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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전화를 끊고 강한서는 잠시 앉아있다가 차에서 내렸다.

민경하는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강한서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얼른 담배를 끄려 했다.

민경하는 강한서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님 접대를 할 때를 제외하곤 강한서는 담배를 손에 대지도 않았다.

그랬던 강한서가 담배를 끄려는 민경하를 제지하고 담담하게 물었다.

“더 있어요?”

민경하는 담배 한 대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바닷바람에 의해 라이터 불이 흔들리자 민경하가 손으로 바람을 막았다. 강한서가 숨을 들이마셔 담배를 태웠다.

강한서는 담배 연기를 내뱉고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민경하와 함께 차에 기대어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민경하가 말했다.

“대표님, 왜 사모님께 수술하셨다고 얘기하지 않으세요?”

민경하가 말하는 수술은 정관수술이었다.

강한서는 말이 없었다.

그가 대답하기 싫어하는 줄 안 민경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담배를 절반쯤 태웠을 때,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수술은 내 선택이었어요. 현진이를 옭아맬 수단이 아니라. 그냥 나를 선택해 주기를 바랐어요. 그냥 나라는 사람을 원하기를. 그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강한서의 대답에 민경하가 행동을 멈췄다. 그러더니 씩 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혼은 유현진에게만 상처를 남긴 것이 아니었다. 강한서도 이혼으로 PTSD를 겪고 있었다.

분명 유현진을 곁에 둘 방법이 많이 있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강요할 수도, 강박할 수도 없었다.

강한서의 늦은 사랑은 깊어져만 갔다.

사랑을 늦게 안 것이 아니라, 그건 아마 그가 겪은 일들 때문일지도 몰랐다.

표현할 줄 몰랐던 건, 버림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민경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경민시에 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네요.”

강한서가 움찔했다.

심장이 살며시 아파졌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홧김에 떠나는 게 아니라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둔 다음 떠났더라면, 그녀가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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