 흐름이 끊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정을 심각하게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유현진처럼 화면발이 잘 받는 배우는 촬영 스태프나 편집 스태프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그녀만 화면에 담고 싶어 했다. 두 번의 테스트 촬영을 마친 안창수는 영상을 모니터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는 것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송민영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녀와 유현진은 서로 가까이에 서 있었다. 유현진이 예쁘게 생겼다는 것은 송민영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송민영은 오늘 아침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잠에서 깨어나 정성을 들여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했다. 송민영은 너무 예쁘게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몇 년간 시술을 받으면서 이목구비가 더 또렷해졌고 그녀의 그런 순진무구한 얼굴은 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메이크업은 이미 여러 번 유행했었다. 때문에 그녀는 여전히 같은 방식의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시스루 앞머리와 풍성한 올림머리는 그녀의 청순함을 더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화면 속 유현진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송민영은 자신과 유현진 사이에 큰 격차가 존
유현진이 입을 앙다물고 송민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송민영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그녀의 눈빛에도 악랄함이 가득했다. 방이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다른 사람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요. 감독님께서 점심에 식사 대접도 해주시기로 했는데.”유현진이 송민영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막 입을 열려는데, 연습실의 문이 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잠깐 실례해도 될까요?”고개를 돌리자 주강운이 미소를 지으며 손에는 커피를 든 채 문 앞에 서있었다. 유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놀라던 안창수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운아, 네가 어쩐 일이야?”유현진: ???주강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께서 요즘 새 영화를 촬영 중이라고 들어서요. 여기서 연습 중이시라길래, 지나가던 길에 들렀어요.”그는 안창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방해가 된 건 아니죠?”“방해는 무슨. 아직 정식 촬영도 아니고. 네가 와서 오히려 기쁜걸.”그는 주강운의 손에 있던 커피를 받아 비서더러 배우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고는 주강운을 끌고 얘기를 시작했다. “언제 돌아온 거야?”주강운이 말했다. “꽤 됐어요. 새 변호사 사무실이 좀 바빠서요, 계속 연락 못 드렸어요.”“일이 중요하지, 언제든 연락만 하면 되지, 뭘.”안창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몸은 어때?”“건강해요.”안창수가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그럼 됐어.”이준이 말했던 것처럼 안창수는 정말 수다스러웠다. 그는 주강운을 데리고 30 분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다. 안창수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서야, 그는 주강운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 받으러 나갔다. 유현진은 커피를 들고 주강운의 앞으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주 변호사님, 저희 감독님 아세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따님께서 해외 유학 중이신데, 왕따 사건에 휘말려서 제가 변호를 맡은 적이 있거든요.”‘어쩐지.’주강운이 목소리를 낮게 깔더니
안창수는 그제야 말했다. “현진 씨가 옷 갈아입고 오면 바로 시작하죠.”그러더니 유현진에게 말했다. “얼른 갈아입고 와요.”유현진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고개를 들어 방이진을 쳐다보고는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막 문을 나서자 차미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미주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현진아, 너 몇 층이야?”“2층이야.”멈칫 행동을 멈춘 유현진의 눈빛에 웃음기가 서렸다. “나 너 봤어.”연습실.송민영과 방이진이 함께 앉아있었다. 방이진이 말했다.“옷도 다 망가졌을 텐데, 갈아입으러 가는 척하는 것 좀 봐요. 못 갈아입고 와서 감독님께 뭐라고 할지 지켜보자고요.”송민영이 말했다. “옷, 못 입을 정도로 찢어 놓은 거 맞아요?”“제가 직접 했어요. 아주 갈기갈기 찢어놨거든요. 같은 침실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어요.”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쓰레기통을 뒤져서 입지는 않겠죠.”방이진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커피를 송민영에게 건넸다. “민영 언니, 먼저 커피 좀 마셔요. 시럽 안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요. 언니 좋아하시잖아요.”송민영이 고맙다며 커피를 받았다. 빨대를 꽂고 문 쪽을 바라보며 유현진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10여 분 후, 연습실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전부 고개를 들고 핑크와 화이트가 섞인 무용복을 입고 온 유현진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방이진이 멍해졌다. 그러더니 곧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떻게!”송민영의 얼굴도 차갑게 식었다. ‘이런 멍청한 것!’“분명 제가 직접 가위로 찢어놨었는데, 저렇게 멀쩡할 리가 없는데.”“됐어요!”송민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해요!”‘이 바보가,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그녀는 주강운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유현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송민영은 그제야 주강운이 안창수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해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쩐지 손님이 하필이면 주강운이더라니.안창수는 유현
유현진이 악의를 갖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송민영의 안색이 너무 창백해 보여 건넨 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송민영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송민영 때문에 자신의 일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송민영의 귀에는 비웃는 것처럼 들렸다. 송민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유현진을 째려보았다. “그쪽 조연 연기나 잘하면 돼요!”유현진: ...‘쓸데없는 말을 했군.’다시 대형을 정돈하고 무용 선생님을 따라 동작을 맞췄다. 송민영은 얼마 못 가 숨이 차고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눈앞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더니 눈앞이 새까매지면서 송민영이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이번에 그녀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바닥에 누운 채 온몸을 떨었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젊은 배우들은 깜짝 놀랐고 현장은 비명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안창수도 잠깐 멍해졌다. 그는 몇 초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앰뷸런스를 부르라고 소리쳤다. 송민영의 매니저인 임효우가 얼른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송민영을 한 번 살피더니 이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명령했다. 임효우의 처사에 유현진은 소름이 돋았다. 송민영의 모습은 누가 봐도 쇼크였다. 심폐소생술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사진이나 신경쓰고 있다니, 미친 건가?다행히 현장에는 안창수가 무용 연습 도중 생길 부상에 대비에 모셔 온 의료진이 있었다. 의료진들도 얼른 현장에 도착했고,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송민영에게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몇 분 후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송민영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런 일이 발생하자 안창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송민영의 팬들은 유난스럽기로 소문이 났다. 평소 촬영 중 작은 상처만 생겨도 악플을 남겨 상대방이 SNS를 탈퇴하도록 만들었다. 이번엔 정식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는 이 일이 밖에 전해지면 제작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송민영이 무사해야 한다
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유현진이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레스토랑을 선택한 이유는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는 분위기를 원한 것도 있었고, 차미주가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현진은 스테이크의 맛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어느 레스토랑이 더 맛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주 다니던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강한서가 이 레스토랑의 스테이크가 한주시에서 가장 맛있다고 했었다. 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주 시키던 세트로 주문하고 메뉴판을 차미주에게 건넸다. 차미주는 메뉴판의 가격을 보더니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랐다. ‘스테이크 하나에 20만 원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가서 개자식한테 제육볶음이나 해 주는 건데. 그럼, 2만 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는데.’차미주는 아무 메뉴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어 결국 유현진과 같은 세트를 주문했다. 주강운도 주문을 완료했다. 차미주는 주강운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매번 유현진이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주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그는 변호사였으니 변호사 친구가 있다고 자랑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차미주는 밥을 먹는 내내 주강운과 대화를 나눴다. 주강운과 차미주는 대화가 잘 통했다. 그는 빨리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어떤 화제든 그는 전부 받아주었고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았다. 유현진은 배가 살살 아파졌다. 생리가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얼른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이때 한성우가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차미주가 창가 자리에 앉아 옆 사람과 웃고 떠드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도둑아, 오늘 약속 있다더니, 남자랑 데이트였어?”주강운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한성우?”한성우도 눈이 동그래졌다. “네가 어떻게?”차미주가 한성우의 손을 쳐냈다. “네가 뭔데 상관이야. 왜, 음식이 부족해?”한성우가 차미주의 머리를
한성우는 이상한 기분을 뒤로 하고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근데 너희 둘이 왜 같이 밥을 먹고 있어?”‘도둑이랑 강운이는 안 친하지 않았나?’주강운이 대답했다. “나랑 미주 씨가 현진 씨 보러 갔었거든. 현진 씨가 자리 마련해줘서 같이 밥 먹고 있었어.”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새 여자친구?”한성우가 대답했다. “아니, 집에서 선보라고 해서. 그냥 밥이나 같이 먹었어.”차미주는 주스를 마시며 한성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선보자마자 손잡고 다녀?”한성우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뜻이었다. 한성우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 “이 오라버니가 워낙 매력적이라서 말이야. 어떤 여자든 날 보면 빠져버리잖아. 너도 나 처음 봤을 때 내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잖아. 그리고 우리는 손 잡는 것보다 수위가 더 높았던 것 같은데?”차미주는 입 안에 있던 주스를 삼키지도 못하고 하마터면 사레가 들려 큰일 날 뻔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기침을 했다. 그녀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랐다. 차미주는 한성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시간 끄느라고 그랬던 거잖아!”한성우는 차미주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더니 턱을 괴고 웃는 얼굴로 차미주를 바라보았다. 그는 괜히 차미주를 놀리며 말했다. “그래? 난 왜 네가 내 매력에 빠져서 그런 거 같지?”차미주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만약 내가 너한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난 벼락을 맞을 거야!”한성우: ...‘장난인데, 이렇게까지 말해야겠어? 나한테 마음이 있으면 어때서? 창피한가?’한성우의 기분이 더러워졌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현진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한성우를 본 유현진이 놀라워했다. 그녀는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의 일들을 듣더니 한성우에게 예의상 물었다. “한 대표님도 같이 식사하실래요?”한성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차미주가 웃으며 말했다. “이미 다 먹었어.”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한성우에게 말했다. “얼른 가봐.”딱히 식사를 같이하려던 생각이 없었던 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